서향이 내린다. 1
2008년 11월 09일 출간
종이책 : 2007년 11월 29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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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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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성 로맨스 장편소설 『서향이 내린다』제1권.
<2007년 1월 9일>, 경기도 양평. 싸한 공기를 타고 싸락눈이 내린다. 어제부터 쉼 없이 내린 눈에 덮인 겨울 산은 병풍처럼 온 천지를 휘두르고, 눈 뿌리는 하늘은 유난히 높고 청명했으며, 귓가에서 속닥이듯 재잘거리는 산새소리는 유명 산조가가 따로 없었다. 서울 가까이에 이렇게나 멋진 곳이 있었을까 싶은 찰나 이 보다 더 눈을 떼지 못할 장관에 숨이 턱하고 막혀온다.
능히 3미터가 되고도 남을 거대한 담! 세상에 무슨 집 담벼락이 저렇게나 높을까? 하늘이라도 따라잡을 듯 치솟은 것이 무슨 유럽 중세시대 성도 아니고 도대체 누구네 집이 길래 저리 꽁꽁 싸놓았을까? 호기심이 거침없이 파고든다.
집 안에 금덩이라도 숨겨 놓은 걸까? 아니, 그 보다 사람이 사는 집이기는 한 걸까? 숱한 물음들이 파리의 비행처럼 머릿속을 윙윙 돌고 있을 때쯤, 마침 대답이라도 해주듯 검은색 고급세단 한 대가 눈길을 가르며 달려와 성 같은 이 저택의 대문 앞에 떡하니 멈춰 섰다.
잠시 후, 뒷자리의 차문이 열리고 한 여자가 내린다. 40대 중반쯤으로 보이는 이 여자는 151~2센티미터의 작은 키에 뚱뚱했고, 차림새는 외제 세단과는 그닥 어울리지 않게 검소했다. 게다가 살집이 두둑한 양손에는 장을 본 듯한 짐들이 들려 있었다. 사재기라도 한 듯 양이 꽤 많아 보인다. 드디어 절대 열릴 것 같지 않던 거대한 저택의 대문이 묵직한 소리와 함께 움직이면 여자는 곧장 안으로 들어갔다. 처음이 아닌 듯 아주 익숙한 폼으로.
휘이잉~ 바람이 분다.
얼마 후, 다시 묵직한 소리와 함께 열린 대문 사이로 여자는 피둥피둥한 제 몸만을 끌고 도로 나오더니 차에 바로 올랐다. 여자가 차문을 닫는 순간 세단은 매몰찰 만큼 미련 없이 떠나버렸고, 저택의 대문 역시 언제 열렸냐는 듯이 다시금 굳게 닫혀버렸다.
휘이잉~ 또 다시 바람이 분다. 살을 에는 듯한 찬바람은 소리마저도 냉정했다, 마치 더 이상은 어떤 관심도 갖지 말라고 경고하듯.
어쩌면 저 집은 감옥일지도 모른다. 공주님이 살고 있는 성이 아니라, 공주님이 갇혀있는 감옥! 보기에는 동화 속 공주님의 성처럼 너무나도 아름다운 곳이지만 그러나 그 안은 차가움과 삭막함, 그리고 지독한 외로움으로 바람마저 갇혀버린 감옥을 닮아있었다.
공주는 바람과 함께 하늘 높이 치솟은 저 담 안에 갇혀 세상을 볼 수도, 또 세상에게 자신을 보여줄 수도 없는, 아니 절대로 보여서는 안 되는 형벌을 받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그게 아니라면 혹... 기다리고 있는 것인가?
“성안에 갇힌 공주님, 당신 지금 누구를 기다리고 있습니까?”
“수백 가지, 수만 가지 이유로 빛나던 사랑이, 그 사랑이 끝날 땐 단 한 가지의 이유도 남아 있지 않았지. 이유가 분명 많았었는데,
갑자기 휘~잉하고 사라진 거지. 바람처럼.
그러니깐 사랑은 바람이야. 왔다가…… 그냥 가버리는…… 바……람!
난 사랑하는 여자랑은 결혼 안 해.
왔다가 가는 바람이랑은 결혼 안 할 거야. 절대! 죽어도 안 할 거야!
그래서 당신이랑 하고 싶어.
난 당신을 사랑하지 않으니까 하고 싶어.
당신은 바람이 아니라 얼음이니까 하고 싶어.
적어도 얼음은 가버리진 않겠지. 그게 이유야.
당신과 결혼하고 싶은…… 이유!”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청혼을 받은 여자, 유건희.
그녀에게 시작된 기나긴 기다림, 그것은 서향이 불러일으킨 착각인가?
아니면 바람의 장난인가? 그것도 아니면 운명……인가?
작가정보
서문 성
2007년 7월 로맨스 소설 사이트 로망띠끄와 피우리에
바람을 타고 천 리까지도 날아간다는 서향의 진한 향기가
독자 여러분 가슴속에 오래토록 머물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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