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랜드
2017년 02월 10일 출간
국내도서 : 2017년 02월 08일 출간
- eBook 상품 정보
- 파일 정보 ePUB (22.13MB)
- ISBN 9788947593991
- 쪽수 44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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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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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적 이성으로 무장된 역사관과 문명관에 익숙한 현대인들은 놀이와 쾌락이 삶과 문명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었는지를 간과한다. 그러나 스티븐 존슨은 첨단 과학기술 발명가나 정치 혁명가들을 존경하듯, 놀이공간과 장난감과 쾌락의 도구를 만든 이들도 칭송받아야 마땅하다고 강조한다.
놀이가 지닌 놀라운 혁신의 힘은 새로운 문화적 제도와 관행, 시설을 구축하도록 하기 때문이다. 늘 새로운 체험을 갈구하는, 놀라움을 지향하는 인간의 본능에 이미 ‘혁신’이라는 잠재력이 깃들어 있다. 책은 이러한 연결고리가 역사적·사회적으로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풍부한 사례와 연구, 문헌, 영감이 넘치는 사고 전환과 거침없는 문장으로 펼쳐 보인다.
이 책을 읽기 전에 _송길영 다음소프트 부사장
들어가는 말 발명가 멀린의 집에서 마주친 기쁨
1 패션과 쇼핑_ 옥양목에 매료된 귀부인들
신비한 바다달팽이의 유혹
실용에서 아름다움으로, 자주색의 패션혁명
사고파는 상점에서 보고 즐기는 화려한 공간으로
산업혁명의 숨은 주역, 목화
취향의 발견과 유행의 시작
노예제도, 목화가 남긴 상처
계층을 무너뜨린 패션혁명
소비를 부르는 환상의 섬, 백화점
서비스 산업의 시작 그리고 절도
사우스데일, 쇼핑몰의 탄생과 부작용
월트 디즈니가 꿈꾸었던 도시계획
경이롭고 새로운 미래 도시를 꿈꾸며
2 음악_ 저절로 음악을 연주하는 악기
뼈로 만든 피리의 수수께끼
생존에 필요없는 음악이 탄생한 이유
새롭고 색다른 것을 향한 쾌락
저절로 음악을 연주하는 악기
자크 드 보캉송의 피리 부는 목동
소리 내는 도구에서 천을 짜는 방직기로
프로그래밍 가능한 기계의 의미
악기는 기술혁신을 예고한다
건반악기에서 이어진 키보드와 디지털 혁명
암호화와 해독, 자동연주 피아노
〈기계적 발레〉가 보여준 혁신
영화배우가 발명한 주파수 변조 기술
전자악기 오라믹스 머신의 탄생
다양한 기술혁신을 불러온 음악
3 맛_ 후추 난파선
도리토스 칩의 맛은 어디에서 왔을까?
정향과 육두구, 향신료 교역의 시작
로마를 멸망시킨 후추의 비밀
향신료 전쟁의 근원, 후추
후추를 퍼뜨린 산업스파이
바닐라향은 어떻게 널리 퍼졌나
향신료의 효능과 존재 가치
향신료를 향한 욕망과 환상
신비로운 이국을 담은 향신료
향신료 무역과 맛에 대한 탐닉
인류 역사와 함께 진화한 향신료
4 환영(幻影)_ 유령 제조사
유령과 기술의 만남
팬태즈머고리아의 탄생
뇌와 시각을 속이는 마술
카니자 삼각형과 네커 정육면체의 비밀
원근법과 파노라마, 체험과 세계의 확장
다양한 착시 공연의 효과와 발전
영화의 탄생, 근접촬영 기법의 힘
시각의 결함을 활용한 예술
월트 디즈니, 가속도가 붙은‘환영’의 역사
화면과 교감하는 대중의 등장
가깝고도 먼 유명인사의 탄생
인공지능과 로봇과 교감하는 미래
5 게임_ 지주 게임
체스 게임, 사회 규칙을 반영하다
체스를 통해 시작된 인공지능
사회정신과 결합된 게임, 〈지주 게임〉
게임은 협업이다
주사위, 우연의 요소가 개입된 게임
게임의 무작위성과 확률 이론의 등장
게임의 도구, 공
재료과학으로 이어진 고무공
컴퓨터 낭인들이 만든 〈우주전쟁!〉
게임 산업과 놀이하는 컴퓨터의 탄생
도박과 확률이 낳은 헤지펀드
퀴즈쇼에 나간 컴퓨터
인간과 함께 노는 기계를 꿈꾸다
6 공공장소_ 놀이터
계급을 허문 선술집의 비극
선술집, 순수한 여흥과 민주주의의 공간
독립운동과 성적 해방 운동의 장
신비한 카페인의 유혹
계몽주의를 꽃피운 커피 하우스
신기한 소장품들, 박물관을 예고하다
평등한 민주 공간 커피 하우스
자연, 혐오와 정복의 대상에서 경이로
환상을 현실로, 최고의 놀이동산 동물원
세계 최초의 놀이공원 하겐베크 동물원
도심 공원의 평화로운 일상
맺음말_ 놀라움을 추구하는 우리의 본능은 옳았다
감사의 말씀
미주
참고문헌
이미지 출처
보통 역사란 전쟁, 조약, 연설, 선거, 암살당한 지도자 등, 굵직한 사건을 중심으로 서술된다. 교과서의 경우 민주주의, 산업화, 시민권 부상 등, 미세한 변화들이 오랜 세월 축적되어 그려내는 어떤 포물선을 따라간다. 그러나 역사는 이따금 권력의 심장부에서 동떨어진 변방에서 일어나는 우연한 만남 속에서 탄생하기도 한다. 누군가의 머릿속에 아이디어가 뿌리내린 후 수년 동안 잠복해 있다가, 마침내 세상이 변하면서 무대의 중심에 등장하는 순간처럼 말이다.
_29p, ‘다락방에서 만난 신비한 기계’에서
대개 역사는 사치품이 아니라 필수품을 확보하기 위한 기나긴 투쟁으로 서술된다. 자유, 평등, 안보, 자치를 위한 투쟁 말이다. 그러나 유희의 역사도 중요하다. 얼핏 하찮아 보이는 발명품 가운데, 진지한 역사의 영역에 큰 변화를 일으킨 발명품들이 정말 많기 때문이다. 나는 이런 현상을 ‘벌새 효과(hummingbird effect)’라고 이름 붙였다. 한 분야에서 일어난 혁신이, 얼핏 그 분야와 무관해 보이는 다른 여러 분야에서 변화를 일으키는 계기가 되는 과정 말이다.
_33p, ‘즐거움을 추구하는 본능이 낳은 혁신’에서
이런 현상은 인류가 발명한 하찮은 물건의 역사를 통틀어 끊임없이 나타난다. 인간이 삶에서 누리는 쾌락을 통해 미래에 사회가 어떻게 달라질지 엿볼 수 있다. (중략) 놀이는 보통, 규칙을 깨고 새로운 관행을 시도해보는 행위다. 따라서 궁극적으로 훨씬 견고하고 의미심장한 형태로 발전해, 수많은 혁신을 낳는 온상이 된다. 전통적인 역사 서술에서 주역으로 등장하는 사회제도들, 즉 정치조직, 대기업, 종교 등은 사회 질서가 현재 어떤 상태인지 어느 정도 설명해준다. 그러나 미래에 닥칠 현상을 예견하려면, 주변부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살펴보는 게 낫다. 사람들이 지금 어떤 취미를 즐기는지, 새로운 놀이방법을 창안해내는 하부 문화로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살펴보는 게 낫다.
_38p, ‘미래는 놀이에서 탄생한다’에서
티리언 퍼플 1그램을 생산하려면 달팽이가 1만 마리 이상 필요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티리언 퍼플의 제조 기법은 여전히 신비에 싸여 있긴 하지만, 역사적 기록을 통해 분명히 드러난 사실이 하나 있다. 티리언 퍼플은 적어도 1천여 년 동안 지위와 부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중략) 지중해 연안 국가들이 출항시킨 선박들이 대서양 너머로 진출한다. 그러면서 세상이 여러 면에서 어떻게 달라졌을지 상상해보라. 그 배들은 점차 금을 찾아, 종교의 자유를 찾아, 군사적 정복을 위해 출항을 시작한다. 그러나 선원들을 망망대해로 나오도록 유혹한 첫 번째 주인공은, 하잘것없는 염료에 불과했다.
_42p~44p, ‘신비한 바다달팽이의 유혹’에서
18세기 패션 혁명이 일어나기 전까지만 해도, 부유층의 옷차림과 평범한 사람들의 옷차림은 차이가 컸다. 티리언 퍼플로 물들인 옷처럼 정성 들여 만든 의상은 특권층과 평민을 구분하는 표식 역할을 했다. 그러나 1700년대 말 제조업계와 광고계가 중상류층 여성들을 대상으로 그런 의상들을 판매하기 시작하면서, 특권층을 구분하던 벽이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중략)
요즘은 세계 최고 부자로 손꼽히는 사람이 평범한 십대 펑크족처럼 후드 달린 상의에 청바지를 걸치고 낡은 아디다스 운동화를 신어도, 사람들은 그러려니 한다. 그러나 1700년대 말에는 이처럼 계층을 구분하는 상징을 일부러 무시하는 행동이 매우 새로운 현상이었고, 서로 다른 계층에 부여된 사회적 기대치를 뒤죽박죽으로 만들어버렸다.
_72p~73p, ‘계층을 무너뜨린 패션혁명’에서
오늘날 우리는 쇼핑몰, 놀이공원, 사무용 건물, 공항 터미널 등, 웅장한 건축물과 잘 짜인 계획에 따라 화려하게 꾸며진 인공 환경에 익숙하다. 그러나 19세기 중산층에게 봉마르쉐처럼 웅장한 공간을 둘러본다는 건 전례 없는 경험이었다. 노트르담 대성당이나 세인트폴 성당에 들어섰을 때의 느낌과 아주 비슷했을지도 모른다. 웅장한 궁전들은 수세기 동안 존재해왔지만, 평민들은 범접할 수 없는 장소였다. 봉마르쉐가 탄생하기 전까지는 평민들이 궁전에 상응하는 웅장함을 맛볼 수 있는 장소라곤 오로지 성당뿐이었다.
_80p, ‘소비를 부르는 환상의 섬, 백화점’에서
이러한 기술이 개발된 순서는 인류 역사 초기에 나타난 가장 아리송한 수수께끼로 꼽힌다. 생존에 가장 기본적인 필수품인 창끝과 옷을 만들다가 곧바로 몇 단계 뛰어넘어, 바람을 불어넣어 소리를 내는 악기를 발명하다니 말이다. 초기 인류는 문자를 발명하거나 농경생활을 시작하기 훨씬 전부터 도구나 악기를 만들었다. 이 사실이 매우 어리둥절한 이유는, 음악이야말로 가장 추상적인 형태의 예술이기 때문이다. 그림은 눈으로 보이는 이 세상의 동물, 식물, 풍경, 사람의 모습을 표현하는 예술이다. 건축이라는 기술을 이용하면 안식처를 얻는다. 서사는 인간의 삶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사건들을 좇는다. 그러나 음악은 새가 지저귀는 소리와 조금이나마 연관성이 있다는 점 말고는 마땅한 대상이 없다. 인기 있는 음악을 좋아하는 이유는 자연에서 들을 수 있는 소리와 비슷해서가 아니다. 음악은 음악처럼 들리기 때문에 사람들은 음악을 좋아한다.
_110p, ‘뼈로 만든 피리의 수수께끼’에서
소리를 내는 도구들이 그처럼 다양했다는 사실은, 일찍부터 음악을 향한 인간의 욕망이 예술적인 영감 못지않게 공학과 기계 제작 기술을 통해 충족되었음을 시사한다. 음악이 일으킨 혁신은 얼핏 음악과 무관해 보이지만, 상당히 밀접한 분야에서 기술혁신이 이루어질 계기를 마련했다. ‘저절로 음악을 연주하는 악기’가 방직과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탄생시킨 발판을 마련했듯이 말이다. 인간은 새로운 소리를 찾다가 새로운 도구를 발명했고, 이 도구들의 쓰임새를 새로이 찾아내게 되었다.
_136p~137p, ‘악기는 기술혁신을 예고한다’에서
헤디 라마는 독일 바이마르공화국 당시 배우 생활을 시작했고 무기거래상과 결혼한다. 그는 나중에 결국 나치와 관련된 인물로 밝혀졌다. 그녀는 1937년 유럽을 떠나 미국의 MGM 영화사에 자리를 잡았고, 미국 영화계를 사로잡은 대배우가 되었다. 영화촬영장 밖에서 그녀는 아마추어 발명가로서 연합군에 도움이 될 만한 아이디어를 생각해내느라 끊임없이 이런저런 시도를 했다. 그녀는 할리우드에서 열리는 파티에는 거의 발길을 두지 않았다. 대신 거실 벽에 핀으로 설계도를 꽂아놓고 기계공학 책들을 잔뜩 쌓아둔 채, 자택에서 소일했다.
_155p, ‘영화배우가 발명한 주파수 변조기술’에서
1937년 12월 21일 〈백설 공주〉의 시사회가 로스앤젤레스의 행콕 파크(Hancock Park) 근처에 있는 캐세이 서클 시어터(Cathay Circle Theater)에서 열렸을 때, 극장 안 여기저기에서는 유명인사들이 코를 훌쩍이는 소리가 들렸다. 일곱 난장이들이 독 사과를 먹고 쓰러진 백설 공주를 발견하고 꽃다발을 놓는 장면이었다. 한 공간에 모인 사람들이, 손으로 그린 정지된 그림들이 불빛에 깜박거리는 광경을 보고 감동해 집단으로 눈물을 흘렸다.
_270p, ‘화면과 교감하는 대중의 등장’에서
〈우주전쟁!〉이 촉발한 가장 근본적인 혁명은 다음과 같다. 이 게임을 통해 육중하고 다루기 힘들고 복잡한 기계 또한 유희라는 목적을 추구하는 데 이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우주전쟁!〉이 등장하기 전까지만 해도, 컴퓨터에 가장 열광하는 신봉자들조차 컴퓨터는 인구조사 자료를 표로 만들고 로켓의 궤도를 계산하는 등 진지한 작업에 쓰는 물건이라고 생각했다.
_326p, ‘게임산업과 놀이하는 컴퓨터의 탄생’에서
환상과 즐거움을 선사하는 이 모든 경이로운 세상에서 시선을 돌려, 현실적인 쓸모에 대해 생각해보자. 이런 시설들과 제도가 주는 즐거움을 무시하고, 이들이 초래한 혁신과 역사적인 변화의 물결에 집중해보자. 국립박물관, 탐험의 시대, 고무 산업, 주식시장, 프로그래밍 가능한 컴퓨터, 산업혁명, 로봇, 공론의 장, 세계무역, 확률을 토대로 한 보험 상품, 미국의 독립, 의약 임상실험, 성적 소수자의 인권운동, 유명인사 문화 등이 있다. 끊임없이 즐거움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참혹한 결과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자. 노예 무역과 착취와 정복. 놀이가 영향을 미친 정도는 가히 놀랍다.
_412p, ‘놀라움을 추구하는 우리의 본능은 옳았다’에서
오랜 세월 동안 학자들은 유전과 환경을 구분하는 경계선을 두고 치열하게 대결해왔다. 일부 과학자들이 인간 행동에는 생물학적인 본능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다고 주장하면, 인문학 학자들은 인간의 행동이 유전으로 결정되는 게 아니라 문화적인 적응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반박한다. 그러나 놀라움을 향한 인간의 욕구는 그러한 이분법적인 주장을 허용하지 않는다.
_416p, ‘놀라움을 추구하는 본능이 혁신을 낳는다’에서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작가 스티븐 존슨의 신작!
◇ 이어령, 정용진, 송길영 추천 ◇
“인간이 순수하게 재미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찬란한, 혹은 참혹한 결과에 대하여”
· 가장 좋아하는 일을 하라. 그때부터 미래는 달라지기 시작한다. _이어령 (재)한중일비교문화연구소 이사장 ·
· 재미를 탐하는 우리의 유전자는 ‘창의’라는 선물을 남겨주었습니다. _송길영 다음소프트 부사장 ·
· 단순한 기쁨에서 시작한 일들이 오늘날 우리 세상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 것입니다. _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
· 산업혁명, 민주주의, 컴퓨터 시대의 비밀은, 인간의 욕망에 의해 벌어진 혁신이라는 점이다. _커커스리뷰 ·
· 일상의 개념을 새로운 프레임으로 연결하고, 놀랄 만한 결론으로 도달시킨다. _퍼블리셔스위클리 ·
· 문명은 피땀과 고통의 결실이라는 통념에 금을 낸다. _전병근 지식 큐레이터 ·
· 인류를 진보하게 하는 원초적인 동인(動因)은 무엇인지 파헤친 책! _홍성태 한양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
“사람들이 가장 즐거워하는 어느 곳에서든지 우리는 미래를 찾을 수 있다!”
동물의 뼈로 만든 피리는 인간이 기술적인 창의성을 발휘해 만든 가장 오래된 물건이다. 속이 텅 빈 뼈를 바람이 지나가면서 내는 소리는 인간을 사로잡았다. 어떤 실용적인 목적도 없이 그저 그 매혹적인 소리를 함께 나누고자 시도된 기술은 변화에 변화를 거듭해, 음악과는 상관없는 다양한 면에서도 인간 삶에 영향을 미치는 기술 진전을 만들어냈다.
오늘날의 컴퓨터, 인공지능을 만들어낸 것은 정말 무엇일까? 우리 삶을 구성하는 먹고, 즐기고, 쇼핑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은 단순히 재미를 추구했던 행위에서 시작해 세상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이것은 우리가 학교에서 아이들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 직장에서 혁신을 격려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 방법을 알려준다.
인류에게 삶과 문명의 뼈대를 선사한 재미를 추구하는 본능
《우리는 어떻게 여기까지 왔을까》 《탁월한 아이디어는 어디서 오는가》를 통해, 혁신과 아이디어의 역사를 과학기술과 접목해 독창적이고 흥미롭게 풀어낸 스티븐 존슨. 그가 이번에는 인류 문명을 발전시켜온 놀이와 경이, 그 희열의 역사에 주목한다. 합리적 이성으로 무장된 역사관과 문명관에 익숙한 우리는, 놀이와 쾌락이 삶과 문명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었는지를 간과한다. 첨단 과학기술 발명가나 정치 혁명가들을 존경하듯, 놀이공간과 장난감과 쾌락의 도구를 만든 이들도 칭송받아야 마땅하다고 스티븐 존슨은 강조한다. 뼈로 만든 피리, 커피, 후추, 파노라마, 옥양목, 주사위 게임 등, 공통점이라고는 없어 보이는 이 사물들은 모두 세상을 놀라게 했다. 새로운 체험, 맛, 촉감, 소리. 새롭고 놀라운 것을 추구하는 우리 안의 본성은 이들을 통한 보상을 즐긴다.
놀이가 지닌 더 놀라운 혁신의 힘은, 생물학적 욕구와 무관한 새로운 문화적 제도와 관행, 시설을 구축하도록 한다는 점이다. 늘 새로운 체험을 갈구하는, 놀라움을 지향하는 우리 본능에 이미 ‘혁신’이라는 잠재력이 깃들어 있다. 새롭고 사소한 것들은 당장은 삶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새로운 것은 그 자체로 새로운 공간과 장치들을 새로운 아이디어와 혁명을 추구할 발판으로 만든다.
커피 맛은 근대 언론 기관 탄생에 도움을 주었다. 우아하게 장식된 포목점이 산업혁명을 촉발했다. 서민의 사소한 즐거움에 불과했던 움직이는 장난감은 어느새 인간의 능력을 확장하고 인류문명을 증진하고 있다. 《원더랜드》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이러한 연결고리가 역사적으로, 사회적으로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풍부한 사례와 연구, 문헌, 영감이 넘치는 사고 전환과 거침없는 문장으로 펼쳐 보인다.
인류가 삶에서 누리는 사소한 쾌락과 즐거움을 통해 혁신에 가속도가 붙고, 미래 사회 또한 영향을 받으며 달라진다. 현대문명은 심심풀이에 불과했던 놀이와 장난감이 일구어낸 놀라운 결과물이다. 놀라움과 재미는 인류에게 즐거움뿐만 아니라 삶과 문명의 뼈대를 선사했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기 전에_ 송길영 다음소프트 부사장] ‘그저 재미있기에’ 자신도 모르게 끌려서 한 일들인데, 결코 장난이 아닌 고민과 연구가 총동원됩니다. ‘장난’을 위해 ‘장난 아닌’ 재화와 노력이 투입되는 과정들은, 재미를 위해서라면 우리 인간이 얼마나 많은 비용을 지불할 준비가 되었는지 고스란히 보여주는 연대기 같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여러 대륙에서 조금씩 거든 흥미가 더해져, 수세기를 걸치면서 그 흥미의 총합이 엄청난 효용으로 탈바꿈하는 기적을 낱낱이 보여줍니다. (중략) 흥미로운 일을 하는 것, 몰입에 대한 순수한 열정, 그 재미를 탐하는 우리의 유전자는 우리 종의 앞날에 “창의(creativity)”라는 선물을 남겼습니다.
신비한 바다 달팽이의 자줏빛이 낳은 서비스 산업
‘티리언 퍼플’은 달팽이의 분비물로 만드는 자주색 염료다. 고대 페니키아인들은 부와 고귀함의 상징이 된 이 색을 만들기 위해 수많은 달팽이를 잡으러 항해를떠났다. 지중해를 벗어나 미지의 대서양으로 진출하면서 그들이 남긴 발자취는 인류의 탐험 역사에서 분수령이 된다. 하잘것없는 염료를 구하러 가는 여정. 위대한 탐험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목화로 만든 천인 옥양목은 아무리 빨아도 색상이 그대로 유지되었고, 촉감과 화려한 문양도 유럽인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동인도회사는 이 직물 때문에 더 큰 돈을 벌어들이게 되었다. 옥양목은 유통된 지 150년이 지나서 더 수요가 늘어난다. 17세기가 되어서야 등장한, 화려하게 꾸며진 상점 때문이다.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장소가 아니라 보고 즐기는 공간이 된 상점에 전시된 천에 반한 귀부인들이, 상점을 둘러보는 소일에 빠져들면서 옥양목도 더불어 인기가 올라갔다. 19세기 들어 몽마르쉐 같은 백화점과 쇼핑몰이 탄생하면서, 자유로이 구경하고 소비하는 현상은 삶에 또 다른 차원의 경험을 더했다. 구경하며 눈으로 즐길 수 있는 경이로운 세상과의 만남은 서비스 산업의 탄생을 알렸다. 화려한 인테리어는 최초의 마케팅 기법이었다.
[책 속에서] 인간이 의상을 제작하도록 한 원동력에서 재미와 현실적인 필요성이 각각 얼마만큼 비중을 차지하든 간에, 티리언 퍼플의 발명은 근본적인 전환이 일어나는 계기가 되었다. 실용과 필요성이 아니라, 유희와 경이로움을 목적으로 한 발명으로 말이다. 옷의 기능에서 옷의 유행으로 초점이 전환된 셈이다. 자줏빛 염료가 반드시 필요한 사람은 없다. 자줏빛 염료는 말라리아를 예방하지도 않고 몸에 필요한 단백질을 공급하지도 않으며, 신생아 사망률을 낮추지도 않는다. 그저 멋져 보일 뿐이다. 특히 자줏빛 의상을 아주 구하기 힘든 곳에 거주하는 사람이 걸칠수록 말이다. (중략) 유희가 중요한 동기부여 요인이라는 사실이 누락된 가장 두드러진 사례는 무엇일까? 바로 근대 역사상 가장 대대적인 기술혁명인 산업혁명이다.
뼈로 만든 피리에서 시작된 컴퓨터 키보드와 프로그래밍
음악은 가장 추상적인 형태의 예술이다. 음악이 없어도 생물학적인 삶에는 지장이 없다. 음악은 필요에 의해서라기보다 색달랐기 때문에 탄생한 것이다. 뼈로 만든 인류 최초의 피리 소리가 고막을 울린 이후로 인간은 새로운 소리, 색다른 소리를 낼 새로운 재료, 새로운 화음을 추구해왔다. 그리고 이러한 노력과 과정에서, 음악과는 상관없는 다양한 면에서도 인간 삶에 영향을 미치는 기술 진전이 동반되었다.
컴퓨터 발명에는 뮤직박스, 하프시코드 키보드, 자동 연주 피아노도 한몫했다. 일종의 프로그래밍 기계들인 셈이다. 유랑극단과 명장들도 역사상 획기적인 기술인 코드 개발에 기여했다. 뮤직박스에 들어 있는, 핀이 돌출된 원통에서 소프트웨어가 탄생했다. 피아노 건반을 통해 오늘날 컴퓨터 키보드 자판이 개발되어 디지털 혁명의 씨앗이 되었다. 음파를 기록하려는 시도도 주파수 변조 기술과 확장 대역 기술로 진화해, 무선전화통신망, 블루투스, 와이파이 등 수많은 무선 장치에 쓰인다. 또한 정보를 처리하고 공유할 때 사용하는 새로운 도구를 개발하는 데 음악의 도구는 지대한 공헌을 했다. 새로운 소리를 만들어내고 공유하려는 시도가 다른 분야에서 혁명을 촉발하는 결과를 낳은 것이다. 최초의 정보 공유 네트워크는 바로 음악 파일을 교환하기 위해 개발되었다. 음악은 최초로 부호화되고, 최초로 자동화되고, 최초로 프로그래밍 되고, 최초로 디지털 상품화하고, 최초로 개인과 개인의 네트워크를 통해 유통된 인간 활동이다.
후추가 가꾼, 아름답고 풍요로운 베니스와 암스테르담
수많은 다른 쾌락이 그랬듯, 다양한 맛을 선사하는 향신료에 반한 인간은 지리적, 실존적으로 멀리 진출한다. 향신료는 달성 가능한 욕망의 지평을 넓혔고 다시 세상의 지평을 확장했다. 새로운 체험, 새로운 욕망, 새로운 맛을 향한 탐험의 욕구가 그러한 경계를 확장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900년경 무슬림 향신료 무역 경로를 그린 지도를 보면, 오늘날 세계 무슬림 인구 분포도와 거의 정확히 일치한다. 정향, 계피, 육두구의 씨앗과 봉오리를 통해 세계 시장이라는 개념이 싹트게 되었다. 한편 로마제국은 후추가 듬뿍 들어간 산해진미로 향연을 벌이느라 경제를 탕진해 결국 멸망의 길로 접어든다.
향신료에 맛들인 인간들은 새로운 착취 방법은 물론이거니와 새로운 형태의 독도법과 항해법, 새로운 구조의 기업을 발명했다. 세상의 물리적인 거리를 좁혀, 수마트라에서 재배된 후추가 보다 효율적으로 런던과 암스테르담 가정집의 부엌까지 전달되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향신료를 향한 인간의 탐닉은 말 그대로 모험을 감행하게 만들었다. 오늘날 세상 어느 곳이든 쉽게 오가게 된 배경에는 그 하찮은 향신료가 있었다. 세계무역, 제국주의, 콜럼버스와 바스코 다 가마의 항해와 발견, 주식회사, 베니스와 암스테르담의 아름다움, 이 모두가 향신료 그리고 향신료 무역으로 인한 결과다.
[책 속에서] 유럽인들은 왜 그 먼 거리를 마다않고 향신료를 구하러 갔을까? 사실과는 다르게 고추는 스페인에서 자생하고, 계피는 프랑스에서 풍부하게 생산되며, 정향나무가 이탈리아 알프스 기슭에 즐비하다고 상상해보자. 인류 역사의 물줄기는 완전히 바뀌었을 것이다. 유럽은 훨씬 고립된 상태로 남고, 콜럼버스와 바스코 다가마는 동쪽으로 가는 지름길을 찾아 굳이 길을 떠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세계 향신료 교역망을 통해 올릴 수 있는 엄청난 수익률이 아니었다면, 베니스와 암스테르담과 런던에 축적된 부와 더불어 그 부의 뒷받침으로 탄생한 선구적인 예술과 건축물도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영국이 인도와 활발하게 후추를 거래하지 않았다면, 옥양목 천은 런던의 내실과 의류점까지 도달하지 못했을지 모른다. 면섬유 시장이 부흥하지 않았다면 산업혁명은 수십 년 늦춰졌을지도 모른다.
빛과 어둠 속 환영을 통해 인공지능과 교감하는 인간상
18세기 무대에서 빛과 환등기를 이용한 유령 제조사와 자동기계 발명가들은, 환영의 위력을 최초로 이용해 우리를 공포에 몰아넣고 즐겁게 했다. 이후 예술가, 흥행사, 과학자들은 수세기에 걸쳐 수백 가지 착시현상을 발견한다. 뇌는 일련의 속임수를 발달시켜왔다. 그 덕에 우리는 가장자리, 움직임, 사물들 간의 3차원 관계 등을 감지한다. 이러한 환영, 즉 눈속임은 입체경, 원근법, 파노라마 기법으로 이어진다. 평범한 사람들 눈앞에, 신세계가 열리고 성찰하고 정보를 얻고 공감하고 흥미를 보일 영역이 확장된 것이다.
전람회와 마술공연은 더 다양해지고, 이로써 영화가 탄생한다. 영화는 관객이 배우에게 친밀감을 느끼게 하는 근접촬영(close-up) 기법을 통해 독보적인 위치를 확보한다. 영화는 여러 혁신기술과 창의적인 촬영기법의 총체이다. 또한 캄캄한 공간에서 환상에 몰입하게 해주는 대가로 고정된 가격에 표를 파는 사업모델까지 흡수한 매체이기도 하다.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증기선 윌리〉와 〈백설 공주〉를 통해 환영의 세계는 기술적, 정서적으로 도약한다. 디즈니가 손으로 셀룰로이드에 그려 넣어 초당 24프레임의 속도로 영사된 가상 인물들이 마치 사람 같아서, 관객은 그들과 공감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백설 공주〉 시사회에서 흐느끼던 관객들은 인간을 즐겁게 하기 위해 만든 환영과 인간 사이의 관계에 일어날 근본적인 변화를 시사했다. 한 번도 직접 만난 적 없는 낯선 사람들이지만, 그 ‘유명 인사’가 화면에 등장하면 그들의 삶에 엄청나게 몰입하며 감정적으로 투자한다. 가상 존재와 인간의 감정적인 교감은, 시리(Siri) 같은 소프트웨어에서 음성도우미 등을 지나 인공지능의 세계로까지 우리를 안내하고 있다.
컴퓨터와 함께 노는 인간을 탄생시킨 게임의 힘
체스부터 현대 온라인 게임에 이르기까지, 게임은 초기 당대 사회 질서와 일반 생활방식, 규율까지 반영하며 발달되어왔다. 얼핏 하찮게 보이는 게임이라는 가상 세계는 지배구조, 법률, 사회적인 관계를 갖춘 진짜 세상의 변화에 일조했다. 인공지능을 탐색하게 된 계기는 체스 게임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한편 미국 보드 게임은 대부분 윤리적이고 실용적인 교훈을 주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모노폴리〉의 전신인 〈지주게임〉은 모든 사람에게 토지의 권리가 있다는 의미를 담아, 사회 정치적인 혁명 수단의 일환이기도 했다. 게임은 국경을 초월해 여러 사람이 관여한 공동의 결과물이다.
주사위와 룰렛 도박 등 우연과 확률의 요소가 작용하는 게임에서 발달된 확률이론은 보험 산업과 헤지펀드를 낳았다. 원주민의 공의 탄성에서 발견한 고무라는 물질은 재료과학으로 이어졌다. 컴퓨터과학자들의 하부문화로 탄생한 〈우주전쟁!〉은 오늘날 비디오게임 산업으로 진화했다. 또한 컴퓨터 프로그래밍과 플랫폼 발전에도 크게 기여했다. 무엇보다, 복잡한 기계를 ‘놀이’라는 목적을 추구하는 데 이용할 수 있다는 생각의 혁명으로 이어졌다. 게임은 디지털 혁명의 씨앗이 되고, 주사위 놀이는 확률이론의 토대를 마련하고, 보드게임은 사회를 조직화하는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 것이다. 재미 추구로 시작된 게임이 오늘날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이토록 정교하고 무궁무진하다.
[책 속에서] 메기가 만든 보드게임은 〈모노폴리(Monopoly)〉의 전신인 셈이다. 〈모노폴리〉는 오늘날 가장 많이 팔린 보드게임이 되었지만, 이 게임이 발명되는 데 메기가 한 역할은 역사적 기록에서 거의 완전히 누락되었다. 공교롭게도 자본주의 하에서 경쟁의 상징처럼 되어버린 이 게임은, 본래 고삐 풀린 시장경제를 비판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또 하나의 혁신, 함께 모여 놀고 토론하는 공공장소
기술혁신뿐만 아니라, 사회적 공간적 혁신 또한 인류와 문명 발전과 아이디어 생산에 있어 중요하다. 선술집은 순수한 여흥과 민주주의의 공간이다. 민중을 위한 시설이었고, 평민들은 다른 곳에서는 허락되지 않은 표현의 자유와 행동의 자유를 한껏 누렸다. 이러한 술집들은 대중문화의 기초가 되었다. 또한 성적 해방운동의 시발점이기도 했다. 놀이와 여가용으로 시작된 공간에서 위험하고 신선한 아이디어가 쏟아지기 시작한 것이다. 하버마스가 주장한 개념인 ‘공중(公衆)’이 등장해 여론과 공론을 형성한 것이다. 영국 식민지인 미국 전역에 생긴 선술집은 반란의 온상이 되었다. 독립선언문이 미국 식민지 전역에서 우렁차게 낭독되어 독립전쟁의 도화선에 불을 붙이게 된 장소도 선술집들이다. 로마인은 타베르나를 이용해 제국을 하나로 유지하고, 미국인들은 선술집을 이용해 제국을 무너뜨렸다.
또한 커피 하우스는 영국 계몽주의 운동을 상업적, 예술적, 문학적으로 꽃피우는 데 그 어떤 물리적 공간보다도 크게 기여했다. 커피가 유럽인들의 정신을 명료하게 하고 기억력을 향상시켰다면, 커피 하우스는 사회적 관계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공간을 선사했다. 신기한 물건들이 전시된 커피 하우스 내부의 진열장은 새로운 유형의 지적인 호기심, 새로운 유형의 학문 추구를 상징했다. 최초의 공공박물관, 보험회사, 공식 주식거래, 주간지 등은 모두 커피 하우스라는 토양에 뿌리를 내렸다. 합법적인 소명에서 벗어나 새로운 형태의 여가활동을 창조해냈을 뿐만 아니라, 기업이나 종교단체나 가정처럼 서열화된 공간에서는 나오기 힘든 수많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탄생시켰다.
자연에 대한 경외와 자연으로부터의 즐거움을 구현한 동물원과 국립공원, 20세기 산업에서 가장 수익성 높은 오락 사업인 놀이공원은 놀라움을 추구하는 인간의 본능이 일군 독특한 현대적 산물이다. 도심 곳곳에서 접할 수 있는 휴식 공간인 공원은 가장 평화롭고 개인적이면서도 가장 공적인 장소인 것이다. 현대 이전까지만 해도 서로 다른 특성을 지닌 온갖 집단들이 평화롭게 어울리는 사회적 공간이란,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다. 오늘날 우리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공간이다. 이러한 공간은 오늘날 흔히 인류의 진보를 상징한다고 여기는 마천루나 휴대전화나 인공위성 못지않게, 인류가 이룬 혁혁한 성과다. 1천 년 전 향신료 무역이 성행하면서 모습을 갖추기 시작한 세계 유통망과 더불어 시작된 기나긴 프로젝트가 드디어 완성된 결과물인 셈이다.
놀이와 즐거움에는 혁신이 깃든다!
이 놀라운 결과들은 모두 실용과 필요성이 아니라, 유희와 경이로움과 미의식이 낳은 결과다. 인간의 혁신을 둘러싼 기술 발명 욕구, 이윤 추구 욕구, 정복욕, 지위 추구 욕구에서 발견되곤 하는 뜻밖의 동기. 바로 새로운 경험과 신기함과 미(美) 그 자체를 통해 얻는 즐거움이다. 새로움을 탐험하고 경험을 확장하려는 욕구야말로, 순수한 쾌락과 생존의 필요를 충족하기 위한 쾌락을 구분하는 요소다. 유희를 즐기려는 마음가짐이 되어 있을 때 인간은 비로소 마음을 열고 새로운 경이를 맞이한다.
새로운 것들은 낯설고, 삶에서 절박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당장 도움이 되지 않기에 무시되곤 한다. 그러나 색다름을 추구하면 뜻밖의 상황이 펼쳐지고 새로운 것에 노출된다. 그러면 우리는 새로운 공간과 장치들을 새로운 아이디어와 혁명을 추구할 발판으로 삼는다. 순간의 정신적 쾌락이 혁명적인 아이디어로 이어져 산업과 역사를 바꾼다. 《원더랜드》는 재미와 놀라움이라는 것 말고는 딱히 존재 이유를 알 수 없는 어떤 습관, 관습, 환경을 돌아보는 책이다. 생존을 위해 필수적인 노동에서 해방된 이들이 생각해낸 아이디어와 기술, 그리고 사회적 공간과 문명에 대한 이야기이다.
“어떤 시대든 다가올 시대를 꿈꾸고, 꿈꾸는 동안 다가올 시대를 창조한다.” 프랑스 역사학자 미셸레의 말이다. 이러한 꿈은 누구나 즉흥적으로, 뜻밖에, 어마어마하게 창의적인 놀이를 마음껏 시도해볼 수 있는 경이로움과 유희의 공간에서 펼쳐진다. 놀이와 즐거움에는 혁신이 깃든다. 그 사소한 혁신들이 더 나은 미래를, 새로운 ‘원더랜드’를 창조한다. ‘사람들이 가장 신바람 나게 노는 곳에서 미래가 탄생한다.’
북 트레일러
작가정보
저자 스티븐 존슨Steven Johnson은 <뉴스위크>가 선정한 ‘인터넷상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 50인’에 포함된 과학 저술가. 브라운대학교에서 기호학을 전공하고 컬럼비아대학교에서 영문학 석사 과정을 밟았다. 활발한 저술 활동을 바탕으로 저널리즘스쿨계의 명문 컬럼비아대학교와 뉴욕대학교에서 객원교수로 활동했으며 그의 저서는 모두 온·오프라인 매체에서 다양한 상을 수상했다.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가 ‘올해 최고의 책’으로 선정한 세계적 베스트셀러 《이머전스》를 통해 널리 알려졌다. 대표작 《탁월한 아이디어는 어디서 오는가》는 아마존 ‘최고의 비즈니스 도서’, 800-CEO-Read가 선정한 ‘최고의 비즈니스 도서’, <이코노미스트>가 선정한 ‘올해의 책’으로 뽑히기도 했다. 또한 위대한 아이디어의 힘과 유산을 새로운 관점에서 분석한 《우리는 어떻게 여기까지 왔을까》는 동일한 주제로 공동제작하고 출연한 PBS 시리즈로 에미(Emmy) 상을 수상했다.
《원더랜드》에서 스티븐 존슨은 놀이와 유희의 위력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통해 대중오락에 숨은 놀라운 역사를 밝혀낸다. 인간이 자기 자신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려고 혼신을 다하는 사례마다 우리는 한계를 뛰어넘는 혁신을 발견할 수 있다. 미래에 기술이 어떻게 발전하고 사회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알고 싶은 사람은 인간이 노는 방식에 주목해야 한다. 사람들이 가장 신바람 나게 노는 곳에서 미래는 탄생한다. 놀이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해왔는지 사람들은 잘 깨닫지 못하지만, 놀이가 지닌 혁신의 힘은 이토록 대단한 것이다.
온라인 매거진 〈피드〉를 창간하고 편집장을 지냈으며 인터넷 포럼 사이트 플라스틱닷컴(Plastic.com)을 개설했다. <와이어드>의 편집자로 활동하면서 온라인 도시지리정보 포털사이트 아웃사이드인(outside.in)을 운영하기도 했다. 과학전문잡지 〈디스커버〉에 ‘최신 기술’이라는 칼럼을 연재하고 있으며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 〈가디언〉 〈랑구 아프랑카〉 〈하퍼스〉 등을 통해 과학 대중화에 공헌하는 글을 기고하고 있다. 저서로 《우리는 어떻게 여기까지 왔을까》 《탁월한 아이디어는 어디서 오는가》 《공기의 발명》 《바보상자의 역습》 《바이러스 도시》 《감염지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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