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삶
2006년 04월 19일 출간
종이책 : 2004년 06월 1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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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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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 내 어린 시절, 아버지와 어머니의 끝없는 싸움 속에서/그렇게는 살지 않으리라 나, 꼭꼭 다짐했건만/살아가기 결코 녹록치 않았네/결혼해서 남편과 또 피 터지게 싸워가면서/내 아이들에겐 또 말 못할 상처를 입혀가면서//세상살이에 무능했던 내 부모님을 한때 부끄러워했지만/살아가면서 내 안에 숨겨진 그들의 핏줄을 나 이제/깊이깊이 연민하고 그리워하듯/언젠가 내 아이들도 제 못난 아비 어미를 또/깊이 연민하고 그리워할 것을 굳게 굳게 믿으며('삶' 전문)
- 일상 언어를 시어로 승화시켜 소박한 삶의 모습을 노래하는 생활 시인으로서 따뜻한 시 세계를 보여주었던 양정자 시인의 네번째 시집 '내가 읽은 삶'이 실천문학사에서 출간되었다. 그동안 펴낸 세 권의 시집에서 아내와 엄마로서의 삶 '아내일기'와 교사로서의 삶 '아이들의 풀잎노래', 그리고 생활 주변의 이야기 '가장 쓸쓸한 일'를 시로 써왔던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는 온전히 자신만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세 권의 시집을 발표하면서도 나 자신에 대한 이야기는 한 번도 하지 않은 것 같”아 “가슴속 한구석은 늘 무언가가 부글부글 들끓고 있는 느낌”을 지워내고, “한 평범한 여자애가 어떤 성장 과정을 거쳐 나중에 문학에 뜻을 두게 되었는지” '후기', “대체 나는 누구였던가?” 자문하면서 “열병처럼 앓았던 성장의 그 뜨겁고 아팠던 기억들” '잃어버린 기억을 찾아서'을 되살려 자신의 이력을 진솔하게 펼쳐보이고 있다. ◆ 사금파리처럼 빛나는 기억의 파편들 시인의 기억은 놀랍게도 “왜놈들이 버리고 간 적산가옥 이층 다다미 셋방에서 살았던” (최초의 기억들) 세 살 적까지 거슬러올라가 “‘인생은 쓴잔, 한 방울 한 방울 나는 그것을 세면서 마셔야 하네’ ‘나의 혼은 그 위를 한 마리의 새도 날지 않는 죽음의 바다와도 같네’와 같은 말들을 내 삶인 양 곱씹으면서”('나를 키운 것은') “곰팡내 나는 헌책들 갈피갈피에 끼워져, 바짝 마른 식물 채집처럼 질식해간”('독서 1') 사춘기 무렵까지 시간의 흐름을 따라 파노라마처럼 이어진다. 그 기억 속에는, “아직 여물지 않은 발걸음으로 통통통 오르내리던 이층집 나무계단의 미끄럽고 차가운 감촉”('최초의 기억들')이 있고, “골탁지근한 젓 냄새 진동하던 마포 종점 새우젓 도가”와 “자동차는 별로 다니지 않고 우마차만 가끔 지나가고, 땡 땡 땡, 한가로운 전차만 지나가는 길”(?옛 한강 길?)이 보이며, “산딸기나무 밑에서 발가벗은 깜둥이와 여자가 한 덩어리로 뒤엉켜 있는 것을” 본 날 “교회에 가지 않”고 “낡은 군용침대 밑에서, 여덟 살 옥자와 서로의 치마를 들추고 우리들의 거기” “입을 굳게 다물고 있는 예쁜 조개 모양을” “침을 삼키며 들여다보았”('호기심')던 호기심이 살아나고, “화면에서 늘 비가 주룩주룩 오는 삼류극장”('임춘앵 여성극단')과 “한 집에서 방귀만 크게 뀌어도 다 들릴 정도”지만 “그래도 남편과 아내들은 용케도 밤일을 들키지 않았”('집 2')던 셋방과 “서울에 오면 여관처럼 반드시 들러 한 번씩 자고 가”느라 “늘 고향 사람들로 버글버글했던” 그래서 “동네 사람들이 ‘충남 합숙소’라 불렀”던 “우리 집”('집 5')이 있다. 시인의 기억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이 세상 모든 일이 나에겐 아무런 예외도 없이/산수책의 더하기 빼기처럼 그 정답이/착착 맞아떨어졌던 행복했던” 때('초등학교 일학년 시절'), “낯선 길바닥이 벌떡벌떡 일어서서 길길이 날뛰”고 “숯검댕보다 더 캄캄”('피난길')했으나 “시골 친구들과 산으로 들로 들짐승처럼 싸돌아다니면서” “가장 신나고 행복한 체험을 했었”('초록빛 들판)던 피난 시절 등을 생생하게 되살려냄으로써 우리를 과거의 세계로 이끌어간다. ◆ 모두 다 그리운 사람들 시인 자신의 이야기이면서도 이 시집에는 참으로 많은 인물들이 등장한다. 그 자신이 주인공이 되어 한 편의 시를 이루거나 혹은 주변 인물이 되어 시인의 기억 속에서 되살아난다. 후처의 딸로 태어나 폐렴으로 죽은 또래 친구 정희('막연했던 죽음')와 아편쟁이 매독 환자의 딸로 세 살 때 죽은 선혜(?흰 찔레꽃?), “공부에는 별로 뜻이 없었지만, 모르는 것이 없고 못하는 것이 없었”고 “나에게 자연의 기쁨을 가르쳐준” 준식이('준식이')가 있고, “그 시절/빨갱이로 돌변한” 머슴 만수와 그에게 겁탈을 당하고서 대들보에 목을 맨 꽃분이네 언니('그해 여름 1'), “미친개처럼 큰 코를 킁킁대며, 색시, 색시, 색시만을 찾”던 미군들에게 끌려갔다 온 후 “남자만 보면 색시 색시 중얼거리면서, 진종일 신작로 길을 왔다갔다하”던 병예 언니('신작로 2), “끊임없이 셋방을 들고 났”던 “무수한 직업과 무수한 성격을 가진 무수한 종류의 인간들”('집 3') 곧 정감어린 이웃들이 있는가 하면, “어두운 고통의 그늘이 있어, 그 그늘 속에서 더욱 깊고 애틋하게 자라나는 꽃들”('그늘 속의 아이들')인 사춘기 시절의 친구들과 “사내들은 모두 도둑놈으로 알면 틀림없어요”라는 말로 성교육을 시작하던 가정 선생님('선생님들') 같은 선생님들이 있다. 그리고 가족. 그 중에서도 '아버지를 이해하기 위하여' 연작 시편에서 들려주는 아버지에 대한 기억들은 가슴 뭉클한 감동을 자아낸다.
작가정보
저자(글) 양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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