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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지붕

오수연 지음
실천문학사

2009년 01월 14일 출간

국내도서 : 2007년 06월 25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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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N 0111-2018-800-0028677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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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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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 지붕이 덮고 있는 바로 그 지점이 세상의 중심이다!
1994년「현대문학」에 장편 〈난쟁이 나라의 국경일〉이 당선되어 등단한 오수연 소설집. 한국이라크반전평화팀의 일원으로 이라크와 팔레스타인 분쟁지역의 참담한 상황과 그곳 사람들의 비참한 생활에 천착해온 작가의 두 번째 작품집으로, 대부분의 소설은 지상에서 가장 참혹한 상태에 있는 지역들에 대한 체험을 바탕으로 쓰여졌다.

소설의 대부분은 전쟁과 침략으로 요동치는 시공간에서 분열하는 자아를 그리고 있다. 〈문〉에서 화자 일행은 국경지대의 검문소에서 입국 비자를 받지 못해 들어가지 못하고 몇 시간이고 기다린다. 〈길〉은 독재자의 편에도, 점령군의 편에도 설 수 없는 이라크 인들의 막막한 처지와 쿠르드 족의 비참한 상황을 객관적으로 드러낸다. 표제작인 〈황금 지붕〉에서 '황금 지붕'은 순교자들의 무덤과도 같은 곳을 의미한다. 그곳은 실존하며, '모든 길은 그곳으로 향하지만 어떤 길도 거기 다다르지 않는' 곳이기도 하다.

작가는 어느 한 장소나 시점에 국한되지 않는 사건의 보편성, 죽음의 위협에 직면한 이들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폭발적인 혼돈 상태 등을 드러내는 데 집중한다. 또한, 현장 체험을 내면으로 심화하여 시공간에 대한 감각을 확장하면서 대안적인 사유까지 가능한 공간으로 만들어나간다.

소리
꽃비

여름방학
황금 지붕
재칼과 바다의 장

해설/ 황광수
작가의 말

‘2003년 민족문학작가회의 파견작가, 한국이라크반전평화팀의 일원.’ 오수연 작가의 이력 중 일부이다. 오랫동안 반전평화운동에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고, 이라크와 팔레스타인 분쟁지역의 참담한 상황과 그곳 사람들의 비참한 생활에 천착해온 작가의 두번째 소설집 『황금 지붕』이 출간되었다.
문학이 사회적 기능을 잃어버린 지 오래인 요즈음, 전 지구적인 문제를 그러안은 채 고뇌하는 소설가의 길은 힘겹고 외로우며 또 막막하다. 그러나 기꺼이 그 고통스러운 길을 선택한 작가는, 일찍이 팔레스타인 지역에 대한 자신의 경험을 소재주의로 국한해 활용하지는 않겠다고 표명한 바 있다. 경험을 소설화 한다는 것이 오히려 엄숙하고 정직한 작가를 더욱더 힘들게 했을 것이다. 보고 또 보고, 몇 번이나 꼼꼼하게 이것저것을 체크하는 작가의 지난했던 작업 과정은 이런 강박을 대변해준다.
오랜 시간 공들여 오수연의 작품을 분석해준 황광수 평론가는 “체험을 바탕으로 하는 글쓰기에서 현실의 재현을 넘어서는 문학성을 일구어내는 것은 지난한 일이다. 요즈음 작가들은 이러한 모험에 뛰어들지 않는다. 그 결과 근대적 주체를 해체한다면서 현실과 타자에 대한 감각까지 무화시켜버리는 부작용이 빚어지고 있다. 감각과 욕망만을 따라가며 스스로 ‘언어의 감옥’에 갇혀버린 문학이 현실에 대해 말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비판하면서 “그런데 오수연은 지상에서 가장 참혹한 상태에 있는 지역들에 대한 체험을 바탕으로 타자의 고통을 자신의 것으로 수용할 수 있는 감수성의 진경을 보여주었다”며 그 진정성에 감탄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전쟁과 침략으로 요동치는 시공간에서 분열하는 자아
이 소설집은 쉽게 읽히지는 않는다. 표면적으로는 낯선 형식 때문이기도 하지만, 의미론적 차원에서는 사건과 관련된 화자 또는 작가의 대안적 성찰이 우리의 의식이나 감성과 충돌하기 때문에 빚어지는 결과다. 작가는 어느 한 장소나 시점에 국한되지 않는 사건의 보편성, 죽음의 위협에 직면한 이들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폭발적인 혼돈 상태 등을 드러내는 데 집중한다. 이 소설집이 현실의 고발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소설미학을 양산해내는 지점이 바로 여기이다. 작가는 현장 체험을 내면으로 심화하여 시공간에 대한 감각을 확장하면서 대안적인 사유까지 가능한 공간으로 만들어간다.
「문」에서 화자 일행은 국경지대의 검문소에서 입국 비자를 받지 못해 들어가지 못하고 몇 시간이고 기다린다. 문을 통과해도 또 다른 문이 버티고 있는 상황. 이어 번개를 동반한 모래폭풍 속에서 땅은 요동친다. 가장 안정적인 이미지인 대지가 흔들리는 장면은 화자의 심리 상태와 조응하여, 걷잡을 수 없는 전쟁과 비극적 결말을 상기시킨다. 작가는 공간적 고정성이 흔들리거나 해체되는 장면에 화자의 심리적 풍경을 자주 겹쳐놓는다. 역동적일 수밖에 없는 그 지점에 대한 시선은 현지인들이나 특파원들의 시각과는 전혀 다르게 작동하면서 세계와 삶의 진실에 육박한다.
「길」은 독재자의 편에도, 점령군의 편에도 설 수 없는 이라크 인들의 막막한 처지와 쿠르드 족의 비참한 상황을 객관적으로 드러낸다. 이 소설집의 길들은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지 않는다. 화자는 미국 장갑차와 노상강도의 위협에 노출되어 있고, 신분증이나 ‘평화와 사랑을 위한 국제 연대’라는 단체 또한 무력하긴 마찬가지이다. 독재자의 집단학살을 묵인하다가 뒤늦게 그것을 추궁하는 미국, 미국의 꼭두각시에 불과한 인권단체들, 침략보다는 학살에 더 관심이 많은 외국인 기자들, 홍보에 급급하면서 미군과 협력하는 한국 운동가들에 대한 비판 또한 생략되지 않는다. 무기력하게 돌아온 화자에게 있어 유일한 위안은, “세상 어딘가 우리를 이해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생각을 하면 훨씬 덜 답답”하다는 현지인 협력자의 말뿐이다.
표제작인 「황금 지붕」에서 ‘황금 지붕’은 순교자들의 무덤과도 같은 곳을 의미한다. (“검문소와 분리장벽에 막혀 동네나 마을 밖으로 나가볼 수도 없었던 저들은, 죽어서 모두 황금 지붕으로 직행했다.”) 그곳은 실존하며, “모든 길은 그곳으로 향하지만 어떤 길도 거기 다다르지 않는” 곳이기도 하다. 순수한 이슬람 지역 사람들의 영혼 속에 ‘세계의 중심’으로, 이상향과도 같은 의미로 인지되지만 실은 피로 만들어진 무덤인 셈이다. 화자는 평화주의에 대한 확신도 지니지 못한 채 이원론적으로 분열된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있다. (“근대를 두려워하는 근대주의자, 개발에 반대하는 개발론자, 평화를 회의하는 평화주의자이다.”) 화자의 건조한 시선은 지상에서의 평화란 얼마나 이중적이며 또한 자기 환상적인지를 묘파한다. 이는 지상에 발붙일 곳 없는 사람들의 꿈이 얼마나 절망적인 현실과 맞닿아 있는지에 대한 뼈아픈 증언이기도 하다.
「꽃비」에서는 가족을 잃고 간신히 살아남은 사람들이 정신적 외상으로 인해 자신마저 위협할 만큼 파괴적인 욕망에 시달리는 모습을 선명히 그려낸다. 작가는 살아남은 자의 죄의식을 묘사하면서 타자의 고통을 자신의 것으로 수용하는 감수성의 진경을 펼친다. “두루마리처럼 펼쳐졌던 시공간이 거꾸로 되말렸다”는 막바지의 표현은 코란의 글귀를 변형한 구절로, 세계의 중력이 일시에 소거되는 느낌을 주면서 나약한 인간 존재의 무상함을 일깨운다.
「소리」의 중년 남성은 소년 시절에 체험한 동굴 속의 기억과 현재의 삭막한 삶에 대해 어두운 공포를 지니고 있다. 그 동굴은 피난민들이 숨었다가 군인들에 의해 죽임을 당한 곳이다. 그는 지난날 동굴 속에 울려 퍼졌던 이웃과 친척들의 탄식과 울음소리에 대해 반응하며 소리가 보이는 존재 이탈적 경험을 하기도 한다. 이 소리는 감각을 무한대로 팽창시키며 공간의 폭발과 시간의 소멸을 낳는다. 이 빅뱅과도 같은 환상적이면서도 엄청난 장면은, 고통을 뼈로 느끼는 감수성을 통해 사실 너머의 진실에 가닿은 소설적 성취의 극점을 보여준다.
유일하게 우리나라를 배경으로 삼은 「여름방학」은 특정한 시공간을 넘어서는 의식의 편재성을 보여주는 방법 면에서 다른 작품들과 일맥상통한다. 의식 속에서 시공간이 중첩되는 묘사를 통해, 작가는 이산 혹은 분단 상태가 지속되는 비극을 몽환적인 분위기로 새롭게 담아낸다.

혼돈의 세계를 구하는 대안적 성찰을 모색하는 작가의 기도
이렇듯 전쟁과 그로 인한 상처로 신음하고 붕괴하는 지상. 이 혼돈의 세계를 구할 수 있는 대안은 과연 어느 지점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인가. 작가는 「재칼과 바다의 장」에서 이차원적 세계관을 넘어 대안적 성찰을 압축해 제시하며 현실주의의 한계를 넘어선다. 「칼릴라와 딤나」라는 아랍 우화의 형식을 차용한 이 작품은, 일곱 차례에 걸쳐 단속적으로 이어가는 우화의 곳곳에 ‘서쪽 문인’과 ‘동쪽 친구’ 사이의 이메일과 인터넷 검색을 끼워넣는다. 이메일 부분은 ‘서쪽 문인’에게 보낸 원고료가 ‘테러 자금’으로 규정된 사건을 중심으로 펼쳐지고, 검색 부분은 그런 일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을 객관적으로 드러낸다.
우화 부분에 간간히 나오는 ‘기왓장’들은 떨어지거나 깨지고 무너지면서 파괴되는 생명의 아픔과 무차별적 파괴로 인한 혼돈을 연출한다. 이러한 파괴적 장면의 연장선에서 작가는 우화의 중간 부분에 세계가 폭발하는 장면을 배치해놓는다. 이 부분은 마지막의 ‘장면’과 반어적으로 조응한다. ‘서쪽 문인’이 표현한 “불꽃처럼 펄럭이고 파도처럼 넘실”대는 산봉우리들이나 “쑥쑥 자라다가 꼭대기에 닿고도 모자라 돌돌 말”려 있는 소나무에서는 파괴되고 분할되기 이전의 세계에 대한 열망이 엿보인다. 사물들 사이의 경계나 고정된 형태도 없고, 크고 작음이나 멀고 가까움에 대한 분별도 없다. 이 장면 속에서 온갖 생명체와 인간의 문명이 자유롭게 공존한다. 어쩌면 이것이 작가가 소망하는 대안적 세계로, ‘서쪽 작가’가 열망하는 땅일 것이다.
“가깝거나 먼 장래가 아니라 살아 있는 지금 이 순간이 역사의 완성입니다. 어쩌면 땅은 ‘폭죽이 터지듯 다투어 피어나’ 제각기 무수한 꽃잎을 가진 무수한 꽃송이들로 개화했을 겁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 중 하나의 꽃잎에 깃든, 이미 완전한 존재들일 겁니다.” 즉 현재의 존재들은 각각 고유하며 대체될 수 없고, 따라서 그만큼 소중한 생명일 수밖에 없다. 표면적으로 모순되어 보이는 두 세계에 대한 교차

작가정보

저자(글) 오수연

1964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1994년 『현대문학』 장편공모에 『난쟁이 나라의 국경일』이 당선되어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1997년 첫 소설집 『빈집』을 펴냈다. 이후 2년간 인도에 다녀와서 연작 장편 『부엌』(2001/2006 개정판)을 펴냈다. 이 책에 실린 중편 「땅 위의 영광」으로 ‘한국일보문학상’을 받았다. 2003년 민족문학작가회의 파견작가이자 한국이라크반전평화팀의 일원으로 이라크와 팔레스타인에 다녀왔으며, 2004년에 『아부 알리, 죽지 마-이라크 전쟁의 기록』을 펴냈다. 2006년에는 팔레스타인 현대산문선 『팔레스타인의 눈물』을 기획 번역해서 펴냈고, 후배작가들이 주는 상금 없는 상 ‘아름다운 작가상’을 받았다. 현재 ‘팔레스타인을 잇는 다리’ 《www.palbridge.org 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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