벙어리 달빛
2008년 01월 26일 출간
국내도서 : 1999년 12월 07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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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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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에서 살면서 느낀 단상을 잔잔하게 풀어낸 이원규 시인의 산문집 <벙어리 달빛>이 실천문학사에서 출간되었다.
이 책은 3년 전 서울 생활을 청산하고 홀연히 지리산으로 들어간 시인이 그 동안 산에서의 생활과 사색을 편지글 형식으로 엮은 것이다.
도시인들이 일상에서 쉽게 지나쳐 버리거나 발견할 수 없는 것들을 시인은 대자연의 숨결 속에서 새로운 시선으로 찾아내고 있다.
시인이 생활하고 있는 곳은 지리산을 등지고 섬진강을 굽어볼 수 있는 곳이다. 스님이 살다가 비운 집을 빌려 살고 있는 시인의 집은 입구에 솟아있는 대나무 솟대 만큼이나 소박하다. 그의 재산은 스님이 남기고간 초라한 가재 도구와 오래된 노트북 하나가 전부이다.
손님이 오면 손수 섬진강에 투망을 던져 잡아온 은어나 눈치로 요리를 해주고 가까운 절의 스님과 음담패설을 할 줄 아는 사람.
지리산 구석구석을 다니며 산자락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활을 살펴보며 나비와 새와 들짐승은 물론이거니와 온갖 나무와 꽃들과 이야기하며 사는 사람.
하지만 무엇보다도 그를 진정한 시인이게끔 하는 것은 그리울수록 더욱 깊고 먼 곳에서 그리움을 키워나가는 삶의 자세이다.
"혼자 외딴집에 살다보면 하루종일 한마디의 말도 하지 않는 날이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아침에 일어나 혼자 중얼거려 보아도 말이 잘 되지 않지만 이상하게도 가슴은 충만해집니다. 그런 날은 어김없이 지리산 골짜기를 찾아갑니다. 마을 사람들과 마주치지 않고, 그저 산속에서 침묵하는 게 훨씬 편할 때가 많을 뿐만 아니라 머리가 한결 맑아지는 듯하기 때문입니다‥…."
(본문 [묵언서약] 중에서)
세상이 그리워서 시인은 산을 내려오지 않는다. 오히려 더 깊은 산 속에서 오랜 포도주빛 그리움을 발효시키고 있다.
민족의 슬픈 현대사를 품고 있는 영산 지리산에서 그는 세상의 모든 사람들을 그리워하며, 역사를 그리워하며, 자신의 집 앞의 결명자 잎사귀와 섬진강에 내리는 달빚과 옆집 할머니의 바구니에 덮여오는 감 잎 두장을 그리워한다.
그 모든 그리움이 어우러져 시인의 지리산에서의 삶이 되는 것이다.
지리산은 해발 1915m의 남한 최대의 산이다. 그 이름에 걸맞게 지리산엔 반달곰과 수달을 비롯한 수많은종류의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으며 화엄사, 쌍계사, 실상사를 비롯한 크고 작은 사찰이 무수히 들어서 있다.
지리산의 품새는 경상도의 하동, 함양, 산청, 전라도의 구례, 남원을 껴안고 있을 정도로 크다. 무수한 개발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많은 부분이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는 자연림으로 존재하고 있다.
유독 빨치산 활동이 여타 산에 비해 활발했고 그만큼 역사의 질곡과 상처를 많이 겪어왔던 것도 사실이다. 시인이 지리산으로 들어간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인간의 잣대로 말할 수 없는 대자연 속에서 다시 인간을 바라보고자 한 것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지리산과 그 지리산을 거쳐간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 주고 싶은 것이다. 또한 그것이 차가운 콘크리트 덩어리 속에서 생활하는 우리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기도 한다.
지리산이 한 시인의 가슴에 잉태시킨 그리움. 그 크기와 깊이를 이 책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작가정보

1962년 경북 문경 출생. 닉네임: 낙장불입. 지리산 시인, 발로 쓴 편지를 띄우는 만행의 구도자, 자발적 가난을 선택한 환경 운동가, 모터사이클 라이더. 과거 홍성광업소 막장 후산부, 노동해방문학 창작실장, 한국작가회의(민족문학작가회의) 총무, 중앙일보 및 월간중앙 기자 등 다양한 직업을 전전했지만 결국 그의 발길이 닿은 곳은 지리산. 입산한 지 11년째다. 지리산 지킴이를 자처하며 순천대학교 문예창작과와 대안학교인 실상사 작은학교에서 시를 가르치고 있는 그는, 버림으로써 가벼워지고 비움으로써 여유로워지는 삶의 한 경지를 이룬 듯하다. 쉬지 않고 걷고 걸어 손이 아닌 발로 시와 편지를 쓰는 그는 지금도 ‘대운하 건설’이라는 망령을 떨치기 위해 남도 어느 강 길을 걷고 있다. 1984년 '월간문학' 과 89년 '실천문학' 을 통해 시창작 활동을 시작했고 시집 '강물도 목이 마르다', '옛 애인의 집', '돌아보면 그가 있다', '빨치산 편지', '지푸라기로 다가와 어느덧 섬이 된 그대에게' 등과 산문집 '길을 지우며 길을 걷다', '벙어리달빛' 등을 펴냈다. 제16회 신동엽 창작상과 제2회 평화인권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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