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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사회

타인의 공간에서 통제되는 행동과 언어들
김민섭 지음
와이즈베리

2016년 11월 30일 출간

종이책 : 2016년 11월 28일 출간

(개의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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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상품 정보
파일 정보 ePUB (46.46MB)
ISBN 9788937888748
쪽수 26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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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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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결국 이 사회의 ‘대리인간’이다.
2015년 말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를 통해 저자 김민섭은 대학에서 보낸 8년을 ‘유령의 시간’으로 규정지었다. 스스로를 대학의 구성원이자 주체로서 믿었지만 그 환상은 강요된 것이었고, 그는 타인의 욕망을 대리하면서 강의실과 연구실에만 존재했다. 강의하고 연구하고 행정 노동을 하는 동안 그는 사회적 안전망을 보장 받을 수 없었고 재직증명서 발급 대상조차 아니었다. 이후 대학에서 나온 그는 그 시간이 ‘대리의 시간’이었음을 알았다.

대한민국 사회에 은밀하게 자리를 잡고 앉은 ‘대리사회의 괴물’은 그 누구도 온전한 자기 자신으로서 행동하고, 발화하고, 사유하지 못하게 만들며 모두를 자신의 욕망을 대리 수행하는 ‘대리인간’으로 만들어 낸다. 그러면서 동시에 그들에게 주체라는 환상을 덧입힌다. 마치 자신의 차에서 본인의 의지에 따라 운전하고 있다고 믿게 만드는 것이다.

대리사회에서 한 인간은 더 이상 신체와 언어의 주인이 아니었고, 사유까지도 타인의 욕망을 대리하고 있었다. 타인의 운전석에서 내린다고 해도 저자는 더 이상 온전한 ‘나’로서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게 이 사회 여러 공간에서의 경험에 따라 ‘순응하는 몸’이 만들어진 것이다. 우리는 결국 이 사회의 ‘대리인간’이었다. 『대리사회』는 그러한 공간에서 저자가 익숙하게 체험한 3가지 통제를 바탕으로 괴물이 되어버린 대한민국 노동 현장의 단면을 사실적으로 보여주는 책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사회가 만들어낸 견고한 시스템과 마주하라고 말한다. 외면하고 침묵하지 말고, 온전한 ‘나’로서 사유하는 주체로 자신을 인식하고 주변의 또 다른 나를 일으켜 세워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는 삶의 경계에 있다. 다만, 한 걸음 물러설 용기를 가지면 된다. 대리인간으로 밀려날 것인지, 스스로 물러서고 다시 나아오는 주체가 될 것인지.
추천의 말
프롤로그 - 대리인간으로 살아왔음을 고백하며

1부 통제되는 감각들
1. 맥도날드 알바에서 다시 대리운전 기사로
2. 대리인간, 대리국민이 되다.
3. 나에게는 호칭을 결정할 권한이 없었다.
4. 호칭이 주는 환각에 익숙해질 때 우리는 대리인간이 된다.
5. 거리의 문법을 배우기 위해 다시 책상 앞에 앉았다.
6. 환대할 수 없는 존재들
7. 이제 다시는 괴물에 잡아먹히지 않을 것이다.
8. 손님의 품격
9. 모든 인간은 주체로서 아파하고 주체로서 절망한다.

2부 대리인간이 되는 가족들
10. 아내에게 생긴 버릇 1대리, 2대리
11. 엄마와 아빠는 섬그늘에 굴따러 간다
12. 아내는 자신의 언어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13. 부부는 함께 나란히 앉아 있을 때 가장 어울린다
14. 나의 대리가 된 이들을 추억하지 않을 것이다
15. 나는 빠주의 대리운전사
16. 원주를 떠나며, 나의 아내에게
17. 내일은 좀더 오래 살아남고 싶다
3부 주체가 될 수 없는 대리노동들
18. 우리 시대의 노동은 대리노동이다
19. 대리전쟁에 동원되는 노동의 주체들
20. 밀려난 사람들, 서울로 향하지 않는 밤
21. 명절에도 역시 숨은 노동자
22. 노동의 대가를 지불하는 데 걸리는 시간
23. 대리사회의 개인은 잠시 즐겁고 오래 외롭다
24. 새벽 두 시의 합정은 붉은 포도송이가 된다
25. 기계들의 밤
26. 요정들의 밤

에필로그 - 경계인에게만 보이는 것

타인의 운전석에서 내리며, 나의 신체를 되찾는다. 무엇보다 사유하고 발화할 자유를 되찾아 온다. 더 이상 상대방의 눈치를 보며 기계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그러한 일이 반복되면서나는 조금씩 주체의 자리에서 이탈하는 데 익숙해져 갔다. 상대방이 말하는 대로 수용하고 긍정하는 간편한 대화의 방식, 말하자면 ‘순응’이 어느새 자연스럽게 몸에 각인된 것이다. 누군가 나를 주체로서 대우한다고 해도 익숙해진 몸을 되돌리기는 쉽지 않다. 그러면 어디에서든 주체로서 발화할 수 없게 된다. ‘순응하는 몸’은 그렇게 만들어진다. 타인의 운전석과 다름없는 ‘을의 공간’은 우리 사회 곳곳에 존재한다. 차의 주인과 대리기사와 같은 역설의 관계 역시 우리 주변 어디에나 있다. 직장에서, 학교에서, 가정에서, 그 어디에서, 주체의 욕망은 쉽게도 타인을 잡아먹는다. 예컨대 의사 결정권자는 언제나 자유롭게 회의 안건을 내고 소통하자고 하지만 그 누구도 화답하기는 쉽지 않다. 이미 상상과 수용 가능한 범위가 제한되어 있음을 모두가 안다. 거기에서 벗어나거나 반론을 내기라도 하면 곧 눈총이 쏟아진다. 소통은 주체가 된 이들의 논리를 확인하고 강요하는 수단이 된 지 오래다. 부하 직원은 직장 상사에게 아이디어를 내지 않고, 학생은 교사의 의도에서 벗어난 답을 제출하지 않는다. 아이 역시 부모 앞에서 자신이 원하는 바를 털어놓지 않는다. 자신이 주체가 될 수 없음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우리는 어린 시절 부모와의 관계부터 시작해 교사, 직장 상사와의 관계에 이르기까지 ‘을의 공간’에서 순응하는 방법을 주로 배워왔다. 1부 _ 2. 대리인간, 대리국민이 되다, 34~35p

그래서 나는 책상 앞에 앉았다. 나를 위해서도, 가족을 위해서도, 우선 ‘공부’가 필요했다. 그때 나는 고작 대리운전인데 그냥 몸으로 부딪히다 보면 어떻게 되겠지, 하는 가벼운 태도를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모든 거리에는 저마다의 문법이 있다. 그것을 익히지 않으면 어느 생태계에서든 살아남을 수 없다. 작년까지 논문을 쓰던 책상에서, 이제는 대리운전을 위한 공부를 시작했다. 논문을 쓰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 역시 생존의 문제였다. ‘길을 잘 모르니까’ 하는 것이 삶의 핑계가 될 수는 없었다. 새롭게 거리의 문법을 배우는 일은 즐겁다. 각각의 점이 선으로 연결되어 간다. 그것은 인접한 도시이기도 하고, 대중교통의 노선이기도 하고, 거기에는 어떠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기도 하다. 그 점과 선을 다시 면으로 구성하고 나면 나름 대리기사로서의 기초문법을 떼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단순히 지명을 외우고 막차 시간을 계산하는 데서 나아가 그 안의 ‘사람’에 대해 상상하게 된다. 그들은 언제 어떻게 나가고 들어오는지, 그들의 도시는 어떻게 외부와 소통하는지, 하는 것이다. 생존을 위한 투쟁은 그러한 사유로도 확장된다. 그렇게 경험한 삶의 문법이 잠시 스쳐 지나가는 대리가 아닌 온전한 주체로서 내 몸에 남을 것을 믿는다. 5. 거리의 문법을 배우기 위해 다시 책상 앞에 앉았다, 60~61p

아내는 잠시 말이 없다가 내가 이번 달에 받은 생활비가 이거였구나, 하고 말했다. 집에 들어가서 맥주 한잔을 하면서 그날 번 돈을 모두 주었다. 차비가 너무 비싼 게 아니냐고 하자 아내는 웃었다. 그날 이후 아내에게는 새로운 버릇이 생겼다. 아이의 장난감을 사왔기에 저건 얼마야, 하고 묻자 “응 저건 대리를 두 번 뛰면 살 수 있어”라고 했다. 모든 물건을 살 때마다 1대리, 2대리, 하고 화폐의 단위처럼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 정말 사야 할 물건만 사게 된다고 해서, 나는 웃어야 하나 울어야 하나를 고민했다. 하긴, 그러면 무엇도 쉽게 살 수 없게 될 것이다.
어쩌면 가족은 끊임없이 서로를 위한 ‘대리’로 살아가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나는 너를 위해, 너는 나를 위해, 우리는 너를 위해, 그렇게 끊임없이 주체와 대리의 경계를 넘나든다. 나는 아직 모든 가족을 주체로 두는 방법을 잘 모른다. 하지만 아내하고든 아이하고든, 조금은 더 많이 대화하려고 한다. 기꺼이 그들을 위한 대리의 삶을 살며, 그렇게 조금은 더 주체적인 인간으로 살아가고 싶다. 2부_ 10. 아내에게 생긴 버릇 1대리, 2대리, 103~104p


대학이라는 ‘갑’은 전쟁의 주체로 나서지 않았다. 대신 자신을 주체로 믿는 대리인들이 자연스럽게 그 전쟁을 수행하게 했다. 그런데 나의 앞을 막아선 그들을 미워할 수가 없다. 나 역시 갑을 위한 ‘대리전쟁’에 수차례 동원되어 왔기 때문이다. 을의 앞을 막아서는 것은 또 다른 을이다. 반드시 폭언이나 폭력을 수반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전쟁의 수행자가 된다.

대학 강사에서 대리기사가 된 ‘지방시’
천박한 욕망을 강요하는 대한민국 대리사회를 해부하다

“이 사회는 거대한 ‘타인의 운전석’이다!”
대한민국 사회에 은밀하게 자리 잡고 앉은 ‘대리사회의 괴물’은 그 누구도 온전한 자기 자신으로서 행동하고, 발화하고, 사유하지 못하게 만들며 모두를 자신의 욕망을 대리 수행하는 ‘대리인간’으로 만들어 낸다. 그러면서 동시에 그들에게 주체라는 환상을 덧입힌다. 마치 자신의 차에서 본인의 의지에 따라 운전하고 있다고 믿게 만드는 것이다. 타인을 완벽히 통제하고 있다고 믿는 이들 역시, 결국 이 사회의 욕망을 대리하는 존재일 뿐이다. 우리는 주변에서 온전한 자기 자신으로서 사유하지 못하는 이들을 자주 만난다. 그것은 사회적 지위나 명성과는 관련이 없다. 오히려 가장 높은 곳에 있으면서도 ‘대리인간’으로 존재하는 이를, 우리는 목도하고 있다.
와이즈베리 신간《대리사회》는 그러한 공간에서 저자가 익숙하게 체험한 3가지 통제(행위, 말, 생각)를 바탕으로 괴물이 되어버린 대한민국 노동 현장의 단면을 사실적으로 보여주는 책이다. 대리사회에서 한 인간은 더 이상 신체와 언어의 주인이 아니었고, 사유까지도 타인의 욕망을 대리하고 있었다. 타인의 운전석에서 내린다고 해도 저자는 더 이상 온전한 ‘나’로서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게 이 사회 여러 공간에서의 경험에 따라 ‘순응하는 몸’이 만들어진 것이다. 우리는 결국 이 사회의 ‘대리인간’이었다. 대리사회의 괴물은 우리에게 주체로서 한 발 물러설 것이 아니라 경쟁하고 남보다 한 발 더 나아가기만을 강요해 왔다. 그렇게 우리는 모두가 괴물이 되고 있다.
2015년 말《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는 첫 책을 통해서 저자는 자신이 대학에서 보낸 8년을 ‘유령의 시간’으로 규정지었다. 스스로를 대학의 구성원이자 주체로서 믿었지만 그 환상은 강요된 것이었고, 그는 타인의 욕망을 대리하면서 강의실과 연구실에만 존재했다. 강의하고 연구하고 행정 노동을 하는 동안 그는 사회적 안전망을 보장 받을 수 없었고 재직증명서 발급 대상조차 아니었다. 이후 대학에서 나온 그는 그 시간이 ‘대리의 시간’이었음을 알았다. 그리고 ‘대리운전’이라는 노동을 통해서 대학뿐만 아니라 이 사회가 하나의 거대한 ‘타인의 운전석’임을 다시 확인했다.

천박한 욕망을 강요하는 대한민국 대리사회를 해부하다
육아, 교육, 직업, 소비에 이르기까지 사실 우리는 모두 ‘타인의 운전석에 앉아 있는 대리기사나 마찬가지다. 자신이 그 차의 주인인 것처럼 도로를 질주하지만 조수석에는 이미 누군가 자리를 잡고 앉아 있다. 시동을 걸기 전부터 그곳에는 사람이 있었지만, 그것을 인식하기란 쉽지 않다. 그들의 욕망은 내비게이션을 통해 끊임없이 전달되고 개인의 의지는 샅샅이 통제되고 검열된다. 차를 멈추고 운전석에서 잠시 내려, 한 발 물러서서 바라보면 균열의 지점을 찾을 수 있지만 우리는 액셀을 더 강하게 밟는 데만 힘을 쏟는다. 단속 카메라가 보이면 브레이크를 밟고, 경로를 이탈했다는 경고음에 다시 도로로 올라오면서도, 자신이 주체라는 환상에 빠져 계속 운전대를 잡는다. 그렇게 대리사회의 욕망을 대리하는 ‘대리인간’이 된다.
국가는 순응하는 몸을 가진 국민을 만들어내려고 노력한다. 비합리와 비상식과 마주하더라도 그에 대해 사유하지 않는 국민이 늘어나기를 내심 바란다. 대신 순응하지 않는 이들을 감시하고 격리해 나가면서 자신들의 욕망을 대리할 ‘대리국민’을 양산해 낸다. 대리사회의 괴물은 대리인간에게 물러서지 않는 주체가 되기를 강요한다. ‘주인 의식’을 가지라고 끊임없이 주문하는 가운데, 정작 한발 물러서서 자신을 주체로 재정비할 수 있는 시간을 봉쇄한다. 결국 개인은 주체로서 물러서는 법을 잊는다. 이 책의 저자가 그랬듯 밀려나고 나서야 자신이 어느 공간의 대리로서 살아왔음을 비로소 알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때는 너무 늦다. 밀려난 개인은 잉여나 패배자로 규정되고, 그 자리에는 새로운 대리인간이 들어선다. 이러한 이데올로기, 말하자면 우리 사회를 포위한 ‘대리올로기’의 서사에서 그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다. 언제 장착 되었는지 알 수 없는 내비게이션은 우리의 삶을 은밀하게 통제해 왔고 그 경로에서 벗어나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검열해 왔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삶의 주인이라는 환상에 취해 살아왔다.
오랫동안 익숙해져 있던 대학을 떠나 카카오 대리기사가 된 저자는 세상 그 자체가 거대한 강의실과 연구실임을 깨닫고는 가장 좁은 공간에서 우리사회의 모습을 바라보기로 결심했다. 자신이 지나온 ‘대리의 시간’을 몸으로 경험하면서 거리에서 마주친 사람들의 생생한 언어를 기록한 것이다.《대리사회》에서 저자는 이 사회가 만들어낸 견고灼시스템과 마주하라고 주문한다. 외면하고 침묵하지 말고 온전한 나로서 사유하는 주체로 자신을 인식하고 주변의 또 다른 나를 일으켜 세워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자신의 틀을 만들고, 스스로 사유해야 한다. 끊임없이 불편해하고, 의심하고, 질문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강요된 타인의 욕망을 자신의 욕망이라 믿으며 타인의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다.

‘경계인’에게만 보이는 것
호칭은 한 인간의 주체성을 대리하는 수단이 된다. 자신을 그 공간의 주체라고 믿게 만드는 동시에, 그를 둘러싼 여러 구조적 문제들을 덮어버린다. 우리가 속한 공간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으며 그 구성원 중 하나라는 환상에 빠진다. 그러한 환각에 익숙해질 때, 우리 모두는 ‘대리’가 된다. 하지만 그 공간에서는 더 이상 온전한 나로 존재할 수 없다. 누군가의 욕망을 대리하며 ‘가짜 주인’으로 살아가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는 대학뿐 아니라 그가 속했던 여러 공간에서 주체로 서지 못했다. 어느 누구도 호칭 뒤에 숨은 그가 누구인지 알려주지 않았고, 그 자신도 스스로 한 발 물러서서 실체를 마주하려 하지 않았다. 그는 대학에서 ‘중간자’이자 ‘경계인’이었다. 대학원생 조교로 학과사무실과 연구소에 있으면서, 시간강사로 강단에 서면서, 계속해서 경계를 넘나들었다. 경계에 서면 중심부나 주변부에서는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있다. 그것은 ‘균열’이다. 조직의 시스템이 가진 어느 균열이 희미하게나마 눈에 들어온다. 조금 더 중심부에 다가서서 그것을 곧 바로잡겠다고 마음먹지만 경계에서 멀어질수록 그 균열은 점차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마침내 경계를 완전히 벗어나고 나면 그 시스템이 완벽하다고 착각하게 된다.
이제는 주체로서의 감각을 회복하고 순응하는 몸에 반역해야 할 때다. 스스로 ‘대리인간’으로 살아왔음을 고백하고 자신의 욕망을 대리시켜 온 괴물에게 주체로서 맞서 싸워나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결국 한 걸음 뒤로 물러서야 한다. 밀려나기는 쉽지만 스스로 물러서기는 어렵다. 그것은 공간의 주체만이 할 수 있는 행위이며 절대로 패배가 아니다. 여전히 행동과 언어는 통제될지라도, 정의로움을 판단하고 타인을 주체로서 일으키는 힘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자신에게 강요되는 천박한 욕망을 거부할 용기를 얻는다. 그러고 나면 시스템의 균열이 보다 선명하게 보인다. 그 균열의 확장을 통해, 그동안 자신의 욕망을 대리시켜 온 대리사회의 괴물과 마주할 수 있다.
국민의 대리(대표)로 선출된 한 개인이 또 다른 누군가의 대리로 지내온 사실이 밝혀지면서 대한민국 전체가 좌절과 분노에 휩싸여 있다. 국정운영 전반에서 의료 처방에 이르기까지 그는 주체로서 사유하지 못하는 ‘대리인간’에 불과했다. 가장 높은 곳에 있으면서도 국민과 소통하지 않았던 그는 지금 대리사회의 괴물이 만든 공간에서 자신의 과거 행적을 숨기면서 스스로 물러서기를 거부하고 있다. 우리 모두는 삶의 경계에 있다. 다만, 한 걸음 물러설 용기를 가지면 된다. 대리인간으로 밀려날 것인지, 스스로 물러서고 다시 나아오는 주체가 될 것인지, 우리는/그는 선택해야만 한다

작가정보

저자(글) 김민섭

저자 김민섭은 1983년에 서울에서 태어났고 망원동에서 어린 시절을 거의 보냈다. 309동 1201호라는 가명으로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라는 책을 펴낸 이후, 2015년 12월에 대학에서 나왔다. 그 이전까지 대학 ? 대학원을 떠나 본 일이 없는 현대소설 연구자였다. 글이라고는 논문만 읽고 썼고 4년 동안은 글쓰기 교양 과목을 강의했다. 하지만 대학 바깥에 더욱 큰 강의실과 연구실이 있음을 알았고, 세상으로 걸어 나왔다. 이제는 ‘김민섭’이라는 본명으로 논문이 아닌 글을 쓴다.
저자는 대학에서 교수도 아니고 학생도 아닌, 어느 중간에 위치한 ‘경계인’이었다. 강의하고 연구하는 동안 그 어떤 사회적 안전망이 보장되지 않았고 재직증명서 발급 대상도 아니었다. 서류에 존재하지 않는 인간으로 8년 동안 존재했다. 그러한 중심부와 주변부의 경계를 넘나드는 이들에게 보이는 어느 균열이 있다. 그는 경계인으로서의 시선을 유지하면서 그 균열의 너머와 마주한다. 그렇게 작가이자 경계인으로서 계속 공부하고 노동하며, 글을 쓰고 싶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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