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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넘어서

정병설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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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4월 04일 출간

국내도서 : 2014년 03월 21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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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N 0102-2018-900-002749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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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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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넘어서: 순교자 이순이의 옥중편지]는 신유박해 때 참수당한 순교자 이순이가 감옥에서 어머니와 언니에게 보낸 편지로 살핀 인물 한국사이다. 조선의 천주교 수용과정은 독학을 통한 신앙 학습 및 대규모 박해와 순교, 그리고 고난을 이겨낸 성장을 겪었다. 저자는 이러한 모습을 교회의 울타리를 벗어나서 한국사와 한국문화에 관점에서 바라보고, 천주교인 이순이보다 한국인 이순이의 모습을 살피고 있다.
들어가는 말

1장 순교의 현장
| 더 살펴보기 | 전근대 일본 천주교와 순교

2장 옥중편지의 배경
| 더 살펴보기 | ‘박해자는 개자식’

3장 옥중편지 읽기
| 더 살펴보기 | 동정결혼과 옥중편지의 초대교회적 원형

4장 박해와 순교
| 더 살펴보기 | 한중일 천주교 수용사의 비교

맺음말
| 보론 | 파리외방전교회 성당에 걸린 그림
| 부록 1 | 옥중편지 원문
| 부록 2 | 『동국교우상교황서』 수록 「이순이」 조항

주석
참고 문헌
Abstract

새 종교가 만든 새 인간형
신유박해 순교자 이순이를 통해 본
인물 한국사

『한국천주교회사』에 기록된 이순이의 「옥중편지」는 신유박해 때 참수당한 이순이가 감옥에서 어머니와 두 언니에게 보낸 장문의 편지다. 순교자의 자기를 넘어선 숭고한 정신세계가 담겨 있는 이 글 속에서 저자는 조선 사회에 나타난 새로운 인간형을 발견한다. 천상을 지향하면서도 현실에서도 성실하고 감사할 줄 알며, 자기가 가진 것을 기꺼이 나눌 줄 아는 사람. 조선 후기 소설 외에, 주변ㆍ소외층의 문화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왕성한 집필과 강연 활동을 해 온 서울대 정병설 교수가 종교로서의 순교자가 아닌 역사 인물로서 이순이를 재조명한 『죽음을 넘어서: 이순이의 옥중편지』를 펴냈다. 저자는 편지의 배경을 각종 사료를 통해 밝혀내고, 이를 토대로 편지를 정밀하고 정확하게 해독한 다음 옥중편지의 의미를 재해석했다. 여기에 풍부한 사진들과 한중일 천주교 수용사 비교, 편지 원문 등 자료를 더하여 읽을거리를 풍성하게 담아냈다. 이 책을 통해, 교회는 주목하지 않았고 교회 밖은 무관심했던 인간 이순이가 주는 감동을 느낄 수 있다.

■ 조선인의 이상주의와 그 실천의 극단을 보여 주는 인물, 이순이

조선의 천주교 수용 과정은 다른 나라에서 볼 수 없는 특이한 현상을 보였다. 독학을 통한 신앙 학습과 대규모의 장기적인 박해와 순교, 그리고 그 고난을 이겨 낸 폭발적인 성장. 이런 조선의 특징적인 면모를 저자는 교회의 울타리를 벗어난 한국사와 한국 문화의 관점에서 바라본다. 이 책은 신유박해 때 죽은 순교자 이순이의 「옥중편지」를 주 대상으로 삼는다. 인간 이순이를 다루지만 천주교인으로서의 이순이보다는 한국인 이순이를 다룬다.
달레의 『한국천주교회사』는 19세기 조선에 온 프랑스 신부들이 조선의 맨 밑바닥까지 들어가 선교하면서 프랑스의 천주교회에게 보낸 보고와 편지에 기초하여 편찬된 역사서다. 조선에서는 감히 말할 수 없었던 반체제적인 내용도 가감 없이 들어가 있는 등 조선에서 나온 자료들의 한계를 크게 보완하는 소중한 사료로서 조선시대 문학을 공부하는 학생에게는 필독서다. 이순이의 옥중편지는 이 『한국천주교회사』에서 아주 중요하게 여겨진 자료다. 1801년 신유박해 때 전주에서 참수당한 이순이가 감옥에서 어머니와 두 언니에게 보낸 장문의 편지다. 이순이는 죽음을 목전에 두고 차분하고 담담하게 자신이 겪은 일을 적고 슬퍼할 친정 식구들을 위로하는 편지를 보냈다. 이 편지에는 순교자의 자기를 넘어선 숭고한 정신세계가 오롯이 담겨 있어 읽는 이의 마음을 크게 울린다. 그러나 저자는 조선시대 문학 전공자로서 조선 사회에 나타난 새로운 인간의 탄생에 더욱 주목했다. 현세를 넘어서서 천상을 지향하면서도, 천상으로 들어가기 위해 현실에서도 누구보다 성실했던 사람들, 어떤 경우에도 감사를 잊지 않았던 사람들. 이 새로운 인간에 대해 교회 밖의 학계는 온당하게 주목하지 않았다.
이순이의 옥중편지는 여러 차례 연구되고 해석되었지만 아직 제대로 풀지 못한 부분이 적지 않다. 이 책은 먼저 편지의 배경을 각종 사료를 통해 밝혀내고 이를 토대로 편지를 정밀하고 정확하게 해독한 다음 그 의미를 재해석했다.
1장 ‘순교의 현장’에서는 온갖 고문과 박해를 견뎌 내고 1801년 전주 숲정이에서 죽음을 의연히 맞아들인 이순이와 그 가족들의 사형 집행 현장을 생생하게 묘사했다. 2장에서는 이순이의 집안과 외가, 시댁 모두 천주교 집안으로서 박해와 순교를 당한 정황들을 다양한 자료들에 근거하여 서술했다. 3장에는 옥중편지를 정확하게 해석하여 실었으며 사료들에 근거한 주석들을 달아 이해를 도왔다.


■ 하느님 아래의 모든 사람이 같다
-소외층과 비판적인 지식인이 매혹된 진보적 사상

신유박해를 일단락 짓고 반포한 토역반교문에서 조선 정부는 천주교도의 성분을 이렇게 요약했다. “폐족, 서얼 등 뜻을 잃고 국가를 원망하는 무리를 규합하여, 잘나가는 세력에 붙어 무리를 키우고, 시정(市井)의 거간꾼과 농사꾼, 여자까지 불러 모았다.” 이 중 특히 한때는 양반이었던 폐족에게는 기존의 이념과 현실의 모순을 비판하면서 등장한 이 신흥 사상이 매력적일 수밖에 없었다. 이들은 기득권을 가진 핵심 세력과 어느 정도 비판적 거리를 두고 있는 일부 비판적 지식인들과 무리를 이루었다. 대표적 인물로 정약용을 들 수 있다. 천주교에는 하느님 아래의 모든 사람이 같다는 평등 관념이 있다. 소외층과 비판적인 지식인이 천주교에 매혹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천주교는 새로운 교리일 뿐만 아니라 진보적 사상이었다. 유교에 기초한 철저한 세습적 신분 사회에서 구성원들은 자존감을 갖기 어려웠다. 반면 천주교는 인간의 근본적 평등성을 투철히 인식하고 신앙공동체 내에서 철저히 실천했다. 중인 출신의 최창현이 양반들을 물리치고 총회장이 되었고, 백정이 천주교 공동체 내에서 양반과 한 방에 머무르기도 했다. 이렇게 평등에 기초한 진보적 사상은 소외 계층과 비판적 지식인을 끌어들였고, 천주교 신앙의 새로운 세계를 경험한 사람들은 혹독한 박해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지닌 신앙의 끈을 놓지 못했다. 그것이 박해를 이기고 기독교가 널리 퍼진 근본 동력이 되었다.

-이순이-유중철 부부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실천
이순이의 시집은 대부호로 천주교 전교여부를 떠나 약하고 가난한 이웃에 베푸는 집이었다. ?사학징의?를 보면 신유박해 때 처벌된 사람 중에 유항검 집안의 마름만도 네 명이다. 처벌받은 마름만 이 정도면 실제로 얼마나 많은 마름이 집안의 전답을 관리했는지 알 수 없다. 그런데 이순이는 옥중편지에서 남편 유중철과 ‘아버지가 가산을 물려주는 날이 오면 재산을 서너 등분을 하여 가난한 사람을 도와주고, 또 막내 동생에게 후히 주어 부모님을 부탁하자’고 약속했다. 재산의 3분의 1 또는 4분의 1을 가난한 사람에게 주자는 계획을 세울 정도로 나눔과 베풂을 실천했던 것이다. 조선 역사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풍경이다. 부호가 계획을 세워 자기 재산을 세상에 환원하고 스스로는 자기가 평소 계획한 사업을 하겠다는 것은 일찍이 볼 수 없었던 조선인의 모습이었다.


■ 조선은 새로운 종교, 가치, 신념을 스스로 찾아 믿은 유일한 나라
-이상에 대한 열망과 그것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다

니체는 “순교자는 진리에 해를 입혔다.”라고 했다. “자기가 참이라고 간주하는 것을 세상에 대놓고 말해 대는 순교자의 어조에는 저급한 지적 성실성과 진리 문제에 대한 둔감함이 이미 표현되고 있다.”라고도 했다. 순교자를 이성적인 사유를 하지 못하는 맹목적인 인간으로 본 것이다.
맹목과 절대 복종의 순교 정신은 박해기에는 희생으로 나타나지만 교회가 권력을 얻게 되면 공격성으로 바뀔 수 있다. 자살 폭탄은 그 작은 권력이 나타난 결과이고, 대규모의 집단적 공격은 십자군 원정에서 볼 수 있다. 숭고하기만 한 것 같은 순교의 정신도 일면 포르노그래피처럼 자극적인 것으로 비칠 수도 있다. 그러나 순교를 바라보는 시각이 단일할 수만은 없다. 이 책은 순교의 길을 따를 것인가를 문제 삼지 않는다. 이순이라는 새로운 인간의 탄생에 주목할 뿐이다. 이순이와 같은 인간은 한반도에서는 일찍이 찾아볼 수 없는 인간형이었다. 그리고 그런 인간이 쓴 글은 종전과는 다른 차원의 미의식을 보여 주었다. 이순이는 문학사적으로도 새로운 사유와 표현의 세계를 열었다.
이 세상과 저세상을 나누어 저세상을 향해 가자는 생각은 불교도 보여 주었지만, 불교는 현실 세계에 집착하지 않았다. 반면 천주교는 하느님을 위해 열심히 현재를 살아가지만 언제라도 현실을 버릴 수 있게 준비를 했다. 또 충효의 덕목을 위해 육체적 고통을 기꺼이 감내하는 충신과 효자가 있었지만, 고통과 고난 속에서 기뻐하고 감사하는 이순이와 같은 그런 인간은 일찍이 없었다. 더욱이 이순이처럼 두 번씩이나 육체를 이긴 사람은 없었다. 이순이는 인간의 자연스러운 욕망인 성욕을 이기며 동정을 지켰고, 다시 목숨을 버리고 순교했다.
이순이는 욕망을 초극한 정신세계를 지키기 위해 자기의 목숨을 바쳤다. 조선의 천주교 신자들은 자신들이 스스로 찾아서 천주교를 믿게 된 현실을 자랑스러워했다. 1811년 조선 신자들은 교황에게 보낸 편지에서 “선교사가 전한 것이

작가정보

저자(글) 정병설

저자 정병설은 서울대 국문과 교수. 주로 조선시대의 주변부 문화를 탐구했다. 저서로 『나는 기생이다? 소수록 읽기』, 『구운몽도?그림으로 읽는 구운몽』, 『조선의 음담패설?기이재상담 읽기』, 『권력과 인간?사도세자의 죽음과 조선 왕실』이 있고, 『한중록』과 『구운몽』의 번역서를 출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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