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지는 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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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일 정보 ePUB (5.37MB)
- ISBN 9788937473562
- 쪽수 20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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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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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 모를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뒤덮는다. 감염된 사람들은 삽시간에 죽어 가고, 살아남은 이들은 안전한 곳을 찾아 끝 모르는 여정을 떠난다.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동생 미소를 지키며 맨몸으로 러시아를 걸어 온 도리는 밤을 보내기 위해 머물던 어느 마을에서 일가친척과 함께 탑차를 타고 세계를 떠돌던 지나와 만나게 되는데…….
해가 지는 곳으로 15
에필로그 173
작가의 말 191
작품 해설 | 전소영(문학평론가) 193
비로소 사랑하는 자들의 모든 노래가 깨어나면
죽는 순간 나는 미소에게 무슨 부탁을 할 수 있을까. 사랑해. 사랑을 부탁할 것이다. 내 사랑을 부탁받은 미소는 어떻게든 살아남을 것이다. 사랑을 품고 세상의 끝까지 돌진할 것이다.
―17~18쪽
우리는 어디로 가?
우리는…… 여름을 찾아서.
여름은 어디에 있는데?
나는 손가락으로 태양을 가리켰다.
저기, 해가 지는 곳에.
미소는 혀로 사탕을 굴리며 내 손을 꼭 잡았다.
―24쪽
불행이 바라는 건 내가 나를 홀대하는 거야. 내가 나를 하찮게 여기고 망가트리는 거지. 난 절대 이 재앙을 닮아 가진 않을 거야. 재앙이 원하는 대로 살진 않을 거야.
―55쪽
“사랑을 품고 세상의 끝까지 돌진할 것이다.”
재앙이 덮치지 못한 단 하나의 마음.
멸망하는 세계에서 고요하게 살아남은 사랑.
한겨레문학상, 신동엽문학상 수상 작가 최진영의 다섯 번째 장편소설이 민음사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로 출간되었다. 데뷔 이래 최진영은 특유의 박력 있는 서사와 긴 여운을 남기는 서정으로 ‘사랑하는 존재’로서의 인간을 꾸준히 그려 냈다. 신작 『해가 지는 곳으로』는 최진영이 최초로 선보이는 아포칼립스 소설이다. 정체 모를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뒤덮은 혼란의 시기. 감염된 사람들은 삽시간에 죽어 가고, 살아남은 이들은 안전한 곳을 찾아 끝 모르는 여정을 떠난다.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동생 미소를 지키며 맨몸으로 러시아를 걸어 온 도리는 밤을 보내기 위해 머물던 어느 마을에서 일가친척과 함께 탑차를 타고 세계를 떠돌던 지나와 만나게 되는데……. 타인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하고, 모든 감정이 죽어 버렸다고 생각한 세계에 나직하게 울리는 사랑의 전조. 재앙의 한복판에서도 꺼지지 않는 두 여자의 로맨스가 시작된다.
■Love wins, 도리와 지나
“지나처럼 웃고 싶다고 생각하다가 나도 모르게 입을 맞췄다. 차갑고 따뜻했다. 거칠고 부드러웠다. 추위도 허기도 불행도 재앙도 모두 우리의 키스에 놀라 자취를 감춰 버렸다.”
재난이 가져다준 단 하나의 선물 같은 만남. 도리와 지나는 아주 조심히 그 사랑을 정의해 나간다. 일상이 송두리째 삭제된 폐허 속에서 피어난 사랑은 “우리만의 이야기를 새로 쌓을” 기회일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이들이 믿는 희망은 바이러스를 피할 완벽하게 안전한 벙커가 아닌, 불행에 지지 않고 살아가는 현재다. 이 사랑의 목표는 과거의 상처에 붙들리지 않고 미래의 불안에 잡아먹히지 않는 것이다. 이 사랑의 다짐은 지금 눈앞에 있는 서로의 얼굴을 똑바로 보겠다는 견고한 약속이다.
■가난한 일상에 사랑을 미뤘던, 류와 단
“한국에서는 그러지 못했다. 소중한 사람을 미뤘다. 내일이 있으니까. 다음에 하면 되니까. 기나긴 미래가 있다고 믿었으니까. 이제 그럴 수 없다. (……) 미루는 삶은 끝났다. 사랑한다고 말해야 한다.”
재난 이전, 류와 단의 일상은 오로지 관성에 의해 돌아갔다. 삶에 꼭 필요한 돈을 버느라 대화를, 포옹을, 칭찬과 감사를 잊었다. 재난 이후, 그들은 사랑하는 딸 해림을 잃고 애도의 기회를 박탈당한 채 한국을 떠나야만 했다. 일상이 무너지고 권태의 고리가 끊기자 류는 비로소 미뤘던 사랑을 돌이켜 본다. 방향도 목적도 없이 내내 달리던 자동차가 멈춘 어느 날, 류는 단에게 결혼 생활 내내 한 번도 하지 않았던 이야기를 꺼낸다.
■재난 이전의 한국에서는 꿈이 없던, 건지
“살면서 단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면 난 언제나 권지나. 지나에게 가는 길이라고 생각하면 어떤 경우에도 힘이 났다. 내겐 꿈이 있고 그 꿈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건지에게는 한국에서의 일상도 생존이었다. 집에는 엄마와 건지를 때리는 아버지가, 학교에는 건지를 때리는 동급생들이 있었다. 바이러스가 창궐한 마을에서 떠나지 않고 그대로 죽겠다고 마음먹은 건지를 탑차에 태운 사람은 지나였다. 지나의 손에 이끌려 피난길에 오른 건지는 1년 내내 따뜻한 바다를 꿈꾼다. 그곳에서 물고기를 잡고 나무 열매를 따며 사랑하는 사람과 살아가는 것이다. 재난 이후, 처음으로 마음속에 소중한 꿈을 품은 건지는 따뜻한 바다에 도착할 수 있을까.
작가정보
작가의 말
언젠가 인류가 멸망하고 인간이 만들어 낸 모든 것이 한 줌 재로 돌아갈 그날에도 사람들은, 당신은, 우리는 사랑을 할 것이다. 아주 많은 이들이 남긴 사랑의 말은 고요해진 지구를 유령처럼 바람처럼 떠돌 것이다. 사랑은 남는다. 사라지고 사라져도 여기 있을 우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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