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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의 방·3기니

세계문학전집 130
버지니아 울프 지음 | 이미애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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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09월 27일 출간

국내도서 : 2008년 09월 19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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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7.98MB)
ECN 0111-2018-800-002747786
쪽수 49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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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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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여성문학 비평을 만난다!
“나는 그저 다른 무엇이 아닌 자기 자신이 되는 것이 훨씬 중요한 일이라고 간단하게 그리고 단조롭게 중얼거릴 뿐입니다.”

20세기 페미니즘 비평의 선구자 버지니아 울프
여성 작가들을 다룬 최초의 문학사, 여성 문학 비평의 정전(正典), 「자기만의 방」
페미니즘 비평을 넘어선 진지한 문명 비판과 총체적 대안의 발견, 「3기니」

▶「자기만의 방」에서 버지니아 울프는 논리만큼 풍부한 상상력으로, 해박한 만큼이나 위트있게, 그야말로 진정한 소설가의 능력을 발휘하며 성(性)을 논한다. - 《뉴욕 타임스》

▶「3기니」에서 버지니아 울프는 하나의 바다로 이르는 두 개의 생각을 따른다. 그것이 다다른 바다는 우리 중 누구도 알지 못했던 더 낫고 더 건전하며 더 안전한 인간 문명이다. - 《뉴욕 타임스》
자기만의 방 7
3기니 173

작품 해설 449
작가 연보 477

「자기만의 방」

서두를 필요가 없습니다. 재치를 번뜩일 필요도 없지요. 자기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 되려고 할 필요도 없고요. 우리 모두 천국으로 갈 것이고, 반 다이크도 우리와 함께 있으니까요. (21쪽)

이 세상의 어떤 무력도 나에게서 500파운드를 빼앗을 수 없습니다. 음식과 집, 의복은 이제 영원히 나의 것입니다. 그러므로 노력과 노동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증오심과 쓰라림도 끝나게 됩니다. 나는 누구도 미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아무도 나에게 해를 끼칠 수 없으니까요. 또 누구에게도 아부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가 나에게 줄 것이 없기 때문이지요. 이렇게 하여 나는 스스로 인류의 다른 절반에 대해 아주 미세하나마 새로운 태도를 취하게 되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60쪽)

게다가 책이란 문장들을 이어 붙여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미지를 빌리자면, 아치나 둥근 지붕으로 지어진 것입니다. 이러한 형체도 자신들이 사용하기 위해서 그들 자신의 필요에 따라 남성들이 만들어 온 것이지요. 문장이 여성에게 적합하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로, 서사시나 시극 형식 또한 여성에게 적합하리라고 생각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러나 여성이 작가가 될 무렵 옛 문학 형식들은 모두 이미 굳어지고 결정된 형태였습니다. 소설만이 그녀가 다룰 수 있을 정도로 유연하고 새로운 것이었지요. 이것이 아마 여성이 소설을 쓰게 된 또 다른 이유일 것입니다. 그러나 심지어 “소설”(이 단어가 부적절하다는 나의 느낌을 표현하기 위해서 인용 부호를 썼습니다.)이, 모든 형식들 가운데 가장 유연한 이 형식이 여성이 사용하기에 적합한 형태를 가지고 있다고 어느 누가 감히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요? 여성이 자유로이 팔다리를 사용할 수 있게 되면 틀림없이 그녀는 그것을 부수고 새로운 형태를 만들 것이며 반드시 운문이 아니더라도 자기 내면의 시를 전달할 새로운 수단을 제공할 것입니다. (118쪽)

지적 자유는 물질적인 것들에 달려 있습니다. 시는 지적 자유에 달려 있지요. 그리고 여성은 그저 200년 동안이 아니라 역사가 시작된 이래로 언제나 가난했습니다. 여성은 아테네 노예의 아들보다도 지적 자유가 없었습니다. 그러니 여성에게는 시를 쓸 수 있는 일말의 기회도 없었던 거지요. 이러한 이유로 나는 돈과 자기만의 방을 그토록 강조한 것입니다. (163쪽)

그러므로 나는 여러분에게 아무리 사소하고 아무리 광범위한 주제라도 망설이지 말고 어떤 종류의 책이라도 쓰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여행하고 빈둥거리며 세계의 미래와 과거를 성찰하고 책을 읽고 공상에 잠기며 길거리를 배회하고 사고의 낚싯줄을 강 속에 깊이 담글 수 있기에 여러분 스스로 충분한 돈을 소유하게 되기 바랍니다. (164쪽)

「3기니」

그녀는 사적인 가정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옛 세계와 새 세계 사이에 놓인 다리 위에 서서 그 신성한 동전을 손으로 빙빙 돌리며 묻습니다. “이걸 가지고 무엇을 할까? 이것으로 볼 수 있는 게 무엇일까?” 그 빛을 통하면, 눈에 보이는 것들 - 남자와 여자, 차와 교회 - 이 모두 다르게 보였습니다. 실상 잊혀진 분화구들의 흉터가 남아 있는 달조차 그녀에게는 흰 6펜스짜리 동전으로 보였습니다. (196~197쪽)

예배당을 짓지 마십시오. 사슬에 매달린 책과 초판본을 유리 상자 속에 보관하는 박물관과 도서관을 만들지 마십시오. 그림들과 책들을 항상 새로운 것으로 바꿀 수 있도록 하십시오. 각 세대마다 자신의 손으로 직접 값싸게 새로 장식하도록 하십시오. (224쪽)

“이 기니를 가지고 대학을 태워 버리십시오. 예전의 가설들을 불태우십시오. 타오르는 건물의 불길이 나이팅게일을 겁주고 버드나무를 붉게 물들이도록 하십시오. 교육받은 남성의 딸들이 불길 주위에서 춤을 추며 그 불꽃에 시든 나뭇잎을 한 아름씩 던지도록 하십시오. 그들의 어머니들이 창문에서 내려다보며 소리치게 하십시오. ‘타올라라! 타올라! 우리는 이 ‘교육’을 끝장내 버렸으니까!’” (228쪽)

일단 작가들이 쓰고 싶은 것을 쓸 기회를 얻으면, 그것이 훨씬 더 즐겁다는 것을 알게 되어서 다른 조건에서는 글쓰기를 거부하리라는 사실을 누가 의심할 수 있겠습니까? 또한 작가들이 즐겁게 쓴 것을 독자들이 일단 읽을 기회를 얻으면, 그것이 돈을 위해 쓴 것보다 훨씬 더 풍부한 자양분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더 이상 흔해 빠진 대체물로 속아 넘어가기를 용납하지 않으리라는 사실 역시 누가 의심할 수 있겠습니까? 그리하여, 과거의 노예들이 돌을 쌓아 피라미드를 만들었듯이, 지금 단어를 쌓아 책을 만들고 단어를 쌓아 기사를 만드는 작업에 얽매여 옴짝달싹 못 하는 노예들은 손목의 수갑을 떨쳐 내고 혐오스러운 노동을 그만둘 것입니다. (328쪽)

버지니아 울프는 당대 여성들이 처한 현실을 명확하게 인식하는 데서 출발해 ‘의식의 흐름 기법’이라고 불리는 모더니즘 스타일의 글쓰기를 통해 내면에 솟아나는 질문들을 자유롭게 탐구하고 그 안에서 삶의 리얼리티를 발견했던 작가다. 울프의 에세이는 자유와 권력, 정치와 예술, 남성과 여성에 대한 다각도의 대화를 지속적으로 이끌어 내며 새로운 해석을 향해 나아가도록 열려 있다. 현재 미국 문단에서 가장 많은 연구되는 작가 중 한 명이자 20세기 페미니즘 비평의 선구자인 울프의 대표작 「자기만의 방」과 「3기니」를 함께 묶었다. 울프는 이 두 글에서 가부장제와 성적 불평등에 예리한 공격을 가하고 있다. 1929년 발표된 「자기만의 방」은 여성의, 그중에서도 특히 여성 작가들의 지적 종속에 대해 재치 있으면서도 점잖으며 설득력 있는 논쟁을 펼치고 있다. 그 후속편으로 구상되어 1938년에 출간된 「3기니」는 열정적이고 훨씬 더 논쟁적인 방식으로 빅토리아 시대의 전제적인 가부장제의 위선과 파시즘의 폐해를 놀라울 만큼 날카롭게 파헤치며 비교하고 있다.

■ 여성 작가들을 다룬 최초의 문학사, 성을 중심으로 문학적 유산을 논의한 최초의 이론서

케임브리지 대학교 내 여자 대학인 거턴과 뉴넘에서의 강연을 위해 ‘여성과 픽션’을 주제로 글을 쓰기 시작한 울프는 강연 발표문의 내용을 발전시켜「자기만의 방」에서 제인 오스틴, 조지 엘리엇, 에밀리 브론테 등 여성 작가들의 작품들을 고찰하고, 그들이 제한된 경험과 인습적 통제로 뒤틀린 작품을 쓸 수밖에 없었던 현실을 발견한다. 그것은 여성 작가들을 문학사 안에 위치시킨 최초의 시도이자 성을 중심으로 문학적 유산을 논의한 최초의 이론서라는 역사적 의의를 넘어 여러 페미니즘 비평의 다양한 관심사를 아우르는 여성 문학 비평의 정전이 되었다.
「3기니」는 아웃사이더로서 여성의 위상, 소유욕과 경쟁을 부채질하는 대학 교육과 전문직, 여성 억압과 자본주의적, 제국주의적 기획 및 전쟁과의 관련성, 가부장제 사회의 문명 결핍 등을 본격적으로 다루면서 가부장제 문화에 대한 대안 제시로 이어진다. 이미 「자기만의 방」에서 하나의 성이 지배하는 문화가 얼마나 자아를 억압하는지를 폭로하며 양성이 고루 조화를 이룬 문명의 도래를 희망했던 울프는 「3기니」에서 여성을 소외시켰던 역사가 도리어 여성들의 정치적, 문화적 정체성을 확립해 주었다고 주장한다. 소외되고 억압되었던 아웃사이더들이 파시즘과 전쟁에 대립하는 정신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 자유의 문을 열 수 있는 두 가지 열쇠. 고정적인 소득과 자기만의 방

버지니아 울프는 묻는다. 왜 언제나 남성들만이 권력과 부와 명성을 가지는가. 여성은 아이들 말고는 가진 것이 없는데. 그리고 주장한다. 만약 여성이 자유의 문을 열 수 있는 두 가지 열쇠만 찾을 수 있다면 미래에는 여성 셰익스피어가 나올 수 있으리라. 그 두 개의 열쇠는 바로 고정적인 소득과 자기만의 방이다. 「자기만의 방」은 강연 주제인 ‘여성과 픽션’의 의미에 대한 고찰로 시작한다. 여기서 울프는 ‘픽션’이라는 개념을 여성이 어떠한 존재인가, 여성이 쓴 픽션, 그리고 여성에 관해 쓰인 픽션으로 분류하고, 이후의 각 장에서 이 세 가지 개념의 역사적 의미를 고찰하며 성과 글쓰기에 관한 사유를 발전시킨다.
하지만 글의 초반부터 울프는 여성이 글을 쓰기 위해서는 돈과 자기만의 방, 즉 독자적인 수입과 독립적인 공간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제시하고 있으며, 전체적으로 이 에세이는 그 결론에 이르게 된 사고의 궤적을 구체적으로 드러내 보임으로써 독자들이 상상의 경험에 동참하도록 유도한다. 울프는 19세기 말에 세워진 여자 대학의 정찬이 중세에 설립된 남자 대학의 오찬에 비해 너무나 보잘것없음을 들어, 그 풍요와 빈곤의 차이가 부의 불공평한 분배를 상징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대학이 여성을 배제해 온 역사적 사실과 맞물려 여성이 고등교육의 혜택에서 얼마나 오래 배제되어 왔는가를 단적으로 보여 준다. 바로 여기에서 울프는 여성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기 위한 물적 토대가 얼마나 취약하기 짝이 없는가를 지적하며, 이 글 전체의 결론, 즉 여성이 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고정적인 소득과 자기만의 방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먼저 내놓으며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 양성이 조화를 이룬 인간적인 시대에 대한 갈망

울프는 여성이란 어떤 존재인가라는 물음의 답을 찾기 위해 대영박물관을 찾지만, 거기서 발견한 것은 “여성이 아니라는 사실 이외에는 아무런 자격도 없는” 남성들이 여성에 관해 무수히 많은 책을 썼다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더욱 놀랍게도 그 남성들이 여성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남성의 활동은 여성을 열등한 존재로 치부함으로써 얻은 자신감에 기반을 두고 있음을 발견한다.

어느 성에게나 삶은 힘들고 어려운 영속적인 투쟁입니다. 그것은 어마어마한 용기와 힘을 요구합니다. 그리고 우리같이 환상을 지닌 피조물에겐 그것은 아마 다른 무엇보다도 자기 자신에 대한 자신감을 필요로 할 겁니다. 자신감이 없다면 우리는 요람에 누운 아기와 마찬가지이지요. 이 측정할 수 없이 가벼운, 그러나 무한한 가치가 있는 자질을 어떻게 해야 가장 신속하게 획득할 수 있을까요? 다른 사람들이 자신보다 열등하다고 생각함으로써 가능하겠지요. (…) 여성은 지금까지 수세기 동안 남성의 모습을 실제 크기의 두 배로 확대 반사하는 유쾌한 마력을 지닌 거울 노릇을 해 왔습니다. (55~56쪽)

여성이 “어떤 교육을 받았는지, 글 쓰는 법을 배웠는지, 자기만의 방이 있었는지, 스물한 살이 되기 전에 아이를 낳은 여자는 얼마나 되었는지, 간단히 말해 그들이 아침 8시부터 밤 8시까지 무엇을 했는지”를 알기 위해 책들을 뒤지지만, 어디서도 그에 대한 기록을 찾지 못한다. 그리하여 결국 셰익스피어에게 주디스라는 누이가 있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지를 상상으로 구성하기에 이른다. 그 상상 속에서 주디스는 글을 쓸 재능이 있었음에도 단 한 줄의 글도 쓰지 못한 채 젊어서 죽어 코끼리 동물원 맞은편의 버스정류장에 묻힌다. 이러한 상황은 19세기에 이르러서도 마찬가지였다. 제인 오스틴과 에밀리 브론테를 제외하면 19세기의 여성 작가들도 문 안에 갇혀 분노와 경련으로 뒤틀린 작품을 쓸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한편으로는 지배적인 남성적 가치에 순응함으로써, 다른 한편으로는 여성 글쓰기의 전통이 부재한 상황에서 그들의 작품은 결함을 지닐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울프는 “자신이 여성이라는 사실을 잊어버린 여성으로서” 글을 써야 분노와 항의로 얼룩지지 않은 글쓰기가 가능하리라는 희망을 내놓는다. 이는 두 성이 화합해야 한다는 즉, 남성성과 여성성이 융합된 양성적 마음을 가질 때라야 비로소 마음의 온 기능을 온전히 발휘할 수 있다는 주장으로 이어진다. 그것은 여성 안의 남성성을, 그리고 남성 안의 여성성을 억압하지 않은 ‘자신’을 찾는 것과 같으며, 이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것이다.

나는 그저 다른 무엇이 아닌 자기 자신이 되는 것이 훨씬 중요한 일이라고 간단하게 그리고 단조롭게 중얼거릴 뿐입니다.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겠다는 생각은 꿈도 꾸지 마시오, 하고 나는 말할 겁니다. 그 말을 고귀하게 들리게끔 표현할 수 있다면 말이지요. 오로지 사물을 그 자체로 생각하십시오. (167쪽)

■ 「3기니」, 페미니즘 비평을 넘어선 진지한 문명 비판
「3기니」는 전쟁을 방지하고 “문화와 지적 자유를 수호하기 위한” 방법을 문의한 변호사의 편지와 여자 대학 재건 기금을 요청하는 편지, 여성의 전문직 진출을 원조하려는 협회의 기금 요청 편지에 답변하는 세 겹의 편지로 구성되어 있다. 일견 서로 무관한 듯 보이는 이 세 가지 사안이 실은 평화의 증진이라는 대의에 긴밀히 연결되어 있음을 밝히면서 울프는 세 단체에 각각 1기니씩 보내기로 결정한다. 「3기니」는 바로 이러한 결정에 이르는 과정을 기술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울프는 평화라는 대의를 위해서는 여성의 고등교육과 전문직 진출이 필수적인 전제 조건임을 역설한다.
가부장제와 제국주의 및 파시즘은 그 바탕에 여성에 대한 억압을 깔고 있다는 점에서 논리적으로 일맥상통한다. 가부장적인 대학 문화는 남성을 자기 권리에 대단히 민감하고 자신의 특권을 남들과 나누지 않으려는 배타적 인간, 더욱이 그 권리가 침해되었을 때 무력을 사용하기를 주저하지 않는 인간으로 만들었고, 이는 경쟁적이고 호전적이며 비타협적인 문화를 유포했다. 따라서 울프는 사회의 아웃사이더였던 여성을 대학 안에 진입시켜 대안적인 교육을 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기니를 가지고 대학을 태워 버리십시오. 예전의 가설들을 불태우십시오. 타오르는 건물의 불길이 나이팅게일을 겁주고 버드나무를 붉게 물들이도록 하십시오. 교육받은 남성의 딸들이 불길 주위에서 춤을 추며 그 불꽃에 시든 나뭇잎을 한 아름씩 던지도록 하십시오. 그들의 어머니들이 창문에서 내려다보며 소리치게 하십시오. ‘타올라라! 타올라! 우리는 이 ‘교육’을 끝장내 버렸으니까!’” (228쪽)

또한 나날의 일상에서 가부장주의와 파시즘으로 대표되는 독재에 저항해 온 전문직 여성들의 모습을 들며, 여성의 전문직 진출을 지원해야 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그러나 「자기만의 방」에서와 마찬가지로, 이러한 주장들은 남성과 여성의 대결 국면을 조장하자는 것이 아니라 ‘인간 정신이 경계를 넘어서 다양성으로부터 통합성을 만들 수 있는’ 시대를 지향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 글에서 울프가 제기하는 문제들은 단지 여성의 권리 문제에 머물지 않고, 가부장적 가치와 자본주의 및 파시즘을 비롯한 문명에 대한 비판으로 읽을 수 있으며, 인간 삶의 내적, 외적 세계를 아우르는 하나의 세계, 하나의 생명을 발견하는 총체적 비전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북 트레일러

작가정보

저자 버지니아 울프는 빅토리아 시대 풍의 관습, 자유주의와 지성이 적절하게 혼합된 단란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녀의 아버지 레슬리 스티븐 경은 빅토리아 시대의 저명한 평론가이며 편집자였다. 그녀는 아버지 스티븐 경에게 글을 감성적으로 읽는 법과 감상하는 법을 배웠으며, 아버지의 방대한 서재에 마음대로 드나들면서 아버지의 손님들인 당대 일류 문사들의 대화에서 지적인 자극을 받아 일찍부터 작가가 되겠다는 결심을 했었다. 부모가 죽은 뒤 남동생을 중심으로, 케임브리지 출신의 학자ㆍ문인ㆍ비평가들이 그녀의 집에 모여 '블룸즈버리그룹(Bloomsbury Group)'이라는 지적(知的)집단을 만들었으며, 1905년부터는 〈타임스〉지 등에 문예비평을 써 왔다. 그녀는 1912년 정치평론가인 'L.S.울프'와 결혼한 후 1913년 '항해'를 발표하면서 본격적인 창작활동을 시작해 '등대로', '자기만의 방', '델러웨이 부인', '파도'등 꾸준한 문학 활동으로 소설가이면서 비평가로서 명성을 얻는다. 부군 레오나드 울프와 함께 로가드 출판사를 설립하여 금세기 가장 주목받는 문예활동을 벌이기도 했던 그녀는 1941년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역자 이미애는 서울대학교 영문학과에서 현대 영미소설을 전공하여 박사학위를 받았고 현재 서울대 언어교육원 연구원으로 재직하고 있다. 논문으로는 「What Makes Us Read Jane Austen?」, 「메타 픽션과 역사적 상상력」, 「콘라드 소설에 나타난 이념의 문제」 등이 있으며, 역서로는 J. R. R. 톨킨의 『반지 전쟁』(공역), 『호빗』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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