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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다른 아버지

이주란 소설
이주란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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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1월 24일 출간

종이책 : 2017년 09월 22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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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상품 정보
파일 정보 epub (5.02MB)
ISBN 9788937434549
쪽수 27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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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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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하나에 뭘 했더라? 남자에게 차여 식음을 전폐한 뒤 말라 가고 있었던 기억이 난다. 나쁘지 않았군.”
능청스러운 입담 속 서늘한 통찰로 새로운 가족 서사를 쓰는 이주란의 첫 번째 소설집. 2012년 《세계의 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한 소설가 이주란의 첫 소설집 『모두 다른 아버지』가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이주란은 도시의 외곽에서 살아가는 빈곤한 사람들의 삶을 낙담과 자학이 섞인 넉살로 재현해 왔다. “구질구질한 이야기를 신세 한탄이 아닌 뻔뻔스러운 농담으로 승화시킬 줄 아는 능청스러움이 믿음직스럽다.”는 평가로 문단에 존재감을 드러낸 이주란의 첫 소설집은 웃음과 씁쓸함이 수시로 교차된다. 찰리 채플린에게 삶이 ‘가까이서 보면 비극, 멀리서 보면 희극’이었다면, 이주란에게 삶은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곳에서 포착된 희극과 비극의 뒤섞임이다. 쓴웃음이라고 말할 수 있는 이주란만의 오묘한 비감이 소설집의 유머러스한 핍진성을 완성시킨다.
윤희의 휴일
모두 다른 아버지
에듀케이션
누나에 따르면
선물
몇 개의 선
우리가 이렇게 함께
참고인

작가의 말
작품 해설
차갑고 치열한 심정으로 _ 백지은(문학평론가)

나는 엄마가 아니다.
윤희는 자신이 나약하다고 생각하면서 그러나 달라질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다른 삶들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윤희의 삶은 괴롭다거나 힘든 것이라기보다 버거운 채로 견디는 삶이었다. 앞으로 더 안 좋아질 일만 남아 있다는 비관적인 생각조차 윤희는 하지 못했고 그저 하루하루 버티고 있었다.
그녀는 더욱 성실히 살아 보려 노력해야 했을까?
―「윤희의 휴일」

나는 아버지에게 양말을 던져 두지 말고 세탁기 안에 넣으라고 했다가 맞은 적이 있고 김대중보단 김영삼이 더 잘생기지 않았느냐고 했다가 맞은 적이 있다. 열 살도 안 된 나를…… 아버지는 왜 우리 집 가족들만 팼을까?
―「모두 다른 아버지」

나는 불우한 환경에서 평범하게 자랐다. 나만큼 불우한 것은 너무나도 흔한 일이어서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부유하고 화목하게 지낸 사람들도 내 마음을 다 안다고 말하곤 한다. 나는 어릴 적에 그년들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었다. 어디 가서 한순간이라도 진짜 위로라는 것을 받으려면 내가 살아온 삶보다 몇 배는 더 불우해야 했을 것이다.
―「몇 개의 선」

얼마 전에 나는 서른한 살이 되었는데 그냥 스물한 살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다. 나이에 맞는 행동을 해야 하는 게 아니라 행동에 맞게 나이를 정했으면 좋겠다. 나는 뭐 하나도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예를 들어 내가 뭘 써야 할지 몰라 고민하다가 그에게,
오빠 얘기도 조금 들어가.
라고 말하자 그는 그러지 말라고 했다. 그러자 나는 오직 그의 이야기만을 써야지 하고 결심했다.
―「참고인」

■이주란식 업둥이의 탄생
[모두 다른 아버지]의 주요 모티프는 가족으로, 이주란의 가족 서사는 다양한 방식으로 ‘가족’을 무너트린다. 그 무너짐의 시작에 “모두 다른 아버지”들이 있다. 이주란 소설에 등장하는 아버지들은 ‘나’와 이복형제들에게 모두 똑같은 이름을 지어 주거나, 편의점 직원에게 폭력을 휘둘러 한쪽 눈이나 멀게 한다. 이 문제 많은 아버지들은 징그러우면서도 우스꽝스럽고 두려우면서도 한심하다. 이주란 특유의 입담으로 희화화되는 아버지라는 대상은 더 이상 어떤 권위도 지니지 못한다. 가부장 중심의 전통적인 가족의 연결 고리는 아버지의 몰락을 통해 느슨해진다.
그 틈을 뚫고 이주란식의 ‘업둥이들’이 탄생한다. 이 업둥이들은 부모라는 성역을 무력화하며 자신의 근원을 부정하지만, 동시에 자신과 같은 부모에게서 태어나 함께 고통받은 자매(형제)만은 가족으로 인정하는 이중성을 보인다. 이주란의 소설 속 인물들을 가족으로 연결시키는 것은 몸속에 흐르는 피가 아니다. 가족 구성원으로부터 받은 고통에 대한 공통된 경험이다. 혈연이라는 질긴 믿음을 허상으로 만들면서 무너트린 가족의 자리에는 고통으로 새롭게 형성되는 가족이 있다.

■나의 것이 아닌 삶을 살아가기
이주란의 소설은 농담과 거리 두기로 삶을 견디는 사람들을 보여 준다. 소설 속 등장인물들은 마치 타인의 인생에 촌평을 더하는 것처럼 “내 인생은 내 인생이 아닌 것 같다”고 서슴없이 말한다. 그들은 인생이 ‘나’의 소유가 아니니 이대로 가난하고 지질하게 살거나, 삶을 포기해도 된다는 듯이 무기력하게 군다. 이때 소설 속 인물들이 내비치는 무기력함은 희망에 속지 않고 불행에 잠식되지 않기 위한 방어막이다. 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운명적으로 함께한 가난과 불행을 똑바로 응시하지 않는다. 한눈을 팔면서 자신이 계속 살아갈 수 있는 소소한 이유들을 찾는다. 「에듀케이션」에서 ‘나’는 “다음 선거를 기다리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살아 있는 것 말고 무엇인지 생각했다.”고 말한다. 「참고인」에서의 ‘나’는 “앞으로는 절대 희망적인 글을 쓰지 않으리라” 다짐한다. ‘다음 선거’와 ‘앞으로는’이라는 말 속에 든 미래는 여전히 밝지 않지만 그럼에도 살아가는 것을 포기하지 않는다. 이주란의 소설이 미래를 기다리는 방식이란 “이번 생은 망했어”라고 말하면서도 지금보다는 나은 미래를 소심하게 기다리는 우리의 현재와 닮았다.

■느슨하면서도 매력적인 ‘백치’들의 목소리
자학적인 농담들이 곳곳에 산재한 이주란의 문장은 의식의 흐름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 어디로 튈지 예상불가능한 독특한 리듬으로 전개된다. 소설의 등장인물들은 거리낌 없이 자신을 멍청하다 말하고, 사랑받지 못하는 자신을 체념한다. 마치 스스로를 보호할 줄 모르는 백치처럼 자신의 부끄러운 모습을 내보이는 데 주저함이 없다. 이주란은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언어를 고스란히 소설로 가져와 ‘백치의 언어’를 발명한다. 일말의 엄숙함도 들어설 자리를 만들지 않는 능청스러운 문장들로 삶의 지난함을 끄집어낸다. 아무렇지 않다는 듯 가볍게 말할수록 삶의 균열은 더 선명해진다. 이주란의 백치들이 우리 주변에 실존하는 누군가로 느껴지는 순간, 문학과 현실의 경계는 허물어지고 희극과 비극은 뒤섞인다.

■수록 작품 소개
「윤희의 휴일」
윤희는 추어탕집에서 서빙을 하며 홀로 딸을 키운다. 이혼한 전남편이 진 빚을 갚으며 딸과 둘이서 단촐하게 살아가지만 윤희는 삶이 점점 버겁게 느껴진다. 딸이 자랄수록 무거워지는 엄마로서의 책임이 벅차고, 아무리 일해도 줄어들지 않는 빚은 아득하다. 거기에 집주인인 80대 노인의 추근거림까지 더해져 윤희를 삶의 끝으로 내몬다.

「모두 다른 아버지」
‘나’는 이복 오빠인 ‘인성’으로부터 아버지가 요양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을 듣고 강화도로 향한다. 아버지는 ‘나’의 어머니 외에 두 명의 여자와 더 결혼했는데 이복 남동생들의 이름을 모두 ‘나’와 똑같은 수연으로 지었다. ‘나’는 일면식도 없는 이복형제들과 둘러 앉아 술을 마시며 아버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분명 같은 아버지를 두었음에도 기억 속 아버지의 모습은 마치 다른 사람인 듯 다르다.

「에듀케이션」
공장에서 버리는 오염 물질로 환경오염이 심각해진 김포에서 화자인 ‘나’는 꿈도 없이 집안일을 하며 허송세월을 보내고 있다. 한때 동네에서 못 말리는 날라리로 유명했던 ‘나’지만 지금은 노량진에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남동생과 사촌 동생의 뒷바라지를 하며 미래를 고민한다. 그런 ‘나’에게 고모는 2주에 한 번 부모와 떨어져 교육 시설에서 사는 진호를 돌봐달라고 부탁한다.

「누나에 따르면」
‘나’와 누나는 섬이 북한으로부터 폭격을 받았을 때 여관에 함께 있었다. 좋아하는 여자가 언제나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좋아한다는 푸념에 누나는 나를 “시정마 같은 새끼”라고 부르며 한심해할 뿐이다. 나는 아직 동정이고, 누나를 좋아하며, 누나와 자고 싶지만 누나는 내 마음을 받아 줄 생각이 없다. 폭격을 받은 후에도 누나와 나를 포함한 마을 사람들 몇몇은 섬을 떠나지 않았다. 폭격이라는 커다란 사건을 겪은 뒤에도 무엇 하나 변하지 않는 누나와 ‘나’의 삶은 권태를 넘어 이제 두렵기까지 하다.

「선물」
‘나’와 언니는 스스로를 유폐한 것처럼 집 안에만 틀어박혀 지낸다. 한때는 여느 평범한 자매들과 같았다. 엄마와 두 자매로 이루어진 세 식구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고 단란했다. 그렇기에 아버지의 비보를 들었을 때에도 일상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아버지가 편의점에서 폭력을 휘둘러 한쪽 눈을 실명시킨 여자 아르바이트생이 찾아오면서 자매의 삶은 어그러지기 시작한다.

「몇 개의 선」
‘나’에게는 꼭 한 번 해명하고 싶은 순간이 있다. 함께 글을 쓰고 읽었던 7년 전 죽은 대학 동기에 관한 것이다. ‘나’는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언제나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 있던 그를 싫어했다. 그러나 그는 젊은 나이에 이른 죽음을 맞이했고, 나는 그의 장례식에 화려한 옷을 입은 채 참석하여 마지막 순간까지 그를 존중하지 않았다. 나는 그날 이후 그와 함께한 순간들을 회상하며, 사라지지 않는 죄책감으로 그에 대한 글을 써 나간다.

「우리가 이렇게 함께」
경찰이었던 아버지는 불명예스러운 해임 이후 시골로 내려가 홀로 칩거한다. 어머니는 그런 아버지를 다시 가족의 곁으로 불러들이기 위해 한 해의 마지막 날 ‘나’와 언니를 데리고 아버지를 찾아간다. 언니는 아버지와 함께 있을 때마다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고, 아버지도 그런 언니를 어려워한다. 가족이 모두 함께 모여 있지만 여전히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는 것처럼 대화는 어긋나고, 분위기는 어색하다.

「참고인」
‘나’는 아버지와 언니에게 호주로 워킹 홀리데이를 떠난다고 하며 집을 나왔지만 사실은 파주에 살고 있다. 거짓말까지 하며 집을 나온 계기는 사귀었던 남자에게 전화로 일방적으로 받은 이별 통보 때문이었다. 임신한 언니는 내가 호주에 있다고 생각하며 메일을 보내지만, ‘나’는 답장을 보내지 않는다. 그러던 중 언니의 메일을 통해 지인들과 함께 낚시에 갔던 아버지가 지뢰를 밟아 발목이 날아가고, 살인 사건의 참고인으로 조사받았다는 소식을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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