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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Play)

게임 키드들이 모여 글로벌 기업을 만들기까지 넥슨 사람들 이야기
김재훈 , 신기주 지음
민음사 출판사SHOP 바로가기

2015년 12월 29일 출간

국내도서 : 2015년 12월 04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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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상품 정보
파일 정보 ePUB (43.17MB)
ISBN 9788937432354
쪽수 37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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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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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X일’의 방정식을 독특하게 풀어낸 청년 넥슨의 솔직한 이야기!
넥슨은 ‘바람의 나라’, ‘메이플스토리’, ‘카트라이더’ 등 게임을 잘 모르는 사람들도 한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게임을 만들어낸 세계적인 엔터테인먼트 기업이다. 넥슨은 우리나라 게임의 역사를 새로 쓴 기업으로도 잘 알려져 있지만, 독특한 경영과 기업 문화로도 유명하다. 회장이 없고 비서가 없는 회사, 임원 주차장도 직함도 없는 회사를 업계에선 신기한 눈으로 바라보곤 했다.

『플레이(Play)』는 개구진 청년들끼리 배고프게 시작해 글로벌 공룡이 된 지금도 활력을 잃지 않는 스물한 살 넥슨의 시작을 돌아본 책이다. 넥슨의 창업주인 김정주와 그의 절친한 친구인 송재경의 만남에서 시작해 ‘바람의 나라’ 론칭, 송재경의 이탈과 그가 만든 라이벌 게임 ‘리니지’의 등장, 각종 인수합병과 새로운 비전 수립에 이르기까지 말 그대로 우리나라 게임의 산 역사이다.
3년 전에 기획되어 숱한 인터뷰와 수정 작업, 내외부 검토를 통해 출간된 이 책의 독특한 점은 넥슨이 자신들의 자서전이 단지 자화자찬의 사사가 되지 않게 하기 위해 책의 작업을 오롯이 신기주 기자와 김재훈 작가에게 맡겼다는 것이다. 덕분에 ‘돈슨(넥슨이 지나치게 현금 결제를 유도한다고 해서 게임 사용자들이 붙인 별칭)’ 같은 적나라한 표현이 살아 있는 독특한 기업 역사책이 탄생했다.
[프롤로그] 길을 찾는 사람들의 이야기 _신기주

[CARTOON] 회장님을 위한 안락의자는 없다

[1부 김정주와 바람의 나라]

1장 시작: 카이스트의 게임벌레들
별난 공대생, 김정주와 송재경 │ 낙제라는 선물 │ 교실 밖의 삶 │ 카이스트에 모인 컴퓨터 천재들│ 움트는 새로운 미래
[CARTOON] “놀러 와”
[NEXON INSIGHT] 창업이라는 응전

2장 사업: 웹에이전시가 된 넥슨
준비된 우연 │ 취미가 사업으로 │ 1994년 12월, 넥슨의 출발 │ 스타트업의 함정 │ 번창하는 웹에이전시
[CARTOON] 타이밍, 코드
[NEXON INSIGHT] 사업은 생물과 같다

3장 도약: [바람의나라]를 세우다
적에서 동지로 │ 넥슨의 큰형님, 정상원 │ [바람의나라]에서 만난 유저들과 개발자들 │ 인터넷 사업부 vs 게임 사업부 │ 무풍지대 │ 드디어 바람이 불다
[NEXON INSIGHT] 혁신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2부 성장통]

4장 쌍생아: [리니지]의 도전
[바람의나라]와 [리니지] │ 추격자가 될 것인가│ 이승찬의 합류 │ 우연한 발견, [퀴즈퀴즈] │ 넥
슨의 대답
[CARTOON] 게임의 법칙 1
[NEXON INSIGHT] 철학의 차이가 결과의 차이를 낳는다

5장 성공한 실패: 부분 유료화의 탄생
무리한 유료화 │ 수습하는 사람들 │ 실패 속에 탄생한 부분 유료화 │ 오락실이 된 넥슨 │ 또 다른 실험
[CARTOON] 손드는 사람
[NEXON INSIGHT] 실패에서 배우는 조직의 조건

6장 상장통: 성장과 분배의 방정식
엎어진 300억 투자 │ “3000억 돼야 상장합니다” │ 창업 상담하는 직원들 │ [메이플스토리]의 성공 │ 분배냐 성장이냐 │ 27세 대표 체제 │ 이승찬의 위젯, 김정주의 넥슨 │ [메이플스토리] 인수, 이탈하는 개발팀
[CARTOON] 아빠, 어디 가
[NEXON INSIGHT] 리더는 욕먹는 예언자다

[3부 사람과 일]

7장 회사 만들기: 개성들이 모여 어떻게 기업이 되는가
비즈니스맨 데이비드 리 │ 개발의 세대교체 │ 국민 게임 [카트라이더] │ 공동대표 체제 │ 데이비드 리의 넥슨
[CARTOON] 나가서 독립하기, 안에서 독립하기
[NEXON INSIGHT] 리더는 어떻게 인정받는가

8장 인센티브의 역설: 창의성을 관리한다는 것
넥슨의 두 종족 │ 대작 [제라]의 실패 │ 효율성 대 창의성 │ 관리의 역효과 │ 무게중심의 이동 │ 연극계로 간 CEO
[CARTOON] 게임의 법칙 2
[NEXON INSIGHT] 불확실성이라는 화두

9장 빛 속의 어둠: 흥행과 위기는 어떻게 맞물리는가
[카트라이더]의 회사 넥슨 │ 인센티브의 맹점 │ 곳곳에서 자라는 위기 │ [던전앤파이터] 인수 │ 던전에 빠진 넥슨
[NEXON INSIGHT] 성공 DNA의 힘

[4부 도약]

10장 돈슨: 초심으로의 길
리셋, 넥슨 │ 구조 조정 │ 다시, 씨뿌리기 │ 인수, 인수 │ 외부에서 찾은 답
[CARTOON] 낯선 친구
[NEXON INSIGHT] 지배 없는 경영

11장 도쿄 공략: 글로벌 기업으로의 도약
일본에서 터 닦기 │ “사귄 다음에 일을 해” │ [리그 오브 레전드]를 노리다 │ 드디어, 상장
[CARTOON] 황금시대
[NEXON INSIGHT] 글로벌 기업이 된다는 것

12장 동맹: 엔씨소프트와 손을 잡다
기묘한 거래 │ 빅딜의 본질 │ 미완으로 남은 동맹
[CARTOON] 디즈니의 길, 넥슨의 길

[5부 가지 않은 길]

13장 정체기: 변하는 세상 속 전설들의 귀환
급성장하는 모바일 게임 │ 전설의 역설 │ 새로운 세대의 성장 │ 넥슨과 싸우는 넥슨
[CARTOON] 게임의 법칙 3
[NEXON INSIGHT] 혁신의 딜레마

14장 세대교체: 새로운 성공 방정식의 실험
방에서 나온 대표 │ 검투사 개발자들 │ 충격요법 │ 새로운 세대들의 실험
[CARTOON] “사람을 닮는”
[NEXON INSIGHT] 미래 예측 같은 건 없다

15장 패스파인더: 길 아닌 길 찾기
봉합되지 못한 상처 │ 엔씨소프트 깨우기 │ 루비콘 강을 건너다 │ 배신자 프레임에 갇힌 여론 │ 엔씨소프트의 선택 │ 전쟁의 결말 │ 넥슨 안의 전쟁 │ 컴투사들의 콜로세움 │ 샴페인 치우기 │ 패스파인더 │ 다시 2009호에서
[CARTOON] 여전히 회장님을 위한 안락의자는 없다

[인터뷰] 김정주에게 묻다

[에필로그] 사람, 돈, 경쟁, 그리고 바람에 관한 이야기 _김재훈

학교에선 컴퓨터 천재로 통했지만 김상범한텐 숨겨진 이면이 있었다. 김상범은 PC통신에 뿌리를 내렸던 당대 컴퓨터 게임계에선 아주 유명한 게임 고수였다. 김상범의 게임 아이디를 모르는 게이머가 없을 정도였다. 김상범이 유명했던 건 게임 실력뿐만이 아니었다. 어마어마한 규모의 게임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었다. 김상범은 일본을 거쳐 한국으로 흘러들어 오는 거의 모든 게임 타이틀을 갖고 있었다. 특히 지역 게임계에선 독보적인 존재였다.
김상범과 대적할 수 있는 유일한 게임 고수가 한 사람 있긴 했다. 코프릴이라는 게임 아이디를 쓰는 사람이었다. 서울의 최고수였다. 코프릴은 지금 엔씨소프트의 부사장인 이희상이다. 당시 이희상과 김상범도 서로의 존재를 알았다. 둘은 각각 엔씨소프트와 넥슨을 대표하는 간판 게임 개발자로 성장한다. 언제나 한 시대를 풍미하는 인재들은 한 우물에서 태어나는 법이다.

송재경은 김상범과 같은 방을 썼다. 당시 룸메이트는 각자 알아서 맺으면 그만이었다. 김상범은 게임 타이틀을 많이 갖고 있었지만 괴짜였다. 게임을 좋아하는 송재경은 김상범을 선택했다. 막 입학한 새내기 김정주의 룸메이트는 이해진이었다. 이해진은 훗날 네이버를 창업한다. 이해진과 김정주는 송재경과 함께 서울대학교 시절부터 잘 알던 사이다.
대학원 진학을 준비하면서 공대에 모여서 함께 스터디를 했다. 공부는 하는 둥 마는 둥 하다가 함께 포커를 쳤다. 세븐 포커나 마이티처럼 복잡한 카드 게임을 즐겼다. 돈은 주로 이해진이 땄다. 그때의 이해진, 김정주, 송재경의 승률이 훗날 네이버와 넥슨과 엑스엘게임즈의 시가총액 순위가 됐다.
자신들은 몰랐지만 김정주와 송재경과 김상범은 이미 작은 스타트업이었다. 한 사람은 사업가였다. 한 사람은 기획자였다. 한 사람은 개발자였다. 세 사람은 서로 다른 길을 거쳐서 우연히 대전의 카이스트 기숙사 방에 모였다. 기숙사 방은 이미 작은 회사 같았다. 단지 그들은 아직 무엇을 함께할지까지는 모르고 있었다. 매일 통닭을 시켜 먹으며 망상에 젖었다. 송재경은 김정주한테 말했다. “우리도 스티브 잡스나 빌 게이츠처럼 뭔가 좀 해볼까.” 김정주도 대답했다. “우리도 그런 벤처 같은 건 할 수 있지 않을까.”
분명한 게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컴퓨터를 좋아하던 세 사람 앞엔 고성능 컴퓨터 네트워크가 놓여 있었다. 막상 프로그래밍을 하려고 나서보니 게임이 자꾸 걸렸다. 운영체제를 만드는 건 무모했다. 오피스 프로그램을 만드는 건 진부했다. 결국 게임이었다. 우선 재미가 있었다. 세 사람은 게임을 하고 게임을 만들고 게임을 깔았다. 인터넷의 아버지 전길남 교수도 자기가 만든 멍석 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까지는 몰랐다. 그의 제자들은 이미 게임을 선택하고 있었다. 어쩌면 게임이 그들을 선택한 것인지도 몰랐다.
- ‘1장 시작: 카이스트의 게임벌레들’ 중에서

속도만 문제가 아니었다. 기술도 한계였다. [바람의나라]는 없던 길을 내며 가야 했다. 막다른 길투성이였다. 맨 처음 문제가 생긴 건 처음으로 동시 접속자가 50명에 도달했을 때였다. 50명이 동시에 서버에 접속하자 게임이 다운돼버렸다. ‘50장벽’이었다. 서버 담당자인 서민은 도무지 영문을 알 수가 없었다. 미칠 것 같았다. 물어볼 사람도 없었다. 이건 지구상에 존재한 적이 없는 문제였다.
이 문제를 해결하니 접속자가 254명이 되면 서버가 죽는 문제가 또 발생했다. ‘254장벽’이었다. 동시에 253명이 접속할 때까지만 해도 게임이 잘 돌아갔다. 254명이 접속하면 꼭 서버가 죽었다. 개발자들 사이에선 ‘마의 254’라고 불렸던 기술적 난제였다. 서버 담당 서민은 입이 바짝 바짝 탔다. 바깥에선 유저들이 게임을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아우성이었다. 서민은 머리를 싸맸다. 서민은 미국 출장을 다녀올 일이 생겼다. 미국에서도 이 문제 때문에 게임이 죽어가고 있다는 걸 생각하니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침대에 누워서도 서버 생각뿐이었다. 그러다 8비트 생각이 탁 떠올랐다. 원인은 8비트 컴퓨터에 있었다. 8비트 컴퓨터로 게임을 만들었기 때문에 2의 8승인 256은 특별한 숫자가 된다. 비트 하나하나가 한 사람의 유저를 뜻했다. 그러다 254가 되면 서버가 다운됐다. 256이 아니었던 건 당시 유닉스 시스템의 입력과 출력에 쓰이는 비트 자리가 하나씩 빠졌기 때문이었다. 결국 두 자리를 뺀 254가 마의 숫자가 됐다. 곧바로 서버에 접속해서 수정을 했다. 유저가 300명을 넘어섰다. 미국 출장길에 다 함께 파티를 벌였다. 지금이야 이 정도는 상식이다. 그러나 당시엔 아무도 몰랐다.
- ‘3장 도약: [바람의나라]를 세우다’ 중에서

넥슨은 어떻게 성장했으며 무엇을 꿈꾸는가?
‘재미’를 찾기 위해 분투한 스물한 살 그들의 자서전

넥슨은 꿈 많은 청년들끼리 즐겁게 뭉쳐 만든 회사다.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업이 된 지금도 벤처 DNA를 갖고 ‘재미있게 일하는 것’을 추구할 수 있는 건 그 때문일 것이다. 오늘날 많은 이들이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모여 일을 한다는 건 무엇인가’, ‘내 꿈을 어떻게 사업으로 만들어낼 것인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은 어떻게 찾는가’에 대해 이 책이라면 답을 해줄지도 모르겠다.
-이해진 (네이버 의장)

넥슨은 어떻게
공룡이 되지 않을 수 있었을까?

회사란 무엇일까? ‘뜻 맞는 사람들끼리 모여 재미있게 일을 하는 곳’, 이것이 원래 회사가 만들어진 시작이자 본질일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회사는 월급을 위해 할 수 없이 다녀야 하는 곳이거나, (드물게는) 재미는 있는데 배고픈 곳이다. 그래서 회사들은 재미를 희생해서라도 생존을 추구하지만, 직원들이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회사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역설에 직면한다. 우리는 성공한 많은 기업들이 결국 공룡이 되어 멸종하는 모습을 수없이 접했다. 원가 절감과 생산 관리가 회사의 동의어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진정한 회사란 무엇일까.
여기 재미있는 벤처에서 시작해 글로벌 공룡이 된 지금도 활력을 잃지 않는 ‘회사’가 있다. 개구진 청년들끼리 배고프게 시작해 조 단위의 매출을 올리는 세계적인 엔터테인먼트 기업, 넥슨(Nexon)이다. 넥슨은 [바람의나라], [메이플스토리], [카트라이더], [마비노기], [던전앤파이터] 등 우리나라 게임의 역사를 새로 쓴 기업이자, 매우 독특한 경영과 기업 문화로도 유명하다. 회장이 없고 비서가 없는 회사, 임원 주차장도 없고 직함도 없는 회사를 업계에선 신기한 눈으로 바라보곤 했다. 이 책 『플레이』는 스물한 살 넥슨이 자신의 시작을 돌아본 젊은 자서전이자, 앞으로 몇십 년을 꿈꾸는 일과 사람에 대한 청춘의 비망록이다.

게임보다 게임 같은
IT 천재들의 삼국지

『플레이』는 넥슨의 창업주인 김정주와 그의 절친인 송재경의 만남에서 시작한다.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동기로 만나 컴퓨터 게임이라는 신세계에 빠져 있던 이 둘은 역삼역 작은 오피스텔에서 ‘넥스트 제너레이션 온라인 서비스(줄여서 넥슨)’라는 벤처 회사를 시작한다. 당시엔 텍스트로만 게임을 하던 온라인 머드 게임에 그래픽을 입혀 세계 최초로 그래픽 온라인 게임을 만들겠다는 당찬 포부로 시작된 도원결의였다. 그러나 경험 부족한 대학원생들의 벤처는 곧 자금 위기에 처하고, 생계를 위해 기업들의 홈페이지를 만들어주는 웹에이전시 사업이 대박이 나면서 넥슨의 이야기는 본격적인 궤도에 올라선다.
이후 [바람의나라] 론칭과 게임 부서와 웹에이전시 부서 간의 갈등, 송재경의 이탈과 그가 만든 라이벌 게임 [리니지]의 등장, 증시 상장을 둘러싼 성장통, 각종 인수 합병에 얽힌 뒷이야기와 새로운 비전 수립에 이르기까지, 21년 넥슨의 역사는 마치 한 편의 게임을 보는 것처럼 흥미진진하다. 어제의 친구가 넥슨을 떠나 강력한 라이벌로 등장하는가 하면, 경쟁자로 일하던 사람이 넥슨으로 들어와 중요한 기둥이 되어주기도 한다. 인터넷 게임 초기의 온갖 해프닝과 지금의 게임 방식들이 하나둘 탄생하는 장면들은 말 그대로 우리나라 게임의 산 역사이기도 하다. 또한 지금은 각각 큰 기업의 대표가 된 전설 같은 인물들이 학생 시절부터 울고 웃고 싸우며 같이 성장하는 과정을 보는 것은 이 책만이 줄 수 있는 독특한 재미다. 게임이라는 세계에 모든 것을 걸고 그 안에서 자라온 세대, 지금의 대한민국 IT를 이끄는 인물들의 삼국지는 우리 IT 기업들의 집단 전기이자 역사 그 자체다.

“놀러 와”라는 말 한마디가 모든 것의 시작이었다
: 김정주 대표의 퍼즐 경영

이처럼 넥슨의 역사에 유난히 많은 인재들이 얽히게 된 것은 창업주 김정주의 성격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김정주는 학부 4학년 때 교양 필수 과목을 빼먹는 바람에 카이스트 대학원에 진학하지 못하게 된다. 이 뜻밖의 낙오는 뜻밖에 그가 ‘기업’이라는 화두를 붙드는 계기가 된다. 대학교를 1년 더 다니는 동안 김정주는 선배들의 회사에서 여러 가지 일을 배웠는데, 그러면서 ‘사람들이 모여 한 가지 목표를 위해 힘을 합치는’ 회사의 작동 원리에 매료된다. 그리고 넥슨을 만들면서 그만의 독특한 운영 방식을 실험해나간다.
김정주는 친구인 송재경뿐 아니라 경쟁 업체에 근무하던 정상원, ‘알바’하던 후배 서민, 잉크젯 프린터를 협찬해주고 데려온 이승찬, 심지어 넥슨에 일을 주고 감시하던 대기업 홍보부의 윤지영까지 넥슨에 끌어들인다. 누구든 재미있어 보이는 사람에겐 서슴없이 다가가 “놀러 와”라고 말하고, 막상 그 사람이 오면 아무런 업무 지시도 없이 “잘해봐”라고 말하고 사라지는 무책임한 사장. 그러나 김정주의 이런 경영 스타일은 넥슨을 ‘자발적으로 손드는’ 조식으로 바꾸었고, 이런 자유분방한 분위기는 위기 때마다 넥슨을 구하는 힘이 되었다. 경쟁작 [리니지]나 [스타크래프트]와 힘겹게 싸울 때 이승찬이 심심풀이로 몰래 만든 [퀴즈퀴즈]가 넥슨에 큰 힘이 되었고, 매출 성장의 핵심이었던 부분 유료화 역시 직원들끼리 격의 없이 이야기를 나누면서 만들어졌다.
“회사를 하는 건 퍼즐을 맞추는 것과 비슷하다”라면서 “회사를 떠나더라도 원한은 안 갖고 나가게 하고, 언제든 다시 들어올 수 있게 문을 열어둔다”는 김정주 대표는 사람이라는 제각각의 퍼즐 조각을 끊임없이 맞춰나가는 것을 경영 철학으로 삼는 듯하다. 조 단위로 매출이 커진 지금도 간부라고 해서 특권을 주는 법 없이 모든 사람의 가치를 믿고 나갈 수 있는 건 김정주 대표의 이런 신념이 넥슨의 DNA가 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스타트업과 벤처를 꿈꾸는 이들을 위한 야전 교본

지금은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업이지만, 넥슨의 시작은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여느 IT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넥슨에도 수많은 시행착오와 실수, 행운이 있었고, 그때마다 그러한 경험들은 넥슨의 암묵지로 바뀌면서 피와 살이 되었다. 이 중에는 254명이 동시 접속하는 순간이면 자꾸 서버가 다운되는 웃지 못할 해프닝도 있었고, IMF 사태가 오히려 PC방 문화를 확산시켜 회사에 호재가 된 아이러니한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넥슨의 역사를 관통하는 보편적인 문제들이 따로 있는데, 개발 부서와 사업 부서 간의 긴장, 손에 쥔 자산과 미래의 가치를 바꿀 타이밍, 효율성 대 창의성, 인센티브의 역설, 각종 인수 합병과 회사 간의 빅딜 등이 그것이다. 21년 넥슨의 역사는 그야말로 IT 기업의 모든 문제와 그 해결 과정을 보여주는 종합 전시관으로, 이 책 『플레이』는 이런 문제들의 원인과 대응, 실패와 성공의 스토리를 숨김없이 담았다. 특히 콘텐츠 기업으로서 ‘창의성을 관리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책 전반에 걸쳐 그 어려움과 중요성이 한층 강조돼 있다.
신기주 기자는 이런 넥슨의 사례들에서 인사이트를 뽑아서 각 장의 말미에 ‘넥슨 인사이트’로 정리해두었다. 창업을 꿈꾸는 청년들이나 현재 기업을 경영하고 있는 사업가라면 무릎을 치면서 공감할 만한 수많은 전투들의 기록이 돼줄 것이다. 또한 책 말미에서 게임과 IT, 경영 전반을 주제로 김정주 대표와 나눈 인터뷰는 ‘은둔의 경영자’ 김정주의 통찰과 비전을 제시한 보기 드문 자료다.

3년간의 인터뷰와 집필을 통해 완성된,
넥슨의 역사와 정체성을 담은 책

『플레이』는 3년 전에 기획되어 숱한 인터뷰와 수정 작업, 내외부 검토를 통해 출간된 독특한 책이다. 넥슨은 자신들의 자서전이 단지 자화자찬의 사사(社史)가 되지 않게 하기 위해 신기주 기자와 김재훈 작가에게 모든 것을 맡겼다.
신기주 기자는 『사라진 실패』에서 기업들의 흥망성쇠를 예리하게 분석해낸 바 있었고, 김재훈 작가는 정보와 스토리를 카툰으로 세련되게 엮어내는 걸로 정평이 난 최고의 카투니스트다. 두 작가는 넥슨과 관련된 업계의 굵직한 인사 수십 명을 각각 인터뷰했고, 그것을 바탕으로 제각각 글과 카툰으로 재구성했다. 카툰이 글의 삽화에 그치지 않고 독창적인 패럴렐 스토리를 보여줄 수 있었던 것은 이런 힘들지만 특이한 작업 방식 덕분이었다.
또한 두 작가의 날카롭고 비판적인 시선이 불편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넥슨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자 했다. 덕분에 ‘돈슨’ 같은 적나라한 표현이 살아 있는 독특한 기업 스토리 북이 탄생했다. 인터뷰 후 책의 표지 안쪽에 그려 넣은 넥슨 직원들의 얼굴처럼, 넥슨은 제각각 개성들을 한껏 품은 채 앞으로도 끊임없이 퍼즐을 맞춰나갈 것이다.

책속으로 추가

허민과의 협상은 결국 김정주 몫이었다. 김정주는 허민을 붙잡으려고 애를 썼다. 허민은 미꾸라지처럼 도망다녔다. 한번은 계약하기로 한 날 안 나타난 적도 있었다.
2008년 7월이었다. 김정주는 허민을 겨우겨우 협상 테이블에 앉혔다. 허민도 팔 생각이 아주 없진 않았던 모양이었다. 허민과 마주 앉은 김정주는 이렇게 말했다. “이게 가진 돈 전부야.” 이승찬과 [메이플스토리] 인수 협상을 할 때 썼던 전략이다. 허민은 대꾸했다. “은행에서 대출받아 오시면 되잖아요.” 결국 넥슨은 네오플과 [던전앤파이터]를 3852억 원에 인수했다.
넥슨은 넥슨 일본 법인을 통해 2788억 원을 융통했다. 그래도 모자랐다. 일본 미쓰이스미토모은행을 통해 추가로 500억 원을 끌어왔다. 물론 [던전앤파이터] 인수는 넥슨으로선 신의 한 수였다. 2008년 6월 중국 서비스를 시작한 [던전앤파이터]는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게다가 [던전앤파이터]를 개발한 네오플의 영업이익률은 70퍼센트가 넘어갔다. 한마디로 황금 알을 낳는 거위였다. 허민은 계약을 마무리하자마자 네오플을 떠났다. PC 사양이 떨어지는 중국에선 [던전앤파이터] 같은 단순한 게임이 잘 통했다. 그건 넥슨도 [카트라이더]와 [메이플스토리]를 통해 경험한 일이었다. [던전앤파이터]는 일종의 역혁신 제품이었다. 마음만 먹으면 블록버스터 게임도 만들 수 있었지만, 현지 시장에 맞춰서 성능을 낮춘 제품을 개발하고 보급한 셈이다.
- ‘9장 빛 속의 어둠: 흥행과 위기는 어떻게 맞물리는가’ 중에서

신기주: 닌텐도와 넥슨의 결정적인 차이는 뭔가요?
김정주: 역사와 문화죠.
신: 덧붙이자면 경험이나 디테일인가요?
김: 경험에서 나오는 디테일이겠죠. 그런 디테일들이 지금의 닌텐도를 만든 걸 테니까요. 설사 사람은 나가도 그런 경험의 디테일은 회사 어딘가에 남는다고 생각하거든요.
신: 회사란 사람들의 디테일한 경험들이 모인 집합체라고 생각하시는군요. 누가 나간다고 해서 그런 경험이 사라진다면 그건 처음부터 온전한 회사가 아니었던 거고.
김: 저는 이런 건 안 믿어요. 누구 하나만 ‘뻥’ 잘해서 성장이 딱 되는 경우요.
신: 기업한텐 지속 가능성이 있어야죠.
김: 그러니까요. 회사뿐만 아니라 세상 모든 면에서 그런 우연은 없어요. 때론 시간이 필요하고 때론 피가 필요한 거죠. 오늘 당장 혁명을 했다고 해서 그냥 300년 가는 왕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신: 넥슨은 어떤가요?
김: 이제 저희는 겨우 21년 차인걸요.

신: 김정주에게 넥슨은 어떤 의미인가요?
김: 무엇보다 넥슨은 창업 이래 많은 사람들의 인생과 함께해온 회사예요. 그러니까 넥슨은 이런 회사일 수도 있어요. 여러 사람들이 모여서 하고 싶은 일을 하면 인생이 즐거워질 수도 있다는 걸 보여준 그런 회사. 고생하고 괴롭고 실패할 수도 있지만 여러 명이 안 싸우고 버티면 좋은 회사 비슷한 걸 만들 수도 있고 돈도 벌 수도 있다는 걸 보여준 회사. 그냥 취직해서 사는 인생과는 다른 인생을 살 수도 있다는 걸 보여준 회사. 놀듯이 다니는 회사. 어떻게 이런 애들이 회사를 만들었지? 이렇게도 회사가 굴러가는구나, 어쩌면 우리도 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만든 회사. 그런 의미에선 넥슨이 단지 게임 회사만은 아니죠. 그래서 넥슨이 흘러온 이야기는 결코 김정주 혼자만의 이야기일 순 없어요. 함께한 모두의 이야기죠. 그리고 한국은 콘텐츠 비즈니스를 정말 잘해요. 자기 나라 영화를 50퍼센트 이상 소비하는 나라도 없고, 드라마 찍어서 전 세계에 파는 나라들도 없어요. 노래는 또 어떻고요. 그래서 그런 재능을 타고난 우리들이니까, 재미나게 한번 해봐라, 이런 거죠. 이 책 읽고, ‘삼삼오오 모여서 좋은 게임이라도 만들면 넥슨에서 연락 올지도 모른다’ 생각해주면 좋겠어요. 최근에 그런 친구들을 도와주는 비즈니스를 미국에서 시작했는데 넥슨 초창기처럼 작은 방에서 서너 명이 모여서 같이 일하고 있어요. 얼마 전에 스페인 어느 시장통에서 발견한 게임을 사서 핀란드에 팔고 왔거든요. 그렇게 반짝반짝하는 친구들 도와주는 게 정말 즐거워요. 넥슨도 그렇게 누군가의 도움으로 지금까지 왔으니까요. 결국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없는 거죠. 아무것도.
- ‘인터뷰: 김정주에게 묻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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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저자(글) 김재훈

저자 김재훈은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을 졸업했고 디자이너 그룹 진달래 동인이다. 일러스트레이션과 인포그래픽 등의 디자인 요소에 인문, 역사 등 다양한 분야의 지식 정보들을 결합시키는 지식 만화 작업을 해오고 있다.
현대카드 라이브러리 걸작선을 연재했으며, 카카오 백과사전에 과학사 부분을 연재 중이다. 서양 근대 철학을 다룬 책도 집필 중이다. 『디자인 캐리커처』 1·2, 『라이벌: 세기의 아이콘으로 보는 컬처 트렌드』 등의 책을 출간했다.

저자(글) 신기주

저자 신기주는 《에스콰이어》의 기자다. 다양한 분야를 넘나드는 통섭적인 기사를 쓰려고 애써왔다. 현재 《에스콰이어》에서 경제·경영을 비롯해 영화와 건축을 담당하고 있다. 영화 전문지 《필름2.0》에서 영화 산업 전문 기자로 경력을 시작했다. 남성지 《GQ》와 대중문화지 《프리미어》에서 일했다. 경제 전문지 《이코노미스트》에서 금융을 담당했다. 경영 전문지 《포춘》에서 국내외 다양한 기업과 산업을 취재했다. 《시사IN》과 《월스트리트저널》에 칼럼을 기고하고 있고 월간 《인물과사상》의 커버스토리 인터뷰를 담당하고 있다. 케이블 방송 O tvN 〈비밀독서단〉에서 책을 소개하고 있고 MBC 라디오 〈푸른 밤 종현입니다〉에서 영화를 다루고 있다.
국내 기업들의 경영 실패 사례를 분석한 문제적 경영서 『사라진 실패』를 썼다. 인문·사회 비평서 『우리는 왜』와 정치·경제 평론집 『장기 보수 시대』를 썼다. 《에스콰이어》와 《인물과사상》의 인터뷰들을 모아 인터뷰집 『생각의 모험』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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