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와 수치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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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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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와 수치심』은 이처럼 약자를 ‘비정상’으로 규정하고 배척하려는 심리의 근원을 밝히고 우리 안에 내재된 폭력성을 경고한다. 인간의 불완전성을 부정하고 정상·비정상을 구분 지으며 타자를 배제하려는 나르시시즘에서 비롯된 감정들은 자유민주주의 사회가 지향하는 가치들을 파괴한다. 풍부한 판례와 서양 정치철학사의 주요 이론을 망라한 이 책은 점점 더 복잡한 다문화 사회에서 제기될 수 있는 모든 공적 판단에 가장 근원적인 판단의 잣대를 제시해 준다.
1장 감정과 법
2장 혐오와 우리의 동물적 육체
3장 혐오와 법
4장 얼굴에 새기기: 수치심과 낙인
5장 시민들에게 수치심을 주어야 하는가?
6장 수치심으로부터 시민을 보호하기
7장 인간성을 숨기지 않는 자유주의
주
참고 문헌
해제: 고귀함과 연약함의 공존(조계원)
추천사: 나 자신과 타인의 불완전성을 인정할 수 있는 능력(김영란)
왕따, 장애인, 외설, 성소수자, 비정규직, 인종차별, 범죄자 신상공개…
인권 문제가 터질 때마다 ‘감정’은 어떤 역할을 하는가?
이 시대 대표 지성 마사 너스바움이 말하는 ‘감정의 정치학’
감정을 배제한 순수한 법률 세계는 가능하지 않다. 그러나 혐오와 수치심은 분노나 두려움과는 달리, 개인의 존중과 자유를 가로막는 제도적 토대로 이용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너스바움은 “지배하기보다는 상호 의존하는 관계를 즐길 수 있는 능력”과 “자신과 다른 사람의 불완전성과 유한성을 인정할 수 있는 능력”을 증진시켜, 불평등하고 위계적인 사회관계를 줄여 나가야 한다는 결론을 이끌어내고 있다.
-김영란(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깊은 성찰, 따스한 공감, 빛나는 혜안의 철학자 마사 너스바움의 대표작. 불완전한 우리가 사는 이 불완전한 세상에서 차별, 배제, 억압이 아니라 평등, 존중, 호혜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법과 제도 뒤에서 작동하고 영향력을 발휘하는 감정들을 직시하고 이와 대결해야 한다. 이 책은 ‘제도적 민주화’ 이후 우리에게 절실한 ‘감정적 민주화’를 이루기 위한 철학적 토대가 될 것이다.
-조국(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약자를 ‘비정상’으로 규정하고 배척하려는 심리
그 근원을 밝히고 우리 안에 내재된 폭력성을 경고한다
우리 사회의 법체계는 많은 부분이 혐오나 수치심과 같은 감정에 기반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가? 세계적인 법철학자이자 정치철학자 마사 너스바움에 따르면 감정도 신념의 집합체로서 공적 판단의 근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너스바움은 이러한 ‘혐오’와 ‘수치심’만은 배제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두 감정은 인간의 근원적인 나약함을 숨기려는 욕구를 수반하고 있기 때문에 타자를 배척하는 데 사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즉 약자를 파괴함으로써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받는 강자들만의 부당한 논리로 확대 재생산될 수 있다.
나는 일탈자를 낙인찍는 데 ‘정상’이라는 범주를 사용하는 것은 일정 정도 우리 모두에게 영향을 주는 원초적 수치심의 자연적 귀결로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모두는 좋은 것을 제공하는 원천을 완전히 통제하려는 유아기의 과도한 요구가 다양한 방식으로 충족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또한 우리는 자궁 또는 가슴과 하나가 된 유아기의 더없는 행복에 향수 어린 갈망이 있기 때문에 이를 대신해서 안정 또는 완전함을 제공해 주는 것을 필요로 한다. 그래서 자기 자신을 ‘정상’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은 자신을 둘러싼 모든 면에서 볼 때 일반적이며, 조금도 부족함이 없는 좋은 집단에 속해 있다는 생각에서 이러한 안정을 찾는다. 정상인들은 특정 부류의 사람들을 완전하고 좋은 사람으로 정의하고 그런 사람들로 자신을 에워쌈으로써, 위안을 찾고 안정이라는 환상을 얻는다. 정상성이라는 관념은 차이가 존재하는 세상에서 침입해 들어오는 자극을 덮어 주는 대리 자궁과 같은 역할을 한다.
-4장 “얼굴에 새기기: 수치심과 낙인”에서
세계적인 석학 너스바움의 철학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적 동물’에서 출발하여 ‘동물’로서의 인간이 갖는 ‘취약성’에 주목하고, 그러한 취약성을 숨기는 감정들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인간의 불완전성을 부정하고 정상/비정상을 구분 지으며 타자를 배제하려는 나르시시즘에서 비롯된 감정들은 자유민주주의 사회가 지향하는 가치들을 파괴한다. 풍부한 판례와 서양 정치철학사의 주요 이론을 총망라한 『혐오와 수치심』은 점점 더 복잡한 다문화 사회에서 제기될 수 있는 모든 공적 판단에 가장 근원적인 판단의 근거를 제시해 줄 것이다.
★ 인간을 어떤 존재로 이해할 때 비로소
모든 사람을 평등하게 존중하는 사회가 될까?
인간은 머리의 생각과 몸의 욕구가 서로 상호작용하는 존재로서, 우리가 지닌 동물적인 몸 또한 모욕적이고 부끄러운 육체가 아니라 인간의 존엄성을 받아 마땅하다. 마사 너스바움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적 동물’에서 인간의 군집성을 강조하는 공동체주의자와는 달리, 인간도 ‘욕구’를 가진 유한한 몸을 가진 존재라는 점에 주목한다. 그렇기에 우리 모두는 너무나 불완전하고 취약한 인간이며, 바로 여기에 우리가 타인을 존중하고 배려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고 본다.
그런데 혐오와 수치심이라는 감정에는 인간이 동물적 신체를 갖고 있다는 기본적인 사실을 배제한다. 법과 관련된 모든 영역에서 감정을 배제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법에서 감정을 배제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그래서도 안 된다. 그러나 타당한 근거 없이 편견과 사회적 낙인을 초래할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인간 행위의 지침으로 신뢰하기 어려운 감정들, 특히 수치심과 혐오, 그리고 질투심을 경계한다.
자신의 감정과 내면을 들여다보면, 그 속에 너무나 약하고 다른 사람의 이해와 관심을 필요로 하는 존재를 발견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인간을 존중한다는 것은 누구나 삶의 불확실성 속에서 연약한 존재로 살아간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는 뜻이다. 또한 품위 있는 사회란 이러한 인간성을 부정하지 않고, 개인이 지닌 ‘역량’이 발현될 수 있도록 ‘촉진적 환경’을 제공하는 사회라고 할 수 있다.
-「옮긴이 해제」에서
따라서 전통적인 사회 규범에 얽매여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하며 차이를 인정하지 못하고 사회적 낙인을 조장하는 공동체주의도 경계해야 할 것이며, 인간 자체를 목적으로 보지 못하고 사회 진보의 수단으로 보는 공리주의적인(사회계약론에 기초한) 자유주의도 반대한다. 마사 너스바움은 우리는 모두 언젠가 죽는 퇴화하는 몸을 가족 있으며, 누구나 타인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장애를 지닌 존재라는 사실을 자유주의의 인간관으로 제시한다.
이처럼 “가치의 이질성과 비교 불가능성을 주장하면서 삶의 다양성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인간의 잘 삶(human flourishing)'에 대한 보편 이론을 추구하는 너스바움의 주장에 대하여 곽준혁 교수는 ”문화 상대주의가 아니면서도 절대적 진리를 고집함으로써 다양성을 파괴하는 형이상학적 본질주의도 아닌 새로운 형태의 보편주의“라고 한다.
★ 차이를 비정상으로 간주하는 ‘혐오’가 아니라
부당함에 반대하는 ‘분노’의 감정이 판단 기준이 되어야 한다
마사 너스바움은 감정을 배제한 법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생각할 수도 없다고 말한다. 그래서 각각의 감정이 담고 있는 인지적 내용을 주의 깊게 살펴 이것이 법적 근거로 적합한지 따져보는 것이 중요하다. 감정은 단순히 신체적 반응이나 정서적 감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믿음의 집합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중요한 대상에 대한 평가적 판단을 수반한다. 이러한 해석을 바탕으로 혐오와 수치심을 분석함으로써, 마사 너스바움은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하는 자유주의 사회에서 혐오와 수치심이라는 감정이 법적 역할을 담당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전개한다. “이 두 감정은 공통적으로 인간이 인간임을 숨기고 부정하려는 인지적 판단과 욕구를 수반하기 때문에 사회 내에서 취약한 위치를 지닌 집단을 배척하는 데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예를 들어, 흉악 범죄에 대한 엄벌주의(강한 응보주의)를 추동하는 대중적 감정의 하나는 범죄자에 대한 혐오다. 사람들은 끔찍한 살인자나 아동 성범죄자를 ‘인간쓰레기’나 ‘더러운 벌레’처럼 여긴다. 흉악 범죄가 일어나면 자신이 지닌 인간적 약함을 숨기기 위해 범죄자의 ‘비정상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그러나 너스바움은 범죄자의 잘못에 대해 분노해야지, 이들을 혐오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혐오는 상대방도 평등한 시민적 지위를 갖는 존재라는 사고를 수반하지 않으며, 자신 안의 약함과 문제를 반성적으로 보지 못하게 하기 때문이다.
-「옮긴이 해제」에서
“혐오는 무엇보다도 우리가 날마다 대면하기 힘든 우리 자신에 관한 사실을 감추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너스바움은 특정 범죄가 특별히 혐오스럽다는 이유로 가중 처벌하는 것에 반대한다.
우리는 사람들과 그들의 행위를 주의 깊게 구분해서, 그들이 저지른 나쁘거나 유해한 행위를 비난해야 한다. 그렇지만 그들이 성장하고 변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간으로서 그들에 대한 존중은 유지되어야 한다.
-「혐오와 우리의 동물적 육체」에서
혐오와 분노의 감정은 정치인들의 부패에
작가정보
저자 마사 너스바움(Martha C. Nussbaum, 1947-)은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지식인으로, 2014년 인터넷(영어)에서 가장 많이 인용, 검색, 링크된 사상가 22위에 선정되었다. 법철학자, 정치철학자, 윤리학자, 고전학자, 여성학자로서, 《포린 폴리시》가 선정한 ‘세계 100대 지성’에 두 차례(2005, 2008년)나 뽑힌 석학이다. 시카고대학교 로스쿨과 철학과의 법학 윤리학 석좌교수이며, 고전학과, 신학과, 정치학과에도 소속된 교수이다. 미국철학회 회장을 역임했고, 비교헌법센터를 설립하였으며 인권프로그램 위원이다. 유엔대학 직속 세계개발경제연구소의 자문위원으로 있으면서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아마티아 센과 함께 UN인간개발지수(HDI)를 만드는 데 기여했다. 뉴욕대학교에서 연극학과 서양고전학을 공부하고, 하버드대학교에서 고전철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주로 고대 그리스·로마 철학, 정치철학, 페미니즘, 윤리학에 관심을 갖고 깊이 있는 연구를 바탕으로 독창적인 저서들을 발표하여 매번 화제가 되고 있다. 특히 그리스 비극을 통해 인간의 취약성과 윤리적 딜레마를 다룬 ?선의 연약함(The Fragility of Goodness)』(1986)으로 학자적 명성을 얻었으며, 『열망의 치유(The Therapy of Desire』(1994), 『성과 사회 정의(Sex and Social Justice)』(1998), ?사고의 격변(Upheavals of Thought)』(2001)에서는 감정과 정의에 관한 연구를 바탕으로 현대 자유주의 사회에서 감정의 역할과 이를 둘러싼 법적 문제를 다루었다. 또한 『인간성 함양(Cultivating Humanity)』(1997), 『공부를 넘어 교육으로(Not for Profit)』(2010) 등을 통해 인문 교양교육의 중요성을 주장하고 있으며, 이 밖에 『시적 정의(Poetic Justice)』(1995), 『사랑의 지식(Love’s Knowledge)』(1990) 등이 있다.
번역 조계원
역자 조계원은 고려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정치외교학과에서 박사학위(정치사상)를 받았다. 「한국 사회와 애국심」, 「세계시민주의와 애국심」, 「옌푸(嚴復)와 번역의 정치」(공저) 등의 논문을 썼고, ?공화주의와 정치이론?을 공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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