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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사랑해도 될까

손미 시집
민음의 시 256
손미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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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6월 20일 출간

국내도서 : 2019년 05월 17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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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4.86MB)
ISBN 9788937458583
쪽수 14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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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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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끌어안기를 멈추지 않을
당신을 위해

첫 시집 『양파 공동체』로 김수영 문학상을 수상하며 날카로운 개성의 시편들을 보여 준 손미 시인의 두 번째 시집 『사람을 사랑해도 될까』가 <민음의 시> 256번째 시집으로 출간되었다.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섬뜩하고 생경한 이미지를 더욱 단단하게 제련되었다. 그것들은 사랑과 작별, 다시 사랑함의 순환 혹은 삶과 죽음, 다시 태어남과 살아감의 순환 속에서 더욱 깊은 감정의 진폭을 품는다. 『사람을 사랑해도 될까』는 살아 있기에 고통스럽고, 아프기에 다시 사랑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을 위한 아름답고 참혹한 기록지가 될 것이다.
1부 이제 두 사람은 내 것이다

옥수수 귀신 13
편두통 14
물의 이름 16
아무 날 18
공 21
최선 22
돌 저글링 24
박 터트리기 27
정형외과 31
그거 32
사람을 사랑해도 될까 35
모퉁이에 공장 36
방석 38
사혈(瀉血) 40
24시콩나물국밥 42
불타는 사람 44
한마음 의원 46
창문 48
질투 50


2부 나는 무엇이 되어 가는가

통근 기차 53
빈집에 물방울이 54
목요일의 대관람차 56
전람회 60
판화 63
조립 66
피투성이 식물 68
흔들다 70
전구 72
반구대 74
서울 76
수원 78


3부 너는, 나지

애완 81
장마 병원 82
곧은입항아리 84
찰흙 놀이 86
저지대 87
국수 90
보따리 92
전구 94
9번 96
양말도 안 신고 98
거기서 일어나는 일은 여기서도 일어난다 100
벼룩시장 102
사울, 나 여기 있어 104
혼자 걷는 사람 106
물개위성 3 109
반구대 110
회전 테이블 112
산호 여인숙 114
소리와 소리 116
여름 118
속 120
통영 122
문 123

발문?이영주
고통을 받아안는 사람, 사랑을 받아 적는 일 125

■ 시 속에서

내가 만져서
물이 아프다

깜빡깜빡 불이 꺼진다

몸을 씻을 때
등을 톡톡 치는 물방울

거기 누가 들어 있나

맥박이 뛰어서

두드리며
이름을 불러서

끌려나오는
모든 물이 아프다
-「물의 이름」에서

나는 애인을 만지는 언니를 만진다

돌멩이가 떨어진다

서로에게
저를 던지면서
충돌한다

우리는 다 저기서 떨어졌으니까
어차피 하나였으니까

오늘은 가지 마요 언니
살점이 떨어져도
사랑은 해야 하니까

가까이,
제일 가까이 있어요

-「돌 저글링」에서

사람이 죽었는데 사람을 사랑해도 될까. 밤을 두드린다. 나무 문이 삐걱댔다. 문을 열면 아무도 없다. 가축을 깨무는 이빨을 자판처럼 박으며 나는 쓰고 있었다. 먹고사는 것에 대해 이 장례가 끝나면 해야 할 일들에 대해 뼛가루를 빗자루로 쓸고 있는데 내가 거기서 나왔는데 식도에 호스를 꽂지 않아 사람이 죽었는데 너와 마주 앉아 밥을 먹어도 될까. 사람은 껍질이 되었다. 헝겊이 되었다. 연기가 되었다. 비명이 되었다 다시 사람이 되는 비극. 다시 사람이 되는 것. 다시 사람이어도 될까.
-「사람을 사랑해도 될까」에서

천장을 뚫고 올라가는 둥근 꼬리
그 아래
혼자 있는 사람에게
또 아래 혼자 있는 사람에게
그 아래 신발을 뺏긴 사람에게
또 그 아래 문턱을 넘는 사람에게
밀려 나온 슬픔을 보며
나 여기 있다, 없다, 있다, 없다.
깜빡, 깜빡, 알리는 사람에게

사람이라는 종기가 자라고 있다고
방문을 열면
자기 냄새가 밀려와
구역질하는 사람에게

이리 오세요
오렌지차를 끓였어요
그 세계에서 떨어져
나와 포갭시다
그런 말을,
그런 말을 하고자 하였다
-「전구」에서

■ 두 사람

함께 누우면
너의 몸에만 빛이 쌓여
네가 금방이라도
빨려 올라갈 것 같았지
-「편두통」에서

첫 줄부터 독자에게 즉각적인 충격을 주는 시 「돌 저글링」부터 보자. 세 사람이 있다. 애인이 있고 여자가 있고 내가 있다. 그들은 욕조 하나를 얻어, 식어 가는 물속에서, 누가 누굴 사랑하는지 모르는 채로, 무릎이 닿아 있다. 이 사랑을 사랑이라 할 수 있을까? 이런 그들을 우리는 사랑할 수 있을까? 시인의 질문은 계속된다. 나는 그를 사랑하는데, 그가 사랑하는 다른 이까지 사랑해도 되는 걸까? 그들을 안 사랑한다면, 여기에 있어도 되는가? 복수의 질문은 하나의 물음으로 수렴된다. 사람을 사랑해도 될까? 사랑에 대한 질문은 늘 오답이 정답을 대체하고, 시에서는 더욱 그러하니, 하나의 물음에 답하는 시인의 답은 역시 하나로 결정되어 있을 뿐이다. 두 사람을 모두 사랑하고, 두 사람을 모두 미워할 것. 그 둘은 하나일 것. 던지고 받을수록 손바닥에 상처를 입힐 수밖에 없는 돌로 저글링을 하고 있는 시적화자는 되레 그 손으로 만질 물의 아픔까지 감각한다. 자신은 하나도 안 아프다는 듯이, 그 둘을 사랑함이 당연하다는 듯이.

■ 한 사람

아무도 없는 정류장

버스에 두 자리가 비었고
나는 저기 정류장에
서 있는 나를 봅니다
-「흔들다」에서

그렇게 실패한 사랑마저 사랑이라 힘주어 말하는 이는 별일 없이 출퇴근하는 사람이다. 숨을 참고 스스로의 살을 연하게 만들어 먹고살러 간다. 사랑하고 헤어지며 다시 사랑하는 게 별 수 없이 반복되듯이 살고 죽고 다시 태어나는 것도 반복된다. 퇴근하고 출근하는 일도 마찬가지. 그 순환을 위하여 우리는 출발점이 어딘지 깜깜인 채 출발한다. 이는 시작과 끝을 알 수 없이 천천히 돌아가는 대관람차를 연상시킨다. 아래든 위든 돌아가는 관람차에서 우리는 여전히 가난하고 몰래몰래 사랑을 한다. 무섭고 조용한 슬픔을 느끼지만 그것이 어디에서 시작하는지 모른다. 수원에서 서울로, 다시 서울에서 수원으로 너를 생각하지 않고 나는 떠나고 도착한다. 반복의 여정 곳곳에서 시인은 홀로 있는 나를 맞다뜨리고 마침내 돌 저글링을 멈춘다. 늘어뜨린 손이 대관람차의 문고리를 잡는다. 여기에서 나갈 수 있을까? 독특한 형식 실험을 선보이는 시, 「대관람차」의 마지막은 박스로 형상화된 관람차에서 내린 한 글자가 보인다. 누군가에게는 그 글자가, 덩그러니 놓인 한 사람으로 보일밖에 없을 것이다.

■ 사람

손잡이 떨어진 문을 사이에 두고
우리는 참 오래도 서 있었다

어쩌면 문 같은 건 아예 없었던 거다
나는 이제 네가 궁금하지 않다
-「문」에서

손미는 시집 내내 반복되는 고통을 가감 없이 받아 적는다. 때로는 그 고통이 너무나 선명하여 고개를 돌리고 싶다. 내가 누구든, 어디에 있든, 나로 인해 누군가가 상처받고 아프든 상관없이 살고 싶다. 『사람은 사랑해도 될까』는 바로 그 사람을 사랑해도 될는지 묻는 동시에 이미 사랑하고 있음을 고백하는 시집이다. 그러니까, 다 알겠는데, 그 사람이 누구냐고? 다름 아닌 나다. 그리고 너다. 너이면서 동시에 나인 존재. 시가 한참을 경원하고 바라왔던 상대. 혼자서 간 중국 식당에서 홀로 테이블을 돌린다. 분명히 아무도 없었는데 저쪽에서 누군가 울고 있다. 그의 눈물로 젖어 버린 테이블이 나에게까지 왔을 때, 그 눈물의 주인은 누구인가? 차게 식어 버린 밥은 우리는 누구와 먹어야 하는가? 시인은 현실 불가능한 답변을 내리려 한다. 산 사람, 죽은 사람, 지나간 사람, 태어날 사람…… 그 사람이 모두 나라고, 그 사람을 사랑해도 된다고, 겨운 고통에도 불구하고 끝내 말한다.

작가정보

저자(글) 손미

대전 출생. 2009년 『문학사상』으로 등단했다. 시집 『양파 공동체』, 산문집 『나는 이렇게 살고 있습니다. 이상합니까?』가 있다.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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