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놀로지의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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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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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학의 개척자 실라 재서노프,
세계를 움직이는 기술과 정치의 관계를 묻다
과학기술과 인간, 사회의 상호작용을 탐색하는 과학기술학(STS, Science and Technology Studies) 분야의 개척자이자 세계적인 권위자인 실라 재서노프의 대표작 『테크놀로지의 정치』(원제 The Ethics of Invention)가 출간되었다. 유전자 조작에서 디지털 프라이버시까지, 눈부신 과학기술의 진보를 일구어온 인류가 새롭게 맞닥뜨린 윤리적·법적·사회적 곤경을 풍부한 사례를 들어 집요하게 풀어냈다. 우리가 선호하는 기술은 지나친 이익과 편의 지향으로 인해 관리 및 통제를 지향하는 기술, 즉 ‘오만의 기술’이었음을 지적하고 불평등의 해소와 인간 존엄성의 회복을 지향하는 ‘겸허의 기술’을 제안한다.
저자 실라 재서노프는 환경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다 코넬대 교수로 부임해 STS 학과를 최초로 설립했고 하버드대로 자리를 옮겨 STS가 제도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이 책은 그가 안전·보건·환경 규제, 생명윤리, 특허 분쟁 등 과학기술과 관련된 논쟁적 이슈들에 대해 실행한 국가 간, 문화 간 비교 분석을 집대성한 결과다. 역사상 최악의 산업재해인 인도 보팔 가스누출참사와 생명윤리 논란을 낳고 있는 맞춤아기, 대리모 산업의 사례를 조망하는 한편, 위키리크스 사건과 에드워드 스노든 사건을 들어 빠른 속도로 팽창하는 디지털 혁명 속에서 프라이버시와 사상의 자유가 어떻게 위협받고 있는지 법과 제도의 차원에서 논한다. 기후위기 등 환경재난과 인간성의 상실에서 비롯된 전쟁, 테러에 시달리고 있는 인류는 이미 너무 멀리 와버렸는지 모른다. 어두운 전망 속에서 과연 책임있고 윤리적인 기술진보라는 중도의 길은 가능할까? 이 책은 우리가 STS, 즉 과학기술학이라는 낯선 학문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를 호소력 있게 역설하며, 과학기술의 진보가 민주적 통제의 대상일 뿐 아니라 민주주의의 심화를 위해 비판적으로 해부되어야 할 정치의 장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1장 기술의 힘
2장 위험과 책임
3장 재난의 윤리적 해부학
4장 자연을 다시 만들다
5장 인간에 대한 조작
6장 정보의 거친 첨단
7장 누구의 지식이고, 누구의 재산인가?
8장 미래를 되찾다
9장 사람을 위한 발명
감사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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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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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문명이 그저 장미꽃밭은 아니다”
기술진보는 어떤 윤리적 곤경을 낳고 있는가?
기술진보는 분명 매력적이다. 기간산업에 투자해 농업 중심이던 경제를 빠르게 산업화하고 아시아의 4대 신흥공업국 중 하나로 성장한 경험이 있는 한국에서는 기술혁신이 진보의 강력한 동인이라는 믿음이 지배적이다. 기술 자체가 공공선으로 비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책은 일반적인 믿음과는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장미꽃밭 속에서 기술의 부정적 영향을 예견하거나 미연에 방지하는 것은 누구의 임무인가?” 인도 보팔 가스누출참사 이후 수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그로 인해 고통받은 사람들이 존재하고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 “우리는 위험을 예측하고 방지하며 책임을 논할 도구와 수단을 가지고 있는가?” 인류는 핵전쟁의 위험을 충분히 알고 있지만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지 않는다. 기술발전이 더 유익하다는 결정론적인 가정 아래 군비경쟁은 심화되고 실재하는 위험 가능성은 도외시된다. “기술발전은 부와 권력의 격차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전세계에서 고속 데이터통신망 기술을 경험할 수 있지만 사람들은 거주 지역과 수입, 교육과 직업에 따라 다른 경험을 한다. 자연히 기술 경험에 따른 사회적 격차 또한 발생한다.(21면)
이렇게 저자는 기술진보의 이면을 비추는 여러 질문을 던지며 우리가 잘 이용한다고 믿은 기술이 실은 우리의 삶을 지배하고 있다고 말한다. 기술이 우리 삶을 더 낫게 바꿔주리라는 무조건적인 통념에 반대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상대적으로 새로운 학문 분야인 STS의 관점에서 과학기술이 법, 제도, 그리고 인간의 삶과 만날 때 도출되는 논쟁적 지점들을 면밀하게 살펴보자고 제안한다.(46면)
테크놀로지는 왜 비판적으로 해부되어야 할 정치의 장인가?
2장 ‘위험과 책임’과 3장 ‘재난의 윤리학’에서는 기술혁신이 수반하는 각종 위험과 산업재해의 사례를 살피면서 그것이 어떻게 관리되고 무시되는지 질문한다. 1960년대부터 냉장고, 에어컨 등에 불연성 냉매로 널리 쓰인 염화불화탄소가 오존층을 파괴하고 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것이 지구 온난화를 야기하는 상당한 위협으로 인식되기까지 15년이 넘는 시간이 더 걸렸고, 국제 공동체는 1989년에야 몬트리올의정서를 발표해 생명을 위협하는 화학물질의 생산을 중단했다. 이런 사례는 과학기술의 발전에 상응하는 위험분석의 특징을 보여준다. 위해의 예측은 정밀하지 못하고 언제나 너무 늦게 이루어지며, 조기경보는 무시되고 관리의 책임은 산만하게 분산된다는 것이다. 그 결과 일어난 대표적인 산업재해가 1984년 인도 보팔의 유니언카바이드 화학공장에서 일어난 가스누출참사다. 이 사건은 기술재난이 일어날 경우 가난한 사람들이 부자들보다 더 큰 고통을 겪는다는 익숙한 각본을 보여주면서도 전문가 예측의 한계·제한적인 보상·구조적 불평등의 원천이라는 산업재해의 세가지 근원적 문제를 여실히 드러냈다. 이런 사건의 재발을 철저히 방지하고 기술을 민주적으로 통제하기 위해서는 혁신의 가치나 경제적 편익뿐 아니라 지구 환경과 사회정의까지 고려하는 윤리적인 거버넌스가 필요하다.
4장 ‘자연을 다시 만들다’와 5장 ‘인간에 대한 조작’에서는 유전자 조작, 생의료 과학기술의 진보가 제기하는 윤리적·도덕적 질문들을 탐구한다. 예컨대 유전자변형생물체(GMOs)들은 산업현장에서 골치 아픈 거버넌스의 문제를 제기한다. 이것들이 전지구적 규모의 생태계와 인간의 건강에 초래할 결과는 ‘거대한 모름’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대리모가 아기를 출산했을 때 부모의 권리를 둘러싼 난제들이나, 특정 유전 형질을 인공적으로 선택하는 ‘맞춤아기’의 가능성 등 인간의 생명현상을 조작하는 문제는 윤리, 법률, 정책의 차원에서 한층 더 복잡한 쟁점들을 제기한다. ‘줄기세포 시대에 생명은 어디서 시작하고 끝나는가?’ ‘생명이 상품이 될 수 있는가?’ 같은 질문들은 법이나 제도 못지않게 정치와 윤리 범주에 속한 문제다.
6장 ‘정보의 거친 첨단’에서는 디지털혁명 속에서 프라이버시와 사상의 자유에 드리워진 위기의 그림자를 묘사한다. 과연 사이버공간은 자유로운 장소인
작가정보
저자 : 실라 재서노프
Sheila Jasanoff
미국 하버드대 존 F. 케네디 공공정책대학원의 과학기술학 석좌교수. 하버드대 수학과를 졸업하고 역사언어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후, 같은 대학 로스쿨을 나와 환경 전문 변호사로 활동했다. 1978년 코넬대 교수로 부임해 과학기술에 관한 인문학·사회과학 학제적 연구 분야인 과학기술학(STS, Science and Technology Studies) 학과를 설립했으며, 1998년 하버드대로 자리를 옮겨 STS가 제도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안전·보건·환경 규제, 생명윤리, 특허 분쟁 등 과학기술과 관련된 논쟁적 이슈들에 대한 국가 간, 문화 간 비교 분석을 통해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 나타나는 과학기술과 정치·정책·법 사이의 다층적·다면적 상호작용을 비판적으로 해부해왔다. 저서로는 국내에 번역된 『누가 자연을 설계하는가』 『법정에 선 과학』 외에도, The Fifth Branch, Science and Public Reason, Can Science Make Sense of Life? 등이 있다. 과학기술학의 대표 학회인 ‘과학의 사회적 연구학회’(4S) 회장, 미국과학진흥협회(AAAS) 이사 등을 역임했다.
역자 : 김명진
金明振
서울대 대학원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에서 미국 기술사를 공부했고, 현재는 동국대와 서울대에서 강의하면서 번역과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전공인 과학기술사 외에도 과학 논쟁, 대중의 과학 이해, 약과 질병의 역사, 과학자들의 사회운동 등에 관심이 많으며, 최근에는 냉전 시기와 68혁명 이후의 과학기술에 관심을 두고 공부하고 있다. 저서로 『야누스의 과학』 『20세기 기술의 문화사』 『세상을 바꾼 기술, 기술을 만든 사회』 등이 있고, 역서로 『시민과학』(공역) 『과학, 기술, 민주주의』(공역) 『언던 사이언스』(공역) 『과학기술학 편람』 등이 있다.
번역 김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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