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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하기 싫어서 다정하게

김현 에세이
에세이&
김현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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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1월 25일 출간

국내도서 : 2021년 11월 26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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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39.05MB)
ISBN 9788936494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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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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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란히 숨을 고르는 일. 사랑은 모쪼록 그런 일”

독보적 에세이스트 김현,
다정할 수만 없는 세상을 쓰다듬는 다정한 마음

우리 시대 가장 돋보이는 감수성으로 신동엽문학상과 김준성문학상을 수상한 김현 시인의 신작 에세이집이 출간되었다. 혐오와 차별을 뚫어내는 소수자의 사랑을 서정적으로 풀어내 독자의 너른 사랑을 얻어온 김현은 이미 여섯권의 에세이집을 발간해 호평을 받은 검증된 에세이스트다. 이번 에세이집 『다정하기 싫어서 다정하게』는 김현이 쓴 어느 책보다 내밀한 사랑의 언어로 가득해 겨울철 스산해지는 독자의 마음을 따뜻하게 붙든다. 곳곳에 스며 있는 위트와 유머도 정다운 웃음을 머금게 한다. 수록된 스물다섯편의 글은 연인과의 사랑, 가족 간의 소통, 직장인의 애환, 소중한 기억 등 삶의 다양한 면모를 다루지만 전부 읽었을 때 각각이 퍼즐처럼 맞춰져 하나의 그림이 그려지는 놀라운 독서경험을 선사한다.
여름이었다
인생이란 말이야
간절한 마음
싹수
전철 타고 망원에서 구리 가기
누구나 아무나 기억하기
가을 엽서
양염
아버지 목소리
웃는 하루
행복한 사람
껍데기
서점원 일기
미래 연습
한 사람을 위한 마음
시인에게
누군가 창문에 입김을 불어 쓴 글씨
참새의 맛
절망
애수의 소야곡
다섯가지 힘을 하나로 모으면
그때 그토록 무거운

생명력
봄에는 뭐 하세요?

작가의 말

우리 시대 가장 돋보이는 감수성
김현만이 할 수 있는 아름답고, 진실한 이야기들

‘일상과 세계 사이에서 빛나는 이야기’ 에세이& 시리즈로 출간된 이 책은 직장인 김현의 일상과 시인 김현의 문학세계를 넘나든다. 직장인 김현은 늘어나는 체지방(「인생이란 말이야」), 폭등하는 집값(「전철 타고 망원에서 구리 가기」), 동료 프리랜서들의 어려움(「절망」), 층간소음(「간절한 마음」을 사실적이지만 유쾌하게 묘사한다. 여타의 에세이집이 생의 고난을 어둡고 무겁게 고백하는 방식이라면 이 책은 고난 안에서도 희망을 발견해낸다. “인생이 체지방”(15면)이라는 모호한 농담으로 눙치는가 하면, “때때로 우리는 절망뿐인 인생에서 구원을 찾곤 합니다”(165면) 같은 문장으로 독자의 마음을 쓰다듬기도 한다.
김현의 에세이는 시종 다정하지만, 그 안에 뼈 있는 ‘한 방’을 품고 있는 점도 매력이다. 주택정책으로 인한 어려움을 술술 풀어내다가 어느 순간 성소수자의 가족구성권에 대한 소신을 이야기하거나(「싹수」), 천장을 보며 시작한 기억에 대한 가벼운 단상이 세월호 기억공간 철거에 대한 경고(「누구나 아무나 기억하기」)로 점프하는 식이다. 세상을 떠난 이들에 대한 추모의 글은 독자의 마음을 뭉클하게 하는데, 김현은 죽음의 상실보다는 그들의 생에 집중한다.(「생명력」 「그때 그토록 무거운」 「웃는 하루」) “어른이란 어디서든 웃음을 터뜨릴 줄 아는 이라는 걸”(145면) 깨쳤기 때문이라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슬픔으로 파고들지 않기 때문에 이 책에 등장하는 여러 죽음에 독자들은 깨끗한 마음으로 공명할 수 있다.
이 책의 백미는 ‘사랑 이야기’다. 사랑의 기억을 담담하게 들려주기도 하지만,(「누군가 창문에 입김을 불어 쓴 글씨」) 지금 연애 중인 ‘짝꿍’에 대한 이야기를 아름답고 진솔한 이야기가 더욱 마음을 붙든다. “잠이 들기 전에 서로의 이마를 짚어주거나 새끼손가락을 잡아주었다 놓는 일”(228면)을 “정말 좋아하는 ‘우리의 일’”(227면)이라고 고백할 때의 해사한 미소가 기분 좋게 전해져온다. 가족에 대한 사랑 이야기(「양염」 「아버지 목소리」 「행복한 사람」) 역시 마음을 덥힌다. “아버지가 더 노쇠하기 전에 아버지를 예뻐해야지. 아버지라도 예뻐서 다행이라고 말하면서”(77면) 같은 문장 앞에서 독자들은 지금 곁에 있는 이들을 한번 더 생각하게 될 것이다.

고된 출근길을 잊게 하는 묘한 통쾌함,
삶의 와글거림이 마음을 움직이다

이번 에세이집은 창비의 독서 체험 플랫폼 ‘스위치’(switch.changbi.com) 연재 당시부터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독자들은 김현에게 “무더운 출근길을 잊게 해주는 묘한 통쾌함이 있다”거나 “글로 싹을 틔우는 사람”이라며 공개적인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온 바 있다. 그러한 공감은 이 책에 쓰인 이야기들이 각자의 삶과 크고 작게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우리는 저마다의 호프집이나 까페, 저마다의 출퇴근길을 반추하게 되고 그 안에서 나눈 대화들을 떠올리게 된다. 떠들썩한 생의 와글거림이 배음처럼 깔린 『다정하기 싫어서 다정하게』는 그 자체로 “저 깊은 어둠 속에서 (…)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150면) 바라는 김현의 따뜻한 응원이다. 그 응원을 듣다보면, 다정할 수만은 없는 세상 속에서, 하나둘 다정한 마음이 싹튼다.

작가정보

저자(글) 김현

저자 : 김현
金鉉
시인. 시집 『글로리홀』 『입술을 열면』 『호시절』 『낮의 해변에서 혼자』 『다 먹을 때쯤 영원의 머리가 든 매운탕이 나온다』, 산문집 『걱정 말고 다녀와』 『아무튼, 스웨터』 『질문 있습니다』 『당신의 슬픔을 훔칠게요』 『어른이라는 뜻밖의 일』 『당신의 자리는 비워둘게요』(공저) 등이 있다. 신동엽문학상, 김준성문학상을 수상했다.

작가의 말

신내에서 출발하는 춘천행 열차를 타고 갈매 지나 별내 지나 퇴계원을 지나 사릉 지나 금곡 지나 평내호평을 지나갈 때, 황정은의 『일기日記』(창비 2021) 중 “12년 전 어둠이 내린 섬에 은교씨와 무재씨를 남겨두고 소설을 마무리하면서 나는 그들이 누군가 만나기를 바랐고 그 뒤로도 내내 그걸 바랐다. 그들을 두고 온 것이 마음에 걸려 책을 내고도 몇년 동안 그들을 생각했고 그 밤, 그 길을 가는 두 사람을 상상했다. 하지만 이제 나는 그 길에 남겨진 두 사람을 더는 상상하지 않는다. 그들은 이제 거기 없다. 누군가가 그들을 목격했을 테니까”라는 단락을 읽었습니다. 천마산 지나 마석 지나 대성리에서 내려 걸으면서 내내 그 단락이 잊히지 않아서 아무도 없는 길가 나무 의자에 앉아 북한강을 보며 울었습니다. 깨끗하게. 이제는 어디서든 잘 울고, 누구에게든 눈물 보이는 일이 부끄럽지 않습니다. 세수하면 되니까. 손 씻고. 배가 고파서 ‘착한 닭갈비’에 혼자 들어가 앉아 숯불 닭갈비 2인분을 시켜놓고 맥주 한병을 마셨습니다. 열두 테이블엔 한쌍의 이성애자가, 한무리의 가족들이, 2대 3대가 모인 가족들이 앉아 있고. 그런 밥상 풍경을 볼 때마다 종종 동성애자들은 어디에서 데이트하고 어디에서 서로에게 상추쌈을 싸주고 손을 잡고 걷는지를 궁금해했습니다. 고기를 태우고. 가뿐한 마음. 걷고.
기를 쓰고. 글을 쓰고. 오늘은 실패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하늘을 자주 올려다보았기에. 그 하늘엔 구름. 신(神). 신께 기도하면서(가령, 구내염 빨리 낫게 해주세요) 열차 타고 집으로 돌아와 목욕재계하고 호를 졸졸 따라다니며 귀찮게 하다가 오징어링과 야채고로케를 곁들인 카레를 저녁으로 먹었습니다. 크게 배웠다는 것을 알고. 자랑했습니다. 대성리에서 주워 온 나뭇잎을. 그 나뭇잎은 줍지 않고 지나쳤다가 다시 돌아가 주워 온 나뭇잎. 벌레 먹은 나뭇잎. 구멍이 두개인 그 나뭇잎은 『일기日記』의 「산보」 위에 얹혀 있고.

얹혀 간다.
문학 하는 삶도, 문학 하지 않는 삶도.
이제 이런 문장을 적을 때면 여러 사람이 자연히 떠오르고. 그것을 기쁨으로 여깁니다.

여기까지 적고 평내호평이라 제목을 붙인대도 어색하지 않겠으나, 언젠가 쓰게 될 시 또는 소설 또는 산문에는 두 사람이, 살짝 닿거나 닿을 듯이 가깝게 지나간 두 사람이, 서로에게 얹혀 가는 두 사람이, 신내역에서 경춘선을 타고 남춘천으로 가다가 평내호평역에서 내려 산보하다가 결국 울게 되는 두 사람이 나오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다정해서 다정하기 싫은.

두 사람, 그밖의 사람들을 목격하는 일.
꽤 오랫동안 그런 걸 쓰기 위해 애썼습니다. 애쓰고 있습니다.

애쓰며 살지 않는 사람은 없다. 일요일에 경춘선을 타보기만 해도 알게 됩니다. 이 많은 사람이, 이 세월을 허송으로 보내기 싫어서 이토록 절실하게 꼿꼿하게 흔들리며 손깍지를 끼고 서로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웃고 떠들고 눈 감고 기도하며 먼 곳을 향해 간다는 사실을. 자신들을 기다리는 것이 오로지 기쁨뿐이라고 믿으며.

그래도 작가는 말합니다.
기쁨과 슬픔을 평평하게 밀어서 그 반죽을 얇게 떼어
수제비를 끓여 먹으면 얼마나 맛있게요.



특별히 고마운 것 없는 사람들에게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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