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마지막 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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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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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의 간병, 어머니의 사랑과 존엄성에 대한 인문학적 기록
엄마의 삶이 점차 마지막을 향해 갈 때, 아들은 엄마의 말을 기록하기로 마음먹었다. 인지저하증으로 투병 중인 엄마의 한두마디 말은 자칫 의미 없는 음성으로 치부되기 쉬웠지만, 평생을 모자지간이라는 특별한 존재관련 속에 살아온 아들에게 그것은 결코 뜻 없는 말일 수 없었다.
고전학자인 박희병 서울대 교수가 1년여간 어머니의 병상을 지키며 들었던 어머니의 말들과 그에 대한 생각을 신간 『엄마의 마지막 말들』에 모아냈다. 저자는 말기암과 인지저하증으로 투병하는 어머니가 병상에서 발화하는 말을 인문학자이자 아들의 시각에서 해석했다.
저자는 그간 고전문학 석학으로서 학문 연구의 결과를 글로 숱하게 발표하면서도 개인적인 이야기를 내놓는 것은 꺼려왔다. 하지만 평생을 바쳐온 학업마저 내려놓고 ‘엄마의 마지막 말들’을 정리하는 일은 저자가 아들로서 꼭 해야만 하는 일이었다. 더불어 저자는 인문학자로서 이 기록이 개인적인 기록에 그치지 않고 인간의 삶과 죽음, 사랑의 방식, 주체성에 대한 고찰로 이어지도록 했다. 책은 누구나 마주하게 될 ‘마지막’이라는 시간을 매개로 근원적 사랑과 존엄성, 우리 삶의 존재방식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엄마의 마지막 말들
에필로그
여전하게 이어지는 삶의 한가운데,
엄마의 말이 있었다
책은 투병 당시 저자의 어머니가 발화한 짧은 말에 저자의 해석과 생각이 덧붙는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엄마의 마지막 말들’은 지혜를 모아놓은 잠언도 아니고, 일생을 회고하며 정리하는 이야기도 아니다. “비가 오나?” “저기 꽃이네.” “밥은 묵었나?” 같이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말이 대부분이다.
병원에 계실 때 엄마가 하신 마지막 말들은 거개가 예전에 언젠가 하셨거나 혹은 예전에 늘 하셨던 말이 아닌가 한다. 호스피스 병실의 삶은 결코 예전과 단절된 삶이 아니라 예전과 연속되어 있는 삶으로서 엄마 삶의 소중한 일부였던 것이다.(222~23면)
호스피스 병동에서의 시간은 이미 다한 생의 인위적 연장이 아니라 주어진 삶을 그대로 살아가는 과정이다. 그렇기에 저자는 어머니와 여전한 ‘일상’을 함께했고, 어머니를 위해 어떻게 하는 것이 최선인지를 끊임없이 고민한다. 그것은 곧 어머니께 먹이는 음식으로, 평소에는 하지 않던 우스꽝스러운 말과 행동으로, 무시로 어머니의 안위를 살피는 정성으로 나타난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의미 없어 보이는 ‘엄마의 말’들을 어머니의 의도와 뜻을 살펴 해석하는 것이었다. 이는 곧 인간 존재로서 어머니의 ‘최소 주체성’이 유지되도록 하는 가장 직접적인 동행이었다. 이 일은 간병인이나 의료진이 할 수 없는, 아들이기에 해야 했고 할 수 있던 일이었다.
‘엄마의 말’은 종종 삶 일반에 대한 인식과 통찰을 담고 있기도 했다. 오랜 병원 신세에 대한 아이러니적 발화로 해석되는 “웃긴다꼬”라든가 아들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을 함께 담은 “내가 아파 니 기 챈다(귀찮게 한다)”와 같은 말은 매우 함축적이면서도 자신의 처지와 주변 상황에 대한 정확한 인지를 담고 있다. 이는 어머니의 주체성이 병상에서도 여전히 유효하게 발현되고 있음을 드러내는 단적인 예다. 더 나아가 우리의 주체성 역시 생명이 다하기까지 사라지지 않음을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엄마의 말이 꺼낸 기억과
삶의 가치들
인지저하증을 앓고 있던 저자의 어머니는 투병 중 근래 잘 쓰지 않던 방언을 섞어 말하거나, 과거 기억 속에 머무르는 듯 그 당시에 했을 법한 말을 하기도 했다. 저자에게는 이것이 과거의 기억을 눈앞에 되살리는 계기가 된다. 저자는 자기를 “박군”이라 부르는 어머니의 말에 은사와의 추억을 함께 떠올리고, “도망가라!”라는 다급한 외침에 유신독재 시절 경찰에게 쫓기던 대학생 시절을 회고한다.
‘엄마의 말’이 불러온 옛 시간들은 이제는 다시 오지 못할 그때의 ‘나’와 어머니, 시대의 모습을 담고 있다. 어릴 적 간식으로 먹던 ‘박산’(‘뻥튀기’의 경남 방언)을 병실에 사들고 온 날에 저자는 박산을 반기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며 마을 공동체와 그를 지탱하던 ‘자립적 기예’가 살아 있던 ‘엄마 세대’의 시간을 그리워한다. 시대는 사람에 의해 구성되는 것이므로, 어머니가 죽어가는 것은 곧 그 시대가 죽어감을 의미한다. 시대의 죽음이 수반하는 가치의 소멸에 아쉬움을 느끼는 저자는 그 시대에 대한 회고도 함께 이 책에 담아내고자 했다. 그 시대에 대한 한마디 말과 작은 매개체로도 과거의 기억은 순식간에 눈앞에 그려지고, 그 시간을 함께 살았던 기억은 이별을 향해가는 현실 앞에서 더욱 소중해진다.
보호자, 관찰자, 기록자로서 본
호스피스 의료의 현실
저자는 인문학자로서 이 글이 개인적인 기록에 그치지 않고 독자들에게 좀더 의미 있게 가닿기를 바랐는데, 그러한 소망의 일환으로 호스피스 의료에 대한 경험을 책에 담았다. 저자는 “엄마의 빈 주체성을 메워주는 보조자”의 눈으로 1년 남짓의 병상 생활을 관찰했다. 가정형 호스피스를 시작하기까지의 숙고, 호스피스 병원을 선택하는 동안 고려했던 점과 각 병원에서의 생활, 그곳에서 마주하는 여러 의료진의 모습과 자세가 책에서 소개된다. 저자의 어머니는 여러 병원과 의료진의 대처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이곤 했다. 활기를 띤 채 밝게 인사하는 ‘스마일 할머니’였다가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눈을 감은 채 생명만 겨우 유지하는 상황에 놓이기도 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면서 저자는 호스피스 의료에서 의료진의 태도가 환자에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된다. 저자는 함께했던 의료진에 대한 감사의 인사와 비판적 의견을 책에서 같이 말하는데, 이는 호스피스 의료의 발전이 절실하며 여기에 의료진의 역할이 막중하다는 것을 몸으로 느꼈기 때문이다. 간병인ㆍ완화의료도우미 제도, 병동 운영 등에 대한 개선 의견 역시 “인문학은 실존과 사회적 문제의식을 분리하지 않는다”라는 저자의 소신에서 발현된 호스피스 의료에 대한 ‘간절함’이 반영된 것이라 하겠다. 고령화 사회의 필수 요소로 꼽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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