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구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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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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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주아 세계의 위선에 던진 통렬한 비판
외설적이라고 비판받는 그의 작품 속에서 나는 진정한 힘과 작가적 기질을 발견했다
-귀스따브 플로베르
그는 진실을 향해 도발적으로 파고드는 작가다-기 드 모빠상
자연주의 문학의 거장으로 불리며 ‘소설의 시대’인 19세기에 장편소설의 대미를 장식한 인물이라는 평을 받는 에밀 졸라의 장편소설 『집구석들』이 창비세계문학 88번으로 출간됐다. 이 작품은 유전과 환경이 어떻게 인간에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밝히려는 의도로 쓰인 졸라 문학의 요체 ‘루공 마까르’ 총서 중 제10권으로, 아델라이드 푸께라는 여인이 남편 루공과 정부 마까르를 통해 낳은 자손들의 이야기 중 하나이다. 부부의 맏아들인 야심만만한 청년 옥따브가 빠리로 상경해 사업과 여인을 수단으로 성공을 꿈꾸며 벌어지는 일을 담은 『집구석들』은, 그의 부모에 대한 언급이나 가정적 배경이 축소되어 있으므로 ‘루공 마까르’ 제10권이라는 부담감은 떨쳐도 좋을 것이다.
한편 『집구석들』은 졸라가 과학 실험을 하듯 소설을 써야 한다는 ‘실험소설론’을 주장하며 치밀한 관찰과 수많은 자료에 의거해 쓴 대표적 작품 중 하나다. 그때까지 문학작품의 소재로 금기시돼오던 빈민의 참상을 적나라하게 파헤침으로써 당시 문단에 큰 충격을 불러일으키고 거센 비판의 표적이 됐다. 부르주아의 위선적 삶을 제2제정 시대의 가정들을 통해 신랄하게 드러낸 이 작품을 통해, 빠리의 한 모퉁이 슈아죌 거리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삶을 묘사한 자연주의 소설기법의 정수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작품해설 / 영원한 코미디인 중산층의 위선에 던진 통렬한 비판
작가연보
발간사
■ 작품 소개
출세를 꿈꾸며 빠리로 상경한 청년 옥따브는 건축가 깡빠르동과의 인연으로 그와 같은 아파트 5층의 세입자로 살게 된다. 옥따브는 끊임없이 여성들을 유혹하며 이를 발판으로 자신의 사업을 펼칠 기회를 노린다. 하지만 그는 이야기의 실마리를 이끌어가는 주인공이라기보다는, 부르주아 세계의 축소판이라 할 이 아파트를 휘젓고 다니며 여러 유형의 인물들과 접촉함으로써 가정의 풍속도를 자연스럽게 드러내주는 일종의 교차로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아내와 처형과 살며 부르주아 남성의 성적 위선을 여지없이 보여주는 4층의 깡빠르동, 허례허식에 빠져 형편없는 식사를 할지언정 치마의 레이스 한 자락에 목매는 5층 조스랑 가족, 건물주 아버지의 재산에만 관심이 있는 중2층의 큰아들 오귀스뜨 바브르와 2층의 떼오필 바브르, 건물주의 사위이자 고등법원 판사로 도덕성을 강조하며 살아가지만 내연녀를 따로 두고 있는 2층 뒤베리에, 그리고 옥탑방에 기거하며 이들을 조롱하는 하녀들까지. “다들 살 만큼 사는데다 도덕적으로도 지독히 까다롭다”라는 문지기의 말을 비웃기라도 하듯 은밀히 중앙계단과 뒷계단을 넘나들며 인간의 추악한 면을 여지없이 드러내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독자는 인간의 영원한 이중구조인 겉과 안의 다름을 목격할 수 있다.
문학 속 외설보다 위험한 위장된 미덕에 대한 비판
졸라는 인간의 추악한 면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정장 차림을 하고 파티에 나가듯이 소설을 쓴다는 것은 코미디라고 비판했다. 이런 졸라의 모습은 『집구석들』에 등장하는 3층 소설가의 형상 속에 담겨 있다. 슈아죌 거리의 아파트 주민들 중 유일하게 화자의 비판에서 제외되는 이 인물은 대신 다른 인물들로부터 비아냥거림을 받는다. 특히 문지기는 그를 두고 쓰레기 같은 글을 써서 돈더미에 올라앉았다고 손가락질하지만, 주민 중 유일하게 가족과 단란한 행복을 누리며 조용히 살아가는 이 작가는 바로 『집구석들』을 쓰던 시기의 졸라의 모습이다. 그리고 졸라는 이 소설 속 인물들을 통해 정작 위험한 것은 문학 속의 외설이 아니라 가짜 미덕, 위장된 정숙함이라고 역설한다. 즉 『집구석들』의 공격 대상인 ‘합당한 부르주아 도덕’, 슈아죌 거리의 번듯한 아파트 건물로 표상되는 그 도덕이란 실은 온갖 수치와 비참을 가려주는 병풍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모든 썩은 것들과 도덕의 타락, 집구석들
원어가 풍기는 미묘함을 그대로 표현할 수 있는 우리말이 딱히 없어 ‘집구석들’이라고 번역하게 된 이 작품의 원제는 ‘뽀부이유(Pot-Bouille)’이다. ‘집에서 끓여 먹는 찌개’라는 뜻을 가지고 있으며 현대 프랑스어에서는 좀처럼 쓰이지 않는 이 알쏭달쏭한 단어에 대해서 졸라의 측근이던 뽈 알렉시가 쓴 「에밀 졸라, 친구의 기록」에는 다음과 같이 쓰여 있다. “뽀부이유는 부르주아 계층의 찌개, 가정의 일상사, 매일 먹는 음식, 번듯한 모양의 수상쩍고 거짓 같은 음식을 말한다. ‘우리야말로 명예요, 도덕이요, 바른 가정의 표상이다’라고 말하는 부르주아들에게 졸라는 ‘아니다, 당신들은 그 모든 허울 뒤에 숨은 거짓이다. 당신들의 찌개냄비에서 끓고 있는 것은 가정생활의 모든 썩은 것들과 도덕의 타락이다’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숨 막히는 공기 속에서 자라난 불건강한 꽃들
졸라는 당대의 여성들을 여러 각도에서 조명하고 있다. ‘루공 마까르’ 총서 제9권 『나나』가 ‘변두리의 거름더미 위에서 자라난 방탕한 꽃’의 이야기라면, 『집구석들』은 ‘아파트라는 구획된 공간의 창백하고 숨 막히는 공기와 어리석은 허영 속에서 자라난 불건강한 꽃들’의 이야기다. 작품 속에서 그것은 갑갑한 공간에서 신경질적으로 성장한 히스테리 환자 발레리, 모친으로부터 이어받은 허영심으로 인해 간통의 늪에 빠지는 베르뜨, 그리고 갇혀 자라 아무것도 모르는 채 우둔함으로 자신을 방기하는 마리로 형상화된다. 이는 부르주아 여성의 위선을 적나라하게 폭로하는 장치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여성이기에 제대로 된 학교 교육은커녕 원하는 책을 읽거나 신문을 보는 것조차 엄격하게 제한받고, 결혼이 아니면 생계를 유지하기 힘들었던
작가정보
저자 : 에밀 졸라
?mile Zola, 1840~1902
1840년 빠리에서 태어나 엑상프로방스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1847년 아버지의 사망으로 생계가 어려워지자 1858년 빠리로 이주해 생루이 고등중학교에서 학업을 마쳤다. 대학입학자격시험에 연이어 낙방하고 출판사 광고담당 직원으로 근무했다. 1864년 첫 단편집 『니농에게 주는 이야기』를, 1867년에는 최초의 자연주의 소설인 장편 『떼레즈 라깽』을 출간했다. 이후 당시 유럽 학계에서 새롭게 부상하던 유전학을 토대로 1871년부터 1893년까지 20권 분량의 ‘루공 마까르’ 총서를 출판했고, 그중 장편소설 『목로주점』(1877), 『나나』(1880), 『제르미날』(1885) 등으로 성공을 거뒀다. 말년에도 연작소설 『풍요』(1899), 『노동』(1901) 등을 발표하며 왕성한 작품활동을 펼쳤다. 1902년 빠리에서 가스중독으로 사망했고, 유해는 1908년 빵떼옹 국립묘지로 이장됐다. 자연주의 문학의 거장으로 불리는 졸라는 ‘소설의 시대’인 19세기에 장편소설의 대미를 장식한 인물이라는 평을 받는다.
역자 : 임희근
서울대학교 불문학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빠리 제3대학교에서 불문학 석사와 박사 과정을 수료한 후 DEA학위를 받았다. 여러 출판사에서 기획 및 해외 저작권 부문을 맡아 일했고, 출판 기획 번역 네트워크 ‘사이에’를 만들어 전문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파라다이스』 『분노하라』 『잘해봐야 시체가 되겠지만』 『고리오 영감』 『알퐁스 도데』 『보들레르와 고티에』 『헨델』 『쇼팽 노트』 『D에게 보낸 편지』 『정신의 진보를 위하여』 외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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