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5 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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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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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6 _ 077
1947 _ 357
작가의 말 _ 377
“해방이 되면 세상이 어찌 될까?”
도둑처럼 찾아온 그날, 우리의 운명이 요동쳤다
1945년 8월 15일, 일제 강점기에서 해방된 조선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그리고 당시의 청소년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무슨 꿈을 꾸었을까? 이러한 물음에서 출발한 이현의 세 번째 장편소설 『1945, 철원』이 창비에서 출간되었다. 『우리들의 스캔들』 『오, 나의 남자들!』 등을 통해 요즘 청소년들의 이야기에 사회 문제를 절묘하게 녹여 냈던 작가는 신작에서 해방 전후의 철원으로 시선을 돌렸다. 양반집 종살이를 하던 경애, 공산주의자 도련님 기수, 콧대 높은 양반집 딸 은혜, 경성 출신의 모던 보이 제영 등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가운데, ‘철원애국청년단’에 의한 테러가 일어난다. 철원 일대가 술렁이는 가운데 각자의 꿈을 지키기 위한 싸움도 시작된다. 『1945, 철원』은 역사의 격랑을 몸으로 겪어 낸 이들의 이야기를 청소년의 시각에서 그려 낸 수작이다.
해방 전후 격동의 역사를 생생히 그려 낸 최초의 청소년소설
그간 우리 청소년소설에서 본격적인 역사소설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나마도 조선 시대나 그 이전을 배경으로 전설 또는 양반과 상민의 대립을 그리는 등 교훈적인 내용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다른 한편 한국전쟁을 다룬 일반 역사소설에서는 아이들이나 청소년의 이야기가 소소한 에피소드로 다루어지는 게 고작이었다. 그렇기에 한국 근현대사에서 가장 큰 사건이라 할 만한 ‘8·15 해방’과 그 이후 혼란의 역사를 청소년의 시각에서 가감 없이 담아낸 『1945, 철원』은 단연 돋보인다. 작가 이현은 같은 민족이라도 나이, 신념, 계급에 따라 해방의 의미가 달랐으리라는 점에 주목했다. 이 작품은 공산당 정권하의 철원에서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사이에 벌어진 첨예한 대립의 현장을 역동적으로 그려 낸다. 또한 당시 백화점과 커피숍이 있을 정도로 번화했던 대도시 철원의 모습을 철저한 고증을 통해 생생하게 되살린 점도 눈길을 끈다. 『1945, 철원』은 역사 교과서에서 몇 문장으로 지나치고 말았던 현대사의 살아 숨 쉬는 현장으로 독자들을 안내한다.
한국 현대사의 시작점에서 벌어지는 갈등과 슬픔
『1945, 철원』은 해방을 맞은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봄으로써 한국 현대사의 비극을 말한다.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1945년에서 1947년까지는 한반도가 혼돈에 빠져 갈피를 못 잡던 시기였다. 동족상잔의 비극 6·25 전쟁이 일어나기 불과 수년 전, 삼팔선 이북의 철원에서는 숱한 반목과 갈등이 빚어진다. 오랜 동무임에도 서로 반대되는 곳을 보는 기수와 은혜, 그리운 자매지간이지만 결코 서로의 이상을 이해할 수 없는 경애와 미애, 가진 것을 빼앗긴 지주들과 그간의 설움을 되갚으려는 소작농들의 대립은 선악을 쉬이 가릴 수 없기에 더욱 안타깝다. 그리고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갈등에 휘말린 이들의 슬픔은 절절하다. 휴전과 분단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지금, 독자들은 이 책에서 우리 민족에게 일어난 비극의 시작점을 목격할 수 있을 것이다.
역사의 폭풍 속, ‘꿈’을 향해 날갯짓하는 이들의 이야기
하지만 작가 이현은 갈등과 슬픔만을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자신이 어찌할 수 없는 상황임에도 꿈을 포기하지 않는 인물 하나하나를 애정 어린 필치로 그리고 있다. 이런 희망의 메시지는 주인공 경애의 독백에 집약되어 있다. ‘다른 건 잘 몰랐다. 그러나 어찌 살아야 하는지는 잘 알았다. 자신에게 주어진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는 일은 누구보다 잘할 자신이 있었다.’ 일제 강점기에 부모를 여의고 해방 후 인간답게 살게 되나 했더니 사상 대립에 휘말려 언니와 소꿉동무마저 잃고 말지만 경애는 절대 절망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가만히 앉아서 인내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테러의 주동자를 찾기 위해 기수와 경성으로 월남할 정도로 과감한 행동력도 지니고 있다. 그런 경애의 우상이자 철원의 정신적 지주였던 홍정두의 말에는 작품의 메시지가 응축돼 있다. “우리는 늘 나약하고 어리석고, 그래서 흔들리고 방황하지. 하지만 뭘 꿈꾸는지 잊지 않는다면, 언제고 제 길로 돌아올 수 있어.” 시련 속에서도 희망을 놓지 않고 내일을 내다보는 1945년 철원의 젊은이들이 전하는 메시지는 오늘의 독자들에게도 뜨겁게 다가올 것이다.
▶ 줄거리
1945년 8월, 조선 땅에 해방이 찾아왔다. 삼팔선 북쪽의 철원에서는 공산당이 권력을 잡으면서 새 세상이 펼쳐진다. 양반집 계집종으로 살던 경애는 집을 되찾고 헤어졌던 작은언니와도 재회한다. 경애는 해방 전에는 말도 못 걸었던 양반집 딸 은혜와 같이 서점에서 일하며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어느 날, 건들건들한 경성 출신의 모던 보이 제영이 등장하여 경애의 속을 긁어 놓지만 마냥 밉지는 않다. 경애의 걱정거리는 두 가지다. 어머니의 자살 때문에 사람들에게 기피당하는 기수의 딱한 처지, 그리고 큰언니의 행방이다.
희망만이 가득해 보이던 어느 날, ‘철원애국청년단’이라는 집단이 잇달아 테러를 일으키기 시작한다. 철원은 공포에 휩싸이고 사람들은 동요하기 시작한다. 사건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 경애, 기수, 제영은 경성으로 월남을 결심하고 은혜는 자신의 목적을 위해 철원애국청년단과 은밀히 접촉한다.
경성에서 경애 일행은 철원애국청년단에 대한 단서를 얻는다. 한편 그사이에 철원에서는 큰 사건이 벌어진다. 해방의 상징이자 경애들의 우상인 홍정두가 철원애국청년단의 손에 살해된 것. 철원에 돌아온 경애 일행은 홍정주의 죽음에 절망하지만 외려 살해 용의자로 체포되고 만다. 경애와 기수의 추리로 진범이 밝혀지지만 이들의 마음속에는 공허만이 가득하다. 홍정두의 장례식 전날 밤, 아직 잡히지 않은 철원애국청년단이 유치장에 폭탄을 터뜨린다. 철원의 아이들은 각자의 꿈을 지키기 위해 어두운 밤거리로 뛰어드는데…….
도둑처럼 찾아왔다던 해방의 그날, 이 거리를 거닐던 사람들은 무엇을 꿈꾸었을까. 새 조국 건설의 망치 소리가 드높던 그날, 희망의 주춧돌을 놓기 위해 땀 흘리던 사람들은 무엇을 꿈꾸었던 걸까. 그리고 그들은, 그날의 꿈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나는 그 꿈을 복원하고 싶었다. 그 거리를, 그 거리에서 살아가던 사람들을 복원하고 싶었다. 이 땅의 현대사가 시작된 그날의 꿈을 복원해 내고 싶었다. 남에서도 북에서도, 힘을 가진 사람들로 인해 잊혀져 버린 그들의 목소리를 되살려 오늘의 내게, 우리에게 들려주고 싶었다. 다가올 세상을 만들어 갈 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었다. 「작가의 말」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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