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 eBook 상품 정보
- 파일 정보 ePUB (23.34MB)
- ISBN 9788936407988
- 쪽수 30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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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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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려령만의 에너지 가득한 소설
성숙한 사랑과 결혼에 대해 가장 뜨거운 온도로 이야기하다!
결혼 생활에서 각자 ‘실패’를 경험한 뒤 우연한 계기로 여행지에서 함께 일주일을 보낸 두 남녀는, 몇년 후 뜻밖에 재회해 다시 사랑에 빠지지만 여러 사건으로 위기를 맞게 된다.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사랑하는 과정, 그 과정에서 맞닥뜨리는 고난과 극복을 유려하게 그려내는 이 작품은, 대중적인 서사를 통해 사랑의 여러 면모를 깊이 있게 다루는 김려령의 진면목을 여실히 보여준다. 지독한 속박과 참된 자유를 동시에 욕망하는 사랑의 양면성을 능수능란하게 풀어낸 이 소설은, ‘이야기’를 읽는 통쾌함을 선사하면서 독자로 하여금 사랑의 적정한 강도와 거리에 대해 새삼 곱씹게 만든다.
2. 그것은 늘 무언가를 처음 하게 만든다
3. 두고 온 일주일이 불현듯 나타났다
4. 사랑이 다친 사람은 잔인하다
작가의 말
목적지를 두고 가면 늘 헤매서 차라리 길이 보이는 대로 가다가 좋은 데를 발견하면 그곳을 목적지로 삼는다는 여자. 그렇게 정처 없이 다니면 숙소는 어떻게 찾아와요? 택시요. 꼭 그녀의 방식대로 즐긴 여행이었다. 그렇게 가다보면 신기하게도 궁전이 나왔고 탑이 나왔고 공원이 나왔고 맛있는 아이스크림집이 나왔다. (56면)
도연은 사랑하므로 희생한다는 자기희생성 낭만을 경멸했다. 그런 사람들은 희생한 자신에게 숭고함을 부여하고 절대적 존재로 인정받길 바랐다. 희생을 사랑으로 갚아야 하는. 나한테서 돌려받을 희생 말고 날 위해 그냥 떠나주는 희생은 손해라서 안 되니? 희생으로 장사해? (…) 상대가 원하지 않는 것은 하지 않는 거, 그게 사랑이야. (68-69면)
사랑은 찾아나서는 것이 아니라 나타나는 것이다. 어느날 그곳에서 불현듯. (69면)
부부는 숨김없이 모든 것을 함께하는 거였다. 그러므로 잠시의 ‘혼자’도 용납되지 않았다. 역설적으로 늘 붙어 있는 아내로 인해 혼자일 때보다 더 외로웠다. 사람들은 아내가 곁에 있는 그의 곁을 피했다. 유철은 늘 발목에 긴 끈이 묶인 것 같았고, 저 앞에서 정희가 그 끈의 끝을 잡고 있는 것만 같았다. (216면)
도연은 그와 입술을 댄 채 사랑한다 말하고 그의 입속으로 제 혀를 넣어주었다. 그의 혀가 자신의 입속에서 마음껏 움직이게 했다. 혀가 닿는 사이만큼 가까운 관계는 없다. 혀는 상대를 가장 강력하게 거부할 수 있으며 가장 내밀하게 수용할 수 있는 기관이었다. 입술보다 더 깊은, 우리끼리라는 강한 연대감. (253면)
모두의 삶을 뒤흔든 ‘일주일’
순식간에 독자를 잡아끄는 김려령의 힘
힘겨운 일상으로부터 벗어나 한숨 돌리기 위해 찾은 이스탄불, 낯선 그곳에서 우연히 만난 도연과 유철은 단박에 서로에게 끌려 사랑에 빠진다. 둘은 뜨겁게 행복한 일주일을 함께하지만, 서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함을 알고 있었기에 연락처 하나 묻지 않고 조용히 헤어진다. 그렇게 몇년 뒤, 도연과 유철은 K시의 한 행사에서 작가와 국회의원의 모습으로 우연히 마주치고, 이를 계기로 예전의 사랑은 다시 불타오른다. 둘 다 이혼을 경험한 터라 조심스럽게 서로를 보듬고 이해하며 사랑을 키워나갈 무렵, 유철의 전처인 정희의 등장으로 모든 것은 어그러지기 시작한다.
도연을 이스탄불에서 만나기 훨씬 전부터 유철과 정희의 결혼 생활은 엉망이었다. 정희는 사람들에게 “스토커”라고 빈축을 살 정도로 숨 돌릴 틈 없이 유철 옆에 붙었고, 유철도 그런 정희를 포기한 채 내버려두었다. “서로를 바라보지 않은 채 오래였고 혐오만 남은 부부”가 되어 헤어지게 되었지만, 유철과 도연의 행복한 모습을 보고 비참함을 느낀 정희는 둘의 사랑을 깨뜨리기로 마음먹고 언론을 이용해 두 사람을 불륜으로 매도한다. 가장 행복했던 일주일이 덜미가 되어 유철과 도연은 여론의 뭇매를 맞게 되고, 정희는 그 일주일을 무기 삼아 마음껏 둘을 괴롭히면서 갈등은 점차 빠르게 고조된다.
이스탄불에서 시작된 ‘일주일’은 설레는 사랑의 시작이 되었다가 주인공들을 위협하는 덫이 되었다가 사건의 실마리가 되는 등 끊임없이 변주되며 이야기를 강렬한 에너지로 끌고 가는 중심축이 된다. 운명의 일주일로 인해 세 등장인물이 묶였다 풀렸다 하며 긴장감 넘치게 펼쳐지는 이야기는 후반부로 치달을수록 독자를 더욱 강하게 끌어당긴다. 특히 각 인물들의 개성 강한 내레이션이 지문 사이사이 침투하는 독특한 구성은 읽는 재미를 선사함은 물론 인물들의 섬세하고 복잡한 심리를 생생하게 전달한다.
“언젠가 니가 떠난다고 하면, 아무것도 묻지 않고 보내줄게.”
진정한 사랑은 무엇일까, 다시 또 묻는다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니?” 묻는 정희를 뒤로하고 돌아서면서, 유철은 “이별의 원인은 정희의 잘못이라기보다 정희 본인일 거”라고 생각한다. ‘혼자’가 용납되지 않았던 관계는 오히려 유철을 더 외롭게 만들 뿐이었다. 그렇게 오랜 시간 스스로를 검열하고 방어했던 유철을 자유롭게 만들어준 사람이 바로 도연이었다. 딱딱하게 굳은 표준어가 아니라 리듬감 넘치는 사투리로 스스럼없이 도연을 “가스나”라고 부를 수 있게 된 유철은, 처음으로 사랑 안에서 아늑함과 따뜻함을 느끼고 자신의 모든 것을 기꺼이 내려놓을 정도로 도연을 사랑하게 된다. 새로운 가정을 꾸려야 하는 도연과 유철에게는 남은 과제들이 많고 “그러면서 또 상처를 줄 수도 있고 또 상처를 받을 수도 있”지만, 둘은 계속해서 “떨어져 있어도 같이 싸우고 같이 견디”어 나갈 것이다.
상대의 옆에 붙어서는 것과 상대에게서 한걸음 떨어지는 것, 꽉 쥐는 것과 놓아주는 것, 일심동체로 함께하는 것과 각자의 삶을 꾸려나가는 것…… 사랑을 대하는 태도가 극명하게 대비되는 정희와 도연을 중심으로, 이 작품은 ‘진정한 사랑은 무엇일까’라는 오래된 명제에 대해, 지금 여기서 다시 또 묻는다. 작가는 “상대를 옭아맨 사랑은 가짜”라고 단언하고 “무기력하게 끌려가는 당신이 아프다”면서도 “그것이 최선인 상황이라면 이 소설이 위안이 될 수도 있”을 거라고, “당신을 위한 행복을 기원”한다고 말한다. 사랑을 하는 모두가 아프지 않기를, 다치지 않고 사랑할 수 있기를 바라는 작가의 따뜻한 마음이 이 소설을 만나는 독자들에게도 깊은 감동과 깨달음으로 고스란히 전해질 것이다.
청소년문학으로 일가를 이룬 동시에 『너를 봤어』 『트렁크』 등을 통해 꾸준히 사랑에 대해 묵직한 질문을 던져온 작가 김려령은, 이번 작품을 통해 본격적으로 성숙한 사랑과 결혼에 대해 풍성한 메시지를 던지며 작가로서 또 한걸음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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