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 고독
- eBook 상품 정보
- 파일 정보 ePUB (8.98MB)
- ISBN 9788936407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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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이 상품이 속한 분야
나는 반백년 후에나 중얼거린다”
순간이자 영원, 없는 당신과 무수한 나
세계와 인간을 감싸안는 독창적이고도 깊은 통찰
눈이 와서
서쪽
주황발무덤새
기수급고독원
앵두의 길
수선화를 묻다
비유적 분류
발광
1월
자정(子正)
직박구리들
토마토 혹은 지금
고장난 시계 사이로 내려가는 계단
지렁이들
나의 앤티크 숍 마리엔느
제2부
일요일은 오지 않는다
기억
만약 네가 나에게 칼 한자루를 준다면
풍선들
걸어가는 사람
개미
불립(不立) 혹은 불면(不眠)
닭죽을 먹는 동안
유쾌한 발상
Na, na
나날은 강물이 되비추는 파장처럼 둥글게 번지고 봇도랑에는 막 도착한 도롱뇽 알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시인 k의 하루
혈압약을 먹고 아침을 먹을까 아침을 먹고 혈압약을 먹을까
몽중(夢中)
재회
제3부
눈꺼풀 속의 뽀르뚜갈
전율하는 도시의 9층 유리 안에서
돌들의 다다이즘 1
직전
만찬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나는 그녀를 마마라 부르고
유리, 뒤
에스토니아인 대천사의 장난
불광(佛光)
습(習)
입자들
임제가 없다
바위
영옥이라는 이름으로
제4부
고양이
장미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정선 아우라지
다문(多聞)
누군가 이끼 낀 담벼락에 기대 흐느끼고 있었다
우중산책(雨中散策)
십정동(十井洞)
돌들의 다다이즘 2
너는 말한다
쏘가리라는 이름의 틀뢴
참 고요하시다
새재
그가 지나갔다
해설|김수이
시인의 말
천지에 널린 고독 사이를 흘러다니다
급(給), 고독(孤獨)하여
급(急), 고독(高獨)이 된 그를, 나를,
기수급고독원이라 불러도 좋겠습니까
― 기수급고독원 중에서
어쩌다, 무엇 때문에, 백만번이나 죽었는지
백만번이나 태어났는지
백만번 생각해도 모를 일
나는 다만 저녁의 마트에서
백만번 죽은 브로콜리와 백만번 태어난 콩나물과
백만번 죽은 시금치와 백만번 태어난 돼지고기와 고등어를
사 들고 와 백만번째 식탁을 차릴 뿐
― 만찬 중에서
어째서 저 광대무변의 한 토마토와 터럭보다 작은 토마토가 같은 것이냐
다른 것이냐 있는 것이냐 없는 것이냐 다만 그 이름이 토마토일 뿐인 저
수천수만 토마토들의 물음은 끝이 없고 다만 그 이름이 물음일 뿐인 물음들의 물음은 끝이 없구나
―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중에서
돌과 연애하고 싶다
얼음 같은 돌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흐느끼고 싶다
두 눈에서 쏟아지는 용암으로 돌의 늑골을 녹이고
화석이 된 돌의 염통을 깨우고 싶다
― 돌들의 다다이즘 2 중에서
“당신은 벌써 도착했다구요 ”
없는 당신을 만나고 사랑하기 위해 쓰는 시
칠순을 넘은 나이가 무색할 만큼 활달한 상상력과 실험적인 어법이 도드라지는 이경림의 시는 ‘유쾌한 발상’과 같다. 시인은 때로는 유머와 위트가 섞인 거침없는 입담으로 “위태롭고 안온해서 아름다운”( 눈이 와서 ) ‘지금-이곳’에서 함께 살아가는 일과 서로 사랑하는 일을 이야기한다. ‘나’는 누구이고 ‘너’는 누구인가. ‘삶’은 대체 무엇인가. 인간 존재와 삶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 속에서 시인은 “엑스트라 배우만도 못한”( 에스토니아인 대천사의 장난 ) 생을 감싸안는다. 그것은 곧 ‘시’에 대한 사랑이기도 하다.
질긴 삶 속에서 오랫동안 붙들어온 질문,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고뇌와 번민이 가득한, “어지러운 생각들이 잡고 가는 컴컴하고 기다란 길”(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 위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불립(不立)과 불면(不眠)의 고통스러운 현실 속에서 이경림의 시가 오랫동안 붙들어온 질문은 바로 이것이다. 삶은 진창에서 뒹구는 지렁이와 다를 바 없고, 우리는 “천지에 널린 고독 사이를 흘러다니”( 기수급고독원 )며 고독해진다. 시인은 묻는다. “아아, 그때, 우리/이목구비는 계셨습니까 /주둥이도 똥구멍도 계셨습니까 ”( 지렁이들 )
시인은 “하고많은 목숨의 윤곽들이 거짓처럼 지워져도 그 울음만은 지우지 못하는 비밀”( 발광 )을 보았다고 말한다. 그리고 “울음뿐이었던 한생을 기억해”내고 “내용도 없이 미친 이 사랑”( 습(習) )에 기대어 비로소 존재하고 살아가고 사랑할 힘을 얻는다. 결국 살아간다는 건, 질기고 긴 수천갈래 길 위에서 존재의 근원을 찾아 ‘무지공처(無地空處)’를 떠도는 일, 무수히 많은 나와 네가 태어남과 죽음을 반복하며 함께 존재하고 사랑하는 일, 그러다 문득 ‘급! 고독(孤獨/高獨)’을 맞닥뜨리는 빛나는 순간이 찾아오는 일임을, 이 시집은 다채로운 목소리를 통해 조용하지만 묵직하게 전달한다.
작가정보
작가의 말
내가 아버지라는 걸
어머니가 나라는 걸
생이 꼭 같은 상황의 반복에 불과하다는 걸 눈치채고부터
할 말이 없어졌다
나의 무덤 위에 모르는 대나무 두분이 서 있었다
서슬이 시퍼?다
백만번째 아침을 맞는 것이 도대체 언제부터인가?
이상한 별이다
2019년 3월
이경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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