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 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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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978893640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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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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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도시에서 보낸 편지’, ‘압록의 여름들’, ‘이브에 다다르기’, ‘겨울 SF’, ‘그것은 동물원에서 시작되었다’ 등의 시편들이 수록되어 있다. 예민한 시선으로 그려낸 새로운 세계 속에서 더욱 농밀해진 감각적 언어와 선명한 이미지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사물의 본질과 삶의 내면을 꿰뚫어보는 예리한 통찰력까지 모두 엿볼 수 있다.
목신의 오수
딸기밭
West Daegu
이안류
차가운 추상 모델
9월의 미발(未發)
새를 먹고 사는 마을에 관한 어느 도래인의 기록
Op. 23
사막의 식당
잡념의 공동체
슈거블루스
차가운 추상 모델 2
이브에 다다르기
블라디보스톡
본질범
제2부
이안류 2
태내적 귀 2
困
위성도시에서 보낸 편지
판화처럼 나는 삽니다
얼굴 없는 동물이라면
일요일들의 우즈벡
시민 해적판
무소유 축구
압록의 여름들
미발달 7일
유리감기
바나나와 그리고
완료형 고양이
물옥잠
페페 2
성 식육일
탁구
결핍체
31일, 2분 9초
제3부
∞의 이데아 2
겨울 SF
삼양동길
고요한 질주
모노게네스
샴의 모자
그것은 동물원에서 시작되었다
염전
π
π ⅱ
π ⅲ
나비나무
이안류 3
마티, 미기록종
계곡의 병원
월롱역
우기의 장례
도울 수 없다
해바라기 이데아
∞의 이데아
해설|장은석
시인의 말
결빙의 시간을 통과한 강렬한 감각과 사유
2005년 ‘창비신인시인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한 김성대 시인의 두번째 시집 『사막 식당』이 출간되었다. 김수영문학상 수상작인 첫 시집 『귀 없는 토끼에 관한 소수 의견』(민음사 2010) 이후 3년 만에 펴내는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더욱 농밀해진 감각적 언어와 선명한 이미지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사물의 본질과 삶의 내면을 꿰뚫어보는 예리한 통찰력과 활달한 상상력의 세계를 선보인다. 첫 시집에서 감상할 수 없었던 등단작 3편(「판화처럼 나는 삽니다」 「물옥잠」 「월롱역」)을 포함하여 총 55편의 시를 수록하였다. 전통 서정의 문법에 기대어 있으나 다소 낯설고 난해한 듯하면서도 강렬한 인상을 뿜어내는 시편들을 접하는 동안 부지불식간에 미지의 세계로 빨려들어가는 경이로운 체험을 가능케 한다.
속에서 열없는 팽이가 돌고 있다/흩어진 얼굴을 비워야 할 시간/속을 끼얹듯 세수를 한다/‘나는 반성문에서 시작되었다’/무엇이 잘못인지 모르면서 뉘우치면서…… 어떤 거짓이 나를……/이제 그것을 자백하자/그것을 위해 지금껏 말을 잃지 않은 것처럼/말하지 못한 것과 말할 수 없는 것이/식초처럼 말갛게 속을 비운 얼굴로(「본질범」 부분)
식물성의 언어가 돋보이는 김성대의 시는 폭넓은 사유와 어우러져 깊은 울림을 자아내며 자유로운 연상 속에서 부드럽게 흐른다. 첫 시집에서 ‘귀 없는 토끼’라는 치명적 결함을 지닌 존재를 내세워 자기 정체성을 잃고 사라져가는 사물들과 감각이 격리되는 순간에 몰입해온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한결 예민해진 시선으로 “눈을 잃은 고양이”(「딸기밭」), “갈라진 손톱으로 눈알을 긁”는 “색맹의 아이들”(「이안류 2」), “눈 없는 물고기”(「압록의 여름들」), “깊은 바다에서 울음을 멈춘 새들”(「해바라기 이데아」)과 같이 일상의 감각을 잃고 마비 증상에 시달리며 “내려앉을 곳을 잃어버린/얼굴을 앓”고 “점점 근소해지”(「우기의 장례」)는 존재들에 주목한다.
그들은 자신의 특징을 하나둘 지워나갔다 코끼리는 코를 얼룩무늬뱀은 얼룩을 긴꼬리원숭이는 꼬리를//그것은 결핍도 절실이나 잉여도 아닌 무엇이라 해야 할지 모를 무엇을 닮아가기 위한 질주 같았다 모두가 나인 것 같지만 나도 아니고 너도 아닌 것들이 뒤섞인 어떤 마비//(…)//인간을 닮아가는 일이 그들에게는 감염 같은 것이어서 그들은 점점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고 맡지 못하게 되었다(「그것은 동물원에서 시작되었다」 부분)
이렇듯 감각이 차단되거나 둔화되는 가운데 시인은 “우리는 서로의 플롯이 될 수 없”(「Op.23」)고 “서로의 여집합이 되어가는”(「새를 먹고 사는 마을에 관한 어느 도래인의 기록」)는 상황을 인식하고 “눈먼 자의 언어로/자신을 입문”(「슈거블루스」)하며 “내가 모르는 나 내가 모른다고 생각하는 나 내가 몰랐으면 하는 나”(「블라디보스톡」)에 대한 정체성을 가지려 한다.
기억을 지우러 온 자들은 자신이 누군지 알게 된다/남은 건 여기뿐인가요./이곳뿐이네./누군가의 목소리를 빌어야 하는 귀들로 우리는 동일해졌다//그날 번지는 불길 뒤의 두 눈/피가 불을 멈추지는 못했다/유리종을 깨뜨린 건 종소리였다//흩어진 종소리를 모으면 그날이 멎을까/유리 조각의 눈으로 멀어질 수 있을까//물이 가졌던 얼음의 기억 같은/백야가 왔다/엎질러진 지상의 발자국을 지우는 것이겠지/기억하지 않기 위해 남은 것 같은/서로를 실종하는 것이겠지(「사막의 식당」 부분)
“나와는 먼 얼굴을 갖”거나 “간유리 같은 얼굴로 다른 누구를 사는”(「슈거블루스」) 듯한 정체성의 혼란과 “더빙된 것 같은 목소리”(「困」)가 떠다니듯 말하는 것과 듣는 것이 일치하지 않는 소통 부재로 고통스러운 세계일지라도 “인간이 없는 세상을 꿈꿔본 적 없는”(「이안류」) 시인은 감각이 억압된 존재들을 어루만지며 위로하고 “눈짓으로 손짓으로 묵음의 합창을”(「이브에 다다르기」) 건네며 생명을 불어넣는다. “갈라진 혀로 몸속의 어둠을 더듬”(「압록의 여름들」)을 뿐 어떤 자리에도 속하지 못하고 생명력을 잃어가는 결핍의 존재들은 서로를 “닮아가기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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