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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내 유년의 빛

베이다오 지음 | 김태성 옮김
한길사

2017년 08월 14일 출간

종이책 : 2017년 03월 31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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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상품 정보
파일 정보 ePUB (16.07MB)
ISBN 9788935672424
쪽수 34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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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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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대표 시인 베이다오, 그의 자전적 에세이 『베이징, 내 유년의 빛』. 자신의 유년을 18개의 에피소드로 반추한다. 친구들과 폭죽놀이를 하고, 친척 형과 수영 시합을 하며, 같이 소꿉놀이를 하던 사촌누나에게 첫사랑의 감정을 느낀다. 이러한 기억들은 한없이 일상적이면서 한편으로는 지극히 시대적이다. 그는 광기의 시대를 고발하려고 이 글을 쓴 것이 아니다. 아버지의 시간과 아들의 시간, 광기의 베이징과 현대의 베이징 사이에 놓여 있는 단절의 성문을 연다.
나의 베이징 머리말

빛과 그림자
냄새
소리
장난감과 놀이
가구
레코드판
낚시
수영
토끼 키우기
싼불라오 후퉁 1호
첸씨 아줌마
독서
상하이에 가다
초등학교
베이징 제13중학
베이징 제4중학
대관련
아버지

두 개의 베이징 옮긴이의 말

나는 나의 베이징을 재건하고 싶다
지금의 베이징을 부정하고 싶다

나의 성장경험은 베이징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이 도시와 함께 사라지고 있었다.
그 순간부터 이 책을 써야겠다는 충동을 느끼기 시작했다.
글로써 이 도시, 나의 베이징을 재건하고 싶었다.
나의 베이징으로 지금의 베이징을 부정하고 싶었다. (9쪽)

시간은 오래됐고, 도시는 변했다. 그래서 기억은 아스라하고, 그래서 유년을 떠올릴 때면 어느덧 익숙해져버린 공간은 낯설게, 어느 순간 잃어버린 시간은 아련하게 다가온다. 그 낯섦과 아련함은 낯설어서 서글프고 아련해서 따스하다. 저 너머에서 번져오는 빛처럼.
1992년 노벨문학상 후보에 올랐던 중국의 대표 시인 베이다오(北島)는 자전적 에세이 『베이징, 내 유년의 빛』(원제: 성문이 열리다城門開)에서 자신의 유년을 18개의 에피소드로 반추한다. 1949년 베이징에서 태어난 그는 대약진운동과 문화대혁명으로 점철된 유년기를 보냈다. 베이다오는 그 고된 기억의 문을 연다.

빛과 그림자
에피소드들은 감각적인 기억으로 시작된다. 야간자습실의 희미한 등불, 러시아 음식점에서 풍겨 나오는 음식 냄새, 개발이 되지 않아 시골 마을 같았던 베이징에서 아침마다 들려오는 닭 울음소리 등. 「빛과 그림자」 「냄새」 「소리」로 이어지는 기억 속 감각들은 유년의 에피소드에 녹아들며 그 시절을 충실히 재현한다. 친구들과 폭죽놀이를 하고, 친척 형과 수영 시합을 하며, 같이 소꿉놀이를 하던 사촌누나에게 첫사랑의 감정을 느낀다. 이러한 기억들은 한없이 일상적이면서 한편으로는 지극히 시대적이다.
그 시절 중국은 가난했다. 특히 1959년부터 61년까지 3년간 마오쩌둥이 추진했던 대규모 경제 정책인 대약진운동이 실패하자 전국적으로 식량부족 현상이 발생한다. 일명 3년 곤란시기, 그 시절의 고단함은 유년의 일상에 처연한 삶의 그림자를 드리운다.
「토끼 키우기」에서 사람 먹을 풀조차 귀하던 시절, 베이다오는 집에서 토끼를 키운다. 그런데 “소련 큰형님이 우리 중국에게 외채를 갚으라고 압박하고 있다”는 친구들의 얘기를 들으면서 베이다오는 영화에서 본 토끼털 모자를 쓴 러시아 사람들을 떠올린다. 그는 토끼가 외채 상환 때문에 토끼털 모자가 되어 팔려가지나 않을까 전전긍긍한다. 이런 베이다오를 본 아버지는 걱정거리를 없애기 위해 토끼를 잡아먹자고 한다.

아버지가 결정을 내리셨다. 토끼를 잡아 배를 채우는 동시에 모든 걱정을 잠재우자는 것이었다……. 나와 동생은 울면서 격렬하게 반대했다. 하지만 지위가 낮은 사람의 주장은 무시되는 법이었다……. 어머니가 솥에 먹을 것이 있다고 우리에게 조용히 귀띔해주었다. 토끼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나는 침대에 기어올라가 이불로 머리를 감싸쥔 채 소리 없이 울었다. (118쪽)

이처럼 베이다오의 순수한 유년 기억 곳곳에는 고된 삶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이 그림자는 베이다오가 베이징 제4중학(중고등학교)에 입학할 즈음 시대와 함께 더욱 짙어진다.

성문을 열다

기억은 선택적이고 모호하고 배타적이다.
게다가 장기적인 동면상태에 빠져 있다.
글쓰기란 이런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과정이다.
기억의 미궁에서는 하나의 길이 또 다른 길을 인도하고
하나의 문이 또 다른 문으로 열려 연결된다. (10쪽)

대약진운동 실패로 입지가 좁아진 마오쩌둥은 자신의 과오를 덮기 위해 1966년부터 76년까지 10년간 문화대혁명을 전개한다. 홍위병으로 대표되는 학생들이 주도한 문화대혁명에 대해 훗날 중국공산당은 마오쩌둥의 극좌적 오류라 정의했지만, 오랫동안 문화대혁명은 중국에서 언급하는 것조차 금기시되었다. 이 시기에 베이징 제4중학을 다닌 베이다오는 굳게 잠긴 금기의 성문을 연다.
괴이한 폭력으로 점철된 그 시절의 기억을 베이다오는 특별한 가치판단 없이, 경험한 그대로 담담히 써내려간다. 그 담담함은 역설적이게도 시대의 광기를 더욱 섬뜩하게 드러낸다.
문화대혁명이 발발하자 학교는 수업을 중단하고 비판투쟁대회에 열을 올린다. 곳곳에는 “아비가 영웅이면 아들은 대장부요, 아비가 반동분자면 아들은 개자식이다”라는 대자보가 나붙고, 학생들은 선생님들을 부르주아 앞잡이로 몰아세우며 조리돌림과 주먹질, 발길질을 해댄다. 이에 충격을 받은 한 여자 선생님은 자신의 목을 칼로 도려내어 자살한다. 급식비 환불 문제를 놓고 학생과 실랑이를 벌인 급식 관리원은 비판투쟁을 당하자 강물에 투신자살한다.
베이다오는 이처럼 “선택적이고 모호하고 배타적”인 기억의 성문을, 한없이 담담한 그래서 더 처연한 글쓰기로 연다. 그렇게 열린 기억의 성문은 유년의 빛과 그림자 그리고 그것이 담긴 시절을 새로운 문으로 인도한다.

나의 기억 아버지의 기억

당신께서 저를 불러 아들이 되게 하셨기에
저는 당신을 따라 아버지가 되었습니다. (289쪽)

“2001년 말 아버지의 병세가 위중해져 13년 동안 떠나 있던 베이징으로 다시 돌아가게 되었다”는 문장으로 시작되는 『베이징, 내 유년의 빛』은 베이다오의 아버지에 대한 글로 마무리된다. 「아버지」에서 베이다오는 그 시절 아버지에 대한 자신의 기억과 그 시절 아버지가 자신에 대해 쓴 수필을 교차적으로 서술하며 아버지와 나, 나와 아버지를 이야기한다.

싼불라오 후퉁 1호로 이사한 뒤로 부모님의 말다툼은 더욱더 빈번해졌다. 나는 상처 입은 작은 동물처럼 신경이 날카로워지고 모든 감각기관들이 극도로 민감해졌다……. 나는 그런 내가 미웠다. 어리고 무력해서 어머니를 보호해줄 수 없는 내가 몹시 싫었다. (297쪽)

자오전카이(趙振開, 베이다오의 본명)는 노는 것을 좋아했고 학교 성적은 보통이었다. 하지만 국어와 작문 과목에서는 종종 선생님의 칭찬을 받곤 했다. 학부모회에서 전카이의 결점에 관해 언급할 때면 빠지지 않는 얘기가 “공부에 별로 관심이 없고” “사소한 장난을 잘 친다”는 것이었다. (298쪽)

베이다오 부자는 혈육이라기에는 어색하고 남남이라기에는 더 어색한, 여느 평범한 아들과 아버지 사이다. 베이다오는 이유 없이 아버지가 어려웠고, 아버지는 그런 베이다오를 무뚝뚝하게 바라봤다. 아들의 아버지에 대한 기억과 아버지의 아들에 대한 기억은 특별한 미사여구 없이 시종일관 담담하게 흐르면서도 어쩔 수 없는 혈육의 정을 드러낸다.
아버지와 정치적으로 민감한 문제를 얘기하다 공모자가 된 느낌을 받기도 하고, 대판 싸운 후 여동생의 죽음 소식을 듣자 자기도 모르게 서로를 부둥켜안고 통곡한다. 세월이 흘러 나이든 아버지가 외국 여행 중 외국어가 서툴러 사람들에게 비웃음거리가 되었다는 얘기를 남의 얘기하듯 툭 던져놓기도 한다. 그렇게 흐르던 이야기는 아버지가 돌아가시는 마지막 순간에서야 비로소 새로운 문을 연다.

아버지의 혀가 입속에서 있는 힘껏 움직이더니 뜻밖에도 또렷하게 몇 글자를 내뱉었다. “사랑한다.”
나는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고 아버지를 껴안으면서 말했다.
“아버지, 저도 아버지 사랑해요.”
내 기억이 맞다면 그때 우리 부자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서로에게 사랑한다고 말했다. (331쪽)

유년, 그 서글픈 낯섦과 따스한 아련함에서
1990년대 급격한 경제성장 이후 너무나 변해버린 베이징을 옮긴이는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도시, ‘두 개의 베이징’이라고 표현한다. 그리고 원제 ‘성문이 열리다’(城門開)에서 문의 열림은 곧 단절에서 소통으로 전환함을 상징한다고 말한다.
베이다오는 1978년 시 잡지 『오늘』(今天)을 창간하며 인권운동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1989년 중국 천안문 사건 때 시위를 지지하다 해외 망명길에 오른다. 중국 최고 시인으로 손꼽히는 그는 그렇게 중국 귀국을 거부당한 채 해외를 떠돌다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2000년대 초반에서야 귀국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그는 이 책에서 정치 문제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다. 『오늘』에 대해서도 잡지를 창간했다고 짤막하게 언급할 뿐이다.
그는 광기의 시대를 고발하려고 이 글을 쓴 것이 아니다. 유년의 나를 지금의 나에게로 불러들이기 위해 이 글을 썼다. 그럼으로써 아버지의 시간과 아들의 시간, 광기의 베이징과 현대의 베이징 사이에 놓여 있는 단절의 성문을 열어젖힌다. 성문 너머에서 번져오는, 그 서글픈 낯섦과 따스한 아련함에 있는 모든 시간과 사람, 내 유년의 빛을 반갑게 맞이하기 위해.

이 도시에 시간이 거꾸로 흘러 고목이 봄을 맞고
사라진 냄새와 소리, 빛이 돌아오면
돌아갈 집이 없는 영혼들을 반갑게 맞이할 것이다.
호기심으로 가득한 모든 손님을 반갑게 맞이할 것이다. (10쪽

작가정보

저자(글) 베이다오

저자 베이다오 北島는 1949년 베이징에서 출생했으며, 본명은 자오전카이(趙振開)다. 세계 각국을 떠돌다 지금은 홍콩에 정착하여 홍콩중문대학교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1978년 친구들과 함께 시 잡지 『오늘』(今天)을 창간하여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으며, 1992년 노벨문학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중국 신시기 ‘몽롱시’의 대표 시인으로, 깊이 있는 자아의식과 철학, 상징과 암시, 냉엄하고 심오한 필치로 독자적인 시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대표 시집으로 『태양성찰기』(太陽城札記), 『베이다오?구청 시선』(北島顧城詩選), 『밤을 지키다』(守夜), 『한밤중의 문』(午夜之門), 『청등』(靑燈), 『시간의 장미』(時間的??) 등이 있고 산문집으로 『파란 집』(藍房子)이 있다.

옮긴이 김태성 金泰成 은 1959년 서울에서 출생하여 한국외국어대학교 중국어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타이완문학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중국학 연구공동체 한성문화연구소(漢聲文化硏究所)를 운영하면서 화문(華文)문학 번역과 중국, 타이완과의 문학교류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한길사에서 출간한 『굶주린 여자』를 비롯하여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 등 100여 권의 중국 저작물을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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