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족보

정병근 지음

세계사 2013년 09월 30일 출간 국내도서 : 2010년 03월 12일 출간

작품소개

책소개

가능성과 미래의 고갈인 가난에 대해 노래하다.

「세계사 시인선」 제146권 『태양의 족보』. 1988년 <불교문학>을 통해 문단에 등단한 정병근의 세 번째 시집이다. 감당하기에도 버겁고, 껴안기에도 무거운 누추한 '가난'에 대해 더듬는다. 가능성과 미래의 고갈인 가난을 견디고 버티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던적스러운 일상의 풍경을 메마른 연민과 공감으로 그려내고 있다. 아울러 가난과 함께 나날이 존재의 영도에 가까워지는 가냘프고 나약한 '늙음'과 '낡음'에 대해서도 들여다본다.

『태양의 족보』는 육화된 언어가 빚어내는 세계로 우리를 초대하고 있다. 저자는 만성화된 가난의 삭막함이나 야만성을 날카롭게 파헤치지 않는다. 다만 가난을 '어머니'로 바꾸어 놓고 있다. 가난의 풍경이 되어버린 늙은 어머니의 낡은 삶을 구슬프면서도 꿋꿋하게 펼쳐보인다.

목차

제1부
하루살이 떼
거울 1
근황
불멸의 오막살이
쑥대밭
손수건 한 장
나비와 길
물방울, 송곳
목포 아래 빈 의자
편협에 부쳐
태양의 족보
자화상
한낮의 사우나
먼지의 표정
너라는 책
희미한 것에 대하여
실지렁이들
저쪽
거울 2
즐거운 동문서답
부음

제2부
그
담뱃불
막다른 방
고독한 남자
불치의 마술
어두운 계단
오후의 사타구니
늙은 리어카
예언자
방문 앞의 신발
두통
비둘기
3류
구두 수선공 혹은
또또와 분식
옥상
등
철거 촌을 지나며
백주의 식사
낮 열두 시 반쯤의 행방
직방 갔다 오는 길

제3부
민들레
참외
피그미마을
식후
고려장
오래된 부뚜막
나무 어머니
오리의 살림
누대의 사진
쓸쓸한 밥상
지구의 습관
지리부도처럼
아시아 공원의 가을
편력
불후의 장면
꽃의 속도
안부
뒷문
두려운 사랑
불면
다시, 나무

해설-장석주
사소하고 뼈아픈 것들의 자리

출판사 서평

“사소하고 뼈아픈 것들의 자리”

정병근 시의 굳세고 힘찬 기세는 사실의 맥락을 짚어내는 통찰에서 만들어진다. 이 통찰은 사실의 세목들에 대한 정확한 관찰에 잇대어 있고, 이 사실의 세목들을 만들어내는 안 보이는 사회의 구조에 대한 투명한 응시에서 나온다. 이 사실들은 대개는 누추하고, 감당하기가 버겁고, 안고 가기에 무거운 가난의 안팎에 대한 실감과 관련된 것들이다. 그것은 낮은 자리, 너무 낮아서 빛이 잘 안 드는 음지의 삶이다. 사타구니를 바짝 오므리고 구두를 수선하는 사람이거나(「구두 수선공 혹은,」), 미역국에 밥을 말아 후루룩 먹는 분식점의 풍경이거나(「또또와 분식」), 노란 귤들을 노점에 쌓아놓고 볼태기가 미어지도록 자장면을 입안으로 밀어 넣고 급하게 우물거리는 노점상의 황급한 식사이거나(「백주(白晝)의 식사」), 한결같이 “날마다 밑바닥을 치며 살아온 자의 곤궁”(「구두 수선공 혹은,」)이 빚은 가난의 풍경들이다. 가난은 “후루룩거리며 머리를 박고 / 뭔가를 먹는 일”에서 구체적 실감을 드러내는데, 이렇듯 입에 밥이 들어가는 일이 느긋한 향유가 아니라 목전의 화급한 필요를 채우는 일이 될 때 그것은 주위를 경계하며 “내장을 파먹”는 짐승의 일에 견주어진다. 그리하여 “급하게 자장면을 먹는 그의 죄목은 / 아직 그가 살아 있다는 것”(「백주(白晝)의 식사」)으로 비약한다. 정병근은 그 가난의 풍경들을 시에서 집요하게 밀착인화 해내는데, 거기에는 가난의 구질구질함이나 곤궁에서 비롯된 비릿한 자기연민이 없다. 오히려 비루한 삶의 세목들이 흰뼈처럼 드러날 뿐이다.


“육화된 언어가 빚어내는 세계”

세계사시인선 146, 정병근 시집 『태양의 족보』가 발간되었다. 이 시집은 『번개를 치다』(문학과지성사, 2005) 이후 정병근 시인의 세 번째 시집이다. 이번 시집에서는 가난, 즉 사소하고 뼈아픈 것들의 바글거림과 그 자리를 더듬는다. 시인은 그 자리에서 어머니와 식욕을 만나고, 늙음과 낡음에 닿아 애잔해진다.

작가정보

저자(글) 정병근

1962년 경북 경주에서 태어나 동국대 국문과를 졸업하였다. 1988년 '불교문학'을 통해 문단에 나왔으며 2001년 '현대시학' 에 '옻나무' 외 9편을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시집으로 '오래 전에 죽은 적이 있다', '번개를 치다' 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