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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네 집

박완서 장편소설
박완서 소설전집 결정판 22
박완서 지음
세계사

2023년 02월 04일 출간

국내도서 : 2012년 01월 22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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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15.49MB)
ISBN 9788933802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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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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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 최고의 유산인 박완서를 다시 읽는 「박완서 소설전집」 제22권 『그 남자네 집』. 1931년 태어나 마흔 살이 되던 1970년 장편소설 <나목>이 여성동아 여류 장편소설 공모에 당선되면서 문단에 등단한 저자의 타계 1주기를 맞이하여 출간된 장편소설 <그 남자네 집>의 결정판이다. 2011년 타계하기까지 쉼 없이 창작 활동을 펼쳐온 저자가 생애 마지막까지 직접 보고 다듬고 매만진 아름다운 유작이기도 하다. 한국전쟁이 휩쓸고 지나간 서울의 풍경 속에서도 빛나던 청춘의 시절을 절절하게 그려낸다. 초판본에 실린 서문이나 후기를 고스란히 옮겨 실어 저자의 생생한 육성을 들을 수 있다. 특히 소박하고, 진실하고, 단순해서 아름다운 것들을 사랑한 저자의 삶은 물론, 그를 닮은 작품 세계를 배우게 된다.
기획의 글
작가의 말

그 남자네 집

해설
작가 연보

나는 내 몸에 물이 오르는 걸 느꼈다. 그는 나를 구슬 같다고 했다. 애인한테보다는 막내 여동생한테나 어울릴 찬사였다. 성에 차지 않았지만 나도 곧 그 말을 좋아하게 되었다. 구슬 같은 눈동자, 구슬 같은 눈물, 구슬 같은 이슬, 구슬 같은 물결……. 어디다 그걸 붙여도 그 말은 빛났다. _42쪽

오월이 되자 사랑마당에서 온갖 꽃들이 피어났다. 그렇게 여러 가지 꽃나무가 있는 줄은 몰랐다. 향기 짙은 흰 라일락을 비롯해서 보랏빛 아이리스, 불꽃 같은 영산홍, 간드러지게 요염한 유도화, 홍등가의 등불 같은 석류꽃, 숨가쁜 치자꽃, 그런 것들이 차례로 불온한 열정-화냥기-처럼 걷잡을 수 없이 분출했다. 이사하고 나서 조성한 정원이라서 그 남자도 이렇게 꽃이 잘 핀 건 처음 본다고 했다. 그런 꽃들을 분출시킨 참을 수 없는 힘은 남아돌아 주춧돌과 문짝까지 흔들어대는 듯 오래된 조선 기와집이 표류하는 배처럼 출렁였다. 우리는 서로 부둥켜안고 싶을 만큼 아슬아슬한 위기의식을 느꼈다. 돈이 안 드는 사치는 이렇게 위험했다. _56쪽

성급한 봄의 예감이 고치를 박차고 날아오르기 직전의 나비처럼 내 안에서 찬란하게 그러나 불안하게 파드닥거렸다. 봄이 되기 전에 속치마가 아른아른 비치는 춘추 비로드 치마도 싹둑 자르리라. 그 육감적인 치마를 입고 바람을 피우러 훨훨 이 답답한 집과 그날이 그날 같은 단조로운 일상을 벗어나리라. _164쪽

작가정보

저자(글) 박완서

저자 박완서 朴婉緖는 1931년 경기도 개풍군(現 황해북도)에서 태어났다. 교육열이 강한 어머니에 손에 이끌려 서울로 와, 숙명여고를 거쳐 서울대 국문과에 입학했으나 6.25의 발발로 학교를 그만두고 미8군 PX 초상화부에서 근무했다. 1953년 결혼하여 1남 4녀를 두고, 마흔이 되던 1970년, 전쟁의 상흔과 PX에서 만난 화가 박수근과의 교감을 토대로 쓴 『나목』이 <여성동아> 여류 장편소설 공모에 당선되며 등단했다. 2011년 1월, 담낭암으로 타계하기까지 쉼 없이 작품 활동을 하며 40여 년간 80여 편의 단편과 15편의 장편소설을 포함, 동화, 산문집, 콩트집 등 다양한 분야의 작품을 남겼다. 박완서는 삶의 곡절에서 겪은 아픔과 상처를 반드시 글로 쓰고야 말겠다는 생각으로 고통의 시기를 살아냈다. “이것을 기억했다가 언젠가는 글로 쓰리라.” 숙부와 오빠 등 많은 가족이 희생당했으며 납치와 학살, 폭격 등 죽음이 너무나도 흔한 시절이었다. 이름 없이 죽어간 가족들을 개별적으로 살아 숨 쉬게 하는 것이 처음 글을 쓴 목표였다. 그러나 막상 글을 통해 나온 건 분노가 아닌 사랑이었다. 그는 글로써 자신을 치유해나갔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다. 덕분에 그는 자신의 이야기에만 갇혀 있지 않고 당대의 전반적 문제, 가부장제와 여권운동의 대립, 중산층의 허위의식 등을 수면 위로 끄집어 올려 직간접적으로 의식을 환기시켰다. 그러면서도 문학에 대한 열정과 세상에 대한 따뜻한 마음을 잃지 않은 보기 드문 문인이었다. “죽을 때까지 현역 작가로 남는다면 행복할 것”이라는 말대로 그는 마지막까지 펜을 놓지 않았다. 박완서는 ‘소박하고, 진실하고, 단순해서 아름다운 것들’을 사랑했다. 그의 글은 그를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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