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말뚝
2023년 02월 04일 출간
국내도서 : 2012년 01월 22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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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97889338020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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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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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말뚝」 연작과 함께 「유실」 「꿈꾸는 인큐베이터」 「그 가을의 사흘 동안」 등 개인의 삶을 낱낱이 파헤쳐서 사회를 비판해온 박완서만의 날카로운 시선과 필치가 돋보이는 작품들이 함께 들어 있다. 초판본에 실린 서문이나 후기를 고스란히 옮겨 실어 저자의 생생한 육성을 들을 수 있다. 특히 소박하고, 진실하고, 단순해서 아름다운 것들을 사랑한 저자의 삶은 물론, 그를 닮은 작품 세계를 배우게 된다.
작가의 말
엄마의 말뚝 1
엄마의 말뚝 2
엄마의 말뚝 3
유실
꿈꾸는 인큐베이터
그 가을의 사흘 동안
꿈을 찍는 사진사
창밖은 봄
우리들의 부자
해설
작가 연보
엄마는 이렇게 몸서리를 치면서도 그 꼭대기에 새로 장만한 집이 대견해서 어쩔 줄을 몰랐다. 기둥 서까래까지 손수 양잿물로 닦아내고 구석구석 독한 약을 뿌리고 도배장판도 새로 했다. 집을 처음 산 걸 좋아하기보다는 저런 귀살스러운 집에서 어찌 살까 난감스럽기만 하던 오빠와 나도 매일매일 달라지는 재미에 학교만 갔다 오면 그 집에 붙어서 엄마를 거들게 됐다. 이사 가는 날은 커다란 무쇠솥을 새로 사서 엄마가 손수 부뚜막을 만들고 걸었다. 엄마는 미장이 도배장이 칠장이…… 못하는 게 없었다. _「엄마의 말뚝 1」 66쪽
다음 날 아침 어머니는 수술실로 들어가기 위해 틀니를 빼고도 시종 그렇게 웃으셨기 때문에 마치 갓난아기 같았다. 여든보다 아흔에 더 가까운 연세에 크나큰 시련을 앞두고 갓난아기처럼 웃을 수 있는 어머니의 비밀이 나를 참을 수 없이 슬프게 했다. _「엄마의 말뚝 2」 106쪽
삼우날 다시 찾은 산소에서 나는 어머니의 성함이 한 개의 말뚝이 되어 꽂혀 있는 걸 보았다. 정식 비석은 달포쯤 있어야 된다고 했다. 말뚝에 적힌 한자로 된 어머니의 성함에 나는 빨려들듯이 이끌렸다. 어머니의 성함 중, 이름을 따로 뜻으로 읽어보긴 처음이었다, 참으로 신기한 일이었다. 어머닌 부드럽고 나직하게 속삭이며 아직도 내 의식 밑바닥에 응어리진 자책을 어루만지는 것 같았다. 딸아, 괜찮다 괜찮아. 그까짓 몸 아무 데 누우면 어떠냐. 너희들이 마련해준 데가 곧 내 잠자리인 것을. _「엄마의 말뚝 3」 174쪽
언제부터인지 자세한 날짜는 생각 안 나지만 이른 봄부터 생리 현상이 없어지고 배가 조금씩 불러오더니 배 속에서 뭔가 꿈틀대는 지가 두어 달 넘었다는 게 소녀의 증세였다. 깜찍한 소녀였다. 목적이 뭔지는 모르지만 소녀는 나를 우롱할 셈인 것 같았다. 이젠 소녀의 눈은 눈물자국도 없이 메말라 있었고, 태도도 썩 후안무치했다. 나는 위신을 잃지 않고 점잖게 말했다.
“자세한 건 진찰을 해봐야겠지만, 지금까지의 소견은 십중팔구 임신이겠는데.” _「그 가을의 사흘 동안」 357쪽
작가정보
저자 박완서는 1931년 경기도 개풍군(現 황해북도)에서 태어났다. 교육열이 강한 어머니에 손에 이끌려 서울로 와, 숙명여고를 거쳐 서울대 국문과에 입학했으나 6.25의 발발로 학교를 그만두고 미8군 PX 초상화부에서 근무했다. 1953년 결혼하여 1남 4녀를 두고, 마흔이 되던 1970년, 전쟁의 상흔과 PX에서 만난 화가 박수근과의 교감을 토대로 쓴 『나목』이 <여성동아> 여류 장편소설 공모에 당선되며 등단했다. 2011년 1월, 담낭암으로 타계하기까지 쉼 없이 작품 활동을 하며 40여 년간 80여 편의 단편과 15편의 장편소설을 포함, 동화, 산문집, 콩트집 등 다양한 분야의 작품을 남겼다. 박완서는 삶의 곡절에서 겪은 아픔과 상처를 반드시 글로 쓰고야 말겠다는 생각으로 고통의 시기를 살아냈다. “이것을 기억했다가 언젠가는 글로 쓰리라.” 숙부와 오빠 등 많은 가족이 희생당했으며 납치와 학살, 폭격 등 죽음이 너무나도 흔한 시절이었다. 이름 없이 죽어간 가족들을 개별적으로 살아 숨 쉬게 하는 것이 처음 글을 쓴 목표였다. 그러나 막상 글을 통해 나온 건 분노가 아닌 사랑이었다. 그는 글로써 자신을 치유해나갔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다. 덕분에 그는 자신의 이야기에만 갇혀 있지 않고 당대의 전반적 문제, 가부장제와 여권운동의 대립, 중산층의 허위의식 등을 수면 위로 끄집어 올려 직간접적으로 의식을 환기시켰다. 그러면서도 문학에 대한 열정과 세상에 대한 따뜻한 마음을 잃지 않은 보기 드문 문인이었다. “죽을 때까지 현역 작가로 남는다면 행복할 것”이라는 말대로 그는 마지막까지 펜을 놓지 않았다. 박완서는 ‘소박하고, 진실하고, 단순해서 아름다운 것들’을 사랑했다. 그의 글은 그를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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