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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

마일리스 드 케랑갈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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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8월 10일 출간

국내도서 : 2017년 06월 3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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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상품 정보
파일 정보 ePUB (21.76MB)
ISBN 9788932965031
쪽수 35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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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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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기증'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숨 막히는 24시간의 기록
현대 프랑스 문단을 뒤흔들고 있는 마일리스 드 케랑갈의 대표작이자 여덟 번째 장편소설 『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 2014년 프랑스에서 출간되자마자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르고 전 세계 11개 문학상을 휩쓴 이 소설은 급작스러운 하고를 당해 뇌사 판정을 받게 된 열아홉 살 청년 시몽 랭브르의 심장 이식 과정을 둘러싸고 전개되는 24시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친구들과 서핑을 즐기고 돌아오던 길에 뜻밖의 교통사고를 당하게 된 열아홉 살 청년 시몽 랭브르. 뇌사 판정을 받았으나 아직 시몽의 심장은 뛰고 있다. 아들의 절망적인 상태를 마주한 시몽의 부모는, 죽어 가는 다른 생명을 살리기 위한 아들의 장기 기증 여부를 두고 결정을 내려야만 하는 상황에 놓인다.

뇌사라는 의학적 사망 선고와는 달리 아직 심장이 뛰고 있는 시몽의 육체는 여전히 젊고 아름답고 생기가 넘친다. 도무지 실감이 나지 않는 아들의 죽음을 받아들일 틈도 없이 장기 기증 여부를 결정해야만 하는 가족들의 그 고통스러운 과정, 그리고 마침내 진행되는 장기 적출과 이식 수술 절차에 이르기까지 이 모든 과정이 단 하루 안에 숨 가쁘게 진행된다.

작품 속에서 시몽의 심장은 단순히 몸의 일부인 장기일 뿐만 아니라 그의 생을 대변하는 매개체이자, 삶의 격정과 율동의 기록이 고스란히 담긴 육신의 블랙박스로 비유된다. 시몽의 심장에 아로새겨진 생의 기록들을 정성스럽게 발굴해 내듯, 저자는 그의 삶의 편린들을 곳곳에 정교하게 펼쳐내며 이를 통해 드러나는 삶과 죽음의 문제를 날카롭게 탐구해간다.
죽음은 단지 죽음의 당사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그와 관계를 맺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사무치게 사랑하는 대상의 죽음이라는 절대적 불행 앞에 마주한 사람들이 통과해야만 하는 암흑 같은 시간들은 그 자체로 하나의 거대한 질문이 된다. 저자는 이식 과정 속에서 마주치는 수많은 질문과 딜레마, 슬픔과 절망, 위로와 희망을 섬세하게 기록해나가면서 삶을 뒤흔드는 궁극적인 성찰들 속으로 독자들의 손을 잡아 이끈다. 하나의 죽음과 그 죽음이 살린 또 하나의 생명에 대해 이야기하고 남은 이들이 죽은 이를 위로 속에서 떠나보내는 애도의 문제에 대해서도 깊이 다루며 한 편의 웅장하고 정교한 서사시를 접한 듯한 깊은 울림을 전해준다.
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 7
옮긴이의 말 343

시몽 랭브르의 심장이 무엇인지, 그 인간의 심장, 태어난 순간부터 활기차게 뛰기 시작해서 그 일을 반기며 지켜보던 다른 심장들도 덩달아 빨리 뛰던 그 순간 이래로 그 심장이 무엇인지, 무엇이 그것을 튀어 오르고 울렁대고 벅차오르고 깃털처럼 가볍게 춤추거나 돌처럼 짓누르게 만들었는지, 무엇이 그것을 어질어질하게 만들었는지, 무엇이 그것을 녹아내리게 만들었는지(사랑), 시몽 랭브르의 심장이 무엇인지, 스무 살 난 육신의 블랙박스, 그것이 무엇을 걸러 내고 기록하고 쟁여 뒀는지, 정확히 그게 뭔지 아무도 모른다.
- 본문 7면

마리안, 전화했었네. 갑자기 눈물(고통의 화학적 작용)이 쏟아져서 한마디 말도 할 수 없는데 숀이 다시 부른다. 마리안? 마리안? 그는 아마도 좁은 부두에서 울려 퍼지는 파도 소리의 훼방으로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아마도 침, 콧물, 눈물을 전파의 잡음으로 혼동했을 것이다. 그동안 그녀는 손등을 깨물며 그토록 사랑하는 목소리가, 오직 하나의 목소리만이 그럴 수 있듯이 친숙했던, 그러나 갑자기 낯설게 바뀐 그 목소리가 불러일으키는 공포로 얼어붙었다. 끔찍하도록 낯설 수밖에 없다. 그 목소리는 시몽이 겪은 사고가 일어난 적이 없었던 시공간에서, 이 텅 빈 카페로부터 몇 광년은 떨어진 흠결 없는 세계에서 솟아난 것이니까. 그건 이제 불협화음을 낳았다. 그 목소리는. 세상을 혼란에 빠트렸고 그녀의 뇌를 찢어발겼다. 그건 이전의 삶의 목소리였으니까. (……) 마리안은 손에 든 휴대폰을 꼭 쥔다. 말해 줘야 한다는 두려움. 숀의 목소리를 파괴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 지금 그대로의 숀의 목소리를 다시 들을 기회가 그녀에게 더 이상 주어지지 않으리라는, 시몽이 비가역 코마 상태에 빠지기 이전의 그 사라진 시간을 체험할 기회가 다시는 결코 주어지지 않으리라는 것에 대한 두려움. 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그 목소리의 시간 착오에 종지부를 찍고 그 목소리를 여기, 비극적 사건의 현재 속에 다시 뿌리내리게 해야 한다는 걸 안다. 그녀는 자신이 그래야만 한다는 것을 안다.
- 본문 101~102면

두 분의 아드님이 기증자가 된다면 다른 사람들이, 장기 이식을 기다리고 있는 다른 사람들이 목숨을 구할 수 있게 됩니다. 부모는 외투와 가방을 챙긴다. 둘 다 어서 이곳에서 나가고 싶은 마음에 조급한데도 동작은 느릿하다. 그러니까 개죽음은 아니다, 이건가요? 숀이 파카 깃을 올리며 토마의 눈을 똑바로 바라본다. 알아요. 다 압니다. 이식 덕분에 생명을 구할 수 있고, 누군가의 죽음이 다른 사람에게 생명을 부여할 수 있죠. 하지만 우린, 그게 시몽이란 말입니다. 우리 아들이요. 이걸 이해하겠소?
- 본문 157면

숀과 마리안이 병실에서 나간다. 토마가 거기 문간에서 두 사람을 기다리고 있다. 두 사람이 입을 벌린다. 말이 나오지 않는다. 말을, 서로 협의한 말을 하고 싶은 모양이다. 토마가 두 사람의 말문을 터준다. 하실 말씀이 있으면 제게 하십시오. 그러시라고 제가 여기 있는 거니까요. 숀이 힘들게 소리를 내며 그들의 청을 내놓는다. 들어낼 때, 시몽의 심장, 그때, 시몽에게, 그러니까 정지시킬 때, 심장을, 말해 줘요, 내가, 그 애에게 꼭 말해 줘요, 우리가 있다고, 함께한다고, 우리 모두 그 애를 생각한다고, 우리 모두의 사랑을. 마리아가 뒤를 받는다. 그리고 루와 쥘리에트도요, 그리고 할머니도. 그러더니 다시 숀. 바닷소리, 들려줘요. 그가 토마에게 이어폰과 MP3 플레이어를 내민다. 7번 트랙이에요. 맞춰 놨어요. 아이가 바닷소리를 듣게요(두 사람의 머릿속에서 두서없이 튀어나오는 생각들). 그러자 토마가 그 의식을 두 사람의 이름으로 완수하겠노라고 다짐한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 본문 199~200면

놀라운 책…… 이번 여름의 필독서이다. ─ 빌 게이츠
단숨에 다 읽었다. 나는 완전히 빠져들었다. ─ 아툴 가완디

★ 오랑주 뒤 리브르상, 웰컴 북 문학상 등 전 세계 11개 문학상 수상작
★ 2017년 빌 게이츠 추천 [이번 여름에 꼭 읽어야 하는 책]
★ 2014년 『리르』 선정 [올해 최고의 소설]
★ 2014년 『퍼블리셔스 위클리』 선정 [최고의 작가들이 뽑은 최고의 책]
★ 2016년 『월스트리트 저널』 선정 [올해 최고의 소설]

전 세계 11개 문학상 수상작!
현대 프랑스 평단을 뒤흔들고 있는 작가,
마일리스 드 케랑갈의 화제의 장편소설

한국에 처음 소개되는 화제의 프랑스 소설가, 마일리스 드 케랑갈의 『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가 정혜용 씨의 번역으로 열린책들에서 출간되었다. 현재까지 프랑스에서만 50만 부가 판매된 베스트셀러로, 오랑주 뒤 리브르상, 웰컴 북 문학상 등 전 세계 11개 문학상을 휩쓴 소설이다. 2014년에 프랑스에서 출간되자마자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른 이후로도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으며 스테디셀러로서 굳건히 자리를 지켜 왔다.
『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는 케랑갈의 대표작이자 여덟 번째 장편소설로, 어느 날 급작스러운 사고를 당하여 뇌사 판정을 받게 된 열아홉 살 청년 시몽 랭브르의 [심장 이식] 과정을 둘러싸고 전개되는 24시간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단 하루 동안의 짧은 시간 안에 펼쳐지는 긴박한 사건들을 다루면서도, 그 과정에서 마주하는 극한의 상황들이 불러오는 질문들, 시몽의 죽음을 둘러싼 다양한 주변 인물들의 미묘한 심리가 작가 특유의 시적이고 정교한 문체로 생생하게 묘사된다. [장기 기증]이라는 강렬하고도 복잡 미묘한 소재를 통하여, 삶과 죽음의 경계, 죽음에 대한 윤리와 애도, 생명의 의미 등 접근하기 어려운 진지한 주제들을 성공적으로 다루며 성찰해 내고 있다.
영국, 미국,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를 비롯한 30여 개국에서 이 작품의 판권이 수출되어 현재 출간 또는 출간 예정에 있다. 2016년 카텔 퀼레베레 감독에 의해 동명의 영화로 제작되면서 더욱 화제를 모았으며, 배우 에마뉘엘 노블레에 의해 연극으로 각색되어 공연되기도 했다. 2017년 빌 게이츠가 [이번 여름에 꼭 읽어야 할 책]으로 추천한 작품으로, 올여름 그가 추천한 5권의 책들 중 유일한 문학 작품이기도 하다.
열린책들은 장기 기증 문제를 심도 있게 다루는 이 작품의 고유한 취지를 살려, 특별히 친환경 재생 용지를 사용하여 이 책을 제작했다.

한 인간의 심장, 한 인간의 생(生),
그것이 다른 생명으로 이식되는 과정을 담은
24시간의 치열한 기록!

[줄거리]
어느 날 새벽, 열아홉 살 청년 시몽 랭브르는 친구들과 서핑을 즐기고 돌아오던 길에 뜻밖의 교통사고를 당하게 된다. 뇌사 판정을 받았으나 아직 심장은 뛰고 있는 시몽. 그의 절망적인 상태를 마주한 시몽의 부모는, 죽어 가는 다른 생명을 살리기 위한 아들의 장기 기증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 봉착한다. 시몽의 [심장 이식] 과정을 둘러싸고 전개되는 숨 막히는 24시간의 기록이 펼쳐지는데…….
이 작품 속에서 시몽이 온전히 살아 있는 유일한 순간은, 그가 친구들과 함께 새벽의 바닷가에서 신나게 서핑을 즐기는 장면이다. 소설의 첫 부분에서 한 챕터에 걸쳐 아름답고 생생하게 묘사되는 이 서핑 장면은, 뒤에 그에게 드리워지는 죽음의 그림자 때문에 더욱 인상적이고 강렬한 여운을 남긴다. 끊임없이 몰려오고 부서지는 파도, 그 속에 몸을 맡기며 뛰놀고 도약하는 시몽의 젊은 육체, 그 움직임들의 역동적인 생명력이, 뒤이어 갑작스럽게 뇌사 판정을 받고 코마 상태에 빠진 그의 모습과 너무도 극명하기 대비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뇌사]라는 의학적 사망 선고와는 달리, 아직 심장이 뛰고 있는 시몽의 육체는 여전히 젊고 아름답고 생기가 넘친다. 당장이라도 깊은 잠에서 깨어나 평소처럼 주변 사람들에게 말을 건네고, 걷고, 뛰고, 움직일 것만 같다. 그러나 그럼에도 그의 가족들은 도무지 실감이 나지 않는 그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그 슬픔을 충분히 묵새길 틈도 없이 죽어 가는 다른 생명을 위한 아들의 장기 기증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그 고통스러운 결정 과정, 그리고 마침내 진행되는 장기 적출과 이식 수술 절차에 이르기까지, 소설 속의 이 모든 과정이 단 하루 안에 숨 가쁘게 진행된다. 이처럼 이 작품의 줄거리 자체는 지극히 짧고 단순하지만, 극한의 시간들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이식 과정 속에서 마주치는 수많은 질문과 딜레마들, 슬픔과 절망들, 일말의 위로와 희망들을 이 작품은 농밀하고 섬세하게 기록해 나간다.
뇌사 상태에서의 [장기 기증]이란 이처럼 인정하기 힘든 하나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그 죽음의 의미를 되새기는 필연적인 과정이 따르는 절차다. 그것은 또한 그 죽음을 맞은 이의 삶을 되새기는 일이기도 할 것이다. 현대 의학의 발달로 인간의 죽음을 선언하는 기준이 [심정지]에서 [뇌사]로 옮겨 가게 되면서 비로소 심장을 비롯한 장기의 기증과 이식이 가능하게 되었고, 이는 철학적으로 삶과 죽음의 경계에 대한 첨예한 성찰을 던져 주었다. 이 작품에서 시몽의 [심장]은 단순히 그의 몸의 일부인 장기일 뿐만 아니라, 그의 생(生)을 대변하는 매개체이자, 그 20여 년간의 삶의 격정과 율동의 기록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육신의 블랙박스로 비유된다. 그의 심장에 아로새겨진 그 생의 기록들을 하나하나 정성스레 발굴해 내듯, 이 작품은 단 24시간 안에 전개되는 이야기 속에 한 인간의 20여 년 동안의 삶의 편린들을 곳곳에 정교하게 펼쳐 보이며, 이를 통해 드러나는 삶과 죽음의 문제를 날카롭게 탐구한다.

죽은 이의 삶을 복원하고 애도하며
남은 자들을 위한 위로를 전하는,
한 편의 정교하고 아름다운 서사시와 같은 소설

이 작품 속에는 시몽의 죽음을 둘러싼 다양한 주변 인물들이 등장한다. 시몽의 가족과 연인, 이식 과정에 참여하는 의사와 간호사 등 저마다의 삶을 가진 다양한 등장인물들이 상황에 개입하며 각자의 시각으로 시몽의 죽음과 삶을 조명한다. 특히 시몽의 부모인 숀과 마리안의 의식의 흐름을 보여 주는 대목들은 가슴이 저밀 만치 먹먹한 공감과 깊은 성찰을 불러일으키는 부분이다. [자식의 죽음]이라는, 사무치게 사랑하는 대상의 죽음이라는 절대적인 불행 앞에 마주한 두 사람이 통과해야만 하는 그 암흑 같은 시간들은, 그 자체로 하나의 거대한 질문이며, 삶을 뒤흔드는 궁극적인 성찰들 속으로 독자들을 끌어다 놓는다.
이처럼 죽음은 단지 그 죽음의 당사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그와 관계를 맺고 있는 주변 사람들에게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사건이다. 때문에 죽은 자에 대한 [애도]의 문제 역시, 죽은 이를 위한 것일 뿐만 아니라, 그를 아끼고 사랑했던 모든 사람들을 위한 위로의 과정이기도 하다. 이 작품은 하나의 죽음과 그 죽음이 살린 또 하나의 생명에 대해 말하는 한편, 남은 이들이 죽은 이를 위로 속에서 떠나보내는 애도의 문제에 대해서도 깊이 다루고 있다. 시몽의 사고 소식을 접하고부터 모든 이식 수술 절차가 완료되기까지, 죽은 이와 남은 이들을 위한 진정한 애도를 완수하는 작업은, 다른 생명을 살리기 위한 장기 이식 절차를 성공적으로 완수하는 것만큼이나 이 작품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핵심 화두이다.
또한 이식 절차가 진행되는 과정 속에서, 시몽의 삶은 그를 아는 주변 인물들의 기억 속에서 다양한 이미지로 되살아나고 재구성되며, 이 작품을 통틀어 한 편의 모자이크화처럼 아름답게 엮이며 완성되어 간다. 그것은 그 자체로도 하나의 긴 애도의 과정이다. 그렇기에 시적인 문체로 리듬감 있게 이어지는 이 작품의 문장들은, 마치 전장에서 쓰러진 그리스 영웅의 삶과 죽음을 회고하며 노래하는 한 편의 서사시 같은 여운을 주기도 한다.

그는 시몽 랭브르만의 특성을 재구축한다. 그는 겨드랑이에 서프보드를 낀 젊은이가 모래 언덕 위로 모습을 드러내게 만든다. 다른 젊은이들과 함께 밀려오는 파도를 향해 달려가게 만든다. 모욕을 받자 주먹을 얼굴 높이로 치켜들고 방어 자세를 취한 채 깡충깡충 뛰며 싸우게 만든다. 콘서트장의 박스 석에서 튀어 일어나 미친 사람처럼 펄쩍펄쩍 뛰고, 유년 시절부터 쓰던 침대에 배를 깔고 누워 잠들게 만든다. 루를 들어서 빙빙 돌려 주게 만든다(작은 장딴지가 마루를 깐 바닥 위로 날아다닌다). 자정에, 부엌에서 담배를 피우며 그의 아버지에 대해 말해 주는 어머니와 마주 앉게 만든다. 쥘리에트의 옷을 벗기게 만들고, 바닷가 담벽에서 겁먹지 않고 뛰어내리도록 그녀에게 손을 내밀게 만든다. 그는 죽음이 더 이상 건드릴 수 없는 사후의 공간으로, 불멸의 영광의 공간으로, 신화의 공간으로, 노래와 서(書)의 공간으로 그를 밀어 넣어 준다.(본문 329면)

시몽은 죽었고, 그의 생은 끝났으며, 심장을 비롯한 그의 장기들은 지방 곳곳의 병원으로 흩어져 버렸지만, 그래서 어째서인지 이 책을 덮고 나면 그의 사라지고 조각 난 몸이 마치 불멸의 공간에 위치하고 있는 것 같은, 완벽하게 복원되어 살아 있는 것만 같은 묘한 여운을 주는 작품이다. 소설이 아닌, 마치 한 편의 웅장하고 정교한 서사시를 접한 듯한 깊은 울림을 주는 것이다.
[역자의 한마디]
독자는 장기 이식을 둘러싸고 급박하게 돌아가는 사건의 한복판에 놓이게 되면서, 그 강도와 밀도가 임계점에 이를 정도로 극대화되는 삶의 경험들을 목도하게 된다. - [옮긴이의 말]에서

[책 속으로 추가]
토마가 소독해 뒀던 이어폰을 호주머니에서 꺼내어 시몽의 귀에 끼워 주고 MP3 플레이어를 누른다. 트랙 7. 그러자 마지막 파도가 수평선에 만들어지더니 절벽을 향해 나아간다. 파도가 솟구친다. 하늘 전체를 휩쓸 기세다. 만들어지고 허물어지는 그 변모 속에서 물질의 혼돈과 회오리의 완벽함을 펼쳐 보인다. 대양의 밑바닥을 긁어 대고 퇴적물을 뒤흔든다. 화석들을 드러내고 묻혀 있던 궤짝들을 뒤엎는다. 시간에 두께를 더하는 무척추동물들을, 15억 년 묵은 암몬 조개들을, 그리고 맥주병들을, 비행기의 파편들을, 그리고 권총들을, 나무껍질처럼 하얗게 탈색된 뼈다귀들을, 거대한 쓰레기 처리장처럼 흥미진진한 해저를 노출한다. 초고감도 필름. 순수 생물학. 파도는 지구의 표피를 걷어 내고 기억을 갈아엎고, 시몽 랭브르가 살았던 그 땅을 새롭게 태어나게 한다(완만한 모래 언덕. 그 언덕이 움푹 팬 곳에서 그는 작은 바구니에 담긴 감자칩을 머스터드 소스를 곁들여 쥘리에트와 함께 나눠 먹었더랬다. 소나기가 쏟아질 때 두 사람이 몸을 피했던 솔밭. 그리고 그 바로 뒤의 대숲. 낭창거리는 40미터짜리 대나무들. 그날 미지근한 빗방울들이 잿빛 모래에 구멍을 냈고 냄새들이, 맵싸하고 짭조름한 내음들이 뒤섞였더랬다. 그때 쥘리에트의 입술 색은 자몽색이었다). 그러더니 마침내 파도가 터져 나가며 사방으로 흩어진다. 튀어 오른 물방울들이 휘날린다. 그건 거대한 충돌, 부서짐이다. 그러는 동안 수술대를 둘러싼 침묵이 두터워졌다. 사람들이 기다린다. 누워 있는 육체 위로 눈길들이 엇갈린다. 발가락은 초조하게 꼼지락거리지만 손가락은 인내한다. 하지만 모두 시몽 랭브르의 심장을 정지시키려는 순간 한 템포 쉬어 가야 한다는 것을 받아들인다.
- 본문 296~297면

시몽의 심장은 수도권으로 이동했고, 그의 간과 폐는 지방의 또 다른 지역들에 도착했다. 그것들은 다른 육신들을 향해 질주했다. 이렇게 뿔뿔이 흩어지고 나면 그녀의 아들의 단일성에서 살아남는 것은 무엇일까? 그만의 특별한 기억과 이렇게 분산된 육체를 어떻게 결부시켜야 할까? 그의 존재, 이 세상에 비추어진 그의 모습, 그의 혼은 또 어떻게 되는 걸까? 이러한 질문들이 부글거리는 기포처럼 그녀 주위를 맴돈다. 그러다가 시몽의 얼굴이 그녀의 눈앞에 나타난다. 말끔하고 온전하다. 그것은 나뉠 수 없는 것이다. 그게 그 아이다.
- 본문 308~309면

북 트레일러

작가정보

저자 마일리스 드 케랑갈(Maylis de Kerangal)은 진지한 성찰과 강렬하고 시적인 문체가 돋보이는 작품으로 화제를 모으며 현대 프랑스 문단을 뒤흔들고 있는 소설가. 1967년 프랑스의 툴롱에서 태어나 르아브르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루앙에서 고등학교를 다닌 후 파리에서 사학, 철학, 민족학을 공부했고, EHESS(프랑스 사회 과학 고등 연구원)에서 1년간 수학했다. 2000년에 첫 작품 『구름 낀 하늘 아래를 걷다』를 출간하며 소설가로 데뷔했다. 2010년에 발표한 『다리의 탄생』으로 메디치상과 프란츠 헤셀상을 수상했으며, 2012년에 『동쪽으로 뻗은 접선』으로 랑데르노상을 수상했다. 2014년에 『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를 발표하면서 오랑주 뒤 리브르상, 웰컴 북 문학상 등을 비롯한 전 세계 10여 개 문학상을 휩쓸면서 더욱 큰 주목을 받았다. 이 작품은 출간되자마자 언론과 평단의 극찬을 받았으며 베스트셀러로 등극하면서 그녀를 오늘날의 프랑스 문단의 대표 작가 중 하나로 자리매김해 주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그밖에 『떠도는 삶』(2003), 『꽃이나 화환은 사양합니다』(2006), 『케네디 해안 절벽로』(2008), 『이 밤 이 순간』(2014), 『식탁의 길』(2016) 등의 작품들을 발표했다.

역자 정혜용은 서울대 불어불문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파리 3대학 통번역 대학원(ESIT)에서 번역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번역, 출판 기획 네트워크 [사이에]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아니 에르노의 『한 여자』, 쥘리 마로의 『파란색은 따뜻하다』, 레몽 크노의 『지하철 소녀 쟈지』, 앙드레 고르스의 『에콜로지카』, 샤를 보들레르의 『샤를 보들레르: 현대의 삶을 그리는 화가』, 발레리 라르보의 『성 히에로니무스의 가호 아래』 등이 있고, 지은 책으로 『번역 논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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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일리스 드 케랑갈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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