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 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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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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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6일 수요일, 해가 질 무렵 막 집을 나서려는데, 레노 부인이 그날 오후 리볼리 거리에 있는 카페 보르도에 급히 와줄 것을 요청하는 전보를 받았다. 내가 살고 있는 곳에서 그리 먼 곳은 아닌 데다가 아직 한 시간 정도의 여유가 있었기 때문에 조금 서두르기만 하면 제시간에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내가 희한한 사건에 연루되었을 거라는 첫 번째 조짐이 바로 나타났다. 계단을 내려가다 3층에선가 두 사람과 마주쳤다. 두 사람은 내가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인 스페인어를 사용하고 있었고, 어두운 바바리코트에 챙이 넓은 모자를 쓰고 있었다. 그들이 나보다는 낮은 쪽에 있었기 때문에 챙에 가려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계단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어두운 데다 내가 조심스럽게 소리 없이 움직였기 때문에, 세 계단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나와 정면으로 마주칠 때까지 그들은 나의 존재에 대해 전혀 의식하지 못한 것 같았다.
- 본문 11쪽
밖엔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눈치챌 수도 없을 정도로 가는 비였다. 그러나 밤의 고독감을 증폭시키기엔 충분했다. 역시 레노 부인은 우산을 가져왔다. 사람들 모두 언제까지라도 각자의 집에 처박혀 있기로 한 것처럼 거리는 텅 비어 있었다. 그러나 금세 몇 가지를 눈치챌 수 있었다. 모든 빛은 광고 조명으로부터 나오고 있었다. 사람들은 정전 때문에 집에 머무르고 있는 것일까? 우리는 팔짱을 끼고 보도를 걸어갔다.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갑자기 모든 게 완벽해 보였다. 레노 부인의 옆모습, 우산에 어지럽게 부딪히는 빗방울 소리, 비록 작은 부분이긴 했지만 뭔가를 공유하며 함께 모험을 하는 듯한 기분.
- 본문 33쪽
「우리는 선생님께서 바예호 씨를 치료할 생각이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둘 중 더 깡마른 사내가 조금은 슬픈 듯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포도주 잔을 사이에 두고 그를 꼼꼼히 뜯어보았다. 붉은 뱀장어 같은 혀를 천천히 움직여 이를 훑더니, 가식적으로 와인을 홀짝이는 척하고 있었다. 「어제 저녁 나를 쫓아왔던 것이 바로 그것 때문이었습니까?」
- 본문 39쪽
하느님 맙소사! 나는 남자의 구두를, 반짝이는 구두 끝을 보면서 생각했다. 제발 그가 웅크리지 않았으면…. 눈을 떴다. 나는 땀을 흘리고 있었다. 다시 잠을 자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 순간 나의 방 앞에 다른 사람이 있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내 등 뒤에서, 병원의 복도 끝에서 여인이 웃고 있었다 (그것을 알 수 있었던 것은 들려오는 소리라고는 그 소리가 유일했기 때문이다). 그녀의 웃음은 마음을 가라앉히는 진정제 같았다. 조금 있으니까 모두 사라져 버렸다. 해체되어 버렸다.
- 본문 56쪽
내 앞에 있던 환자의 마른 얼굴이, 병원에 상당 기간 동안 갇혀 지낸 모든 사람들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존엄성을 전혀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얼굴이, 조금이나마 펴지는 것 같았다. 나머지는 읽어 내기 어려웠다. 검은 머리카락, 환자복 윗도리로 아무렇게나 가려진 목덜미, 땀을 흘린 자국이 없는데도 왠지 번들거리는 피부. 병실의 정적 속에서 들리는 것은 그의 딸꾹질 소리뿐이었다.
- 본문 63쪽
누구인지 모르지만 목욕통에서 10미터쯤 떨어진 곳에 한 사람이 있었다. 내 위치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 곳이었다. 그를 볼 수는 없었지만 그곳에 그가 있다는 것만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딸꾹질 소리가 또렷하게 들렸다. 그는 경련으로 고통받고 있었다. 「바예호 씨.」 더듬거리는 말조차도 거의 입 밖으로 새어 나오지 않을 정도로 기어들고 있었다. 대답이 없었다.
- 본문 108쪽
나는 손가락으로 창틀을 따라 더듬어 봤다. 그러나 쓸데없는 짓이었다. 창문엔 잠금장치도 없었고, 그렇다고 위나 아래로 여는 것도 아니었다. 열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남자는 계속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손으로 유리창을 두드렸다. 분명 내가 내는 소리를 들었을 텐데, 반응은 보이지 않았다. 나는 스위치를 찾았다. 알 수 없는 충동에 이끌려 빛으로 나의 존재를 알릴 수 있는 신호를 보내고 싶었다. 분명한 나의 〈존재〉와 내가 그 자리에 〈있었다는 사실〉을 알리
《라틴 아메리카 문학의 시한폭탄》, 로베르토 볼라뇨의 소설 『팽 선생』이 열린책들에서 출간되었다. 1981~82년에 쓰인 볼라뇨의 초기 작품으로 1994년 첫 출간 당시 스페인의 펠릭스 우라바옌 중편 소설상을 수상했다. 『팽 선생』은 전체주의 혹은 사회 전체의 그늘 아래 개인의 고독감과 존재 증명에의 욕구가 강하게 드러나는 작품으로, 이야기 속으로 걷잡을 수 없이 빠져들게 만드는 치밀한 내면 묘사가 압권이다.
『팽 선생』은 단순한 이야기 구조 안에 《악(惡), 목소리들, 꿈과 현실 혹은 사실과 허구의 혼재(混在)》 등 볼라뇨가 창조해 온 세계의 근간이 되는 모든 것을 담고 있다. 이 작품은 전쟁과 전체주의를 매개로 인간의 편집증과 광기를 이끌어 냈던 볼라뇨의 또 다른 작품 『제3제국』과 그 줄기를 같이하기도 한다. 『제3제국』이 전쟁 게임을 소재로 전체주의에 대해 다소 직선적이고 순차적인 접근을 했다면, 『팽 선생』은 최면과 꿈, 미로, 미행 등 미스터리적 요소를 통해 우회적이고도 교묘한 방법으로 접근한다. 2010년 미국에서 출간되었을 당시 「뉴욕타임스」에서는 이 작품에 대해 《볼라뇨는 환상이 현실보다 더 현실적일 수 있다고 믿는다. 그는 우리로 하여금 그 이면에 무엇이 감춰져 있는지 정확히 알 수 없으면서도 그 어둠의 크기를 느낄 수 있게 한다》고 전했는데, 이는 볼라뇨가 꿈과 현실이 모호하게 뒤섞인 상황을 내세워 전하려 했던 그 크기를 짐작하는 것조차 어려운 『팽 선생』 속 악의 존재를 잘 설명해 준다.
훗날 볼라뇨가 『2666』이라는 대작에서 악의 본질과 기원을 파헤치려는 본격적인 시도를 했다면, 『팽 선생』에서는 악이 뒤덮은 세계 속에서 살아가야만 하는 우리의 모습을 팽 선생이라는 반(半)허구, 반(半)실존 인물의 행적을 통해 비유적으로 보여 준다. 볼라뇨가 문학으로서 일궈내려 했던 수많은 가치들을 포괄적으로 담고 있을 뿐 아니라 단순하고도 흡입력 강한 이야기 흐름까지 갖춘 『팽 선생』은, 이제 막 볼라뇨의 문학 세계로 들어서 보려 하는 독자에게는 훌륭한 첫 번째 문이 될 수 있을 것이며 다른 볼라뇨의 작품을 읽은 독자에게는 볼라뇨 소설의 근원을 탐미할 기회를 줄 것이다.
실제와 허구를 뒤섞어 만들어 낸
악(惡)으로 뒤덮인 세계를 떠도는 무기력한 초상들
이야기는 제2차 세계 대전 직전의, 암울하고도 뒤숭숭한 파리를 배경으로 전개된다. 최면요법가인 팽 선생이 페루의 시인 세사르 바예호의 멎지 않는 딸꾹질을 치료하기로 하면서 벌어진 사건을 미스터리 형식으로 풀어 낸, 일종의 모험담이다.
전쟁에서 폐에 손상을 입고 제대하여 장애 연금을 받아 근근이 살아가는 팽 선생은 사회적 약자의 전형이면서, 자신을 둘러싼 사회가 움직이는 방향과 그 기준을 모른 채 작은 존재로 살아가는 개인의 전형이기도 하다.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시인 바예호는 실제로 파리에서 알 수 없는 폐 질환으로 초라하게 죽었으며, 스페인의 전체주의에 대항하는 국제 여단을 적극적으로 지지했던 행동파 시인이었다. 악의 흐름을 인지하고 어떻게든 세계의 방향을 돌려 보고자 했으나 결국 모국을 떠나 낯선 나라에서 힘없이 죽어 가는 시인 바예호와, 그런 바예호의 딸꾹질을 치료하겠다고 나섰지만 병의 원인도, 자신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의 정체도 알 수 없었던 팽 선생의 모습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무기력한 개인들의 초상이다. 갑자기 나타나 바예호의 치료에서 손 뗄 것을 강요하며 팽 선생을 괴롭히는 정체 모를 스페인 남자 두 명은 일종의 악의 상징으로, 소설 내내 옥죄어 오는 불안의 근원이자 미지의 존재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는 존재이다.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거의 실존했던 인물들이다. 바예호는 물론이고 그의 부인 조르제트 바예호, 팽 선생이 가르침을 받은 최면학자 메스머, 심령의 존재를 과학으로 입증하고자 했던 바라뒤크, 그리고 아라공, 다르송발, 이렌느 졸리오퀴리 등 실존 인물과 실제 역사적 흐름을 바탕으로 이야기가 흘러간다. 이들의 실제 삶과 볼라뇨의 문학적 상상력이 뒤섞이면서 독자는 이 이야기 속 실제와 허구의 비율이 각각 얼마씩인지 혼란스러워진다. 그러나 아마도 볼라뇨가 의도했을 이 혼란스러움은 《환상을 현실처럼, 현실을 환상처럼》 느끼게 되는 초현실적 감각을 가져다주며 독자를 이야기 속으로 더욱 깊숙이 끌어당긴다.
볼라뇨의 죽음으로 인해 독자들의 몫이 된
불안과 혼란으로 범벅 된 미완의 직소 퍼즐
침대에 누워 『팽 선생』을 읽으면서, 나는 갑작스러운 불안감과 뒤섞인, 누군가 혹은 무언가에 대한 어마어마한 연민의 감정을 느꼈다. 그러나 그게 누구인지, 무엇인지 확실히 알 수는 없었다.
- 어슐러 K. 르귄
볼라뇨의 작품에는 평온함이 없다. 당장이라도 현실이 될 수 있을 법한 불안한 꿈들만 등장한다. 그의 작품에 나오는 이미지, 상징, 사건, 등장인물들은 충격적이다. 이것들은 같은 책 혹은 볼라뇨의 다른 저작에 거듭 등장해 강한 인상을 주고, 주장을 한다.
- 아후벨
볼라뇨는 2003년 간 부전으로 사망했다. 아쉽게도 볼라뇨 본인이 『팽 선생』에 대해 남긴 말이 거의 없기 때문에, 그가 떠난 지금 우리로서는 그 의미를 유추해 볼 수밖에 없다. 페루의 작가 페르난도 이와사키는 볼라뇨와 『팽 선생』을 두고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나는 볼라뇨의 건강 상태가 심각한지 모르고 있었다. 그의 단편과 장편을 읽으면서도 《임박한 죽음》은 단지 문학적 강박 관념이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 그가 자신의 병환에 대해 알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나니 비탄함에 잠기지 않고서는 『셋』(2000),『칠레의 밤』(2000),『참을 수 없는 가우초』(2003)를 읽을 수 없었다. 그렇게 비통해하며 나는 『팽 선생』을 다시 읽었다. 그래서 《Pain》이 《빵》을 의미하는지 아니면 단순히 《고통》이라는 뜻인지 너무 신경이 쓰인다.*
*프랑스어로 《pain》은 《빵》을 뜻한다. 공교롭게도 영어의 《pain》과 철자가 같다.
그렇다면 『팽 선생』이라는 미스터리의 결말은 어떻게 지어질까? 읽는 이 모두 각자 나름의 해석을 가질 수 있겠으나 확실한 것은 소설의 마지막 페이지에서 읽기를 멈출 수 없다는 것이다. 소설의 처음부터 끝까지 볼라뇨가 의도적으로 조성한 미로 안에서 혼란스러웠던 독자는 마지막 페이지에 이르러서도 여전히 명쾌한 느낌을 받지 못한다. 시작과 끝은 절대 명확하지 않고 시작이 끝일 수도 끝이 시작일 수도 있다. 한 리뷰어는 《전부 읽은 뒤 다시 첫 페이지로 돌아가 볼 것》을 권하기도 했다.
『팽 선생』에 대해 어떤 이는 전체주의에 대한 문학적 저항이라고도 했고, 어떤 이는 평생 시인으로서 주목받지 못하고 정치적 이유로 핍박받아야 했던 바예호의 쓸쓸한 죽음이 볼라뇨 자신의 초상이라고 해석하기도 했다. 또 어떤 이는 팽 선생이 볼라뇨의 초상이라고 말하면서, 자신을 둘러싼 거대한 것의 윤곽을 짐작만 할 뿐 그것의 정확한 형태는 파악하지 못하고 불안과 혼란에 떠는 그 모습이 당시 볼라뇨가 처했던 상황을 대변한다고 했다.
그가 남기고 간 모든 작품들은 마치 직소 퍼즐처럼 서로 얽혀 있으며 서로 연관하여 읽을수록 빛을 발한다. 이 직소 퍼즐은 영원히 미완으로 남게 되었지만 그의 초기 작품에서부터 서서히 드러나는 퍼즐의 윤곽을 맞춰 가다 보면 독자 나름의 의미 있는 결론을 낼 수도 있을 것이다. 이미 『야만스러운 탐정들』『2666』과 같은 볼라뇨의 대표작들이 국내에 출간되어 있다. 이때에 그의 초기 작품을 읽는 것은 그의 문학적 세계관을 더 깊숙이, 좀 더 《원점》에서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줄거리
제2차 세계 대전이 발발하기 직전인 1938년, 파리. 최면요법가인 팽 선생을 두 명의 스페인 남자가 쫓고 있다. 팽 선생이 얼마 전 페루에서 온 어느 시인을 치료해 달라는 부탁을 받은 뒤부터다. 시인의 이름은 세사르 바예호. 스페인 남자들은 팽 선생에게 돈까지 쥐여 주며 당장 치료를 그만두라고 협박한다. 한편 바예호는 알 수 없는 병에 멎지 않는 딸꾹질까지 겹쳐 죽어 가는 처지로, 의사들은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하고 있다. 팽 선생은 점점 더 바예호의 치료에 집착하게 되고, 자꾸만 악몽을 꾸게 된다. 그리고 점차 꿈과
작가정보
저자 로베르토 볼라뇨(Roberto Bola?o)는 마르케스 이후 라틴 아메리카에 등장한 최고의 작가, 스페인어 권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크고 추앙받는 소설가, 라틴 아메리카 최후의 작가. 지금은 이 땅에 없는 라틴 아메리카 문학의 《시한폭탄》, 로베르토 볼라뇨를 기리는 찬사들이다.
볼라뇨는 1953년 칠레에서 태어나 유년기를 보내고 멕시코로 이주해 청년기를 보냈다. 항상 스스로를 시인으로 여겼던 그는 15세부터 시를 쓰기 시작해 20대 초반에는 《인프라레알리스모》라는 반항적 시 문학 운동을 이끌기도 했다. 이어 20대 중반 유럽으로 이주, 30대 이후 본격적으로 소설 쓰기에 투신한다.
볼라뇨는 첫 장편 『아이스링크』(1993)를 필두로 거의 매년 소설을 펴냈고, 각종 문학상을 휩쓸며 《볼라뇨 전염병》을 퍼뜨렸다. 특히 1998년 발표한 방대한 소설 『야만스러운 탐정들』로 《라틴 아메리카의 노벨 문학상》이라 불리는 로물로 가예고스상을 수상하면서 더 이상 수식이 필요 없는 위대한 문학가로 우뚝 섰다. 그리고 2003년 스페인의 블라네스에서 숨을 거두기 직전까지 매달린 『2666』은 볼라뇨 필생의 역작이자 전례 없는 《메가 소설》로서 스페인과 칠레, 미국의 문학상을 휩쓸었다.
그의 작품에서는 범죄, 죽음, 창녀의 삶과 같은 어둠의 세계와 그 자신의 삶의 본령이었던 문학 또는 문학가들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암담했던 라틴 아메리카의 정치적 상황에 관한 통렬한 성찰이 되풀이된다. 그의 글은 사실과 허구가 절묘하게 중첩되고 혼재하며, 깊은 철학적 사고가 위트 넘치는 풍자와 결합하여 끊임없이 웃음을 자아낸다.
작품으로는 대표작 『야만스러운 탐정들』과 『2666』을 비롯해 장편 소설 『먼 별』(1996), 『부적』(1999), 『칠레의 밤』(2000), 단편집인 『전화 통화』(1997), 『살인 창녀들』(2001), 『참을 수 없는 가우초』(2003), 시집 『낭만적인 개들』(1995) 등이 있다.
역자 남진희는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중남미 문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교육대학교와 한국외국어대학교 등에서 강의를 하면서 스페인 문학을 우리말로 옮기는 일을 하고 있다. 시쿠 부아르키의 『엎지른 모유』, 미겔 데우나무노의 『사랑과 교육』, 로아 바스토스의 『사람의 아들』, 보르헤스의 『상상동물 이야기』 등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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