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가모의 페스트 외
- eBook 상품 정보
- 파일 정보 ePUB (15.57MB)
- ISBN 9788932967387
- 쪽수 20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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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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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중단편 전집 국내 초역
38세에 요절한 야콥센은 작가로서 활동한 기간이 단 10년에 불과한데, 이 책은 야콥센의 데뷔작인 「모겐스」(1872)부터 마지막 작품 「푄스 부인」(1882)까지 그가 남긴 중단편 전부를 수록하고 있다.
표제작 「베르가모의 페스트」에는 구체적인 언급이 나와 있지 않지만, 이 단편은 1630년 이탈리아 북부를 초토화시켰던 페스트 대유행을 소재로 한 것이 분명해 보인다. 밀라노 부근에 위치한 유서 깊은 도시 베르가모는 2020년 현재 이탈리아에서 코로나 19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도시로 전 세계에 “죽음의 도시”로 새삼 유명해졌다. (그에 못지않은 피해를 당한 이웃 도시 브레시아 역시 이 소설에 등장한다.) 구도시와 신도시로 이루어져 있는 베르가모에 드디어 페스트가 퍼진다. 역병을 막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이는 베르가모 시민들. 역병 초기에는 그들도 침착하고 성실하고 공동체적이었다.
페스트가 막 발발했을 때만 해도 인간들은 하나로 뭉치고 화합했다. 죽은 사람이 나오면 예를 갖춰 묻었고, 건강한 연기가 골목 곳곳으로 퍼질 수 있도록 날마다 장터와 광장에 장작을 높이 쌓아 놓고 태웠다. 게다가 페스트를 막는 데 효과가 있다는 솔잎과 식초를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다.(본문 8페이지)
그러나 그들을 비웃듯 사망자는 하루하루 늘어만 가고, 도저히 이 감염병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자포자기한 시민들은 신을 저주하며 매일매일 사악한 음행에 탐닉하게 된다. 어느 날, 어디서 왔는지 모를 수백 명의 고행자들의 무리가 나타난다. 커다란 검은 십자가를 진 이 무리는 베르가모시 중앙의 교회를 향해 행진하는데……. 그들은 과연 무슨 일을 벌이려는 것일까? 한편 이미 신앙을 버렸으면서도 궁금함을 이기지 못하고 그들을 쫓아가는 시민들은 어떤 광경을 기대하는 것일까?
「베르가모의 페스트」 외에, 에드거 앨런 포를 방불케하는 환상소설의 걸작 「안개 속의 총성」, 인습을 대변하는 자식과의 갈등을 그린 「푄스 부인」 등, 명작 중단편 6편이 수록되어 있다. 역자가 사용한 번역 대본은 독일어판이다. 독일은 야콥센의 문학을 가장 적극적으로 빠르게 수용한 곳으로, 야콥센이 죽기 전에 이미 전작집을 출간한 곳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야콥센의 대표 장편소설인 ?닐스 뤼네?(1880)의 경우, 100년 동안 17종의 독일어 번역이 출현했다.
릴케는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1929)에서 야콥센을 반드시 읽을 것을 권하면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내가 항상 가지고 다니는 책은 두 권입니다. 하나는 성경이고, 또 하나는 야콥센의 작품집입니다... 그를 읽으면 하나의 세계가, 세계가 지닌 행복과 부와 파악할 수 없는 위대함이 그대 머리 위로 떨어질 것입니다. 한동안 그 세계에 머물며 배우도록 하십시오. 무엇보다 그 책들을 사랑하십시오. 당신이 그에게 준 사랑이 어떠한 것이든, 그 사랑은 수천 배의 보답을 받을 것입니다.〉
릴케와 프로이트, 츠바이크와 토마스 만을 매혹시켰던 덴마크 소설가 야콥센 문학의 정수를 맛 볼 수 있는 국내 초역본.
안개 속의 총성
푄스 부인
여기 장미가 있었다네
두 세계
모겐스
역자 해설: 몽상적 현실주의자의 고독한 유산
옌스 페테르 야콥센 연보
내가 항상 가지고 다니는 책은 두 권입니다. 하나는 성경이고, 또 하나는 야콥센의 작품집입니다. - 라이너 마리아 릴케
오늘날에도 가장 뛰어난 이들이 찾으려고 하는 것들 중 대다수가 이미 야콥센의 작품 속에 들어 있다. - 라이너 마리아 릴케
지난 9년간 읽은 어느 작가도 야콥센만큼 감동을 주지는 못했다. - 지크문트 프로이트
작가정보
저자(글) 옌스 페테르 야콥센
19세기 후반의 가장 이채로운 작가 중 한 명인 야콥센은 1847년 덴마크의 소도시 티스테드에서 태어났다. 어렸을 때부터 문학 독서에 열중했으나 코펜하겐 대학에 입학할 때 그가 선택한 전공은 자연과학이었다. 녹조류에 대한 논문으로 학술상을 받았다. 야콥센은 동시대에 논란이 분분했던 찰스 다윈 이론의 중요성을 확신하고 『종의 기원』과 『인간의 유래』를 덴마크어로 번역하며 북유럽에 그의 이론을 최초로 소개한 인물로 과학사에 남아 있다. 그러나 그의 학문적 인생은 20대에 결핵에 걸리면서 끝난다.
의사로부터 인생에 큰 희망을 갖지 말라는 말을 듣고 학문을 단념했을 때 그는 이미 데뷔 중편소설 「모겐스」(1872)를 발표한 상태였다. 첫 장편소설 『마리 그루베 부인』(1876)은 역사상 실존 인물에서 소재를 얻어 쓴 작품이다. 북유럽 문학 최초로 여성을 성적인 자기 결정권을 가진 존재로 묘사한 소설로, 뒷날 D. H. 로런스에게도 영향을 주었다. 두 번째 장편소설 『닐스 뤼네』(1880)는 신앙에 기대지 않고 이 세계를 살아 내기로 결심한 시인의 일대기로, 그의 대표작이다. 프로이트와 릴케를 열광시킨 작품으로, 특히 릴케는 덴마크 시인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킨 장편소설을 한 권 써야만 했을 정도였다. 그것이 유명한 『말테의 수기』(1910)이다.
야콥센의 건강은 계속 나빠져, 1881년부터 1882년까지 쓴 세 편의 단편(「여기 장미가 있었다네」, 「베르가모의 페스트」, 「푄스 부인」)은 그의 문학적인 유언장이 되었다. 1884년 독일에서 그의 전집이 간행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1년 뒤 야콥센은 38세의 나이로 숨을 거두었다.
야콥센은 북유럽 자연주의 문학의 선구자였고 여기에는 그가 받은 자연과학 훈련과 무신론이 일정한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뒷 세대의 작가들을 매혹시킨 것은 오히려 작품에 깔린 뭐라 설명하기 힘든 신비스럽고 서정적인 분위기였다. 〈그를 읽으면 하나의 세계가, 세계가 지닌 행복과 부와 파악할 수 없는 위대함이 그대 머리 위로 떨어질 것입니다.〉 릴케는 말했다. 〈한동안 그 세계에 머물며 배우도록 하십시오. 무엇보다 그 책들을 사랑하십시오. 당신의 사랑은 수천 배의 보답을 받을 것입니다.〉
성균관대학교 독어독문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독일 쾰른에서 문학과 철학을 공부했다. 지금껏 『뷔히너 전집』, 『미의 기원』, 『데미안』, 『수레바퀴 아래서』, 『위대한 패배자』, 『그리고 신은 얘기나 좀 하자고 말했다』, 『공산당 선언』, 『자연의 재앙, 인간』, 『9990개의 치즈』, 『군인』, 『악마도 때론 인간일 뿐이다』와 철학하는 철학사 3부작 중 『세상을 알라』와 『너 자신을 알라』 등 100권이 넘는 책을 번역했다.
작가의 말
[역자의 한마디]
그는 남들이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는 것을 보고, 아주 사소한 것에서 우리가 몰랐던 것들을 잡아낸다. 이로써 그는 자연과 은밀하면서도 내밀한 관계를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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