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마(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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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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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권 _429
역자 해설: 엠마 - 상큼한 자기 발견의 드라마
제인 오스틴 연보
사실 나이틀리 씨는 엠마 우드하우스에게서 결함을 찾아낼 수 있는 극소수의 사람들 가운데 한 명이었고, 그 결함을 엠마에게 말해 준 단 한 사람이었다. 그것이 자신에게도 특별히 기분 좋은 일은 아니었지만 아버지에게는 더욱 불쾌하게 들릴 것을 알고 있었기에, 엠마는 모든 사람들이 자기를 완벽하게 여기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아버지에게 굳이 드러내지 않으려 했다.
-본문 17면
해리엇의 머릿속에서 그 젊은 농부를 몰아내기 위해 엠마가 선택한 사람은 바로 엘튼 씨였다. 엠마는 그것이 훌륭한 결합이 되리라고 생각했다. 그 혼사가 바람직하고 자연스럽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너무나 명백하므로 자신이 그 결합을 예상했다고 해도 큰 공이 될 것 같지 않았다. 누구나 다 그 일을 생각하고 예측할 것이 걱정스러웠다. 하지만 그 계획을 세운 시기에 있어서는 누구도 자신을 능가할 것 같지 않았다.
-본문 50면
소박하고 무지한 사람이 되려고 착수하기에는 이미 너무 늦은 시기였다. 하지만 해리엇을 두고 나오면서 엠마는 앞으로 겸손하고 신중해질 것이며 상상력을 억제하겠다고 다시 한 번 굳게 다짐했다. 이제 아버지의 권리에 대한 의무 다음으로 자신의 두 번째 의무는 해리엇이 편안하게 지낼 수 있도록 돕는 것이었고, 결혼을 주선하는 일보다 더 나은 방법으로 애정을 보여 주도록 노력하는 것이었다. 그녀를 하트필드로 데려와서 변함없이 친절하게 대하고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아 즐겁게 해주도록 노력하며 책을 읽거나 대화를 하면서 엘튼 씨를 그녀의 마음에서 몰아낼 것이다.
-본문 196면
엠마는 자신이 사랑에 빠져 있음을 전혀 의심치 않았다. 다만 어느 정도나 사랑하는가에 대한 생각만 달라졌을 뿐이다. 처음에는 무척 많이 사랑한다고 생각했지만, 얼마 지나고 나니 조금밖에 사랑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녀는 프랭크 처칠에 관한 이야기를 듣는 것이 무척 즐거웠고, 바로 그 때문에 웨스턴 부부를 만나는 일이 전보다 더 즐거웠다. 그녀는 그를 자주 생각했고, 그의 편지를 간절히 기다렸다. (……) 게다가 그를 무척 많이 생각했고, 그림을 그리거나 일을 하면서 그들의 애정의 진전과 결말에 대해 수천 가지 재미있는 계획을 세워 보고 흥미로운 대화를 상상하고 우아한 편지들을 구상해 보았지만, 상상 속에서 그의 사랑 고백은 늘 자신이 그를 거절한다는 결말로 이어졌다. 그들의 애정은 언젠가는 차분히 가라앉아서 우정으로 바뀔 것이다.
-본문 359면
그 몇 분 사이에 자신의 심정뿐 아니라 자신의 행위가 눈앞에 훤히 펼쳐졌다. 그녀는 전에 없이 명료하게 그 모든 것을 보았다. 해리엇에 대한 자신의 행위가 얼마나 부적절했던가! 자신의 행위가 얼마나 몰이해하고, 얼마나 둔감하고, 얼마나 불합리하고, 얼마나 무정했던가! 자신이 얼마나 맹목적이고, 광기 어린 충동에 이끌렸던가! 이런 생각들이 그녀를 무시무시한 힘으로 강타했고, 그녀는 스스로에게 세상의 온갖 욕을 끌어다 퍼붓고 싶었다. 하지만 이 온갖 과실에도 불구하고 자신에 대한 일말의 존중과 체면을 지켜야 한다는 우려, 그리고 해리엇을 공정하게 대해야 한다는 확고한 의식으로(자기가 나이틀리 씨의 사랑을 받고 있다고 믿는 아가씨에게 동정심을 느낄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공정하게 행동하려면, 지금 그녀를 차갑게 대함으로써 불행하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엠마는 가만히 앉아서 차분하게, 심지어 친절하게 보이는 태도로 더 견뎌 내겠다고 결심했다.
-본문 559면
제인 오스틴이 선사하는 해학과 유머 가득한 자기 성찰의 드라마
호기심과 오해가 빚어낸 사건들 속에서 완성되는 엠마의 좌충우돌 성장기
철없는 독신주의자 엠마 우드하우스. 무료하고 권태로운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고민하는 그녀에게 가장 흥미로운 일은 바로 다른 사람들의 결혼을 주선하는 것. 그러나 자신을 따르는 친구 해리엇의 짝사랑을 부추기며 좋은 남자들과 맺어 주려는 그녀의 시도는 연달아 실패로 돌아가고, 다른 사람들의 자아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채 발휘하는 발랄하고 무절제한 상상력은 결국 스스로에게도 심각한 고통을 가져오는데…….
온갖 결함을 갖춘, 그러나 도무지 미워할 수 없는 한 여자의 허위의식을 제인 오스틴의 섬세한 필치로 경쾌하게 폭로한다.
예리한 심리적 통찰, 인간의 약점을 신랄하게 풍자한 소설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는 유복한 아가씨로, 존경받는 가문 출신인 여주인공 엠마의 결혼관과 사랑이라는 주제를 다루는 제인 오스틴의 다섯 번째 장편. 해학과 풍자 가득한 문체 속에서 주인공 엠마의 착각과 자기기만, 혹은 허위의식이 경쾌하게 폭로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극적인 사건 없이 비교적 단조롭게 진행되는 이 소설은 주인공 엠마의 마음에서 일어나는 심리 변화와 사고의 연상 작용을 주된 플롯으로 삼고 있고, 그것을 표출하는 대화들이 소설의 장면들을 이루고 있다. 오스틴의 주된 관심사는 사람들의 심리와 기질을 밝히려는 데 있었던 것이다. 실제로 소설은 줄곧 <온갖 결함에도 불구하고 결함이 없는> 아가씨 엠마 우드하우스의 갖가지 결함을 폭로하고 있지만 『엠마』는 오스틴의 소설들 중에서 인간의 심리와 사고 과정을 가장 정교하게 다룬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또한 풍부한 사회적 묘사로 당대의 풍습을 가장 생생하게 보여 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예리하고 깊은 심리적 통찰과 묘사, 재치가 번뜩이는 대화, 탐정 소설 못지않게 긴장감과 호기심을 자아내는 구조, 인간 관계와 일상사에 대한 세밀한 관심 등으로 곳곳에서 잔잔한 웃음뿐 아니라 폭소를 자아내게 하면서 자기 성찰을 유도한다. 인간의 약점을 신랄하게 풍자하면서도 결코 냉소적이거나 가혹하지 않은 따뜻한 마음, 불합리하거나 부조리한 것들을 폭로하면서도 한바탕 웃어넘길 수 있는 해학적 정신과 유머, 섬세하면서도 다감한 분별력과 빛나는 기지, 균형 잡힌 시각 등 오스틴 소설의 매력이 유감없이 발휘된다.
증오나 쓰라림, 두려움을 느끼지 않고 항의하거나 설교하지 않으면서 글을 쓴 여성이 있었다.
오스틴이 20년만 더 살았더라면 헨리 제임스와 마르셀 프루스트의 선구자가 되었을 것이다.
-- 버지니아 울프
주인공 엠마는 어리석음과 허영심, 무지로 인해 혹은 다소 치졸하기 때문에 도처에서 실수를 저지른다.
요즘 우리는 여주인공을 감히 이렇게 시시하게 만들지 못한다.
--앤서니 트롤럽
- 2007년 데보라 G. 펠터 <여성의 삶을 바꾼 책 50권>
- 2003년 BBC 「빅리드」 〈영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소설 100편〉
- 피터 박스올 <죽기 전에 읽어야 할 1001권의 책>
- 클리프턴 패디먼 <일생의 독서 계획>
열린책들 세계문학
낡고 먼지 쌓인 고전 읽기의 대안
불멸의 고전들이 젊고 새로운 얼굴로 다시 태어난다. 목록 선정에서부터 경직성을 탈피한 열린책들 세계문학은 본격 문학 거장들의 대표 걸작은 물론, 추리 문학, 환상 문학, SF 등 장르 문학의 기념비적 작품들, 그리고 인류 공동의 문화유산으로 자리매김해야 할 한국의 고전 문학까지를 망라한다.
더 넓은 스펙트럼, 충실하고 참신한 번역
소설 문학에 국한하지 않는 넓은 문학의 스펙트럼은 시, 기행, 기록문학, 그리고 지성사의 분수령이 된 주요 인문학 저작까지 아우른다. 원전번역주의에 입각한 충실하고 참신한 번역으로 정전 텍스트를 정립하고 상세한 작품 해설과 작가 연보를 더하여 작품과 작가에 입체적으로 접근할 수 있게 했다.
품격과 편의, 작품의 개성을 그대로 드러낸 디자인
제작도 엄정하게 정도를 걷는다. 열린책들 세계문학은 실로 꿰매어 낱장이 떨어지지 않는 정통 사철 방식, 가벼우면서도 견고한 재질을 선택한 양장 제책으로 품격과 편의성 모두를 취했다. 작품들의 개성을 중시하여 저마다 고유한 얼굴을 갖도록 일일이 따로 디자인한 표지도 열린책들 세계문학만의 특색이다.
작가정보
저자 제인 오스틴은 19세기 사실주의 문학의 시작을 알린 영국의 소설가 제인 오스틴은 1775년 햄프셔 주 스티븐턴 목사관에서 8남매 중 일곱째로 태어났다. 언니 커샌드라와 함께 잠깐 학교에 다녔을 뿐 주로 집에서 고전을 폭넓게 섭렵하는 가운데 당시 다른 여성들처럼 그림, 음악, 바느질 등을 배우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 열두 살 때부터 단편소설, 운문, 산문, 희곡 등 습작을 시작하여 1796년 스물한 살의 나이에 첫 장편소설인 『엘리노어와 메리언』을 완성했다. 5년 뒤 『이성과 감성』으로 바뀌어 출간된 이 작품은 호평을 받으며 오스틴에게 작가로서의 명성을 안겨 주었다. 1801년 바스로 이주했다가 6년 후 부친이 사망하자 사우샘프턴으로 옮겨 갔던 오스틴은 다시 오빠의 도움으로 어머니, 언니와 함께 초턴에 정착하여 1817년 마흔두 살의 나이로 생을 마감할 때까지 이곳에서 창작 활동에 몰두했다. 제인 오스틴의 장편소설 여섯 편 가운데 다섯 번째 작품인 『엠마』는 풍부한 사회적 묘사로 당대의 풍습을 가장 생생하게 보여 주는 동시에 오스틴의 작품들 중에서 인간의 심리와 사고 과정을 가장 정교하게 다루고 있는 소설로 평가된다. 오스틴은 주인공 엠마의 시각으로 사건을 서술하면서도 구조적 아이러니를 통해 엠마의 자기중심적인 사고방식과 자기기만을 가차 없이 드러내는가 하면, 엠마가 자기 인식에 이르는 과정을 소설 특유의 희극적 터치로 경쾌하고 신속하게 그려 내고 있다. 그 밖에 주요 작품으로는 장편소설 『노생거 사원』, 『맨스필드 파크』, 『오만과 편견』, 『설득』이 있다. 제인 오스틴은 낭만적 연애나 환상에 빠지는 것을 경계하던 당시 사회에 반기라도 들듯, 한 젊은 여성이 사랑에 빠지고 갈등과 시련을 겪은 후 결혼에 이르게 되는 과정을 일관되게 그려 냈다.
역자 이미애는 현대 영미 소설로 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고, 동 대학교에서 강사 및 연구원으로 가르쳤다. 조지프 콘래드, 제인 오스틴, 존 파울즈, 카리브 지역의 영어권 작가들에 대한 논문을 썼고, 역서로는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 조지 엘리엇의 『아담 비드』, J. R. R. 톨킨의 『호빗』, 『반지의 제왕』 (공역), 제인 오스틴의 『설득』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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