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머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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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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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타임머신
부록
단편들
<크로닉 아르고>호(1888)
수정 알(1897)
맹인들의 나라(1904)
역자 해설
허버트 조지 웰스 연보
「실제로 존재하는 입체는 네 방향으로 연장된 부분을 가져야 합니다. 네 방향이란 길이와 너비와 두께 그리고 지속 시간이지요. 하지만 육체가 타고난 결함 때문에 -- 여기에 대해서는 곧 설명하겠지만 -- 우리는 이 사실을 간과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실제로는 네 가지 차원이 존재하고, 그중 세 개를 우리는 공간의 세 평면이라 부르고, 네 번째 차원은 시간이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우리는 앞의 세 차원과 네 번째 차원을 부자연스럽게 차별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우리의 의식은 우리가 태어났을 때부터 죽을 때까지 시간이라는 네 번째 차원을 따라 한 방향으로만 단속적으로 이동하기 때문이지요.」
「타임머신」 16~17면
저 우박 장막이 완전히 걷히면 무엇이 나타날까? 인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은 아닐까? 잔인성이 평범한 감정이 되었다면 어떡하지? 그사이에 인류가 인간다움을 잃고 냉혹하고 몰인정하고 엄청나게 힘센 동물로 진화했다면 어떡하지? 그들에게는 내가 구세계의 야수처럼 보일지도 몰라. 자기들과 닮았기 때문에 더욱 무섭고 혐오스러워서 눈에 띄기만 하면 당장 죽여 버려야 할 가증스러운 동물로 보일지도 몰라.
「타임머신」 44면
나는 내 시대에 맞지 않게 태어난 사람, 더 현명한 시대의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 인간이 지금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을 하고 이해할 수 없는 것을 믿는 사람입니다. 나에게 주어진 시대에 존재하는 것은 내 영혼의 고통과 침묵뿐이죠. 끊임없이 지속되는 고독, 인간의 가장 쓰라린 고통뿐입니다. 나는 내가 시대에 맞지 않는 인간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내 시대는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희미한 한 가지 희망만이 나를 삶에 붙잡아 놓았습니다. 나는 그 희망이 확실해질 때까지 거기에 매달렸지요.
「<크로닉 아르고>호」 192면
그런데 수정 속의 이 빛은 처음부터 케이브 씨에게 이상한 매력을 발휘했다. 그리고 그 빛은 그의 외로운 영혼을 위해 감동적인 책 한 권보다 더 많은 것을 말해 준다. 그는 어떤 인간에게도 자신이 관찰한 기묘한 현상을 털어놓지 않았다. 그는 지금까지 비열한 악의로 가득 찬 분위기 속에서 살았기 때문에, 그에게 기쁨을 주는 것의 존재를 인정하면 그것을 잃을 위험이 높았을 것이다.
「수정 알」 212면
그는 꼬박 이틀 밤과 이틀 낮을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편히 잠잘 곳도 없이 장님들의 골짜기 담장 밖에 머물면서 <예기치 않은 일들>에 대해 곰곰 생각했다. 생각하는 동안 그는 타파된 속담 -- <장님 나라에서는 외눈박이가 왕이다> -- 을 자주 되풀이했고, 되풀이할 때마다 조롱하는 말투가 점점 심해졌다. 그는 주로 이 사람들과 싸워서 정복하는 방법을 생각했지만, 그가 실행할 수 있는 방법은 하나도 없다는 것이 차츰 분명해졌다.
「맹인들의 나라」 253면
위대한 소설가이자 냉철한 과학자였던 SF의 거인, 허버트 조지 웰스의 대표적인 중?단편을 묶은 『타임머신』이 열린책들 세계문학 164번으로 출간되었다.
『타임머신』에는 문학사상 최초로 과학적 가설을 원용한 시간 여행의 가능성을 제시함으로써 옛날부터 있어 왔던 미래 여행의 성격을 꿈과 마법에서 <있을 법한> 현실로 바꾸어 놓은 「타임머신」과 그 원류격인작품 「<크로닉 아르고>호」를 비롯하여, 웰스의 기막힌 상상력을 여실히 드러내는 「수정 알」과 「맹인들의 나라」 등 총 4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소재도, 전개도 다르지만 이 작품들을 통해 웰스는 인간성의 실종과 파시즘에 대해 우려하며 인류의 공존을 위해 새로운 가치관과 시각을 지닐 것을 호소한다. 웰스의 정신에 뿌리 깊이 박혀 있는 사상과 철학을 나타내는 네 편의 변주인 셈이다.
<이대로 인류가 전진한다면, 그 정점에 도달한 뒤에는 어떻게 될 것인가?>
소설가의 상상과 과학자의 통찰이 그려 낸 서기 802701년의 모습, 그 잔혹한 기적!
시간을 여행하는 기계 타임머신. 상상 속에서만 존재할 법한 기계를 발명해 낸 <시간 여행자>는 무려 80만 년이라는 시간을 뛰어넘어 모험을 시작한다. 서기 802701년의 세계에서 타임머신을 잃어버리고 만 그는 <엘로이>와 <몰록>이라는 두 종류의 인간을 만나고, 타임머신을 되찾으려는 노력 속에서 그들의 비밀을 하나하나 알아 가기 시작하는데…….
이 작품을 단순한 공상 과학 소설로 분류한다면, 큰 오해가 아닐 수 없다. 끝없이 전진만을 계속하는 인류, 갈등과 부조화에 대한 웰스의 우려가 집약된 작품이 바로 이 『타임머신』이기에. 진보를 믿고 부지런히 걸어온 인류가 마침내 맞이하게 될 침체와 종말을 묘사하던 시간 여행자의 입에서 나온 한마디, <인간 지성의 꿈의 덧없음>이야말로 웰스가 말하고자 한 진정한 경고이자 호소이다.
『타임머신』은 열린책들이 2009년부터 펴내기 시작한 <열린책들 세계문학> 시리즈의 164번째 책이다. <열린책들 세계문학>은 젊고 새로운 감각으로 다시 태어난 고전 시리즈의 새 이름으로, 상세한 해설과 작가 연보로 독자들의 깊이 있는 이해를 돕는 한편 가볍고 실용적인 사이즈에 시선을 사로잡는 개성 있는 디자인으로 현대적 감각을 살렸다. 앞으로도 열린책들은 세계 문학사의 걸작들을 <열린책들 세계문학> 시리즈를 통해 계속 선보일 예정이다.
낡고 먼지 쌓인 고전 읽기의 대안
불멸의 고전들이 젊고 새로운 얼굴로 다시 태어난다. 목록 선정에서부터 경직성을 탈피한 열린책들 세계문학은 본격 문학 거장들의 대표 걸작은 물론, 추리 문학, 환상 문학, SF 등 장르 문학의 기념비적 작품들, 그리고 인류 공동의 문화유산으로 자리매김해야 할 한국의 고전 문학까지를 망라한다.
더 넓은 스펙트럼, 충실하고 참신한 번역
소설 문학에 국한하지 않는 넓은 문학의 스펙트럼은 시, 기행, 기록문학, 그리고 지성사의 분수령이 된 주요 인문학 저작까지 아우른다. 원전번역주의에 입각한 충실하고 참신한 번역으로 정전 텍스트를 정립하고 상세한 작품 해설과 작가 연보를 더하여 작품과 작가에 입체적으로 접근할 수 있게 했다.
품격과 편의, 작품의 개성을 그대로 드러낸 디자인
제작도 엄정하게 정도를 걷는다. 열린책들 세계문학은 실로 꿰매어 낱장이 떨어지지 않는 정통 사철 방식, 가벼우면서도 견고한 재질을 선택한 양장 제책으로 품격과 편의성 모두를 취했다. 작품들의 개성을 중시하여 저마다 고유한 얼굴을 갖도록 일일이 따로 디자인한 표지도 열린책들 세계문학만의 특색이다.
작가정보
저자 허버트 조지 웰스(Herbert George Wells, 1866~1946)는 지적,도덕적 허위에 대한 차가운 분노를 품었던 지식인. 세계의 운명에 관심을 기울인 위대한 진보주의자. 평생에 걸쳐 1백 편이 넘는 작품을 써낸 다작가. 문학적인 것을 썼지만 예술가라기보다는 오히려 과학자였던 인물. 허버트 조지 웰스는 1866년 잉글랜드 켄트 주 브럼리에서 태어났다. 어려운 가정 형편 탓에 포목점과 약국 등에서 수습 점원으로 일하면서도 틈틈이 독서에 열중하던 웰스는 그래머스쿨의 보조 교사로 일하며 진정한 학문으로서의 과학에 눈을 떴다. 스무 살에는 문학과 정치 등 사회 전반으로 관심을 넓혀 사고 영역을 확장해 나가는 한편 과학 잡지 『사이언스 스쿨 저널』을 창간, 『타임머신』의 습작인 「<크로닉 아르고>호」를 연재하며 본격적인 글쓰기를 시작했다. 그때부터 세상을 떠날 때까지 60여 년에 걸쳐 계속된 그의 저작 활동은 소설, 평론, 에세이, 역사서, 백과사전, 논문 등 장르를 망라하며, 그 방대한 작품 속에서 그가 다루지 않은 주제는 거의 없을 정도였다. 윌리엄 모리스, 조지 기싱, 헨리 제임스, 조지프 콘래드, 버나드 쇼, 막심 고리끼 등 동시대의 문인들은 물론 시어도어 루스벨트, 레닌, 뜨로쯔끼와 같은 인물들과도 교분을 맺어 세계적 명사로서 수완과 능력을 발휘하며 다방면에서 활약했다. 1946년 웰스가 여든의 나이로 사망했을 때,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는 다음과 같이 그를 추모했다. <웰스는 문인이라기보다는 문학자였다. (……) 그는 공산주의, 나치즘, 기독교와 싸웠다. 그는 역사에 대해 논쟁하고 과거를 탐구했는가 하면, 미래로 눈을 돌려 모든 현실과 가공의 삶을 기록했다.> 『타임머신』은 시간 여행을 단순한 꿈이나 기적에서 해방시켜 과학적 이론을 부여한 최초의 소설로, <타임 트래블>이라는 SF 용어를 탄생시킨 작품이기도 하다. 진보의 정점에 도달한 이후 인류의 미래를 그리며 엘로이와 몰록을 통해 분열해 가는 사회의 모순을 묘사한 이 작품은 지금까지도 수많은 방식으로 패러디되며 흥미로운 SF 논리를 양산하고 있다. 웰스의 다른 작품으로는 『투명 인간』, 『우주 전쟁』 등의 SF를 비롯하여 사회 풍자 소설 『킵스』, 『토노-번게이』, 계몽서 『세계사 대계』, 『생명의 과학』 등이 있다.
역자 김석희는 서울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국문학과를 중퇴했으며, 198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소설이 당선되어 작가로 데뷔했다. 영어, 프랑스어, 일어를 넘나들며 존 르카레의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 짐 크레이스의 『그리고 죽음』,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문명 속의 불만』, 데즈먼드 모리스의 『털 없는 원숭이』, 『인간 동물원』, 존 파울즈의 『프랑스 중위의 여자』, 『만티사』, 제임스 헤리엇의 『아름다운 이야기』, 『행복을 전하는 개 이야기』, 폴 오스터의 『빵 굽는 타자기』, 『스퀴즈 플레이』, 『왜 쓰는가』, 쥘 베른의 『지구 속 여행』, 『해저 2만 리』, 『80일간의 세계 일주』,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 『르네상스의 여인들』, 훗타 요시에의 『몽테뉴』, 『고야』 등 1백여 권의 책을 번역했고, 역자 후기 모음집인 『에필로그 60』과 『번역가의 서재』 등을 펴냈으며, 제1회 한국 번역상 대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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