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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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이 상품이 속한 분야
센시니
앙리 시몽 르프랭스
엔리케 마르틴
문학적 모험
전화
제2부. 형사들
굼벵이 아저씨
눈
또 다른 러시아 이야기
윌리엄 번즈
형사들
제3부. 앤 무어의 삶
감방 친구
클라라
조안나 실베스트리
앤 무어의 삶
(pp.22-23)
센시니의 답장은 명확하고 상세했다. 적어도 창작과 공모전에 관해서는 말이다. A4 크기 종이의 양면에 줄 간격 없이 쓴 글에는 일종의 지방 문학상 응모 전략이 담겨 있었다. 경험에서 우러나온 이야기니까 새겨들으라는 것이었다. 그는 생계유지에 도움이 되는 수입원이라고 지방 문학상에 경배를 올리며 허두를 뗐다(진담인지 농담인지 분간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지방 관청이나 은행 등 후원자들을 가리켜 <문학을 믿는 선량한 사람들>이나 <약간의 의무감에 찬 순수한 독자들>이라고 일컬었다. 하지만 그림자 같은 책들의 유일한 독자(어쩌면 읽지도 않았겠지만)일 <선량한 사람들>의 교양 수준에는 일말의 기대도 품지 않았다. 그는 되도록이면 많은 공모전에 참여하라고 충고했다. 그렇지만 미리 조심해야 할 부분도 있다고 덧붙였다. 예컨대, 하나의 단편으로 비슷한 시기에 수상작이 결정되는 세 개의 공모전에 응모하려면 각기 제목을 바꿔서 보내라는 것이었다.
(단편 「센시니」 중에서)
(p.93)
B는 X를 사랑한다. 물론, 불행한 사랑이다. B는 한때 X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사랑에 빠진 사람들이 흔히들 생각하고 말하듯이 말이다. 하지만 X는 B에게 이별을 통보한다. 그것도 <전화>로 이별을 알린다. 당연한 일이지만 처음에 B는 괴로워한다. 그러나 언제나 그런 것처럼 점차 마음을 추스른다. 드라마 대사처럼 삶은 지속되는 법이다. 그리고 몇 년의 시간이 흐른다.
하릴없던 어느 날 밤에 B는 두 통의 전화를 거쳐 X와 통화하는 데 성공한다. 스페인 땅의 끝과 끝을 오가는 목소리에서 둘 다 나이가 들었다는 것을 느낀다. 다시금 우정이 싹트고 며칠 뒤에는 서로 만나기로 약속한다. 두 사람은 모두 이혼하고 새로운 병에 걸리고 몇 번의 좌절을 겪은 처지였다. X의 도시로 향하는 기차를 탈 때까지만 해도, B는 아직 X를 사랑하고 있지 않다.
(단편 「전화」 중에서)
(p.186)
- 그런데 우리 경찰서에 있던 그 고등학교 동창 기억나?
- 기억나고말고. 이름이 뭐였더라?
- 수감자 틈에 녀석이 있는 걸 내가 발견했지. 직접 얼굴을 보지 못했는데도 말이야. 자네는 두 눈으로 직접 보고도 못 알아봤잖아.
- 그때 우리는 벌써 스무 살이었어, 이 친구야. 그 괴짜의 얼굴을 못 본 지 적어도 5년은 지났을 때라고. 그 친구 이름이 아르투로였던 듯싶어. 녀석도 나를 알아보지 못하기는 매한가지였어.
- 그래, 아르투로가 맞아. 열다섯에 멕시코로 건너갔다가 스무 살 때 칠레로 돌아왔지.
- 지지리도 재수가 없었지.
- 지지리도 재수가 좋았지. 우리 경찰서에 떡하니 떨어졌잖아.
(단편 「형사들」 중에서)
볼라뇨는 미래를 위해 글을 쓰는 보기 드문 작가다. 우리는 그의 이상야릇한 천재성을 이제 겨우 알아보기 시작했다. 뒤늦게 돌이켜 보면, 그리고 그의 때 이른 죽음을 생각하면, 그의 작품에 드리운 운명의 그림자가 느껴질 것이다. 그러나 그의 작품에서 가장 놀라운 점은 일종의 유쾌함이다. 양손을 주머니에 찔러 넣고, 휘파람을 불며 유유히 죽음의 계곡 속으로 걸어가는 한 남자가 떠오르지 않는가. - 존 반빌
숭고한 광기, 고야의 어둠, 통렬하고 마법 같은 스타일……. 모든 사람이 이 놀라운 소설을 읽어야 한다. - 프랜시스코 골드먼
볼라뇨는 영어권 세계에 시한폭탄처럼 등장했다. 도저히 피할 수 없는 동시에, 우리가 이 작가를 읽을 시기가 올 수밖에 없었음을 확실하게 보여 주는 것 같다. 그의 작품들은 글쓰기의 미래를 새롭게 만들어 가고 있다. - 조너선 레덤
우리는 오랫동안 우리 곁에 완벽한 칠레인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살아왔다. 바로크적인 동시에 간결하고, 현학자인 척하지 않고도 박식하며, 비극적 형이상학자이자 진지한 농담꾼이며, 시에 미쳤지만 흠잡을 데 없이 효율적인 소설적 재능을 타고난 작가. (……) 우디 앨런과 로트레아몽, 타란티노와 보르헤스를 섞어 놓은 듯한 비범한 작가. - 파브리스 가브리엘
라틴 아메리카, 미국, 그리고 유럽 문학계의 전통을 잇는 작가 볼라뇨의 출현은 현대 문학의 역사 가운데 지극히 의미심장한 순간이다. - 가즈오 이시구로
볼라뇨의 초현실적인 소설을 묘사하기란 불가능하다. 이는 광적인 영광 가운데 체험되어야 한다. - 스티븐 킹
그의 작품들은 <삶의 급류>이다. - 후안 비요로
그의 세대에서 으뜸가는 라틴 아메리카 작가. - 「뉴욕 타임스」
문학계의 다시없는 반역자. - 「뉴욕 리뷰 오브 북스」
신세대 라틴 아메리카 작가 가운데 가장 재능 있고 놀라운 작가. - 「가디언」
볼라뇨는 가르시아 마르케스 이후 라틴 아메리카에 등장한 최고의 주요 작가다. -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볼라뇨는 <문학에 헌신하는 삶이야말로 살 가치가 있는 유일한 삶>이라고 믿었다. - 「옵서버」
작가정보
가르시아 마르케스 이후 라틴 아메리카에 등장한 최고의 작가, 스페인어권 세계에서 가장 추앙받는 소설가, 라틴 아메리카 최후의 작가. 지금은 이 땅에 없는 라틴 아메리카 문학의 <시한폭탄>, 로베르토 볼라뇨에게 바치는 찬사들이다. 볼라뇨는 1953년 칠레에서 태어나 유년기를 보내고 멕시코로 이주해 청년기를 보냈다. 항상 스스로를 시인으로 여겼던 그는 15세부터 시를 쓰기 시작해 20대 초반에는 <인프라레알리스모>라는 반항적 시 문학 운동을 이끌기도 했다. 이어 20대 중반 유럽으로 이주, 30대 이후 본격적으로 소설 쓰기에 투신한다. 볼라뇨는 첫 장편 『아이스링크』(1993)를 필두로 거의 매년 소설을 펴냈고, 각종 문학상을 휩쓸며 <볼라뇨 전염병>을 퍼뜨렸다. 특히 1998년 발표한 방대한 소설 『야만스러운 탐정들』로 <라틴 아메리카의 노벨 문학상>이라 불리는 로물로 가예고스상을 수상하면서 더 이상 수식이 필요 없는 위대한 문학가로 우뚝 섰다. 그리고 2003년 스페인의 블라네스에서 숨을 거두기 직전까지 매달린 『2666』은 볼라뇨 필생의 역작이자 전례 없는 <메가 소설>로서 스페인과 칠레, 미국의 문학상을 휩쓸었다. 그의 작품에서는 범죄, 죽음, 창녀의 삶과 같은 어둠의 세계와 볼라뇨 삶의 본령이었던 문학 또는 문학가들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암담했던 라틴 아메리카의 정치적 상황에 관한 통렬한 성찰이 끝없이 펼쳐진다. 그의 글은 사실과 허구가 절묘하게 중첩되고 혼재하며, 깊은 철학적 사고가 위트 넘치는 풍자와 결합하여 끊임없이 웃음을 자아낸다. 작품으로는 대표작 『야만스러운 탐정들』과 『2666』을 비롯해 장편소설 『먼 별』(1996), 『부적』(1999), 『칠레의 밤』(2000), 단편집인 『전화 통화』(1997), 『살인 창녀들』(2001), 『참을 수 없는 가우초』(2003), 시집 『낭만적인 개들』(1995) 등이 있다.
1981년 홍성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서어서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석사 과정을 수료했다. 옮긴 책으로 『볼라뇨, 로베르토 볼라뇨』(공역) 등이 있으며, 스페인어권 문학 및 다양한 세계 문학 작품을 소개하고 번역하는 일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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