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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의 밤

로베르토 볼라뇨 지음 | 아후벨 그림 | 우석균 옮김
열린책들 출판사SHOP 바로가기

2018년 06월 07일 출간

국내도서 : 2013년 12월 2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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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상품 정보
파일 정보 ePUB (21.93MB)
ISBN 9788932965802
쪽수 17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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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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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앞둔 노인의 뼈아픈 고백이 시작된다!
마르케스 이후 라틴 아메리카에 등장한 최고의 작가, 스페인어권 세계에서 가장 추앙받는 소설가라 추앙받는 로베르토 볼라뇨의 대표작 『칠레의 밤』. 칠레의 한 보수적 사제이자 문학 비평가인 세바스티안 우루티아 라크루아의 독백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임종을 앞둔 칠레의 사제이자 문학 비평가. 그는 한 늙다리 청년의 환영에 시달리는 가운데 피노체트 치하 칠레에서의 일생을 회고하기 시작한다. 어느 날 오데임과 오이도라는 정체불명의 두 남자가 불쑥 나타나면서 우루티아 신부는 기상천외한 방식으로 피노체트 정권의 공모자가 되는데….
이 소설은 저자의 대표작 <2666>으로 향하는 입구인 동시에, 볼라뇨 스스로 자신의 짧은 소설 가운데 가장 완벽한 작품으로 꼽은 것이기도 하다. 도서출판 열린책들은 볼라뇨 작품 세계의 정수라 할 만한 <칠레의 밤>을 시작으로, 열두 권에 걸쳐 로베르토 볼라뇨의 장편소설 및 단편집을 소개할 예정이다.
이 책은 목차가 없습니다.

나는 지금 죽어 가고 있건만 아직도 하고픈 말이 너무도 많다. 내 자신과는 평화롭게 지냈는데. 그저 묵묵히 평화를 누렸건만. 그런데 느닷없이 이 일 저 일 떠올랐다. 그놈의 늙다리 청년 탓이다. 나는 평화로웠단 말이다. 그런데 지금은 평화롭지 않다. 몇 가지는 분명히 밝혀 둬야겠다. 그래서 팔꿈치에 몸을 의지하고, 덜덜 떨리기는 해도 고상한 머리를 꼿꼿이 쳐들고 기억을 낱낱이 더듬어 보련다. 내 자신을 정당화해 줄 행동들을 찾아서. 그놈의 늙다리 청년이 내게 일부러 흠집을 내려고 불과 하룻밤 사이에 퍼뜨린 말을 뒤엎을. 책임을 질 줄 알아야 한다. 나는 평생 그리 말했다. 모름지기 사람은 자기 언행에 책임을 질 도덕적 의무가 있으니까. 심지어 자기 침묵, 그래 그 침묵에도 책임을 져야 한다. 침묵도 하늘에 계신 하느님에게 들리고, 오직 그분만이 침묵을 이해하시고 판단하시니까. 그러니 침묵에도 아주 주의해야 한다. 나는 모든 일에 책임지는 사람이다. 나의 침묵은 티 하나 없다. 다들 분명히 알았으면 한다. 특히 하느님이 분명히 아셨으면 좋겠다. 나머지 사람들이야 무슨 상관이람. 하느님은 상관있으시지만. 내가 지금 대체 뭔 소리를 하는 건지. 가끔씩 팔꿈치에 몸을 의지하고선 깜짝 놀란다니까. 헛소리를 늘어놓다가 잠들고, 내 자신과 평화를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가끔 내 이름마저 잊어버리니, 원. (p.9-10)

페어웰이 내게 네루다가 어땠는지 물었다. 어떻다니요, 최고의 시인이죠. 내가 답했다. 잠시 우리는 침묵을 지켰다. 페어웰이 두어 발자국 다가서는 바람에 달빛에 비친 그리스 신 같은 그의 늙은 얼굴이 보였다. 내 얼굴이 후끈 달아올랐다. 페어웰이 내 허리를 잠시 잡았다. 이탈리아 시인들의 밤, 야코포네의 밤, 습작생들의 밤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자네 이탈리아 시인들의 작품을 읽어 보았나? 나는 말을 더듬으며 대답했다. 신학교 시절 자코미노, 피에트로 그리고 본베신의 시를 언뜻 본 적이 있노라고. 그러자 페어웰의 손이 곡괭이에 두 동강 난 애벌레처럼 꿈틀거리면서 허리에서 철수했다. 미소는 얼굴에서 철수하지 않았지만. 그럼 소르델로는? 무슨 소르델로 말씀이신가요? 음유 시인 말일세. 소르델 혹은 소르델로라고 부르는. 읽어 보지 못했습니다. 달을 보시게나, 페어웰이 말했다. 나는 달을 쳐다보았다. 아니, 그렇게 말고. 뒤돌아서 쳐다보게. 나는 뒤로 돌아섰다. 등 뒤에서 페어웰이 읊조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소르델로, 어느 소르델로냐고? 베로나와 트레비소에서 각각 리카르도와 에첼리노와 술을 마신 소르델로, 어느 소르델로냐고?, (그때 페어웰의 손이 다시 내 허리를 누르는 거야!) 라몬 베렌게르와 앙주의 샤를 1세와 말을 달리던 이. 소르델로. 그는 겁이 없었다네, 없었다네, 없었다네. (p.24-25)

침묵이 흐른다. 늙다리 청년은 대답이 없다. 멀리서 원숭이 떼가 한꺼번에 지랄 발광하는 듯한 소리가 들린다. 그래서 모포에서 한 손을 빼내어 강물에 담그고 이를 노 삼아 침대 방향을 힘겹게 튼다. 인도식 천장 선풍기처럼 네 손가락을 움직여서. 침대가 방향을 틀자 밀림, 본류와 지류들, 이제 회색빛에서 탈피한 눈부시게 푸른 하늘, 바람에 휩쓸려 가는 아이들처럼 내달리는 아주 작고 아스라한 구름 두 점만 보인다. 원숭이들의 수다는 사라졌다. 정말 좋군. 정말 조용해. 정말 평화로워. 또 다른 푸른 하늘을 떠올리기 적당한 평화, 바람에 휩쓸려 서쪽에서 동쪽으로 내달리는 또 다른 작은 구름들을 떠올리기 적당한 평화, 그리고 내 영혼에 일어나는 권태. 노란 거리와 푸른 하늘. 그에 순응하여 도심으로 접근하면 거리는 그 공격적인 노란 색깔을 잃어 가고 보도가 가지런히 깔려 있는 회색빛 거리로 변해 간다. 그 회색빛 바닥을 조금만 파내면 노란색이 있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지만 말이다. 그 점이 내 영혼에 낙담과 권태를 불러일으켰다. 낙담이 권태로 변하기 시작했을 수도 있다. 다들 알고 있지만 노란 거리와 눈부시게 푸른 하늘과 뿌리 깊은 권태의 시절이 분명히 있었고, 그 시절에 시인으로서의 나의 활동이 중단되었다. 아니 시인으로

가장 우스꽝스럽고 씁쓸하고 쓸쓸한 양심 고백!
볼라뇨 소설을 관통하는 <현실>과 <악>, 그리고 <문학>


1. 현실과 악(惡)의 경계에 서다
세바스티안 우루티아 신부가 죽어 간다. 또는 자신이 죽어 간다고 믿는다. 하룻밤 동안 그는-때로는 투덜거리는 목소리와 전적으로 신뢰할 수만은 없는 기억으로-시인으로서는 실패했지만 문학 비평가로서는 저명했던 자기 삶의 장면들을 회상한다. 우루티아라는 등장인물을 통해서, 칠레 출신의 소설가 로베르토 볼라뇨는 칠레 문학과, 그것을 등장시킨 오염된 토양에 관해 탁월한 분석을 제시한다. - 「가디언」

『칠레의 밤』은 한 사제의 독백으로 이루어진 소설이다. 세바스티안 우루티아 라크루아. 그는 가톨릭 사제이자 문학도였으며, 시인이었고, 문학 비평가였다. 침대에서 임종을 기다리는 가운데 지난날을 회상하는 그의 고백은 다소 장황하고 때로 당황스럽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들은 기본적으로 우루티아 사제의 종횡무진했던 행적을 따르되 일순 그 복잡한 내면을 헤집는다. 그는 보수적인 로마 가톨릭교 단체이자 프랑코 치하 스페인과 칠레에서 신중하게 독재 정권에 봉사했던 오푸스 데이 회원이었으며, 피노체트와 군사 평의회 위원들에게 마르크스주의를 강의했던 기회주의자였다. 한편 그는 한때 순수한 문학적 열망에 휩싸였던 시인이자 당대 영향력 있는 문학 비평가였고, 자신의 동성애 성향을 반쯤 억압함으로써 일그러져 있는 인물이다. 또한 수수께끼의 그림자 같은 인물 <늙다리 청년>에게 내내 시달리는 양심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미국의 문학 비평가 리처드 이더가 「뉴욕 타임스」에 쓴 표현대로, <작가는 지식인 계층이 자신의 개 줄을 번갈아 당겼다 핥았다 하는 모습을 묘사한다.>

볼라뇨는 암담했던 라틴 아메리카의 정치적 상황에 평생 얽매여 산 작가다. 그는 1953년 칠레에서 태어나 15세 때 가족을 따라 멕시코로 이주했다가 1973년, 살바도르 아옌데의 정당 인민 연합을 지지하기 위해 고국으로 돌아간다. 쿠데타가 일어난 후에는 멕시코로 떠났다가 스페인에 정착해 그곳에서 생을 마감했다. 『칠레의 밤』은 이 망명자 볼라뇨가 칠레에 남아 피노체트 정권을 지지했던 허구의 지식인이 되어 쓴 글이다. 평생 탈을 뒤집어쓴 채 살았던 삶을 되돌아보는 한 사제의 마지막 밤은 <어둠>으로 점철되어 있다. 그리고 이 <어둠>은 볼라뇨의 문학 세계를 지배하는 주조다. 볼라뇨에게 좋은 글쓰기란 <어둠 속으로 머리를 들이밀 줄 아는 것, 허공 속으로 뛰어들 줄 아는 것, 문학이 기본적으로 위험한 소명임을 아는 것>이었던 까닭이다.
『칠레의 밤』 속에서 이 <어둠>은 당시의 정치적 실화와 맞물려 극대화된다. 1973년 쿠데타가 일어나고 얼마 후, 우루티아 사제에게 정체불명의 두 남자가 접근한다. 그러고는 피노체트와 몇몇 장군들에게 마르크스주의를 강의해 달라고 요청한다. 10주에 걸친 비밀스런 강의를 마친 후 이 사제 겸 문학 평론가는 이제 마리아 카날레스의 문학 살롱에 발을 담근다. 미모의 부유한 작가 지망생인 마리아 카날레스는 칠레의 갈 곳 없는 문인들을 집으로 끌어들여 파티를 연다. 그러나 손님들이 위층에서 그녀와 더불어 포도주를 걸치는 동안, 그녀의 미국인 남편은 지하에서 정치범들을 고문하고 있다. 이곳은 피노체트 체제 하의 고문실이었던 것이다.

이는 피노체트 치하에서 실제로 벌어진 일이었다. 비밀정보요원 미국인 남편과 작가 부인 모두 실존 인물이다. 문제의 집 지하실은 피노체트 시절의 비밀경찰인 국가정보국 취조실이었고, 미국인 지미는 미국 CIA와 칠레 국가정보국을 위해 일하던 마이클 타운리였다. 그리고 마리아 카날레스는 마리아나 카예하스로, 산티아고에 본부가 있는 UN 산하 라틴 아메리카 경제위원회 직원이었고 국적도 칠레가 아니라 스페인이었던 카르멜로 소리아가 고문 끝에 숨진 그 집에서 실제로 예술인들과 파티를 벌였다고 한다. (중략) 허구적 요소가 대폭 가미되기는 했으나 이바카체도 실존인물에서 영감을 얻었다. 본명은 호세 미겔 이바녜스 랑글루아이고 이그나시오 발렌테라는 필명으로 활동한 인물이다. - <옮긴이의 말> 중에서

이렇듯 작중 인물을 향한 볼라뇨의 <공감>은 여느 감정 이입과는 다르다. 볼라뇨는 온전히 사라짐으로써, 즉 엄격하고 빈틈없는 자기 몰입을 통해 악의 축에 선 극중 인물들을 직시한다. <볼라뇨는 인간에 대한 범죄, 특정한 인간들에 대한 범죄를 절대 외면하지 않는다. 결국 그것이 그의 중요한 주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그 자신의 마음과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똑같이 관찰하는 허구적 작품을 창조할 수 있다. 설사 그 다른 사람들이 살인자, 위선자, 미치광이, 문학 비평가라 해도 그렇다. 중요한 것은 그가 선과 악이라는 개념을 궁극적으로 뒤에 남겨 두는 것이 아니라, 그것들이 범주로서 부적절한 것처럼 보이게 만든다는 사실이다.> 미국의 문학 계간지 『스리페니 리뷰』의 편집자 웬디 레서가 지적했듯, 우루티아 신부만큼 실제 볼라뇨와 거리가 먼 인물은 없을 것이다. <우루티아 신부는 오푸스 데이 회원이며, 역겨운 입신출세주의자, 학자연하는 우파 속물, 종교적인 위선자, 피노체트에게 봉사하는 벌레이다. 그리고 『칠레의 밤』이 아직 지속되는 동안, 우리는 끔찍하게도, 그리고 사실 흥분되게도 그의 내면에 들어가게 된다.>
볼라뇨는 이렇게 구분이 애매모호한 현실과 악, 그 경계에 바로 선다. 바로 선 그 자리에서 스스로 경계를 없앤다. 문학의 비겁함과 천박함, 허위의식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파괴하며.

칠레에서는 이렇게 문학을 하지. 하지만 어디 칠레에서만 그런가. 아르헨티나, 멕시코, 과테말라, 우루과이, 스페인, 프랑스, 독일, 푸르른 영국과 즐거운 이탈리아에서도 그런걸. 문학은 이렇게 하는 거라고. 아니 우리가, 시궁창에 처박히기 싫어서, 문학이라고 부르는 것은 이렇게들 한다고. - 본문 152면

2. 문학을 위한 문학을 하다
볼라뇨가 그토록 주목할 만하고 독특한 이유는 책 속에 푹 빠지기를 기대하는 일반 독자에게나 지식인 문학 애호가에게나 똑같이 호소력을 갖기 때문이다. 그 문학적 성과를 눈부시게 빛내 주는 것은 그의 박식함과, 문학에 대한 무서울 정도의 헌신이다. 볼라뇨에게 문학은 영감이자 주제로서, 종교적 신앙과 같았다. 그를 잘 알고 있었던 소설가이자 비평가 카르멘 보우요사는 이렇게 말한다. <볼라뇨가 라틴 아메리카 문단의 T. S. 엘리엇 또는 버지니아 울프가 되었다는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 「선데이 타임스」

단 두 단락으로 이루어진 소설. 『칠레의 밤』의 구성은 단순한 독특함을 넘어선다. 150쪽 내외에 걸친 문장들이 죄다 한 단락으로 이루어져 있고, 그 긴 호흡 뒤를 단 하나의 문장이 숨 가쁘게 잇는다. 차라리 한 편의 <시>라 불러도 좋을, 치명적인 유혹의 글쓰기다.
이렇게 문학적 실험에 거리낌이 없었던 볼라뇨는 일생을 온전히 문학에 헌신했다. 15세 때부터 시를 쓰기 시작해 평생 시인이고자 바랐으며, 30대 이후에는 소설에 매진하며 문학을 <살아 냈다>. 볼라뇨는 특히 보르헤스를 존경했다(<나는 보르헤스만 읽으면서도 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볼라뇨는 생의 대부분을 보르헤스와는 다른 방식으로 살았다. 그의 삶은 보르헤스의 삶보다 말할 수 없이 더 야만적이었다. 칠레에서 태어나 유년기를, 멕시코로 이주하여 청년기를 보내고 스페인에 정착해 글을 써 내려간 볼라뇨는 그 어디에도 종속되지 않는, 뿌리 뽑힌 자였던 것이다. 그런 그에게 문학이란 <삶으로서의 문학>이었고 삶이란 <문학으로서의 삶>이었다.

<문학에 뿌리를 내린 자>. 로베르토 볼라뇨를 가리키는 이 말에서 우리는 그의 정체성을 엿볼 수 있다. 볼라뇨는 자신의 작품 가운데 실로 수많은 문학과 문학가들의 명단을 나열하며 자신의 남다른 문학 애호 성향, 독보적인 박식함, 뛰어난 취향을 드러낸다. 『칠레의 밤』 또한 예외가 아니다. 볼라뇨는 극중 사제이자 시인, 문학 비평가인 우루티아와 한때 그가 우러러보던 비평가 페어웰을 통해 칠레 시인 파블로 네루다와 니카노르 파라와 파블로 데 로카, 칠레의 초현실주의 시인 그룹 만드라고라와 1950세대 소설가들, 단테의 『신곡』에 등장하는 13세

작가정보

마르케스 이후 라틴 아메리카에 등장한 최고의 작가, 스페인어권 세계에서 가장 추앙받는 소설가, 라틴 아메리카 최후의 작가. 지금은 이 땅에 없는 라틴 아메리카 문학의 <시한폭탄>, 로베르토 볼라뇨에게 바치는 찬사들이다.
볼라뇨는 1953년 칠레에서 태어나 유년기를 보내고 멕시코로 이주해 청년기를 보냈다. 항상 스스로를 시인으로 여겼던 그는 15세부터 시를 쓰기 시작해 20대 초반에는 <인프라레알리스모>라는 반항적 시 문학 운동을 이끌기도 했다. 이어 20대 중반 유럽으로 이주, 30대 이후 본격적으로 소설 쓰기에 투신한다.
볼라뇨는 첫 장편 『아이스링크』(1993)를 필두로 거의 매년 소설을 펴냈고, 각종 문학상을 휩쓸며 <볼라뇨 전염병>을 퍼뜨렸다. 특히 1998년 발표한 방대한 소설 『야만스러운 탐정들』로 <라틴 아메리카의 노벨 문학상>이라 불리는 로물로 가예고스상을 수상하면서 더 이상 수식이 필요 없는 위대한 문학가로 우뚝 섰다. 그리고 2003년 스페인의 블라네스에서 숨을 거두기 직전까지 매달린 『2666』은 볼라뇨 필생의 역작이자 전례 없는 <메가 소설>로서 스페인과 칠레, 미국의 문학상을 휩쓸었다.
그의 작품에서는 범죄, 죽음, 창녀의 삶과 같은 어둠의 세계와 볼라뇨 삶의 본령이었던 문학 또는 문학가들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암담했던 라틴 아메리카의 정치적 상황에 관한 통렬한 성찰이 끝없이 펼쳐진다. 그의 글은 사실과 허구가 절묘하게 중첩되고 혼재하며, 깊은 철학적 사고가 위트 넘치는 풍자와 결합항여 끊임없이 웃음을 자아낸다. 작품으로는 대표작 『야만스러운 탐정들』과 『2666』을 비롯해 장편소설 『먼 별』(1996), 『부적』(1999), 『칠레의 밤』(2000), 단편집인 『전화 통화』(1997), 『살인 창녀들』(2001), 『참을 수 없는 가우초』(2003), 시집 『낭만적인 개들』(1995) 등이 있다.

1965년에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서어서문학과를 졸업했다. 페루 가톨릭 대학교에서 석사 과정을 마친 뒤, 스페인의 마드리드 콤플루텐세 대학교에서 중남미 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박사 논문 집필 중 칠레 대학교와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대학교에서 수학했다. 현재 서울대학교 라틴아메리카연구소 HK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은 책으로 『잉카 IN 안데스』, 『바람의 노래 혁명의 노래』, 『라틴 아메리카를 찾아서』 (공저)가 있고, 옮긴 책으로 『침실로 올라오세요, 창문을 통해』(공역), 『사랑과 다른 악마들』, 『라틴 아메리카의 근대를 말하다』(공역), 『네루다의 우편배달부』,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열기』,『마술적 사실주의』(공역) 등이 있다.

그림/만화 아후벨

아후벨은 쿠바의 화가이자 그림책 작가, 일러스트레이터, 만화가다. 1956년생으로 어린 시절 엄청난 독서광이었으며, 미학을 공부한 뒤 쿠바 일간지의 풍자 만화가로 활동하다 1991년 스페인에 아트 스튜디오를 열었다. 독특한 그림책 작품 『로빈슨 크루소』, 『자유로운 새』 등으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으며, 스페인 아동 문학 최고 삽화상(2003), 발렌시아 시립 문화상 최고 삽화 부문(2007), 볼로냐 국제 도서전 최우수상(2009), CJ그림책상(2009) 등 전 세계 유수의 상을 50개 이상 수상했다. 쿠바, 불가리아, 폴란드, 캐나다 등 세계 곳곳에서 100회 이상의 전시를 연 바 있다. 홈페이지 www.ajubelstudi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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