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잠

이근화 시집

이근화 지음

문학과지성사 2014년 07월 22일 출간 국내도서 : 2012년 05월 31일 출간

작품소개

책소개

표면과 심연의 힘점을 마주하다!

이근화 시인의 세 번째 시집『차가운 잠』. 2004년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한 이후 윤동주문학상의 젊은작가상 부문, 김준성문학상, 시와세계작품상을 수상한 저자의 이번 시집은 생활의 표면 아래로 입맛의 심연을 파는 시편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전의 시에 나타난 공감과 연대가 가득한 공휴일의 미학과는 조금 다른 지점을 향하는 그물의 미학으로 일상의 사건에서 벗어남 없이 태연하게 당대의 미학을 그려나가고 있다. 상상보다 기괴하고 어이없는 현실에서 글과 말, 세심한 사유로 진실에 닿아가는 시간을 오롯이 담아낸 ‘한밤에 우리가’, ‘내게 없는 것’, ‘네가 사라지고’, ‘나의 밀가루 여행’, ‘푸란 바다 향기 치약’, ‘우리가 가난한 연인이었을 때’, ‘올댓 미드나잇’, ‘구름은 신발을 신고’, ‘입술 위의 점의 이동’ 등의 시편을 모두 3부로 나누어 수록하였다.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약상자
차가운 잠
한밤에 우리가
물체주머니
디어초콜릿
내게 없는 것
실오라기
너무 늦게 온 사람
네가 사라지고
나의 하루는
그물의 미학
국수
커다란 베개
우리들의 꿈
물고기의 단잠
짐승이 되어가는 심정
고무줄의 독백
주말의 명화
나무 아래 학교
옐로 서퍼링

제2부
빵 이외의 것
저것은 국화 이것은?
김밥에 관한 시
김밥에 관한 시 2
국자 사러 가기
내일은 해가 뜬다
동물원에서 셋이 마신 맥주
창백한 푸른 점
까만 양복엔 어떤 양말을 신어야 하는가
나의 밀가루 여행
천변 자전거 클럽
푸른 바다 향기 치약
곰팡이 외롭지 않은 이야기
지도의 내일
기차가 간다
두부
제발 이 손 좀 놔주세요
나의 형제들
검은 비닐봉지 속의 양파
두 시에 되는 사람

제3부
너의 손바닥과 나라는 얼룩
연인들
연하장
우리가 가난한 연인이었을 때
한 마리는 죽고 한 마리는 살고
그의 흰 엉덩이
입술
입술의 세계
뒤엉킨 음악을 싣고 버스는 나의 가슴 위를 달린다
패션쇼
금 팔러 간 이야기
올댓 미드나잇
구름은 신발을 신고
당신의 발걸음
안개의 식탁
코미디
당신의 인사법
러브레터
꿈속의 일
입술 위의 점의 이동

해설

책 속으로

이백 년 후의 차가운 잠에서 깨어나 다시 만난다면
우리는 다정한 연인이 되어
작은 테이블에 마주 앉아 케이크를 푹푹 떠먹을까

환멸과 동정의 젖꼭지를 물고 거침없이
이 세계를 생산할 수 있다면
차가운 잠에서 깨어나
-「차가운 잠」 부분

오렌지 농장 근처에서 실종된 유학생에 대해
점거 농성 중인 노동자의 마스크에 대해
남편을 잃은 베트남 여인에 대해
그녀의 사라진 팔십만 원에 대해

빵과 빵 사이에 끼워 넣을 것이 많았다
우리는 입술을 오물거렸으며
눈시울을 붉혔으며
그리고 잠시 후 한쪽 입술을 실룩거리며 웃었다
-「그물의 미학」 부분

환절기 감기가 정치적이라면 좋겠어
철학적으로도 옳고 정치적으로도 바른 사람들에게 손수건과 시럽 같은 게 필요 없어진다면 우리에게도 미래가 의미 있겠지

너의 입술이 동전처럼 동그랗고 앞뒤가 있어 보인다
너는 집을 사랑해
그리고 집 이외의 모든 것도
-「옐로 서퍼링」 부분

철저한 계획을 가지고 설렁설렁 살고 싶은데
여행을 갈까 적금을 들까 코트를 살까
비스듬히 내리는 비가 오늘 내 서랍을 적신다
칼국수 속 드문드문 박힌 조개도
아까 잠깐 웃었던 것 같다
-「금 팔러 간 이야기」 부분

인물정보

저자(글) 이근화

저자 이근화는 1976년 서울에서 태어나 단국대학교 국문학과와 고려대학교 국문과 대학원을 졸업했다. 2004년 『현대문학』을 통해 시단에 나왔으며 시집으로 『칸트의 동물원』 『우리들의 진화』가 있다. 윤동주문학상(젊은작가상 부문, 2009), 김준성문학상(2010), 시와세계작품상(2011)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