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만난 적이 있다
2013년 09월 30일 출간
국내도서 : 2001년 05월 18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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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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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란의 두번째 장편소설인 『우리는 만난 적이 있다』는 주인공 ‘강운’이 죽음을 앞둔 엄마로부터 자신의 생년월일이 1969년 12월 31일이 아니라 1968년 12월 31일이라는 말을 듣고 자아의 탄생 자체를 의심하기 시작하여, ‘나는 누구인가’라는 존재론적인 질문을 제기하고 그 질문을 풀어가는 과정을 전생 체험이라는 신비주의적인 모티프로 그리고 있다.
섬세한 감각과 세밀한 문체로 삶의 미세한 부분까지 포착한 작가적 장인 정신의 결정!“전생 퇴행이라는 신비주의적 주제를 다룬다는 것은 자칫하면 결정론에 빠질 우려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예민한 감각을 가진 주인공을 내세워 삶의 순간순간을 예리하게 포착하고 사람 사이의 미묘한 관계를 감각적으로 드러내준다. 이성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것을 구체적 관계의 제시를 통해서 느끼게 하는 작가의 능력은 소설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_김치수(문학평론가)
줄거리
자신밖에 몰랐던 이기적인 엄마와 엄마가 죽자 따라 죽을 만큼 엄마에 대한 사랑이 맹목적이었던 아버지. 부모의 애정 결핍 속에서 한 살 많은 오빠 ‘강이’와 남매간의 우애 이상의 애정을 느끼며 성장한 강운은 오빠 강이마저 떠나버린 지금, 학원에서 영어 강사로 일하며 혼자 살고 있다.
혼자가 된 이후 강운은, ‘향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갖는다. 이름을 하나 더 갖는다는 것은 혼자이면서 둘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강운은 잡지사의 기사 청탁으로 취재차 알게 된 정신과 의사 김석희의 집요한 추적을 받고 있다. 그는 최면을 이용한 전생 퇴행 요법을 실험하는 의사로, 강운은 5년 전 그에 의해 전생 체험을 한 적이 있다. 김석희는 사람의 운명은 정해져 있으며 자신이 강운과 만난 것도 운명으로 생각하고 있다.
또한 그는 자신이 전생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앎으로써 현재의 운명을 설명할 수 있으리라고 믿고 있다. 그는 강운에게 다시 한 번 전생 체험을 하게 해서 자신이 전생에 강운과 함께 있었던 인연을 보여줌으로써 이 세상에서의 자신과 강운의 관계를 기정 사실로 만들고자 한다. 이 세상에서 서로 알고 지내는 사람들은 전생에 서로 만난 적이 있고 그때의 인연으로 이 세상에서도 다시 만난다는 것이다.
김석희의 전생 퇴행 워크숍에는 자신의 존재를 알고 싶어 방황하던 강운의 주변 인물들이 하나 둘 모이게 되고, 그들은 거기에서 최면 상태에 빠져 전생 체험을 한다. 그들 가운데는 강운의 옛애인 서휘경, 하선, 박치원, 그리고 학원 동료 강사인 캐서린과 잭도 있다.
산부인과 의사인 서휘경은 의료 사고로 인해 깊은 상처를 입고, 이어 자신의 아내도 출산을 하다가 아이와 함께 죽은 과거를 갖고 있다. 정신적인 공황 상태에서 자신의 과거를 숨기고 강운을 만났지만 뒤늦게 사실을 안 강운은 그와 헤어졌다. 여전히 죄책감에 사로잡혀서 죽은 사람들의 목소리에 끊임없이 시달리고 있는 그는 때때로 강운을 찾아와 정사를 갖고 새벽에 말없이 빠져나가곤 한다. 강운은 전생 퇴행 워크숍에서 그가 최면에 걸려 마치 태풍 속에 있는 것처럼 온몸을 흔들어대는 것을 목격한다.
하선은 “서늘하고도 강렬한” 눈빛을 가진 아름다운 여인으로, 강운과는 어렸을 때부터 가까이 지내던 사이다. 그녀는 전생 체험에서 1850년대 인도의 수도승이었던 자신의 모습을 만난다. 동굴 속에서 수도하다가 짐승에게 공격을 받아 얻은 어깨의 통증을 이승에까지 가지고 왔기 때문에, 오랫동안 원인 모를 어깨 통증에 시달리며 어둠에 대한 공포에 사로잡혀 살아왔던 것이다.
강운과 같은 건물에 세들어 사는 박치원은 집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결혼한 부인이 중앙선을 넘어온 탱크 로리와 정면 충돌해서 죽자, 전국을 누비며 죽은 아내가 건네오는 말소리를 들으며 혼자 살고 있다.
그는 강운에게 그 교통 사고로 한 쪽 다리를 잃었지만, 없는 다리에 통증이나 가려움증을 느끼며, 때로는 쥐가 나기도 한다고 말한다. 학원 동료인 캐서린과 잭까지, 강운 주변의 모든 인물들은 김석희의 신비주의의 영향으로 그들의 삶에서 설명하기 힘든 일들을 운명으로 간주하고 있다.
그러면서 하나 둘 강운 곁을 떠나간다. 오빠 강이는 결혼 소식을 전하고, 집요하게 쫓아다니던 김석희는 자살을 하고, 하선마저도 홀연히 자취를 감춘다. 캐서린과 잭은 그들 나라로 돌아간다고 한다.
혼자 남겨진 강운은 다음과 같은 독백을 한다.“그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왜 이렇게 누구의 모습도 보이지 않는 것일까…… 이른 저녁의 어둠 속에서 나는 홀연히 내가 누구인지 모른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아마도 그건 내 곁에 아무도 없기 때문일 것이다. 내 생의 한 시기를 함께했던 사람들이 사라졌기 때문에. 내가 누구인지 알기 위해서는 내 옆에 누가 있는지를 알아야 하는 법이기에. 그러나 우리는 영원히헤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단지 잠시 사라진 것일 뿐. 지금은 잠시 헤어진 것일 뿐. 한번 인연을 맺은 영혼들은 거듭되는 생에서 다시 만날지니.
작가정보

1969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1996년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했고 그해에 단편 「불란서 안경원」으로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첫 장편 '식빵 굽는 시간'으로 <문학 동네 제1회 신인작가상>에 당선되었다. 소설집 '불란서 안경원'(1997; 개정판 2006) '나의 자줏빛 소파'(2000) '코끼리를 찾아서'(2002) '국자 이야기'(2004), 중편소설 '움직임'(1998; 2003), 장편소설'식빵 굽는 시간'(1997)'가족의 기원'(1999) '우리는 만난 적이 있다'(2001) '혀'(2007) 그리고 산문집으로 '조경란의 악어 이야기'(2003) 등이 있다. 문학동네작가상(1996)외에도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2002), 현대문학상(2003)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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