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황
2013년 04월 11일 출간
국내도서 : 2012년 09월 28일 출간
- eBook 상품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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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97889310086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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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이 상품이 속한 분야
술집에서
행복한 가정
비누
장명등
조리돌리기
까오 선생
고독한 사람
죽음을 슬퍼함
형제
이혼
■ ‘영혼이 있느냐, 없느냐?’
사실 그 문제에 대해서는 나 자신도 여태껏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렇지만 지금 이 순간, 내가 그녀에게 어떻게 대답해야 좋단 말인가? 나는 매우 짧은 순간이나마 주저하면서 생각해보았다. 이곳 사람들은 관습적으로 귀신의 존재를 믿는다. 하지만 그녀는 도리어 귀신의 존재에 대해 의혹을 품고 있지 않는가? 아니, 그보다는 영혼이 존재하기를 바라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아니면 존재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일까? 하필이면 나처럼 인생의 말로(末路)를 걷고 있는 사람에게 고뇌를 더 안겨줄 것은 또 뭐란 말인가? ― 11쪽 <축복> 중에서
■ “당신, 어디 한번 생각해봐요. 여자들이 떼로 길거리를 걸어 다니는 것도 눈꼴사나울 판인데 머리까지 자르려고 드니. 내가 제일 고깝게 생각하는 것이 바로 그런 머리 자른 여학생들이라고. 솔직히 말해 군인이나 비적(匪賊)들은 그래도 용서할 구석이 있어요. 지금 천하를 어지럽히고 있는 건 바로 여자들이야. 마땅히 아주 엄하게 다스려야 해…….” -79쪽 <비누> 중에서
■ 마을 사람들은 누구나 침을 삼키면서 신기해하는 가운데 소식을 기다렸다. 그들은 롄수가 서양식 교육을 받은 ‘이른바 신당(新黨)파라 전부터 도무지 도리에 맞지 않았던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 쌍방 간에 대결은 불가피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아마도 깜짝 놀랄 뜻밖의 기이한 광경이 펼쳐질지도 모른다고 여기고 있었다. -143쪽 <고독한 사람> 중에서
■ 내 마음은 점차 이들 원고로 가득 채워졌다. 나는 숨을 쉬기가 무척 어렵다는 것을 느꼈다. 나는 고민이 되는 가운데 늘 생각해보았다. 진실을 말하기 위해서는 실로 엄청난 용기가 필요한 법. 만일 그러한 용기가 없어서 그저 허위에 안주한다면 새로운 인생길을 개척할 수 없는 사람이 되고 말 것이다. 새로운 인생길도 없을뿐더러 그런 사람도 있을 수 없다. -199쪽 <죽음을 슬퍼함> 중에서
■ “맞습니다……. 저는 알고 있어요, 저희같이 무식한 사람들은 아무것도 몰라요. 다만 저는 제 아버지를 원망하고 싶군요. 세상 물정은 털끝만큼도 모르고 나이가 드니 이제는 멍청하기까지 합니다. 그러니 저 ‘짐승 같은 아비’와 ‘짐승 같은 아들놈’이 하는 대로 휘둘릴 수밖에 없지요. 그리고 저놈들은 마치 상갓집 부고를 돌리기라도 하듯 서둘러 개구멍을 파고 들어가서는 나쁜 놈들과 작당이나 하고 있으니…….” -244쪽 <이혼> 중에서
투철한 현실 인식과 민중에 대한 절실한 애정을 보여주는
루쉰 문학의 백미!
이 책은 신해혁명기, 중국 사회의 암흑과도 같은 현실과 싸워온 루쉰의 중단편집이다. 봉건 극복과 근대 실현을 위해 치열한 싸움을 겪으며 중국 현대문학의 아버지로 평가받게 된 루쉰의 작품들은 민중의 부정적 측면, 봉건적 지배계급의 비인간성, 보수적 지식인의 허위의식 등에 대한 공격적 풍자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루쉰의 두 번째 소설집인《방황》은 11편의 단편소설을 수록하여 1926년에 출판되었다. 여기 실린 작품들은 1924년에서 1925년에 이르는 기간에 집필된 것으로 5·4운동 퇴조기라는 시대적 배경 아래 쓰인 것으로, 중국 근대화 과정의 격변하는 사회 현실과 민중의식을 가식 없이 반영하고 있으며 근대화를 위한 계몽사상의 고취로 점철되어 있다.
루쉰은 당시 농촌 사회의 비참한 생활과 여성에 대한 봉건사상의 속박을 폭로하고, 피압박 여성의 비참한 운명을 동정하며 그녀들의 봉건질서에 대한 회의를 반영한 <축복>과 <이혼>, 한때는 높은 이상을 품었으나 사회에서 소외되어 몰락해가는 지식인의 모습을 그린 <술집에서> <고독한 사람> <죽음을 슬퍼함>,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다 결국 현실과 타협하고 사는 속물 지식인을 풍자한 <행복한 가정> <비누> <까오 선생>, 구경거리를 좋아하는 민중의 근성을 그린 <조리돌리기> 등에서 전통에 대해서 이야기할 뿐만 아니라 그 전통 비판을 통해서 중국 국민이 획득하고 있는 근대성에 대한 깊은 성찰과 지식인의 각성을 촉구하고 있다.
작가정보
중국 현대 문학의 아버지이며, 혁명가이자 사상가로 칭송되고 있는 루쉰은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엽의 중국, 구중국에서 신중국으로 넘어가는 격동의 과도기를 살았다. 저장성 사오싱 출생으로 본명은 저우수런(周樹人)이다. 루쉰이라는 이름은 봉건제의 압제 아래서 문학운동을 전개했던 저자가 당국의 박해를 피하기 위해 사용한 필명 가운데 하나로, 첫 작품과 후기 주요 작품들을 같은 이름으로 출간했기에 필명으로 굳어졌다. 루쉰은 지주 집안에서 태어났으나 가세가 기울어 매우 불우하게 자랐다. 17세에 난징의 강남수사학당에 입학하여 신학문의 영향을 받고 일본 유학을 결심한 후 센다이 의학 전문학교에 입학했으나,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봉건성으로부터의 국민 계몽이라는 것을 깨닫고 유학을 단념한 뒤 문학 작품을 쓰기 시작하였다. 몇천 년 내려온 낡은 관습과 현실의 고통 속에서 정신조차 마비되어버린 듯한 중국 인민들의 암담한 현실을 직시하며 루쉰은 일생 동안 봉건성의 극복과 근대의 실현을 위해 싸웠다. 그의 대표작이자 세계적 수준의 작품인 〈아Q정전〉은 루쉰의 첫 번째 창작집 《눌함(?喊)》에 수록된 것으로 중국 현대 문학의 출발점으로 인정받고 있다. 해외 문학 작품을 번역하여 발표하고, 중국 신판화(新版畵)의 기틀을 마련하고, 좌익작가연맹을 이끄는 등 활발한 활동을 지속했던 루쉰의 문학과 사상에는 허위를 거부하는 정신과 현실에 기반한 강인한 사고가 뚜렷이 부각되어 있다. 주요 작품집에 《눌함》 《분(墳)》 《열풍(熱風)》 《조화석십(朝花夕拾)》 《고사신편(故事新編)》 등이 있다.
번역 정석원
역자 정석원은 경북 상주에서 태어나 다섯 살 때부터 조부로부터 한학(漢學)을 익혔다. 1978년 연세대학교 중문과를 졸업하고, 국립대만 사범대학 국문연구소 석사(문자학 전공, 1983), 대만 동오대학 중문연구소 박사(한중문화교류 전공, 1991) 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양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며 중국의 문화와 한자를 알리는 데 힘쓰고 있다. 지은 책으로 《재미있는 漢字旅行》 1ㆍ2, 《新千字文》, 《部數로 통달하는 漢字》, 《지혜를 열어주는 故事成語 120》, 《문화가 흐르는 한자》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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