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모없는 것들이 우리를 구할 거야
2021년 06월 18일 출간
국내도서 : 2021년 06월 15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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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이 상품이 속한 분야
작고 하찮아 보이는 현미경 속 생명체에서
인류를 구원할 유용함을 발견해내는 경이로움
물리학이 세상의 원리를 설명하고, 수학이 세상의 규칙을 증명한다면, 생명과학은 세상의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을 사랑함으로써 인류의 삶을 진일보시키는 학문이다. 일반 독자들에게는 이름만으로도 생경한 ‘예쁜꼬마선충’을 연구하는 서울대 생명과학 박사 김준이 들려주는 ‘생물 덕후’ 과학자들의 24시간 연구실 일상과 생명과학계의 치열하고도 유쾌한 이야기들을 엮었다.
또한 진화, 유전, 질병, 노화 등을 연구하기 위해 현재 생명과학이 어떤 수준까지 발전했는지, 생명과학의 역사부터 최신 연구 대상으로 떠오르는 다채로운 모델 생물들 이야기까지 어려워만 보이는 생명과학의 흥미로운 지식 정보들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주는 이야기들도 함께 담았다. 과학 에세이 분야에서 다소 낯선 ‘생명과학’을 주제로 하여, 액체가 부글거리는 실험실이 아닌, 생명의 소리와 냄새, 그리고 이들의 탄생부터 죽음까지를 연구하는 생명과학자들의 역동적인 이야기를 시종 유쾌하게 들려준다.
1 이토록 아름다운 쓸모없는 것들
어쩌다 과학자
예쁜꼬마선충은 사랑입니다
쓸모없는 것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대장균은 예쁜꼬마선충이 된다
생물이 미생물에 대처하는 자세
재미있는 논문의 기쁨과 슬픔
더 많은 연습문제가 필요한 이유
2 과학하는 마음
그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아주 작고 따뜻했던 생쥐에 대하여
언제나 새로운 눈이 필요하다
다함께 생물 덕질합시다
작고 투명해서 고마운 친구들
아직 누구도 가보지 않은 저 너머에
3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돌연변이
온갖 생명의 과학
우리에겐 더 많은 돌연변이가 필요하다
어떤 ‘오타’는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지구상에 5해 마리가 살고 있다
망가진 염색체도 노력을 한다
살아 있는 모두는 각자의 전략이 있다
4 과학의 기쁨과 슬픔
진화 연구의 끝자락
연구 노동자와 두 노예
과학자는 무엇을 먹고사나
연구실에서는 날마다 무슨 일이!
우리에게 필요한 사회
에필로그 | 과학자로 살아남기
감사의 말
아직 누구도 가보지 않은 저 너머를 향하여,
날마다 한 걸음씩 과학하는 마음으로
하루 평균 14시간을 근무하고 최저임금에 가까운 월급을 받으며, 심지어 그마저 정규직이 아니어서 늘 미래에 대한 고용 불안감을 안고 있다. 이들 중에서 처지가 좋은 경우에는 휴일이라도 보장받을 수 있지만, 주말은커녕 명절 연휴마저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도 상당수. 이들이 하는 일에 대해 남들이 알아주기라도 하면 그나마 다행일 텐데, “그딴 걸 해서 뭐 해?” 소리를 듣는 일도 다반사다. 바로 우리나라 생명과학의 미래를 짊어진 젊은 과학자들의 이야기다. 혹은 전생에 큰 잘못을 저질러 이 생에 과학자로 태어나버린 ‘연구 노예’들의 이야기이거나.
이 책의 저자 김준은 서울대학교 기초과학연구원 박사후연구원으로, 이공계에서 가장 취직 안 되기로 유명하다는 생명과학, 그중에서도 세상 쓸모없다고 천대받는 ‘선충’의 유전자 진화를 연구하고 있다. 그는 스스로를 “별수 없는 연구 노예”라고 자조하지만, 사실은 2019년 6월 첫 번째 제1저자 연구논문이 국제 학술지 《게놈 리서치(Genome Research)》 표지논문으로 선정되었고, 2020년 2월에는 서울대 자연과학대학 최우수박사학위논문상을 수상했으며, 2021년 6월에는 두 번째 제1저자 겸 교신저자 연구논문도 세계적 권위의 학술지 《뉴클레익 애시드 리서치(Nucleic Acids Research)》에 연이어 실린 매우 전도유망한 젊은 과학자다.
화려한 이력만큼이나 그의 앞길에는 빛나는 꽃길만 펼쳐져 있을 것 같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역시 다른 수많은 한국의 젊은 과학자들처럼 실험을 하고 논문을 쓰는 틈틈이 채용 정보 웹사이트를 새로고침하느라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젊은 과학자들이라면 누구나 꿈꿀 ‘안정적인 연구직’은 그에게도 역시 하늘의 별 따기인 까닭이다.
“게임을 하고 있다. (…) 난이도는 또 어찌나 높은지, 악착같이 재료를 모아도 변변찮은 장비 하나 얻어내기 쉽지 않은 괴상한 게임이다. 심지어 그런 와중에 경쟁은 또 매우 치열해서 장비를 어지간히 갖춰서는 승급전에 발도 내밀지 못할 수준이다. 피, 땀, 눈물 흘려가며 간신히 온갖 장비를 다 챙기고 나면, 이제는 ‘연구직 직장 획득’이라는 승급전이 언제 열릴지 알 수 없다는 문제가 기다리고 있다. 이때까지 무겁게 쌓아올린 장비들을 어깨에 이고, 입구도 출구도 보이지 않는 길을 따라 하염없이 걷는다. 운이 아주 안 좋으면 이렇게 걷고 또 걷다가 장비는 낡아가고 체력은 모두 소모되어 그대로 게임이 종료되는 수도 있다. 이 게임의 이름은 ‘과학자로 살아남기’. 나는 생명과학 서버에서, 이제 막 대학원생 퀘스트를 끝마치고 박사가 됐다.” / 205~206쪽
하는 짓도, 생김새도 너무나 사랑스러운 ‘예쁜꼬마선충’
이런 게 재미있는 걸 보니 아무래도 이번 생은 글렀다
연구나 열심히 하는 수밖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어조는 줄곧 밝고 경쾌하다. 비록 밤잠을 설치고 코피를 쏟아가며 실험을 할지언정, 또 같은 꿈을 꾸었던 학부 동기와 선후배들이 현실을 깨닫고 의학전문대학원으로 떠나갈지언정, 끝내 과학자라는 오랜 꿈을 지키기로 한 저자에게 과학이란 언제까지나 그의 인생의 최종 목적지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첫 장에서부터 ‘전생에 잘못을 저질러 결국 과학자라는 잘못된 길로 들어섰다’고 하지만, 그런 이야기들이 모두 귀여운 투정으로 느껴질 정도로 책의 페이지마다 온통 과학을 향한 애정이 뚝뚝 묻어난다.
이 책은 과학자의 에세이임에도 온갖 생물들 이야기가 책의 곳곳에 등장하며, 에세이에서 신기한 생물들 이야기로, 다시 쉽게 이해하는 생명과학 이야기로 장르를 넘나든다. 특히 저자의 주요 연구 생물인 ‘예쁜꼬마선충’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많은 사람들로부터 “그딴 거 연구해서 뭐 해? 그럴 돈 있으면 암이나 연구해!”라는 소리를 듣게 만드는 바로 그 생물이기에 저자가 예쁜꼬마선충의 설명에 들이는 공은 아주 정성스럽다.
“선충, 귀여운 이눔시키들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아무 데서나 잘 살고, 종류도 매우 다양한 게 특징이다. 예쁜꼬마선충은 보통 1밀리미터 남짓한 크기이지만, 어떤 선충은 몸 길이가 무려 1미터에 이를 정도로 길쭉해서 돌돌 말면 컵라면처럼 보일 정도다. 머리 쪽엔 눈이나 코는 없고 주둥이만 있는데, 주둥이 모양도 뭉뚝한 녀석부터 국화꽃처럼 화려하게 피어난 녀석들까지 아주 다채롭다. 그리고 놀라운 것은 눈이 없어도 빛을 감지할 수 있고, 코가 없어도 냄새를 맡을 수 있다는 거다. 예쁜꼬마선충은 고작해야 300여 개의 신경세포만을 가지고 있는데, 이 신경세포를 최대로 활용해서 빛도 느끼고 냄새도 맡고 천적을 감지해서 도망치는 등 알뜰하게 기능을 나눠 쓴다. 대단한 능력자들이다.”
작가정보
저자 : 김준
서울대학교 기초과학연구원 박사후연구원. 이공계에서 취직 안 되기로 유명한 생명과학, 그중에서도 세상 쓸모없다는 선충들의 유전자 진화를 전공했다. 지도교수 운도, 동료 복도 좋았던 덕분에 형편 좋게 박사과정을 마쳤으나, 졸업한 뒤로는 학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별수 없이 연구 노예로 살고 있다. 첫 번째 제1저자 연구논문이 국제 학술지 《게놈 리서치(Genome Research)》 표지논문으로 선정되었고(2019년 6월호), 서울대 자연과학대학 최우수박사학위논문상을 수상했다(2020년 2월). 두 번째 제1저자 겸 교신저자 연구논문도 세계적 권위의 학술지 《뉴클레익 애시드 리서치(Nucleic Acids Research)》에 실렸다(2021년 6월).
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ESC) 회원으로 활동 중이며,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에 「새 모델생물 운동」 글을 연재하고 있다. ESC와 서울시립과학관에서 과학을 사랑하는 다양한 시민들과 우리나라 야생 선충을 채집해 탐구해보는 시민 과학 운동을 하기도 했다. 채집한 야생 선충들이 새로운 모델생물로 자리 잡기를 바라며 지금도 연구실 한편에서 이 선충들을 기르고 있으며, 선충을 넘어 온갖 생물로 애정의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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