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는 내 돈을 어떻게 쓰는가
2013년 04월 09일 출간
국내도서 : 2013년 02월 01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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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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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우리나라 재정의 규모와 사용 내역, 세금과 채무의 내용, 정부가 시장보다 비효율적인 이유, 정부가 일을 하는 방식 등을 담았다. 이어 문제의 본질은 사회경제 구조가 바뀌었다는 데 있음을 짚고 앞으로 가장 많이, 가장 빨리 늘어날 정부 지출은 무엇이며 왜 그런지 살펴본다. 더불어 감세와 복지의 효과, 재정건전성 전망을 다루었다. 이를 통해 개인적인 문제로만 여겼던 세금 문제를 분배와 정의, 미래의 지속가능성의 차원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1부 재정, 이렇게 움직인다
1장 정부는 왜 경제 활동을 하는가 │ 정부의 역할
2장 누가 재정을 만들고 결정하는가 │ 예산의 흐름
3장 나랏돈은 어떻게 걷고 어떻게 쓰나 │ 세입과 세출
4장 세금은 누구에게 얼마나 걷어야 하는가 │ 조세의 원칙
5장 국가는 왜 빚을 지나 │ 국가채무?재정 위기
2부 정부가 할 것인가, 시장이 할 것인가
6장 정부는 왜 시장보다 비효율적일까 │ 고객 정치?예산 낭비
7장 공공재에 값을 매긴다면 │ 비용편익분석?민자 사업
8장 정부가 할 것인가, 민간이 할 것인가 │ 민영화
9장 위기의 지방재정 │ 지방재정
3부 변화하는 사회, 재정이 더 중요해진다
10장 1인당 GDP는 느는데 왜 살기는 더 힘들어질까 │ 경제성장과 재정
11장 일자리가 늘어나도 살기는 힘들어진다? │ 경제구조 변화와 재정
12장 누군가 받으려면 누군가는 내야 한다 │ 세대 간 분배
13장 바람직한 분배 상태는 어떤 것일까 │ 재정의 소득 분배 기능
4부 재정이 미래를 결정짓는다
14장 복지는 성장의 걸림돌일까 │ 복지 논쟁
15장 우리 재정은 안전한가? │ 재정의 지속가능성
나가며│ 시장의 역할, 정부의 역할, 시민의 역할
부록 │ 참여 없이 세금 없다
주석
월 소득 350만 원인 샐러리맨이 내는 소득세는 소득의 2.7%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조세의 특징으로 흔히 월급쟁이와 자영업자 간의 소득세 부담이 불공평하다고 말한다. 월급쟁이들은 유리 지갑이라 한 푼도 빠짐없이 소득세를 내는 데 비해 자영업자들은 이러저러한 방법으로 절세를 하기 때문에 소득세를 얼마 내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 푼도 빼놓지 않고 투명하게 세금을 낸다는 월급쟁이들의 소득세 규모도 결코 크지 않다. 사례로 든 월소득 350만 원 샐러리맨만 그런 것이 아니다. 연봉이 웬만큼 높지 않으면 다 마찬가지다. 소득세액이 소득의 10%를 넘으려면 대략 연봉이 1억 원 이상은 되어야 한다. (58쪽)
세금을 걷을 때 수평적 공평성을 제대로 고려하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예를 들어보자. 형철이와 기철이네 가구 소득은 똑같이 5000만 원이다. 그런데 형철이는 아내의 병원비로만 그해에 2000만 원을 지출했지만 기철이네는 식구 모두가 건강하다. 역시 가구 소득이 똑같이 5000만 원인 병철이와 경철이네가 있다. 병철이는 아내와 단 둘이 살고 경철이는 아내와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 셋에 부모님까지 모시고 있다. 형철이네와 기철이네, 병철이네와 경철이네, 이 집들은 소득이 같으므로 같은 소득세를 내야 할까? 아니다. 소득액은 동일하더라도 담세능력이 다르므로 내는 세금이 달라진다. (81쪽)
우리나라 국가채무는 많은 편이 아니다. 지난 15년간 국가채무가 급증했으나 이는 경제위기 수습 과정에서 발생한 예외적인 상황이지 만성적인 적자는 아니다. 다른 OECD 선진국들과 비교해봐도 우리나라의 공식적인 국가채무 규모는 작은 편이다. 그렇다면 왜 많은 사람이 국가채무가 문제라고 할까? 주로 두 가지 때문이다. 하나는 공기업 채무, 또 하나는 미래에 발생할 공적연금 지출 때문이다. 국가채무에 대한 공식적인 정의는 ‘정부가 직접적인 상환 의무를 지는 확정채무’다. 이 기준에 따르면 공기업 채무와 미래의 공적연금 지출은 모두 국가채무에 포함되지 않는다. 공기업은 공공기관이지만 정부가 아니다. 그래서 공기업이 망해도 정부가 공기업 채무를 승계할 의무는 없다. 미래의 공적연금급여 지출액은 제도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 있고 미래에 지급할 연금급여를 두고 정부가 국민에게 빚진 것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것이 국가채무에 포함되느냐 아니냐가 아니다. 어디서, 누가 빚을 지든 결국 국민에게 부담으로 돌아오게 되어 있다. 따라서 앞으로 국민 부담이 얼마나 늘어날지, 재정 지속이 가능한지가 훨씬 중요한 문제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국가채무가 아닐지라도 공기업 채무는 미래 세대에게 문제가 된다. 그리고 미래의 공적연금 지출은 그보다 훨씬 큰 문제다. (115~116쪽)
비용과 혜택의 불일치와 성과의 불확실성은 정부가 시장보다 비효율적인 가장 중요한 이유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시장과 달리 정부 산출물의 수급에 가격기구가 작동하지 않는다. 시장에서는 가격기구에 의해 무엇을 얼마나 어떻게 생산할지 결정된다. 가격이 오르면 더 많이 생산하라는 신호고, 가격이 내리면 줄이라는 신호다. 그러나 정부 산출물은 그렇지 않다. 가격기구가 작동할 수 없기 때문에 정부 산출물의 수급은 이해관계자들의 상호작용 속에서 정치적으로 결정된다. 이해관계자는 세 집단으로 구분할 수 있다. 정책을 결정하는 정치인, 정책의 비용을 부담하고 혜택을 받는 정책 대상자, 정책을 집행하는 공무원이다. 이 세 집단의 상호작용 속에서 정부는 무엇을 얼마나 생산할지 결정하며, 어떻게 생산하는지도 정해진다. (128~129쪽)
정부가 민간투자사업을 고집하는 이유는 사실 효율성 향상을 위해서가 아니다. 단지 재원 조달이 쉽기 때문이다. 정부가 직접 사업을 수행하려면 많은 재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한정된 국가 예산 안에서 사업비를 따내는 것이 그리 만만치 않다. 경제학적으로만 따지자면 민자사업으로 짓든 정부가 빚을 내 직접 짓든 별반 차이가 없다. 수익형의 경우는 나중에 이용료 수입으로 빚을 갚으면 된다. 임대형의 경우는 임대료 지불할 돈으로 빚을 갚으면 된다. 하지만 정치적으로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 빚지는 것은 눈에 띄지만 민간 투자를 받는 사업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161쪽)
지방정부의 복지사업은 거의가 중앙정부 사업을 대행한다는 뜻이다. 지방정부가 자체적으로 시행하는 사업은 출산장려금과 복지시설 운영 등 얼마 되지 않는다. 국고보조 복지사업은 의무지출이기 때문에 지방정부는 반드시 시행해야 한다. 복지지출로 인한 재정 부담은 특히 자치구에서 심하다. 빠듯한 살림에 복지사업은 계속 늘어나니 도로 보수 등 다른 분야 사업은 손도 못 대고 심지어 인건비 지급도 힘들다고 하소연하는 자치구들이 여럿이다. 국민기초생활보장, 기초노령연금, 보육료 지원은 지방정부 재정에 부담을 주는 대표적인 국고보조사업이다. 세 사업 모두 지방정부가 부담해야 하는 사업비 규모가 상당한데, 특히 보육료 지원이 문제가 된다. 기초생활보장급여나 기초노령연금과 달리 보육료지원사업만 중앙정부 부담분이 유난히 낮은 이유는, 과거부터 보육 지원이 지자체가 할 일이고 국민기본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여겼던 탓도 있다. 지금도 출산장려금은 지자체 사업이다. (202, 205쪽)
우리나라 서비스업 생산성이 다른 나라들에 비해 낮은 가장 큰 이유는 유통과 요식업 분야에 영세 자영업자가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분야의 생산성을 높이려면 영세 자영업자 수를 줄이고 대형화해야 한다. 즉 기업형 슈퍼마켓을 키워야 한다. 동네 영세 제과점도 파리바게트, 뚜레쥬르 같은 대기업 체인 제과점으로 바꿔야 한다. 동네 분식집 대신 맥도날드나 던킨 도너츠 같은 프랜차이즈 패스트푸드점이 들어서야 한다.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말이다. 그러나 (그렇게 하면 생산성은 높아져도) 영세 자영업자, 중소상인들이 담당할 때에 비해 일자리는 줄어든다. 그렇다고 해서 대형화·기업화된 점포 직원들의 소득이나 근무 여건이 영세 자영업자보다 더 나을까? 확실히 생산성은 대형화·기업화된 점포가 월등히 높다. 그러나 거기에 고용된 단순직 직원들의 형편까지 더 좋은 것은 아니다. (251~252쪽)
자동차보험은 강제다. 차를 사면 누구나 가입해야 한다. 하지만 민간 보험으로 운영된다. 그럼 연금이나 건강보험도 자동차보험처럼 운영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민간 보험이 공적 보험보다 비효율적인 것도 이유 중 하나다. 하지만 더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 이는 누진적인 조세체계를 운영하는 것과 마찬가지 이유다. 노후 소득과 의료보장을 강제적인 민간 보험으로 하면 내는 돈에 비례하여 혜택이 제공된다. 비싼 보험을 구매할 수 있는 부유층은 좋겠지만, 값싼 보험을 구매할 수밖에 없는 저소득 계층은 제대로 된 노후 소득과 의료보장을 받을 리 만무하다. 능력이 되는 사람은 좀 더 많이 부담하고 능력이 못 미치는 사람은 조금 적게 부담함으로써 노후 소득과 의료보장이라는 문제에 공동으로 대처하자는 것이 국가가 이 제도를 운영하는 근본 이유다. 이를 ‘사회연대(social solidarity) 원칙’이라고 한다. 사회연대 원칙은 연금과 의료뿐만 아니라 복지국가를 만든 근본이념이다. (270~271쪽)
세대 간 계약의 공정성을 판단하는 기준 중에 ‘세대 간 회계(generational accounting)’라는 것이 있다. 각 세대별로 정부에 지불하는 금액(조세+보험료)과 정부로부터 받는 혜택(연금과 각종 사회보험 혜택, 공공 지출로 인한 기타 혜택)의 크기를 비교하는 것이다. 앞에서 세대 간 계약을 설명하면서 노인 부양, 즉 연금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러나 세대 간 계약은 연금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모든 정부 지출은 어느 정도 세대 간 계약에 근거한다. 정부 지출의 혜택은 전체 인구에게 미치지만 이를 위한 재원은 주로 근로 계층의 조세와 사회보험료에 의해 조달되기 때문이다. 이 역시 노인 세대-근로 세대-아동·청소년 세대의 혜택-부담-혜택이 되풀이되는 계약에 해당한다. 정부 지출의 혜택과 부담의 크기를 각 세대별로 비교하면 어느 세대가 얼마나 이득(또는 손해)을 볼까? 정답은 여러분이 예상한 대로다. 노인 세대는 흑자, 아동·청소년 세대는 적자다. 근로 세대도 나이가 많은 중장년층은 흑자, 젊은 층은 적자다. 연령이 올라갈수록 흑자, 내려갈수록 적자인 이유는 주로 연금과 건강보험 때문이다.(276쪽)
우리나라의 사전소득 빈곤율은 17.5%로서 18개국 중에서 가장 낮다. 18개국 평균보다 8.1%포인트가 낮다. 우리나라의 사전소득 빈곤율이 낮은 이유는 아직 자녀가 부모의 생활비를 대는 등 민간에서 사적인 이전 지출이 많고 복지 제도가 발달하지 못한 탓에 어떻게든 스스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이 다른 국가들에 비해 많기 때문일 것이다. 사전소득 기준으로는 우리나라의 빈곤율이 18개국 중에서 가장 낮지만 사후소득 기준으로는 14.6%로 미국과 일본 다음으로 높다. 이에 따라 사전소득과 사후소득 빈곤율 차이는 18개국 중에서 가장 작은 2.9%포인트다. 빈곤선 아래에 있다가 정부의 재분배 정책에 의해 빈곤선 위로 올라가는 가구가 고작 2.9%포인트인 것이다. 이에 비해 18개국 평균은 16.0%포인트다. 우리나라는 평균의 1/5에도 못 미친다. (296~297쪽)
모든 의사 결정이 그렇듯 정부 정책의 의사 결정에서도 두 가지 유형의 오류가 존재한다. 특정 대안을‘선택하지 말아야 했는데 한 경우’와 ‘선택해야 했는데 안 한 경우’다. 전자를 1종 오류, 후자를 2종 오류라고 한다. 1종 오류와 2종 오류는 상충 관계(trade off)에 있어서 하나를 줄이면 다른 하나가 증가한다. 복지 수급 여부를 결정하는 상황에 대입해보면 ‘받지 말아야 될 사람이 포함되는 것’이 1종 오류, ‘받아야 될 사람이 배제되는 것’이 2종 오류다. 둘 중 어느 것이 더 막아야 하는 오류일까? (299~300쪽)
공기업 중에서 토지주택공사 한 곳의 부채만 2011년 기준 130조 원이다. 토지주택공사가 이처럼 많은 빚을 진 원인은 참여정부와 이명박 정부 때 공공주택 건설, 세종 시, 혁신도시 등 각종 국책 사업을 수행했기 때문이다. 또 수자원공사의 부채는 2008년까지만 해도 2조 원대였다. 그런데 2011년에는 12조 원으로 불어났다. 늘어난 부채 대부분은 4대강 사업비 탓에 발생했다. 공공주택 건설이나 국책 사업은 정부 일이다. 정부 재원으로 하는 게 맞다. 꼭 해야 하는데 돈이 없으면 정부가 빚을 내서 해야 한다. 그런데 국가채무가 늘어난다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공기업에게 떠넘겼고 그래서 공기업 부채가 증가했다. (331쪽)
재정지출이 증가해도 재정을 운용하는 데 무리가 없으려면 그에 상응해서 세입도 늘어나야 한다. 하지만 국민부담률을 높이는 것이 쉽지 않다. 사회보험료나 법인세 인상에 대한 기업들의 반발도 심하지만, 소득세나 소비세 인상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반대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힘들어도 해야 한다. 장기재정 추계에 따르면 국민부담률을 2010년 수준으로 고정한 채 재정지출을 충당하려면 2050년 국가부채비율은 GDP 대비 138%가 된다(내 생각엔 이것도 낙관적인 추계다.) 이 정도 규모라면 재정 운용에 큰 문제를 초래한다. 하지만 큰 의미는 없다. 누구도 향후 40년간 국민부담률을 고정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세입 확대를 위한 방법과 규모에는 이견이 있으나 정부도, 정치권도, 여론도 세입 확대를 얘기한다. 다만 빨리 시작할수록 장래의 부담이 덜어진다. 그리고 서서히 늘려가면 능히 감당할 수 있다. (348쪽)
국가는 내 돈을 어떻게 쓰는가
누구나 알아야 할 재정 이야기
■ 추천사
이 책은 시장과 정부 사이의 관계에 대한 생각의 틀을 정리하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으리라고 믿는다. 기본적인 개념과 논리를 친절하고 차분한 어조로 설명해 주고 있는 점이 특히 돋보인다. 또한 책 전체를 관통하는 저자의 균형 잡힌 시각도 눈을 끄는 대목이다. 신자유주의의 광풍이 어지럽게 휩쓸고 간 이 땅에서 이렇게 균형 잡힌 시각을 보게 된 것은 큰 즐거움이 아닐 수 없다. 이준구(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이 책은 생생한 사례, 친절한 설명, 탁월한 통찰로 가득하다. 전문가뿐 아니라 시민들도 이제는 재정을 꼭 알아야 한다는 저자의 집념이 낳은 빼어난 책이다. 독자들도 책을 읽고 나면 재정을 이해하는 눈이 트인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정치인들과 행정가들은 이 책을 읽고 난 시민들의 눈높이에 맞추려면 긴장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박원순(서울시장)
■ 책 소개
1년에 340조 원을 움직이는 큰손,
국가는 내 돈을 어떻게 쓰는가
정부가 거두는 돈, 빌리는 돈, 쓰는 돈
재정이 내 삶을 결정짓는다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월 20만원씩 기초연금을 지급하고, 모자란 재원은 국민연금에서 메우겠다.” 이 한마디에 온 나라가 뒤집혔다. 대선에서 박근혜 당선인의 대선 공약을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실행하겠다고 하자 반발이 들끓은 것이다. 여당과 야당, 정부 부처와 정치권,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서로 온도차를 보였다. 혜택을 받는 노인 세대와 비용을 댈 근로 세대도 매섭게 맞섰다.
이뿐일까. 무상급식, 영유아 보육료 지원 사업, 공기업 민영화, 4대강 사업, 부자 증세 등 나랏돈을 거두고 쓰는 많은 일은 갈등을 낳는다. 우리나라뿐 아니다. 미국의 재정절벽과 의료보험 개혁, 일본 국가채무 문제, 남유럽 재정위기, 프랑스 소득세율 인상 등 재정 문제는 세계 각국에서 사회적 갈등과 위기의 원인이 된다.
왜 그럴까? 재정, 즉 국가가 돈을 거두고 쓰는 규모와 방향은 개개인의 살림살이와 삶의 질을 결정하는 동시에 국가의 안정성과 지속가능성을 가르는 매우 중요한 정부 활동이기 때문이다.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이자 좋은예산센터 소장 김태일 교수는 재정 문제란 결국 두 가지로 귀결된다고 말한다. ‘어디서, 어떻게, 얼마나 거둘까?’, ‘어디에, 어떻게, 얼마나 쓸까?’
《국가는 내 돈을 어떻게 쓰는가》는 바로 그 두 가지 문제를 심도 있고 알기 쉽게 담아낸 책이다. 그래서 정부는 세금을 거두는 원칙은 무엇인지, 예산은 어떻게 집행하는지, 정부가 시장보다 비효율적인 이유는 무엇인지 등 무엇보다 기본 개념과 원리를 이해하는 데 제격이다. 그동안 경제학 책들이 주로 시장에 대한 설명에 쏠리고 복지와 재정을 다룬 책들이 비판과 주장에 치우쳤다면, 이 책은 위에 말한 정책들처럼 독자들도 충분히 접했을 재정의 핫 이슈를 조목조목 풀어준다. 그리고 우리 재정의 변화상과 미래에 놓인 걸림돌을 짚어주어 재정에 대한 독자들의 눈높이를 끌어올려준다.
정치부터 경제까지, 개인부터 국가까지
재정을 이해하는 입체적이고 촘촘한 설명
재정은 경제활동인 동시에 정치, 행정, 사회가 맞물려 움직이는 복잡한 과정의 결과물이다. 경제학과 행정학, 정책학을 두루 전공한 저자는 어느 한쪽 학문 영역에 치우치지 않고 다양한 분야에서 적절한 비유와 설명, 개념을 끌어와 재정 문제를 입체적으로 다루고 있다. 또한 개인의 세금부터 지방재정, 국가재정, 세계 각국의 재정 문제로 범위를 넓혀가며 재정에 관한 다양한 차원의 주제들을 놓치지 않고 꼼꼼하게 다루어 한 권으로 재정의 개념과 흐름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를테면 ‘국회’와 ‘예산’이라는 말을 한꺼번에 들으면 저절로 ‘날치기’를 떠올리기 십상이다. 예산안을 날치기 통과시키는 다수 당은 예산을 제멋대로 주무를 수 있을까? 행정부가 짠 예산안이 국회에서 수정되는 비율은 전체 예산의 1% 이하다. 그럼 국회가 예산에 미치는 영향도 그만큼일까? 아니다. 국회가 재정에 미치는 영향력은 막강하다. 국회가 결정한 정책과 국회에서 제정된 법은 재정 수입과 지출을 규정한다. 특히 복지 관련 지출은 대부분 입법을 통해 결정된다. 기초노령연금급여, 영유아보육지원 등 우리가 기억할 만한 최근 복지 사업들은 모두 관련 법안이 국회에서 만들어졌기 때문에 시행되는 사업이다.
시장은 이른바 ‘보이지 않는 손’이 수요와 공급을 결정한다면 가격기구가 작동하지 않는 정부 사업은 정치인, 공무원, 정책 대상자라는 세 집단의 이해관계에 따라 정책이 결정된다. 특히 비용을 다수가 부담하고 혜택은 소수에게 돌아가는 정책은 정치권과 정책으로 혜택을 보게 될 소수의 이해관계가 맞물려 재정 낭비를 불러오는 경우가 많다. 이를 ‘고객정치’라고 부른다.
예를 들어 정책으로 인한 혜택은 1천억 원인데 비용은 1조 원이 들고, 혜택을 보는 사람은 1만 명인데 비용 부담자(납세자)는 2천만 명인 지방 공항을 짓는다고 하자. 혜택을 보는 사람은 1인당 1000만 원 이득이고 비용을 부담하는 사람은 1인당 5만 원씩 지출한다. 납세자 입장에서는 세금이 어디에 쓰이는지조차 알기 어렵다. 하지만 혜택을 보는 사람들은 동질성이 강하므로 정책 채택을 위해 공동으로 노력할 유인이 크다. 저자는 개발 사업이 남발되는 이유가 바로 이런 고객정치라는 이해관계와 비용과 혜택이 불일치하는 정부 사업의 특성이 결합된 결과라고 지적한다.
“더 많은 복지가 필요해!” “내 돈은 안 돼!”
재정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복지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013년 트렌드 중 하나로 눔프(Not Out Of My Pocket) 현상을 꼽았다. 복지서비스가 증가하고 이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세대 간 갈등이 빚어지리란 전망이다. 산업구조가 서비스업 중심으로 바뀌면서 질 낮은 일자리가 증가하고 저출산 고령화가 자리 잡은 한국 사회에서 재정, 특히 복지의 역할은 매우 중요해지고 있다. 워킹 푸어, 하우스 푸어, 렌트 푸어, 노인 빈곤, 격차 사회 등 해결해야 할 문제는 산적한 반면 재원은 빈약하다. 저자는 2050년에는 복지지출이 GDP 대비 21%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막대한 재원이 필요하다.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책은 복지 재원을 늘려야 한다는 섣부를 주장을 앞세우는 대신 수직적ㆍ수평적 공평성과 효율성이라는 조세의 원칙부터 우리나라 세금의 구조, 인구변화와 산업구조 변화 등을 차례로 접근하며 우리 재정의 상황과 재원 확충의 필요성을 이해시켜준다.
유리 지갑이라는 말만 들으면 소득세를 탈탈 털리는 듯한 직장인들도 각종 소득공제 덕에 실제 소득세율은 낮다. 대기업도 다양한 혜택 덕에 중소기업보다 법인세율이 낮다. 다른 분야 예산을 줄여 복지 예산을 늘리는 일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개인들이 가장 큰 부담을 느끼는 주택, 의료, 교육이 바로 복지 재원으로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공공재들이다, 주지 않을 사람에게 혜택을 주는 오류보다 받아야 할 사람에게 주지 못하는 오류가 더 크다, GDP 대비 21%는 OECD 국가들의 2007년 평균치보다 적다…….
흥미로운 논리 실험, 추려서 제시한 각종 통계와 지표들, 세금의 의의와 바람직한 분배 상태를 둘러싼 다양한 논리 등은 그 자체를 읽는 것만으로도 시장에만 치우쳤던 경제학의 다른 한 축을 알아가는 지적인 충족을 줄 것이다. 더불어 개인적인 문제로만 여겼던 세금 문제를 분배와 정의, 미래의 지속가능성의 차원에서 이해할 수 있는 폭넓은 시야를 틔워주는 동시에 재정을 이해하는 균형 잡힌 시각을 마련해줄 것이다.
문제는 경제다. 특히 재정이 문제다
우리 재정의 현재 상황과 미래의 걸림돌은?
국가채무-대외채무, 부채-채무, 조세-사회보험, 국세-지방세 등 재정의 용어들은 헷갈리게 마련이고 그 혼란이 재정을 이해하는 데 걸림돌이 되곤 한다. 이를테면 그리스, 이탈리아 등의 재정위기와 미국의 재정절벽, 일본 국가채무 등은 저마다 원인도 다르고 그래서 해법도 다른 문제들이다. 이를 나랏빚이 늘어난다고만 이해한다면 당장 위기감이 들고 재정지출에 거부감이 들게 마련이다. 저자는 각 국가의 재정위기 원인을 분석하면서 우리나라와는 어떻게 다르고, 이 국가들의 재정 상황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차분하게 들려준다.
무엇보다 재정위기를 겪는 해외 소식을 접할 때마다 자연스레 ‘우리나라는 안전한가?’ 하는 의문이 들 것이다. IMF 외환위기를 혹독하게 치렀으니 남의 일처럼 여겨지지 않기 때문이다. 2011년 말 기준으로 420조 원인 우리나라 국가채무 규모는 감당할 만한 수준이라고 말한다. 그렇다고 앞으로도 안전하지만은 않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한다. 공기업 부채와 공적연금 지출 때문이다.
공기업 부채는 국가채무에 포함되지 않는다. 하지만 공기업이 빚을 지는 이유는 ‘공공적’ 성격이 큰 사업을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토지주택공사 부채만 2011년 기준 130조 원이다. 참여정부와 이명박 정부 때 공공주택 건설, 세종시, 혁신도시 등 각종 국책 사업을 ‘정부를 대신해서’ 수행했기 때문에 늘어난 빚이다. 그러니 공기업이 부실화되면 정부가 공적연금을 투입해서라도 방어해야 한다.
또 공무원과 군인 연금으로 정부가 지급할 의무가 있는 금액(연금충당부채)과 국민연금 지출도 재정에 큰 부담을 불러오는 아킬레스건이다. 현재 기준에서 연금 지출 총액을 가늠하는 것보다는 매년 얼마나 발생하는지를 추정하고 이를 공백 없이 지급하기 위한 재원을 마련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재원이 필요하다면 이에 대한 국민들의 동의를 얻는 일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작가정보
저자 김태일은 1964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 경제학과와 행정대학원을 졸업하고, 카네기멜론 대학교에서 정책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고려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주로 공공경제학과 복지정책 등을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있다. 재정과 복지, 정부의 역할에 관한 다수의 논문을 썼다. 또한 2001년부터 시민단체‘함께하는시민행동’예산감시위원회 운영위원, 2010년부터 ‘좋은예산센터’ 소장을 맡아 재정전문가로서 재정을 연구하고 가르치는 일뿐 아니라 시민운동가로서 재정에 대한 시민의 이해와 참여를 높이는 데 힘을 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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