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은 호수로 가 잠든다
2011년 06월 10일 출간
국내도서 : 2009년 06월 1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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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97889011738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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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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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찾아서>는 노새를 부리던 당숙의 양자로 들어가게 된 어린 시절의 기억을 그리면서, 현재에도 치유되지 못한 갈등과 화해의 예감을 담아내었다. <시동에서>는 더 이상 갈 곳 없는 시동의 해동여관 투숙자들이 지닌 저마다의 사연을 들려준다. <강릉 가는 옛길>은 유년의 아픈 기억을 안고 있는 고향과의 화해를 그리고 있다.
<은비령>은 시간이 멈춘 은비령에서 마음의 소금 짐 대신 별을 담아오는 여행길을 풀어놓는다. 이 작품으로 인해 강원도에는 '은비령'이라는 고갯길이 생겼다고 한다. <매듭을 이은 자리>는 거역할 수 없었던 전근대적 신앙을 극복하며 과거와 화해하는 현재를, <영혼은 호수로 가 잠든다>는 친구의 죽음을 둘러싼 의문이 낳은 신비로운 인연을 그리고 있다.
시동에서 ....... 53
강릉 가는 옛길 ....... 117
은비령 ....... 201
매듭을 이은 자리 ....... 305
영혼은 호수로 가 잠든다 ....... 331
작가의 말 ....... 357
쓸쓸할 만큼 아름다운 정경 안에 수놓은 삶의 신비로운 무늬
이루지 못한 약속, 애틋한 그리움의 흔적, 아득한 예감, 아련한 향수…
애잔한 상처의 기억을 보듬는 치유의 여행 안에서 조우하는 영원성
「말을 찾아서」「시동에서」「강릉 가는 옛길」「은비령」
「매듭을 이은 자리」「영혼은 호수로 가 잠든다」
▣ 동인문학상, 현대문학상, 이효석문학상 수상작가 이순원 대표 단편 6편 수록
표제작 「영혼은 호수로 가 잠든다」를 비롯해 이순원 대표 단편 「은비령」, 「말을 찾아서」, 「강릉 가는 옛길」, 「매듭을 이은 자리」 총 6편의 단편을 실었다. 이 소설집은 봉평, 시동, 강릉, 은비령, 위촌, 경포를 따라 정감 어린 추억들을 잔잔히 담아내면서 애잔히 유영한다. 가는 길마다 쓸쓸할 만큼 아름다운 정경 안에서, 상처의 기억을 보듬는 작가의 문학 여정이 펼쳐져 있다. 그 길에는 이루지 못한 약속, 애틋한 그리움의 흔적, 아득한 예감, 아련한 향수 등이 스며들어 있기 때문이다.
「말을 찾아서」는 노새를 부리던 당숙의 양자로 들어가게 된 어린 시절로의 시간 여행을 통해 현재에도 치유되지 못한 갈등과 화해의 예감을 풀어놓고 있으며, 「시동에서」는 더 이상 갈 곳 없는 시동의 해동여관 투숙자들을 통해 상처 입은 풍경을 그려내었고, 「강릉 가는 옛길」은 옛 은사의 부음과 함께 되새김질 된 유년의 아픈 기억을 안고 있는 고향과의 화해를 담고 있으며, 「은비령」은 시간이 멈춰버린 은비령에서 마음의 소금 짐 대신 별을 담아 오는 여행길을 아릿하게 펼쳐놓는다. 「매듭을 이은 자리」는 거역할 수 없었던 전근대적 신앙을 극복하며 새로운 세대의 장을 열어주고, 「영혼은 호수로 가 잠든다」는 친구의 죽음을 둘러싼 의문이 낳은 신비로운 인연을 통해 깊은 여운을 남겨 준다.
▣ 아득한 기억 저편, 아픈 상처의 길에서 만난 유년 시절과의 화해
「말을 찾아서」에서 “나”는 정초부터 말[馬] 꿈을 꾸고 나서, 수시로 떠오르는 말고기와 말 생각으로 배 속과 머릿속이 편하지 못하던 중 봉평에 대한 글을 써달라는 후배의 원고 청탁을 받는다. 그러나 나는 봉평과 함께 연상되는 노새 “은별”과 그를 부리던 “아부제”에 대한 불편한 마음으로 인해 글쓰기를 망설인다.
나는 국민학교 4학년 때, 어른들 사이에서 자식 없는 작은집의 양자로 결정되었다. 당시 나는 노새를 부리는 당숙과 그가 애지중지하는 노새 은별을 무척이나 창피하게 여겼는데 “노새집 양재 새끼”라는 말이 가장 심한 욕으로 들릴 정도였다. 어린 마음에 사람들 앞에서 당숙이 주는 용돈을 당숙 앞에 던져버린 후, 당숙은 한동안 술에 절어 생활하다 집을 나가 들어오지 않았다. 당숙이 봉평의 산판장에서 살림을 차렸다는 소문이 돌자 집안 어른들과 당숙모의 염려 속에 홀로 당숙을 찾으러 간 나는, 당숙을 보는 순간 마음 한구석이 풀어지면서 당숙을 “아부제”라고 부르게 된다. 어린 소년이 내미는 화해의 손길이었다. 그런 나를 뿌듯해하며 다른 이들에게 자신의 아들이 찾아왔다고 자랑하는 아부제(당숙)과 함께 노새를 끌고 봉평에서 집으로 돌아온다.
“언제는 정 붙일 아들이 없어 돌아다닌다더니?”
“아들이 없기는, 내가 노새나? 아들이 없게. 애비 산에 가서 안 온다고 이렇게 여게까지 데리러 오는 아들이 있는데. 자, 이제 나는 아들하구 떠나네. 해 져서 선선할 때 떠나야지, 짐승을 끌구 가는 기…….” (p.47)
그러나 나는 중3이 되어 노새가 생을 마감할 때까지 아부제가 끌던 노새 은별과는 화해하지 못했다. 학비며, 교복이며, 시계며, 자신이 누렸던 모든 것이 노새의 등에서 나왔음에도 나는 노새를 받아들이지 못했던 것이다. 아부제에게는 그저 동물이 아니었던 노새였지만, 어린 수호에게는 “태어나기로도 암말과 수나귀 사이에서 온갖 핍박 속에 오직 무거운 짐과 먼 길을 걷기 위해 생식력도 없는 큰 자지만 달고 나온” 노새였으며, 그런 노새를 끌고 일을 하는 노새 애비인 아부제가 그와 동일시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유년 시절의 노새에 대한 심리적 모멸감과 그로 인해 해소되지 못한 내면의 갈등이, 노새를 끝내 마음으로부터 받아들이지 못한 것처럼 마음 한구석 어딘가에서는 아부제를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했던 것인지도 모른다는 죄책감과 함께 어른이 된 지금도 내가 말[馬]에 대해서 자유로울 수 없게 만들었던 것이다.
결국 나는 노새와 아부제와 겹쳐지는 봉평에 관한 글을 쓰지 못한다. 그러나 나는 언젠가 “그의 슬픈 생애”에 대해 제대로 글을 쓸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다린다. 봉평은, 아부제와 함께 노새 은별을 끌고 봉평에서 집으로 돌아오던 밤길은 “달이 없어도 별이 좋은 밤”이었고, 아부제의 입에서 풍기는 술 냄새도 “싫지 않”은 길이었기 때문이다.
▣ 쓸쓸한 정
작가정보

1957년 강릉 출생. 1985년 《강원일보》 신춘문예에 「소」 당선. 1988년 「낮달」로 《문학사상》 신인상 당선. 1996년 「수색, 어머니 가슴속으로 흐르는 무늬」로 제27회 동인문학상 수상. 1997년 「은비령」으로 제42회 현대문학상 수상. 2000년 「아비의 잠」으로 제1회 이효석문학상 수상. 『그대 정동진에 가면』으로 제5회 한무숙문학상 수상. 2006년 『얘들아 단오가자』로 제1회 허균문학작가상, 「푸른 모래의 시간」으로 제2회 남촌문학상을 수상.
창작집으로 『첫눈』, 『그 여름의 꽃게』, 『얼굴』, 『말을 찾아서』, 『그가 걸음을 멈추었을 때』 등이 있고, 장편소설 『압구정동엔 비상구가 없다』, 『수색, 그 물빛 무늬』, 『아들과 함께 걷는 길』, 『순수』, 『첫사랑』, 『19세』, 『나무』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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