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마와라시
2021년 07월 28일 출간
국내도서 : 2021년 07월 19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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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9791191803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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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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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여름 소설에 기대하는 모든 것!
모든 것이 당연한 듯 변해가는 시절, 사라지는 것들을 향한 그리움은 그저 구시대의 산물일 뿐인 걸까? 한겨울에도 흰 원피스에 밀짚모자, 손에는 잠자리채를 든 채 곧 허물어질 낡은 건물을 맴도는 소녀의 정체는 무엇일까? ‘노스탤지어의 마법사’로 불리는 작가 온다 리쿠는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감정들을 오싹한 서스펜스와 미스터리의 그릇에 담아 독자 앞에 내놓는다. 별개의 이야기들이 하나로 합쳐지는 결말의 상쾌함과 가슴 저미는 감동까지 맛보고 나면 우리가 여름 소설에 기대하는 모든 것이 이 한 권에 담겨 있음에 감탄하게 된다.
《스키마와라시》는 온다 리쿠의 일본 내 인기를 반영하듯 2018년 3월부터 주고쿠신문, 마이니치신문, 주오신보 등 무려 19개 신문사에서 동시에 연재를 시작하여 1여 년에 걸친 연재기간 내내 큰 인기를 끌었다. 단행본으로 내달라는 독자들의 요청 또한 연일 쇄도했다. 2020년 8월 일본에서 단행본으로 출간된 이후에는 북리뷰사이트 ‘북로그’에서 1위에 오르기도 했다.
2장 벽 색깔에 대해, 돌아온 찻종에 대해…027
3장 지로에 대해, 발견에 대해…057
4장 치즈케이크에 대해, N마치에 대해…099
5장 라쿠고 CD에 대해, 터널에 대해…147
6장 대중목욕탕에 대해, 도란에 대해…175
7장 언덕 너머에 대해, 노란색 테이프에 대해…213
8장 풍경 소인에 대해, ‘느슨함’에 대해…245
9장 형이 만난 것에 대해, 그 반응에 대해…275
10장 ‘다이고’에 대해, ‘하나코’에 대해…315
11장 준비에 대해, 다른 한 마리에 대해…365
12장 문을 찾는 것에 대해, 소방서에 대해…419
13장 잠깐 들러가는 길에 대해, 세상에서 부르는 이름에 대해…463
14장 모두에 대해, 우리에 대해…487
“그런데 동창회에서 이런 말을 들었어. ‘너, 여자 형제 있지 않냐’고. 그 녀석, 내가 머리가 긴 여자아이와 걷고 있어서 나에게 누구냐고 물었더니 내가 혈연 관계라고 대답했대. 나는 전혀 기억 안 나는데.”
“뭐라고?”
그때 형 목소리가 이상해서 엉겁결에 컵을 싱크대에 떨어뜨리고 말았다.
뒤돌아본 나는 형과 눈이 똑바로 마주쳤다.
그런 표정은 처음 보았다.
형 얼굴은 다소 새파래진 채 눈빛이 매우 진지했다.
(중략)
“그거 언제 일이래?”
형은 자신의 표정 때문에 내가 동요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는지 작게 헛기침을 했다. 슬쩍 눈길을 피하며 그렇게 물었다.
나는 블랙홀에서 빠져나오는 동시에 데자뷔를 본 듯했다. 형이 내가 그 녀석에게 물은 것과 똑같은 질문을 입에 담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중학교 올라가기 전이랬어.”
그렇게 대답하자 형이 허공을 바라보았다.
“그 아이, 몇 살 정도래?”
또 데자뷔.
“나와 비슷한 또래로 보였대.”
흠.
형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 표정은 형이 무언가를 떠올릴 때의 얼굴이다. 영상 기억을 가진 형이 기억 한구석에서 어떤 ‘그림’을 꺼낼 때의 얼굴.
그리고 그때 형은 확실히 무언가를 떠올렸다.
_p.20~21
“모두가 사실이라고 공유하면 그 녀석은 존재했던 것이 돼.”
그때 나는 왠지 모르게 소름이 끼쳤다.
갑자기 눈앞에 동창생이 목격했다는 머리 긴 중학생 정도의 여자아이가 불쑥 솟아오른 느낌이 들어서다.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가늘고 긴 팔다리.
그것은 방금 전에 내가 상상한 벽장 아랫단에서 무릎을 끌어안고 앉아 있던 아이의 팔다리였다.
지금 막 벽장에서 나온 것일까? 원피스 같은 옷의 옷자락을 잡아당겨 주름을 펴고 엉덩이를 툭툭 턴다.
이 아이는 누구지?
나는 제자리에 꼼짝도 못 한 채 보일 리 없는 그 아이, 하지만 그곳에 있는 아이를 보았다.
“장난이야.”
형이 웃으며 목을 움츠렸다.
“동생아, 농담이야, 농담. 지금 내가 꾸며낸 이야기야. 스키마와라시라는 단어도 내가 만들었어.”
형은 그렇게 말하고는 손질하던 문고리를 가지고 부엌에서 휙 나갔다.
하지만 나는 그 자리에서 움직일 수 없었다.
그때 우리는 형이 만들어낸 ‘스키마와라시’가 앞으로 우리 앞에 나타날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_p.25~26
“여름옷인 이유는 뭐로 할래?”
“그러게. 요즘 세상에 철거되는 오래된 빌딩은 고속 성장기 때 연달아 세워진 건물이지. 이른바 일본의 여름이라고 불리던 시대야. 여름 시대의 상징이니까 여름옷을 입고 있다고 하면 어떨까?”
“오, 좋네. 당시 일본은 젊었어. 시대는 뜨거웠지. 항상 여름이었던 거야.”
나는 형 얼굴을 보았다.
그때 형은 또다시 무언가를 떠올리려는 표정이었지만, 과연 찾던 것이 떠올랐는지는 알 수 없다.
“있지, 뭐 하나 물어봐도 돼?”
갑자기 지금 막 생각났다는 듯한 얼굴로 형이 고다마 씨를 보았다.
“뭔데?”
‘빌딩와라시’로 이야기꽃을 피우던 세 사람의 시선이 형을 향했다.
“고다마 씨, 현지에 간 적 있어? 그 빌딩, 타일을 쓴 부분이 있었어?”
뜻밖의 질문에 세 사람은 어리둥절해 하고 나는 흠칫했다.
‘역시 그걸 묻나요, 형님.’
내심 복잡한 기분이었다. ‘이제야 물었다’라는 안도와 ‘이런, 안 물어도 되는데’라는 낙담이 딱 반반이다. 하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는 형이 이 화제에 참가했을 때부터 그 질문을 할 거라고 알고 있었다.
_p.49~50
확실히 말해서 나는 패닉에 빠졌다.
실제로 많은 시간이 흐르지는 않았다.
남녀의 모습은 순식간에 초점이 맞아 또렷해졌지만, 이윽고 또 쓱 멀어져 흐릿해지고 녹듯이 사라지고 말았다.
그러니 이미 ‘현실’로 돌아왔을 터였고 나는 어두컴컴한 빌딩 한구석에 서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음에도 오히려 돌아가기 싫다고, 돌아왔다는 사실을 깨닫기 싫다고 생각했다.
평소라면 그럴 리가 없었다.
미련이 남아 벽의 타일을 끈질기게 어루만지며 다시 한번 ‘그것’이 일어나지 않을까 계속 빌었다. 이런 일은 처음이었다. ‘그것’은 처음 만졌을 때만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
내가 하는 행동이 이상하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것은 지
“기억 속, 틈새로 스며드는 거야.
모두 기억을 공유하면 그 아이는 존재했던 것이 돼.”
골동품점을 운영하는 형 다로와 동생 산타. 산타는 밤에는 골동품점 구석에 작은 바를 열고 손님을 맞는다. 어느 날 그 바에 골동품 업자들이 모여 기이한 이야기를 나눈다. 오래된 건물의 철거 현장에 나타나는 소녀가 있다는 것이다. 평소 이성적인 다로는 동네 꼬마들이 숨어들어온 것 아니겠냐고 치부하지만, 이 이야기에는 반전이 있다. 초겨울의 날씨 속에서도 소녀는 늘 얇은 여름 원피스에 밀짚모자 차림이었다. 다로와 산타는 그 소녀에게 기억의 틈새에 존재한다는 의미로 ‘스키마와라시’라는 이름을 붙여주지만, 이내 그 일을 잊는다.
한편 산타는 한 가지 비밀을 간직하고 있다. 오래된 물건을 만지면 그 물건이 간직한 기억이 보인다는 것. 하지만 정작 자신의 기억은 흐릿해서 어렸을 때의 일은 제대로 기억하지 못한다. 어느 날 동창회에서 만난 친구가 “너, 여자 형제 있지 않았어?” 하고 묻자 산타는 건드리면 안 되는 무언가를 건드린 듯 오싹함을 느낀다.
철거되는 건물들, 흰 원피스를 입은 소녀, 그리고 비밀을 품은 형제. 뿔뿔이 흩어져 있던 기억과 이야기가 하나로 연결되는 순간 크나큰 감동의 파도가 밀려온다.
고도 성장기 시대에 세워져 어느덧 낡고 허물어가는 건물들
시대의 종막에 바치는 온다 리쿠의 노스탤지어
“요즘 세상에 철거되는 오래된 빌딩은 고속 성장기 때 연달아 세워진 건물이지. 이른바 일본의 여름이라고 불리던 시대야. 여름 시대의 상징이니까 여름옷을 입고 있다고 하면 어떨까?”
《스키마와라시》에서 주인공들은 낡은 건물을 철거할 때 나타나는 소녀가 왜 하필 여름옷을 입고 있을까, 하고 궁금해하며 위와 같은 나름의 결론을 내놓는다. 1960년대 고도 성장기의 일본은 젊었고 뜨거웠으며 희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 여름옷을 입고 나풀나풀 뛰어다니는 소녀처럼 말이다.
하지만 시간은 흘러갔고 위용을 뽐내던 화려한 건물들도 하나둘씩 철거된다. 한 시대가 끝난 것이다. 도쿄올림픽이 열린 해인 1964년에 태어나 고도 성장기와 함께 자랐으며, 어른이 되어서는 자연재해와 기나긴 경제 불황 속의 일본을 겪어낸 작가 온다 리쿠. 《스키마와라시》는 온다 리쿠가 일본의 어제에 고하는 작별인사이기도 하다.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주제이지만 무겁게만 표현한다면 타고난 이야기꾼 온다 리쿠가 아닐 것이다. 소설 전반에 흐르는 오싹함은 쉬이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한다. 주인공 형제의 골동품점은 옛이야기를 담기에 맞춤한 배경이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신비한 소녀는 오싹함과 그리움을 동시에 자아낸다.
작가 데뷔 28년 만에 시도하는 새로운 도전
& 온다 리쿠 ‘취향의 집대성’
“난 (중략) 여자가 남성을 화자로 설정하여 쓴 ‘나는’ 하고 시작하는 일인칭 소설이 너무너무 싫어요. 거의 증오한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에요.”_《삼월은 붉은 구렁을》
1997년에 출간된 《삼월은 붉은 구렁을》에서 온다 리쿠는 등장인물의 입을 빌려 남성 주인공의 1인칭 소설에 대해 이렇게 밝힌 적이 있다. 그랬던 그가 데뷔 28년 만에 처음으로 남성 화자의 1인칭 소설인 《스키마와라시》를 쓰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 답은 소설의 주제 의식과도 연결된다. 시대가 바뀌었으니 자신도 바뀌어야 한다는 것.
《스키마와라시》에는 근대건축부터 예술, 골동품, 오래된 커피숍, 도시의 다운사이징 등 온다 리쿠만의 취향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작품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미스터리, 서스펜스, 판타지, 가족소설 등 장르마저 집대성하여 ‘온다 리쿠 월드의 정점’을 보여주는 듯하다. 실제로 온다 리쿠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히기도 했다. “제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을 모조리 집어넣어 총력전이라는 느낌으로 썼습니다.” 《스키마와라시》는 온다 리쿠를 처음 만나는 독자에게 다양한 장르를 풍성하게 맛보는 온다 리쿠 입문서가 될 것이고, 오랜 팬에게는 28년 작가 인생의 ‘총력전’을 만나는 기쁨을 선사할 것이다.
작가정보
1964년 일본 미야기 현에서 태어나 와세다 대학교 교육학부를 졸업했다. 1991년 제3회 일본판타지노벨대상 최종 후보에 오른 《여섯 번째 사요코》로 문단에 데뷔했다. 2005년 《밤의 피크닉》으로 제26회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상 신인상과 제2회 서점대상을 수상했고, 2006년 《유지니아》로 제59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 2007년 《호텔 정원에서 생긴 일》로 제20회 야마모토 슈고로상, 2017년에는 《꿀벌과 천둥》으로 제156회 나오키상과 제14회 서점대상을 동시에 수상했다. 일본에서 가장 대중성이 높고 권위 있는 나오키상과 서점대상의 동시 수상은 온다 리쿠가 사상 처음이다.
인간의 원초적인 상실감과 그리움을 일깨우는 묘사로 ‘노스탤지어의 마법사’라 불린다. 미스터리, SF, 호러, 청춘소설, 음악소설 등 장르를 넘나들며 매혹적인 이야기로 독자를 사로잡고 있다.
2020년에 발표된 신작 《스키마와라시》는 오래된 건물을 허무는 곳에 나타나는 신비한 소녀를 통해 옛 시대와 새 시대가 교차하는 오늘을 살아가는 이들의 불안을 특유의 향수 어린 시선으로 담아내어, 독자들로부터 이 작품이 바로 온다 리쿠 ‘노스탤지어 문학의 정점’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피아노 전공. 소설을 좋아한다. 우연히 일본 소설을 접하고 독특함에 반해 숨어 있는 보석 같은 작품을 찾고자 번역을 시작했다. ‘전달’이라는 연주자와 번역가의 공통점에 흥미를 느껴 일본어와 한국어의 어울림 화음을 찾으려 노력 중이다. 옮긴 책으로 《시즈카 할머니에게 맡겨 줘》, 《시즈카 할머니와 휠체어 탐정》, 《호무라 탐정의 사건 수첩》(공역)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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