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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과 칼

시대의 질문에 답하는 두 가지 방식
임해성 지음
안타레스

2020년 07월 27일 출간

종이책 : 2020년 07월 28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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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상품 정보
파일 정보 epub (31.10MB)
ISBN 9791196950132
쪽수 3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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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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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과 동양, 하나의 질문을 향한 두 개의 답
‘말’과 ‘칼’, 무엇으로 나의 삶을 열어갈 것인가?
니콜로 마키아벨리의 ‘말’과 오다 노부나가의 ‘칼’이라는 두 가지 상징을 통해 인류 역사가 중세의 굴레를 벗어나 근세로 나아갈 수 있었던 원동력이 무엇이었는지 살피는 책이다. 아울러 마키아벨리와 노부나가를 비교 서술한 최초의 저작이다. 이들은 각자 역사의 전환기 격동의 시대 한복판을 살았고, 각자 유럽과 일본의 근세를 여는 데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자신을 둘러싼 세계를 관찰해 의문을 품었으며, 그 해답을 얻고자 세상에 없던 생각으로 스스로의 삶을 열어나갔다. 또한 두 사람 모두 현대에 들어 재평가와 재조명을 받고 있는 인물들이다.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라는 하나의 질문에 ‘말’과 ‘칼’이라는 다른 방식,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낡은 생각과 관습을 파괴하겠다”는 같은 목적으로 그 해답을 구하고자 했던 마키아벨리와 노부나가의 이야기는, 21세기 제4차 산업혁명의 거센 물결을 헤쳐 나가는 현대인들이 귀감으로 삼기에 충분하다. 더욱이 동서양을 비교해가며 하나의 공통된 주제로 접근해나가는 일은 언제나 흥미롭다. 우리가 정서적 유대감을 갖고 있는 쪽(동양)의 이해를 근저에 두고 태생적으로 경험할 수 없는 다른 쪽(서양)을 끌고 들어와 ‘교집합’을 만든 뒤 그것을 통해 또 다른 ‘융합’을 시도하는 작업은 즐겁고 유용하다.
마키아벨리와 노부나가가 그 시대에 어떤 질문을 던졌고, 그 답을 찾기 위해 무엇을 과제로 삼았으며, 그 과제를 달성하고자 어떻게 행동했는지 들여다봄으로써, 물리적 시공간을 넘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주목해야 할 삶의 가치를 되새길 수 있을 것이다.
서막_같은 질문에 관한 두 가지 대답

제1막_새 시대를 여는 방식
제1장_쇼군의 죽음
제2장_흑인 무사 야스케
제3장_신밧드의 모험
제4장_르네상스의 환각

제2막_마키아벨리의 말, 노부나가의 칼
제5장_분열된 제국
제6장_천황은 어디에
제7장_마키아벨리의 눈물
제8장_삶과 죽음의 문명
제9장_무너진 꿈, 살아난 희망
제10장_힘으로 품은 천하

제3막_말과 칼의 변주곡
제11장_재주 없음을 비웃다
제12장_재주 많음을 비웃다
제13장_운명과 역량

종막_세상에 없는 생각과 스스로의 삶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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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스케는 노부나가를 자주 알현한 경험이 있는 오르간티노를 통해 당시의 기본적인 예의를 익혔다. 그는 머리를 가능한 한 낮게 숙이고 무릎을 꿇은 채 기어서 앞으로 나왔다. 노부나가는 자리에서 일어나 이 기묘한 인물을 한참을 들여다보다가 일어나라고 말했다.
그러자 야스케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190센티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몸이 공간을 가로에서 세로로 갈랐다. 극도의 불안과 긴장이 그의 온몸을 감쌌다. 그도 그럴 것이 어떤 행동을 할지 알 수 없기로 유명한 이 무장의 화를 돋우기라도 하는 날에는 그야말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랐다. 노부나가는 그에게 상반신을 벗으라고 명령했다. 야스케의 검은 피부는 만지거나 비벼도 떨어지지 않았다. 정말로 피부가 검은 인종이라는 것을 확인한 노부나가는 자식들을 불러 이 희귀한 인물을 보여줬다.
---pp. 50-51 「제2장: 흑인 무사 야스케」 중에서

1559년 이후 과학적 성취와 새로운 지식이 출현할 때마다 약화되는 종교의 위상을 지키고자 한 처절했던 몸부림이 바로 이 금서 목록이다. 심지어 성서도 금서였다. 일찍이 1229년 발렌시아 공의회에서 성서를 가톨릭 사제 외에는 읽는 것을 금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금서 목록은 다른 한편으로는 금서 지정에도 불구하고 끝끝내 이를 돌파해낸 서양의 지성이 누구이며, 교양인이 읽어야 할 책이 무엇인지를 확인해주는 목록이기도 했다.
어쨌든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마키아벨리즘이 기만과 사악함 그리고 위선을 뜻한다면, 적어도 그런 의미에서 마키아벨리는 절대로 마키아벨리주의자가 아니었다. 무엇보다 그는 마키아벨리주의자로서의 삶을 사는 데 실패했다. 그렇다면 그의 진짜 모습은 어땠을까?
---p. 97 「제5장: 분열된 제국」 중에서

유럽과 일본을 겹쳐놓고 그 역사를 들여다보면 고대에서 중세를 거쳐 근세로 나아가는 과정이 매우 비슷하다. 고대 사회에는 수많은 귀족 가문들이 있었다. 그중에서 가장 유력한 가문은 황실에 편입하거나 보좌하면서 권력을 유지했고, 귀족 간의 수많은 암투와 전쟁이 고대 사회를 이끌어갔다. 그렇기에 황제는 중앙집권 체제를 유지하고자 애썼으며, 유력 귀족 가문은 황제를 돕거나 아니면 반기를 들면서 역사를 전개해나갔다.
그런데 어느 순간 역사의 중심이 바뀐다. 중세에 이르자 황실과 귀족의 주도가 아니라, 황제를 능가하는 무사 세력이 주도하는 사회가 된다. 지금까지는 황제나 귀족들이 기르는 개 취급을 받고 살던 무사들이 이제는 자신들이 기존 세력보다 강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권력의 전면에 나선다.
하지만 절대 권력을 대체할 강력한 권력이 등장하기 전에 절대 권력이 무너지자 영토는 분열된다. 그러자 전체를 아우를 역량은 부족하나 통합은 막을 수 있었던 영주와 무사(기사)가 상하 간의 쌍무적 계약 관계를 맺어 봉건적 질서가 자리 잡게 된다.
---pp. 117-118 「제6장: 천황은 어디에」 중에서

마키아벨리는 장차 자신이 쓰게 될 《군주론》의 핵심을 체사레 보르자를 통해 보게 된다. 《군주론》은 체사레의 행동을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었던 1502~1503년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냉혹한 현실 인식과 그에 기반을 둔 정치공학에 대한 주장을 위해 어떤 이름이 필요했다면 마키아벨리는 아마도 ‘마키아벨리즘’이 아니라 ‘체사레즘’이라고 불렀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군주론》만을 갖고 마키아벨리를 이해하는 것은 옅고 무모하다. 《군주론》은 마키아벨리를 비추는 거울이 아니라 체사레 보르자를 비추는 거울이기 때문이다.
---pp. 152-153 「제7장: 마키아벨리의 눈물」 중에서

새로운 기술의 출현은 효율의 문제로만 세상을 바라보던 기존 지도층에게 충격일 수밖에 없다. 총의 등장은 검과 활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사용할 것인가 하는 기존의 고민을 무력화시킨다. 돌로 싸우던 부족이 청동기를 든 부족에 의해 사라져간 것과 마찬가지다. 새로운 기술의 출현은 경쟁자들을 완전히 다른 게임의 규칙 속에서 다룰 수 있는 시공간을 만들어낸다. 기술은 복제가 이뤄지지 않는 동안에는 분명한 경쟁 우위의 원천이 된다.
조총의 충격이 일본에 전해진 것은 오다 노부나가가 열 살이 되던 해인 1543년의 일이었다. 그러나 조선의 판단이 그랬듯 새롭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었다. 당시 조총의 화력은 썩 강력하지는 않았다. 게다가 불을 붙여 격발하고 재장전하는 데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다. 유효 사거리 또한 짧아서 활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매우 비쌌다.
---p. 165 「제8장: 삶과 죽음의 문명」 중에서

마키아벨리는 “인간은 자신의 자유의지로 자초한 상처나 그 밖의 병에 대해 타인의 손으로 가해진 것만큼 고통을 느끼지 않는다”고 말한 바 있다. 바로 그 방식대로 마키아벨리는 모든 것을 자신의 탓으로 돌리는 작업에 착수한다. 어쨌든 그가 메디치 가문의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다름 아닌 자신의 탓이기 때문이라는 인식은 ‘포르투나(fortuna, 운명)’와 ‘비르투(virtu, 역량)’의 관계를 역전시킨다.
《군주론》의 마지막 제26장에서 로렌초 2세 데 메디치를 구원자로 선언하는 과감하면서도 절절한 결론은 바로 전 장인 제25장에서 ‘운명’과 ‘역량’의 관계에 대해 언급한 그의 정치철학으로부터 도출된 것이다. 생사여탈권을 가진 메디치 가문의 결정에 ‘맡기는(운명)’ 것이 아니라, 시대와 상황에 맞게 자신의 성격을 ‘변화시키는(역량)’ 것이 가능하다면, 그런 사람은 항상 성공할 것이라고 믿었던 그대로 그는 행동한다. 우리는 마키아벨리 삶에서 가장 어두운 시기에 극단적 낙관론자인 마키아벨리와 비로소 만나게 된다.
---p. 202 「제9장: 무너진 꿈, 살아난 희망」 중에서

노부나가는 전국 시대 다이묘들 중 가톨릭을 적극적으로 지원한 인물이었다. 그는 불교 세력을 견제하고 서구 문물을 받아들이기 위해 자신의 영지에 교회를 세우도록 승인하고 지원했다. 상상력을 좀 더 보태 임진왜란보다 더 이전에 노부나가가 전국 시대를 끝냈다면 우리는 선교사를 앞세운 포르투갈이나 에스파냐 군대의 극동 출현을 보고야 말았을 것이다. 에스파냐가 남아메리카의 아즈텍(Aztec) 문명은 1521년, 잉카(Inca) 제국은 1532년에 멸망시켰고, 포르투갈의 경우 중국의 마카오 영토를 조차(租借)한 때가 1557년이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어쨌든 실제 역사의 흐름을 보면 도요토미 히데요시와 그 뒤를 이은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오다 노부나가의 정신세계를 이해하지 못했고, 안으로만 파고드는 쇄국 정책으로 당시 급성장하던 가톨릭 세력을 거세게 탄압했다.
---p. 239 「제10장: 힘으로 품은 천하」 중에서

세상을, 시대를, 상대를, 자신을
변화시키는 두 가지 삶의 무기
세상에 없는 생각과 스스로의 삶을 위한 이야기

이 책의 저자는 세계 역사의 한 지점에 주목한다. 다름 아닌 중세에서 근세로 전환하던 시기다. 인류가 원시 공산제, 고대 노예제, 중세 봉건제, 근세와 근대 자본주의 단계를 밟아 사회주의를 거쳐 공산주의 사회로 나아가리라는 마르크스주의자들의 믿음은 한국사와 중국사를 비롯한 대부분의 역사에서 관철되지 않았다. 그런데 유독 유럽과 일본만 비슷한 역사적 궤적을 밟았다. 이 탐구 과정에서 저자는 유럽의 역사가 중세에서 근세로 이동하는 중간 지점과 일본이 중세에서 근세로 넘어가는 중간 지점을 살았던 두 인물을 재발견했다. 바로 ‘니콜로 마키아벨리(Niccol? Machiavelli)’와 ‘오다 노부나가(織田信長)’다.

니콜로 마키아벨리
1469년 5월 3일~1527년 6월 21일

오다 노부나가
1534년 6월 23일~1582년 6월 21일

-마키아벨리의 ‘말’ vs. 노부나가의 ‘칼’
이 책의 제목인 ‘말(words)’과 ‘칼(sword)’은 서양의 ‘니콜로 마키아벨리’와 동양의 ‘오다 노부나가’를 은유하는 단어이자, ‘시대의 질문에 답하는 두 가지 방식’을 상징하는 키워드다. 흥미롭게도 ‘6월 21일’이라는 같은 날에 죽은 이들 두 사람은 15세기와 16세기의 연결선상에서 살아간 인물들이며, 같은 질문에 관해 각기 다른 대답, 즉 ‘말’과 ‘칼’이라는 방식으로 시대적 과제에 묻고 답하고자 노력했다. 이들은 인류 역사가 중세에서 근세로 전환하던 격동의 시대 한복판을 살았고, 각자 유럽과 일본의 근세를 여는 데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저자는 마키아벨리와 노부나가를 통해 역사에서 또 다시 동서양이 ‘공통적 대안’을 모색하는 시기가 있었음을 발견했다. 급격한 중앙집권화와 그에 따른 사회적·경제적 변화, 전쟁과 폭력의 시대를 거치면서 야기된 악순환의 고리에서 벗어나기 ‘새로운 시대’를 열기 위해 두 사람이 찾아낸 공통적 대안은 과거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됐다는 사실에 집중했다. 그 대안은 자기 내면으로 향하는 구심력이 아니라 자신의 외부 세계에 대한 적극적 참여와 개입 그리고 주도적 역할로 모순을 스스로 극복하고자 하는 원심력이었다. 이 두 사람은 자신들을 둘러싼 세계를 관찰했고, 의문을 품었으며, 그 해답을 얻고자 세상에 없던 생각으로 스스로의 삶을 열어나갔다.
한편으로 역사는 역설적인 모습도 보여주는데, 훗날 ‘암흑의 중세’로 평가받으며 왕권을 넘어선 교권의 전횡으로 침체됐던 유럽과, ‘전국 시대’라는 미명 아래 왕권을 넘어선 무사들의 싸움으로 어지러웠던 일본과 달리, 세계의 중심과 그 변경으로서 또 다른 역사의 흐름을 이끈 ‘중국’과 ‘조선’은 15세기 후반부터 16세기에 이르는 동안 침체의 길을 걷는다. 그러나 오히려 유럽과 일본은 이 시기에 웅비를 시작해 새로운 시대, 즉 중세에서 근세로의 전환을 이루게 된다. 중국과 조선과는 완전히 다른 궤적을 그렸던 것이다.
저자는 이 책 《말과 칼》에서 이 반전의 드라마를 생생하고 명쾌하게 정리하고 있다. 그 시작은 중국 명나라 영락제(永樂帝) 때 펼쳐진 정화(鄭和)의 대규모 해외 원정이다. 이를 심도 깊게 다룬다. 유럽이 ‘르네상스’를 기점으로 중세를 끝내고 근세로 전환하는 데 큰 변수로 작용해서다. 저자는 정화의 원정과 그 직후의 쇄국이 ‘잠에서 깨어나는’ 유럽과 ‘겨울잠에 들어가는’ 중국의 모습에 그대로 투영됐다고 설명한다. 정화가 어떻게 《아라비안 나이트》 ‘신밧드의 모험’의 신밧드가 됐는지에 관한 흥미진진한 설(說)도 소개한다. 그런 다음 동로마 제국 멸망 후 분열된 유럽 대륙을 ‘중세의 균열’이라는 관점에서 서술한다. 그렇게 이야기는 서양과 동양의 두 인물로 연결된다. 유럽 역사가 근세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등장한 중앙집권국가들의 패권 경쟁에 이탈리아가 뒤처지지 않도록 하고자 니콜로 마키아벨리가 혼신의 힘을 기울여 써내려간 ‘말’을 파헤친다. 또한 마찬가지로 전국 시대의 혼란을 끝장내고 일본의 근세를 엶과 동시에 새로운 중앙집권국가를 세우기 위해 오다 노부나가가 목숨 걸고 휘두른 ‘칼’을 추적한다.

-달라진 ‘양상’, 변함없는 ‘본질’
역사적 사실로만 바라보면 살아생전 마키아벨리의 ‘말’과 노부나가의 ‘칼’은 모두 실패했다. 《군주론》으로 대표되는 마키아벨리의 ‘말’은 그가 그토록 귀기울여주기를 바랐던 메디치 가문으로부터 외면당했으며, 전국 통일을 눈앞에 둘 때까지 힘차게 휘둘러졌던 노부나가의 ‘칼’은 결국 배신자의 칼끝으로 돌아와 그를 몰락시켰다. 그 뿐만 아니라 이들의 이름은 모두 후대에 불한당의 대명사가 됐다.
저자는 르네 지라르(Rene Girard)의 ‘희생양 메커니즘’을 인용해 이들 두 사람이 ‘모방적 욕망’에 의한 희생양이라고 분석한다. 지라르에 따르면 인간의 갈등은 서로간의 ‘다름’이 아닌 ‘같음’ 때문에 일어난다. 다른 것을 보고 다르다고 하는 것이 아니라, 같은 것을 보고 다르다고 한다는 것이다. ‘같은’ 욕망을 위해 ‘모방적’ 경쟁을 벌일 때 ‘갈등’이 발생한다. 서로를 닮게 만드는 동시에 갈등을 유발한다. 욕망에 대한 모방은 경쟁심을 낳고 그 경쟁심은 또 다시 모방을 낳는다. 이런 식으로 갈등과 폭력이 점차 격화되면 공동체에 위기가 찾아온다. 그러면 공동체는 그 위기를 초래한 책임과 비난을 하나의 대상에게 떠넘김으로써 공동체의 통합을 꾀한다. 이때 폭력이 집중되는 하나의 대상, 그것이 바로 ‘희생양’이다.
저자는 마키아벨리와 노부나가가 자신들이 살았던 시대와 후대 사람들의 ‘모방적 욕망’에 의한 ‘희생양’이었다고 설명한다. 두 사람을 그런 이미지로 만든 주도 세력은 ‘교황’과 ‘천황’이었으며, 이른바 당대의 ‘대제사장’에 의해 희생양이 된 것이다. 아직 중세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 그 시대의 가치 판단 기준을 넘어서버린 이들은 집단으로부터 악마화됐다.
여기서 저자는 질문을 던진다. 오늘날은 어떤가. 이성과 합리성이 지배하는 현대에는 더 이상 희생양이 없을까? 피를 보지 않을 뿐 누군가가 차별받고 배제되고 억압당하는 경우는 현재에도 계속되고 있다. 때로는 집단적 히스테리에 사로잡힌 다수가 소수를 향해 분노와 폭력을 분출한다. 나와 정치적 견해가 다르면 적대하는 사회적 분위기도 팽배하다. 여전히 희생양 메커니즘이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마키아벨리와 노부나가가 좋은 수단만으로는 결코 좋은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는 냉혹한 현실을 명확히 인식했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그런데 당시 이들이 처했던 현실과 오늘날을 비교해봐도 별반 나아진 게 없어 보인다. 지금도 우리는 ‘경제’라는 전쟁과 ‘기업’이라는 사회에서 ‘전략’과 ‘전술’이라는 군사 용어를 그대로 사용하며 살아남기 위해 애쓴다. ‘양상’이 달라졌을 뿐 ‘본질’은 같다. 우리가 인식해야 할 현실도 동일한 것이다. 현재에도 공동체의 위기 상황이라고 할 수 있는 내부의 긴장이나 분쟁이 폭발 직전에 있다고 해도 틀린 관점은 아닐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우리의 현실이 마키아벨리와 노부나가를 재조명하게 만들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되새겨야 할 삶의 가치를 위하여
저자는 전제적 왕권이든, 종교적 권위든, 집단적 압박이든 간에 외부로부터의 압력에는 ‘말’과 ‘칼’을 따로 또 함께 사용하며 맞서면 된다고 역설한다. 외부 세계와의 싸움에는 ‘말’도 수단이요 ‘칼’도 수단이기에 ‘말’로 싸울 수도 있고 ‘칼’로 싸울 수도 있다. 이 책에서 묘사하는 마키아벨리의 ‘말’과 노부나가의 ‘칼’은 글자 그대로의 말과 칼이 아니다. 세상을, 시대를, 상대를, 스스로를 바꾸고 변화시키는 두 가지 ‘삶의 무기’다.
동양과 서양의 사고방식과 세계관을 이야기할 때 흔히 동양은 ‘순환적’이고 서양은 ‘직선적’이라는 식으로 설명해왔다. 사물을 바라보는 방식의 차이가 크기 때문에 마치 ‘물’과 ‘기름’처럼 서로 융합되기 어렵다는 관점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세계화의 물결 속에 동서양의 문화가 빠르게 뒤섞이고 정치적·경제적으로 한 배를 타게 되면서 그 ‘정신적 이질감’은 희석됐다. 더욱이 동서양을 비교해가며 하나의 공통된 주제로 접근해나가는 일은 언제나 흥미롭다. 우리가 정서적 유대감을 갖고 있는 쪽(동양)의 이해를 근저에 두고 태생적으로 경험할 수 없는 다른 쪽(서양)을 끌고 들어와 ‘교집합’을 만든 뒤 그것을 통해 또 다른 ‘융합’을 시도하는 작업은 즐겁고 유용하다.
이 책은 그와 같은 작업의 일환으로 쓰였다.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라는 시대의 질문에 ‘말’과 ‘칼’이라는 다른 방식,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낡은 생각과 관습을 파괴하겠다”는 같은 목적으로 그 해답을 구하고자 했던 마키아벨리와 노부나가의 이야기는, 21세기 제4차 산업혁명의 거센 물결을 헤쳐 나가는 현대인들이 귀감으로 삼기에 충분하다. 역사는 ‘데자뷰’를 제공한다. 세계사 평행 이론처럼 역사의 시간과 공간의 다른 지점에서 같은 문제들을 반복적으로 제기하는 듯 보인다. 저자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마키아벨리와 노부나가가 죽음의 저편에 서서 살아있는 우리들에게 이렇게 속삭이고 있을지 모르겠다고.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고.
마키아벨리와 노부나가가 그 시대에 어떤 질문을 던졌고, 그 답을 찾기 위해 무엇을 과제로 삼았으며, 그 과제를 달성하고자 어떻게 행동했는지 들여다봄으로써, 물리적 시공간을 넘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주목해야 할 삶의 가치를 되새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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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저자(글) 임해성

林海星
글로벌비지니스컨설팅(Global Business Consulting, GBC) 대표이사. 인덕대학교 교수 역임. 한국능률협회와 한국능률협회컨설팅을 거쳐 GBC에 이르기까지 25년 넘게 경영 컨설턴트로 활동하면서 해외 우수 기업의 선진화된 경영 도구와 혁신 사례를 국내에 전파하고 있다. 《토요티즘》《남자라면 오다 노부나가처럼》《도요타 VS. 도요타》《워크 스마트》 등의 책을 펴내 경영혁신, 인문학적 소양, 리더십에 관한 통찰력을 나누고, 《빵과 서커스》《위험한 일본 경제의 미래》《내가 하는 일 가슴 설레는 일》《세계 1%의 철학 수업》《회사의 목적은 이익이 아니다》《인공지능이 바꾸는 미래 비즈니스》《세상에 읽지 못할 책은 없다》《전략의 본질》《퍼실리테이션 테크닉 65》 등을 우리말로 옮겨 경영전략, 조직문화, 제4차 산업혁명 등에 필요한 지식과 노하우를 전달해왔다. 이 책 《말과 칼》은 저자의 인문 분야 저술 활동의 연장선상에서 과거 역사 속 인물과 사건을 타산지석과 반면교사 삼아 오늘의 지혜로 재조명한 결과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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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
    말과 칼
    시대의 질문에 답하는 두 가지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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