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눈은 모든 것을 덮는다
2020년 09월 17일 출간
종이책 : 2020년 09월 23일 출간
- eBook 상품 정보
- 파일 정보 ePUB (11.63MB)
- ISBN 9791196757380
- 쪽수 30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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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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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연약한 사람은 내게 너무나 컸다”
2. 무장공비와 군대 그리고 심장귀신_16
3. 이번에는 올챙이 왕자_41
4. 쥐불놀이_55
5. 나의 거짓말_72
6. 사월초파일_82
7. 다시 아버지와_90
8. 할머니가 없는 시절_99
9. 코끼리산_111
10. 고향에서의 시절_119
11. 할머니의 기억_139
12. 덴과의 두 번째 만남_147
13. 석류나무와 나의 결심_156
14. 할머니와 남겨진 이들_174
15. 개인사채_182
16. 그저 삶_196
17. 나는 여전히 두려운 나약한 사람_242
18. 다시 코끼리산으로_256
19. 동이 트고 봄이 온다_268
20. 유일한 시간_276
21. 쇄빙선_299
* 작가의 말
이 겨울 동안만이라도 ‘내가 하지 말았어야 했고, 지금도 후회하는 그 모든 죄를 내려놓아도 된다’고 속삭이듯 내린다. 과거의 후회는 덮이고 그 위로 결백한 눈이 쌓인다. _p.8
눈도 코도 입도 없는 벽돌 같은 모양을 한 심장귀신이 내 손을 잡고 있는 그림일기. 호두나무 가지에 앉아있는 명확한 두 명. 두 명이라고 해야 하는 걸까? 그 부분을 아버지가 펼치더니 불같이 화를 내며 찢어냈다. _p.29
“막내야, 우리는 심장이 뛰는 사람이지? 여기에는 빨갛고 뜨거운 피가 흐른다. 저들과는 다른 것이 있다면 우리는 뜨거운 피가 흐르는 사람이라는 거다.” _p.52
화염 속의 공작새로 다시 태어난 것 같은 우아한 활개를 하며 도저히 생명이 없는 것이라고는 생각이 들지 않는 타오르는 붉은 생명력이 내 눈동자에 활활 타오르고 있다. _p.61
“우리 막내는 아직 깃털도 안 난 병아리 같다. 그래도 언니는 이제 중닭은 된다. 할미가 빨리 나아서 올 때까지 고개 숙이지 말고 땅을 보지 말고 당당하게 걸어야 한다.”_p.92
그래도 나는 내가 아무리 두렵고 나이가 어렸어도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그 말을 해야만 했다는 것을 안다. _p.98
나는 그 어떤 사람이 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어떤 누군가가 되기를 원하는 것이 아닌 나 자신만 아니고자 하는 사람으로 자랐다. _p.144
나는 사랑하는 사람이 숨기려는 것이 그 사람을 아프게 하는 일이라면 덮어주고 싶었다. 모르는 척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꺼낼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는 것도 그 사람을 지켜주는 것이라 믿었다. _p.215
쉽게 말할 수 없는, 그렇지 않은 일들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사실 거의 모든 감정을 지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_p.233
그렇다고 목 놓아 울어본 적도 없이 시간은 지나간다. 울어야 할 때 실컷 울지 못한 사람은 나중에 운다._p.252
위험한 불로 장난을 치면서도 어른들의 보호를 받기에 불안해하지 않고 저 멀리 별들의 파편을 내뿜을 수 있게 하는 것이 지구의 자전보다 더 중요한 일이기도 한 것이다. _p.263
“할머니. 할머니, 제가요. 제가 언니의 딸과 아들이 자라는 걸 볼 수 있을까요. 조카를 안아주고 재워주고 사랑해주고요. 제가 할 수 있을까요.” 망설임 없이 곧바로 채워지는 인자한 목소리, “막내야, 못할 것도 없다.” _p.267
어린 새는 힘 있게 날아오른다. 마치 알을 깨고 나온 순간부터 날 수 있었던 것처럼. _p.270
영화 러브레터의 첫 장면처럼 지면과 고개를 평행으로 하고 눈을 그대로 맞았다. 처음의 간지러움을 조금 이겨내자 주변은 조용해지고 눈의 감촉만이 생생했다. 이것이 내 고향, 강릉다운 눈이었다. _p.273
그 실낱같은 희망이 나를 그렇게 만들었다. 그건 단지 미래였다. 확실한 행복을 품지는 못했어도 불행하지는 않을 것 같은 미래. 그 정도의 희망에 나는 또 넘어갈 만큼 또 나약하고 비겁한 선택을 한 것이다. _p.287
확실히 내 발끝까지 뜨거운 피를 보내며 심장은 뛰고 있었지만 이 심장이 정말 나를 위해 뛰는 것인지 궁금해졌다. 이런 나를 위해서도 뛰고 싶은 것일까. 내 의지를 싣지 않은 뜨거운 혈액이 온몸에 퍼지고 있었다. _p.297
나는 눈이 내렸으면 했다. 그래서 이 먼 한강 길을 걸었다. 오늘 이 시간, 단 한 번만 눈이 내려줬으면. 그래서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이 세상과 함께 고요하게 나를 덮어주기를. _p.303
“찬란했던 시절에 대한 향수”
“현재의 비극을 이겨내도록 하는 것은 결국 사랑, 사람”
“흰 눈은 당신의 모든 것을 덮어 줄 것이다”
흔히들 말하는 ‘국딩세대‘는 그 당시만의 추억과 감성이 있다. 쥐불놀이를 하며 환영의 불꽃을 보던 어린 시절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게는, 당시의 어린 자신들을 떠올리게 할 것이다. 우리가 과거를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과거 속에서의 나 자신을 그리워하기 때문이 아닐까? 쥐불놀이, 상인들의 잔치였던 운동회, 수박 서리, 개울가 빨래, 간첩신고, 뒷동산 눈썰매장, 얼굴만 아는 동네 사람이 아이들의 밥을 넉넉한 인심으로 챙겨주던 시대는 이미 지나버렸고, 훨씬 좋은 세상이 되었지만 우리는 여전히 그 시절이 좋았다고, 그리워하며 산다.
소설 속 주인공도 국민 학교 세대를 보냈다. 80년대 생들에게, 과거를 추억하는 사람들에게, 시골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들에게 공감될 만한 이야기이다. 고향을 떠나 서울에서 정착하게 된 주인공은 여러 사건으로 두 번의 극단적인 선택을 마주한다. 자살시도자 10명 중 8명은 충동적인 자살을 시도하며 14세기 무렵에야 인간이 중심이 되는 르네상스 시대에 이르러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개인에 대한 다방면의 분석이 이루어졌다고 한다. 역사와 함께한 오래된 분석과 예방책에도 불구하고,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의 사회에서 10대 청소년 자살, 처지비관, 빈곤자살, 더 세부적인 명명이 늘어가기만 할 뿐, 자살률이 해마다 증가하는 것은 역설적이다.
주인공의 경우처럼 상실감과 무기력에 빠져들었을 때, 누구든 도움을 청하며 다시 하루를 더 살아갈 힘을 얻기를 빈다. 극단적인 선택들은 그 순간의 기분 좋은 바람으로도 없었던 일이 될 수 있다. 맛있는 음식도, 늦은 오후까지 낮잠을 자는 것도, 여행을 가는 것도, 좋은 사람들과의 대화로도 없었던 일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사랑하는 가족과 좋은 사람들이 우리 인생에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된다. 이 책이 그런 요소가 되기를 바란다. 흰 눈은 당신의 그 모든 것을 덮어 줄 것이다.
작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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