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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에 대해 이야기해봅시다, 진지하게

화장실과 하수도의 세계로 떠나는 인문 탐사 여행
로즈 조지 지음 | 하인해 옮김
카라칼

2020년 01월 20일 출간

종이책 : 2019년 12월 3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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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상품 정보
파일 정보 ePUB (10.09MB)
ISBN 9791196591335
쪽수 48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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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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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몰랐던 분변과 화장실의 세계, 그 깊고도 흥미로운 이야기!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 물을 내리면 그걸로 모든 게 끝인 걸까? 방금 전 우리 몸에서 나온 그것은 어디로 흘러가 어떤 운명을 맞게 될까? 저널리스트 로즈 조지가 이러한 의문을 품고 분변의 세계를 향해 집요하고도 흥미진진한 여정을 시작했다. 『똥에 대해 이야기해봅시다, 진지하게』는 런던과 뉴욕의 하수도부터 일본의 변기 회사, 남아공의 재래식 변소, 중국의 공중화장실, 미국의 하수처리장을 거쳐 인도의 슬럼가에 이르기까지, 세계 곳곳의 위생 현장을 직접 찾아가 사람들을 만나고 실무를 경험하고 분변과 화장실에 얽힌 역사와 문화, 현실의 문제를 두루 탐구한 결과를 담고 있다.

저자는 이 과정에서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발견했다. 분변은 생각보다 훨씬 더 우리 삶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으며, 그렇기에 이 주제에 관한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죽음이나 섹스가 더 이상 터부시되지 않는 지금, 인간의 배설물만큼은 여전히 사회적 금기로 여겨진다. 그러나 한 위생운동가의 말처럼, 똥에 대해 솔직하지 않으면 위생 문제를 논할 수 없고 화장실을 빼놓고선 인류의 평안을 기대할 수 없다. 우리가 지금 당장 똥에 대해 이야기해야 하는 이유다. 그것도 매우 진지하게.
서문. 우리가 외면해온 그것에 관한 이야기

1장. 지하 세계를 걷는 사람들
영국×미국

2장. 미래형 변기의 도래
일본×미국

3장. 위생운동가들이 살아가는 법
남아프리카공화국

4장. 누구의 손에 오물을 묻힐 것인가
인도

5장. 분뇨의 힘
중국

6장. 화장실은 인권이다
중국×영국

7장. 슬러지를 바라보는 두 개의 시선
미국

8장. 새로운 배변 생활을 꿈꾸며
인도×방글라데시

9장. 가난한 도시의 비극
탄자니아×인도

10장. 우리 앞엔 어떤 미래가 기다리고 있는가

감사의 말

찾아보기

토토가 일본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에는 광고와 마케팅뿐 아니라 ‘기지 오부츠(유사 배설물)’도 있었다. 일본 토토 직원들은 기지 오부츠가 ‘토토의 핵심 열쇠’라고 말하면서, 제조법은 기밀이지만 주재료는 된장이라고 알려줬다. 미소 된장은 치열한 변기 업계의 경쟁에서 토토가 승리하기 위한 비장의 무기다. 변기 수압을 시험하려면 일종의 매개 물질, 즉 매질이 필요하다. 변기 물이 내려가는 과정은 카오스에 가깝다. 내용물이 마구 소용돌이치다가 하나의 작은 구멍으로 빨려 들어간다. 시험 매질의 부력과 밀도가 배설물의 그것과 비슷할수록 우수한 제품을 만들 수 있다. - p. 106

샴파벤이라는 여성을 만났다. 그는 매일 아침 주인집까지 걸어가 양철 조각 또는 맨손으로 분변을 긁어모아 양동이에 담은 다음, 그것을 머리나 어깨에 이고서 가까운 쓰레기장으로 나른다. 샴파벤이 이 일을 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3000년 동안 이어져 내려온 신분제 때문이다. 분변 수거자들은 어렸을 때부터 수거 일을 했고, 죽을 때까지 할 것이며, 자신의 아이들도 똑같은 일을 할 것이다. […] 하지만 나와 만난 여자들은 당당했다. 쉴 새 없이 이야기했고, 적극적이었으며, 말끔했다. 나는 그들의 겉과 속 모두에서 불결함을 찾아보려고도 했지만, 결코 찾아낼 수 없었다. 분변을 뜨는 데 사용하는 두 개의 양철 조각을 집으려고 몸을 숙일 때에도 그들은 우아하고 아름다웠다. 팔찌가 반짝거리는 두 팔로 양동이를 높이 들어 올리는 모습은 심지어 고혹적이었다. - p. 170~171

전 세계에서 똥에 대해 거부감이 가장 적은 국가는 중국일 것이다. 중국인들은 분변의 가치를 그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 양배추 밭에 분변을 분사하던 그 농부는 인간의 배설물을 천연 비료로 써온 4000년의 전통을 실천했을 뿐이다. 마야 문명을 포함한 다른 고대 문명의 발상지들은 시간이 흐르며 토양이 피폐해 쇠락했지만, 분뇨를 비료로 사용한 중국의 토양은 4000년간의 집약 농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비옥하다. 위생 전문가들은 세계를 ‘분변 혐오 문화’와 ‘분변 애호 문화’로 나눈다. 인도는 전자고(소똥은 예외다), 중국은 의심할 것 없이 후자다. 중국에서 분변은 논밭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분변과 화장실은 1000년 이상 중국 문학의 단골 소재였다. 정부가 운영하는 베이징의 한 서점에 들어갔을 때 나는 ‘화장실 문화’라는 분야명이 붙은 책장에 몇 단에 걸쳐 가득 들어차 있는 책들을 보았다. - p. 204

배변 행위가 타인의 시각과 후각을 자극하지 말아야 하는 은밀한 행위가 된 것은 인구가 증가하고 그에 따른 사회적 변화가 나타나면서부터였다. 도시의 인구 밀도가 높아지자 사적인 공간은 엘리트 계층의 특권이 되었다. 그때만 해도 일반 개인을 위한 위생 시설 같은 건 존재하지 않았다. 비엔나, 파리, 런던, 에든버러 등지에서 대중 위생 시설이란, 커다란 망토를 걸치고 양동이를 들고 다니던 사람을 의미했다. 지나가는 시민들은 그런 사람들에게 돈을 지불한 뒤 양동이를 변기 삼고 망토는 문으로 삼아 볼일을 해결했다. (거리가 하수도와 다를 바 없이 지저분했던 그 시대에, ‘인간 공중화장실’들의 호객 행위는 꽤나 다채롭고 기발했다. 프랑스의 걸어 다니는 화장실은 “누구나 꼭 해야만 하는 일을 두 푼이면 해결할 수 있습니다!”라고 외치며 다녔다.) - p. 240

정말로 이상한 일이다. 인류학자나 사회학자에게 공중화장실만큼 흥미로운 주제가 또 있을까? 인류 사회를 통틀어 사회학적 관점에서 공중화장실에 견줄 만한 대상은 찾아보기 어렵다. 공중화장실은 이 사회에 존재하는 동시에 존재하지 않는 무엇이고, 사람들은 공중화장실을 원하지만 동시에 거의 요구하지 않는다. 공중화장실은 두려움, 혐오, 대화, 단장, 섹스와 같은 인간의 온갖 감정과 행위가 교차하는 공간이며, 대중이 이용하지만 대중의 시선 밖에 머무는 모순된 공간이다. 도피처이자 사교의 공간이면서, 또한 필요의 공간이자 범죄의 공간이기도 하다. - p. 243~244

독일에선 남성이 서서 소변을 볼 때 위생상의 문제가 발생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기 시작했다. 일반적으로 서서 소변을 보는 남성의 물줄기가 변기에 닿으면 눈에는 잘 보이지 않는 미세한 오줌 방울들이 온통 주변으로 튄다. (수세식 좌변기의 뚜껑을 닫지 않고 그냥 물을 내릴 때도 마찬가지다.) 그 오줌 방울에서 수분이 증발하고 나면 소변의 성분이 그대로 들러붙는다. 그래서 때론 벽도 변색시킨다. 독일 사회가 찾은 대안은 남자들도 좌변기에 앉아서 소변을 보는 것이다. 나는 이 흥미로운 사실을 독일인 여자친구를 사귄 남성 친구로부터 들었다. 그의 독일인 여자친구는 좌변기 앞에 서서 소변을 보는 남자친구의 습관을 이상하게 여겼고, 내 친구 역시 여자친구가 왜 자신에게 앉아서 소변을 보라고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둘의 관계는 오래가지 못했고, 이제 내 친구는 아무 거리낌 없이 좌변기 앞에 서서 소변을 본다. 아마도 내 친구는 클라우스 슈베르마의 책 《서서 소변보는 사람들: 남성성의 최후의 보루?》를 소중히 간직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 p. 260~261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아폴로 미션을 위한 분변 봉투를 개발했다. 등에 부착된 분변 봉투를 사용한 뒤 벨크로로 밀봉하여 보관해두는 형태였다. 소변은 우주선 밖으로 내보낼 수 있지만, 대변 덩어리가 통과할 만큼 큰 구멍을 우주선에 뚫는 건 위험하다. “우주선에 구멍이 생기면 우주인의 몸에서 산소가 빠져나가요. 그러면 혈액에 기포가 생기다가 20초가 지나면 사망하죠.” 달에 내린 모든 우주비행사는 밸브가 달린 소변 주머니와 더불어, 패드를 덧댄 반바지처럼 생긴 ‘대변 보관 장치’를 착용하고 있었다. 대변 장치를 실제로 사용한 우주인은 없었지만, 우주 전문가들은 닐 암스트롱과 함께 착륙한 버즈 올드린이 달 위에 서 있는 유명한 사진이 실은 ‘소변보는 버즈’의 사진이라는 것을 안다. - p. 410~411

★ 세계보건기구WHO 선정 필독서 ★
★ 《이코노미스트》 올해의 책 ★
★ 《네이처》 《뉴욕 타임스》 《가디언》 추천 ★
★ 《인체재활용》 메리 로치 강력 추천 ★

우리가 몰랐던 분변과 화장실의 세계,
그 은밀한 주제를 집요하게 파고든 탐사 논픽션

런던의 하수도부터 중국의 공중화장실까지
인류의 가장 다채로운 모습이 담긴 분변의 현장을 탐험하다

굳게 닫힌 문 뒤에서만 일어나고, 입 밖에 꺼낼 때는 조심스러우며, 항상 완곡한 표현 뒤에 숨어 있는 인간의 행위는 무엇일까? 그것은 죽음도 섹스도 아닌 배변, 즉 똥과 오줌을 누는 일이다. 소위 문명화된 현대 사회에서 배변에 관한 언급은 가장 터부시된다. 지극히 일상적이고 기본적인 활동이 오히려 사람들에게 강렬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유별난 대상이 된 것이다. 하지만 정치, 경제, 환경, 문화, 언어 등 대부분의 영역에서 인류의 삶이 분변과 아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영국의 저널리스트 로즈 조지는 이 책을 통해 그 점을 소상히 밝혀낸다.

저자는 배변이야말로 인간의 그 어떤 본성보다 흥미롭고 중요한 연구 대상이라는 점을 깨닫고는 화장실과 하수도의 세계로 뛰어들었다. 그는 여러 분야의 자료를 참고하는 것을 넘어, 세계의 여러 도시들로 날아가 위생 현장에 있는 사람들을 직접 만나고 실무를 경험한다. 런던과 뉴욕에서는 지하 만물상과도 같은 신비로운 하수도를 탐험하고, 일본에서는 양대 변기 회사인 토토와 이낙스를 방문해 위생 산업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엿본다. 중국에서는 독창적인 화장실 문화와 바이오가스의 활용 실태를 체험하고, 인도와 탄자니아에서는 노상 배변을 해결하기 위해 애쓰는 이들을 만나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던 이야기들을 듣는다.

▲ 왜 똥에 대해 이야기해야 하는가

불과 한 세기 전까지만 해도 분변은 인류의 중대한 관심사였다. 많은 이들이 국경과 문화, 종교를 초월해 이 주제에 대해 공개적으로 발언하고 토론했다. 인도의 민족운동가 모한다스 간디는 조국의 독립보다도 국민의 위생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 화장실 문제에 늘 목소리를 높였다. 프로이트는 분변학이 반드시 필요한 학문이며 배설물을 이해하고 알리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소설가 안톤 체호프는 러시아 사할린 섬의 비참한 위생 상태를 열정적으로 기록했고, 러디어드 키플링은 문학보다 하수도에 더 큰 매력을 느낀 나머지 틈날 때마다 배수관에 대해 공부하고 글을 썼다.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는 변기야말로 ‘산업 분야의 가장 아름다운 발명품’이라며 예찬을 마다하지 않았다.

위생과 배변은 현대 인류 문명의 토대를 이루는 데 기여하기도 했다. 현대의 도시를 정의하는 핵심 항목 중 하나는 ‘하수 체계가 갖추어진 도시’다. 인간과 배설물 간의 접촉을 효과적으로 차단한 ‘위생 도시’야말로 현대적인 도시로 인정받는다. 또한 아이를 어엿한 사회 구성원으로 만드는 첫 과정은 다름 아닌 배변 교육이다. 이른바 예의범절의 습득은 유아용 변기로부터 시작된다고도 말할 수 있다. 이렇듯 분변에 대한 태도는 문명의 척도이자 한 사회가 인간을 어떻게 바라보고 다루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사생활의 영역이 점차 확대되면서 배변과 위생이 다른 이슈들에 밀려나 주목받지 못하게 되었을 뿐, 분변은 세계 어느 사회에서나 진지하고 중요하게 다뤄져야 할 주제라는 점을 저자는 강조한다.

▲ 수십 억 삶을 결정짓는 문제

영국의 지리학자 이사벨라 버드 비숍은 1894년 서울을 처음 방문한 뒤 다음과 같은 기록을 남겼다. “한양은 세계에서 베이징 다음으로 가장 더러운 도시다. 거리에는 사람의 분변과 지독한 악취로 가득하다.” 20세기 초까지도 서울 시내는 궁궐을 제외한 사대문 주변이 말 그대로 똥밭이었다. 전쟁 이후에도 크게 달라지진 않았다. 1970년대 중반까지 우리나라의 하수도 보급률은 30~50%에 그쳤다. 그러다 1980년대 들어 하수 설비가 신속하게 갖추어지기 시작했고, 이제는 전국 어딜 가더라도 깨끗한 공중화장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위생 시설을 구축한 사회가 되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세계 약 20억 명은 지금도 최소한의 위생 시설조차 전혀 이용하지 못한다. 그들 대부분은 기찻길 옆이나 숲속에서 대충 볼일을 해결한다. 심지어 여성들은 수치심 때문에 새벽에 일어나 강간이나 뱀에게 물릴 위험을 무릅쓰고 껌껌한 야외에서 숨죽여 용변을 본다. 아이들 역시 고통받는다. 15초마다 어린아이 한 명이 설사병으로 죽는다. 이 중 90퍼센트는 분변으로 오염된 음식이나 물 때문이다. 화장실 부족으로 인한 비위생적인 환경은 전 세계 5세 이하 아동의 사망 원인 2위로 지목된다. 선진국에서는 주로 상한 음식을 먹다가 걸리는 대수롭지 않은 질병이, 위생이 열악한 지역에서는 매년 약 22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다.

게리 루브쿤 하버드대학교 유전학 교수는 화장실이야말로 인간의 수명을 늘리는 절대적 요인이며, 다수의 빈국에서 깨끗한 화장실만 사용할 수 있어도 평균 수명이 약 20년 늘어날 것으로 추정한다. 위생 문제의 해결은 경제적으로도 상당한 이득을 제공하는데, 정부가 적절한 위생 시설을 제공할 시 환자 수 감소로 의료 예산을 아낄 수 있고 이질이나 콜레라 같은 전염성 질병으로 인한 노동력 상실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위생적인 환경에서 사는 사람일수록 청결하고, 건강하며, 부유하다는 것은 이제 상식적인 이야기가 됐다.

▲ 여러모로 흥미로운 공간, 화장실

똥은 사회심리학적으로도 흥미로운 주제다. 그 대표적인 것이 공중화장실과 수세식 변기다. 우리가 집밖에서 가장 사적인 행위를 수행하는 공중화장실은 과연 실제로 사생활을 보호해줄까? 최근에 가본 공중화장실을 떠올려보라. 공공장소에서의 사생활 보호는 21세기 현재에도 플라스틱 재질의 칸막이 하나에만 의존할 뿐이고, ‘청각 사생활’까지 완전히 보호하는 칸막이는 찾아보기 어렵다. 공중화장실에서의 사생활 보호는 ‘보이지 않으면 들리지 않는다’는 가정(사회적 약속)을 바탕으로 한다. 다시 말해, 완전한 사생활 보호를 위해선 자기 최면이 필요한 것이다. 사회학자 어빙 고프먼은 이를 ‘시민적 무관심’이라고 불렀다. 공적인 환경에서 사생활을 보장받으려면 낯선 사람과의 삶을 인내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한편 인류 최고의 발명품도 화장실에 있다. 《포커스》 지가 독자를 대상으로 ‘역대 최고의 발명품’을 꼽도록 한 결과, 그 영예의 1위는 수세식 변기가 차지했다. (2위부터 5위까지는 컴퓨터, 인쇄기, 불, 바퀴였다.) 흥미로운 점은,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변기의 모양이 과거 수세식 변기가 처음 나왔을 때와 거의 다르지 않다는 사실이다. 자동차, 전화기, TV 등 현재 우리가 쓰는 물건 대부분은 수 세대 동안 끊임없이 혁신을 거치며 모습이 바뀌어왔다. 예컨대 전화기를 발명한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은 아이폰iPhone을 결코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변기만큼은 더 새롭고 발전된 제품으로 혁신되지 않는다. 저자는 심지어 1793년 오늘날의 현대식 변기의 기틀을 만든 조지프 브라마가 지금 우리가 쓰는 변기를 보더라도 충분히 고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 상수도만큼 하수도가 중요한 이유

하수도 역시 현대의 수세식 화장실을 가능케 한 인류 최고의 발명 중 하나다. 우리가 사는 도시의 하수도 속으로 들어가 보면 어떤 풍경이 펼쳐질까? 그 지하 세계가 너무도 궁금했던 저자는 런던과 뉴욕의 하수도로 직접 들어가 사람들이 흘려 보낸 배설물의 자취를 쫓기로 했다. 하지만 그가 하수도에서 제일 먼저 목격한 것은 인간의 배설물이 아닌 탐폰과 일회용 컵 등으로 가득한 만물상이었다. 하수도에는 없는 게 없다. 휴지심, 기저귀, 팬티, 휴대폰, 금붕어, 주사기, 수류탄 등 세상 모든 물건이 있다. 값나가는 물건을 찾아다니는 하수도 사냥꾼까지 생길 정도다.

그러나 이같이 하수도에 분변이 아닌 다른 물질이 많을수록 하수 처리는 어려워지고 하수도 작업자의 업무 강도는 높아진다. 환경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대부분의 국가가 운영하는 하수 체계는 수질 환경 보호에 매우 취약하다는 점이 점차 드러나고 있다. 선진국을 포함한 전 세계 하수의 약 90퍼센트가 제대로 정화되지 않은 채 곧장 바다와 강으로 흘러들어 가고 있는 현실은 그 대표적인 예다. 영국, 미국, 캐나다 등의 하수처리장에서조차 우천 시에는 미처리 하수를 호수나 바다로 그냥 흘려 보낸다. 이러한 방류는 불법이 아니다. 저자는 이 같은 상황을 방치하는 우리 사회의 하수 처리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고, 선진국들의 기만적인 위생 조처를 비판적으로 바라본다.

▲ 모두의 관심을 끌 만한 이야기

건축가 알렉산더 키라는 《화장실》이라는 책을 쓰기 위해 캘리포니아 주민 1000여 명을 만나 대화를 나눈 뒤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은 화장실에 관해 이야기를 시작하면 멈출 줄을 몰랐다.” 정말 그렇다. 사람들은 화장실에 대해, 똥에 대해 관심이 없는 것이 아니다. 다만 그것을 진지하게 논의하기 어렵다는, 공개적으로 입에 올려선 안 된다는 편견을 갖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저자는 말한다. 우리가 진정 부끄러워해야 할 것은 똥이나 화장실에 대한 언급이 아니라 오히려 그것을 진지한 대화의 주제로 올리지 못하는 분위기라고 말이다.

이 책은 인간의 배설물이 다방면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며 그것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에 대한 일련의 답변과 함께, 분변과 관련한 공중보건과 위생, 환경 문제가 앞으로 어떻게 다뤄져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생물학부터 인류학까지 다양한 문헌과 연구를 아우르면서도 이론에 침잠하지 않고 현실의 문제들을 끊임없이 조명한다. 저자는 베테랑 기자답게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깊이 있는 취재와 고민을 멈추지 않았고, 그 결과 분변에 대한 인문학적·저널리즘적 접근이 돋보이는 흥미진진한 탐사 논픽션이 탄생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당신에게 똥이란 풍성하고 깊은 이야기를 담은 새로운 단어가 되어 있을 것이다.

북 트레일러

작가정보

저자(글) 로즈 조지

우리 삶의 틈새에 자리한 소외된 주제들에 관심이 많은 저널리스트이자 논픽션 작가. 1994년 미국 시사주간지 〈더 네이션〉에서 기자 생활을 시작했고, 〈가디언〉〈뉴욕 타임스〉〈파이낸셜 타임스〉〈인디펜던트〉 등 다수의 매체에 글을 기고해왔다. 사담 후세인을 수차례 만나 인터뷰했고, 코소보 내전을 취재하기 위해 전선에 뛰어들었다. 옥스퍼드 대학에서 현대언어학 학사 학위를, 펜실베이니아 대학에서 국제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저서로는 그를 세상에 알린 대표작 《똥에 대해 이야기해봅시다, 진지하게》를 비롯해 난민 문제를 다룬 《A Life Removed》, 선박과 해운업계를 들여다본 《Ninety Percent of Everything》, 혈액을 둘러싼 문화와 의료 산업을 조명한 《Nine Pints》 등이 있다.

《똥에 대해 이야기해봅시다, 진지하게》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선정한 필독서 및 〈이코노미스트〉 ‘올해의 책’에 이름을 올렸고 〈뉴욕 타임스〉로부터는 “21세기 최고의 논픽션 중 하나”라는 호평을 받았다. 깊이와 위트, 거침없는 도전 정신을 한꺼번에 녹여내는 로즈 조지 특유의 필력은 저명한 논픽션 작가 메리 로치가 “가장 잊지 못할 책”이라고 격찬할 만큼 작품의 참신함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한편 이 책의 내용을 바탕으로 한 테드TED 강연은 ‘미처 생각해보지 못한 중요한 이야기’라는 평과 함께 분변과 위생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한층 끌어올리는 계기가 되었다. 그는 현재 영국 요크셔에 거주하고 있다.

인하대학교 화학공학부와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에서 공부했고, 졸업 후에는 정부 기관과 법무 법인에서 통번역사로 일했다. 글밥아카데미 수료 후 현재는 바른번역 소속 번역가로 과학과 인문사회 분야의 책을 번역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플라스틱 없는 삶》 《헤어》 《찻잔 속 물리학》 《블록으로 설명하는 입자물리학》 《익숙한 일상의 낯선 양자 물리》 등이 있으며, 계간지 《한국 스켑틱》 번역에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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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
    똥에 대해 이야기해봅시다, 진지하게
    화장실과 하수도의 세계로 떠나는 인문 탐사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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