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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칙한 섹스_슬픈 쾌락주의자의 정직한 엉덩이

시랑 시집
시랑 지음

2018년 03월 14일 출간

국내도서 : 2017년 12월 15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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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11.69MB)
ISBN 9791196243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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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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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로티시즘의 레토릭과 메타포의 발랄한 시어들의 즐거움
'발칙한 섹스_ 슬픈 쾌락주의자의 정직한 엉덩이'

쾌락이라는 단어는 사적전 의미 그대로 '유쾌하고 즐겁다'는 뜻이다. 하지만 쾌락이라는 단어를 듣게 되면 우리는 어떤 느낌을 떠올리는가.

즐거움을 금욕으로 대체하는 사회가 바로 현재의 우리의 삶이 아닐까. 작가는 인터뷰에서 이십 대엔 오르가즘이 뭔지도 모르고 살았다고 말한다. 많은 여자들이 그렇다면, 너무 억울한 거 아니냐며 반문한다.

작가와의 인터뷰 중_

“남자친구들은 있었지만, 그들의 기술만을 탓하고 싶지 않아요. 한참 지나서는 내가 과연 내 몸에 정직했나? 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요. 나는 일반적인 평범한 여성 중의 하나일 뿐인데, 내 몸의 즐거움은 무엇이었던가를 되짚어보며 몸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습니다.“

“드디어 오르가즘이 알게 됐죠. 상대 여성이 처녀이길 은근이 바라는 남자가 아닌, '섹스를 하면서 즐거움을 느끼는 여자가 멋있다” 고 말하는 남자친구를 사귀게 된 이후였어요. 오르가즘이 무엇인지 몰랐을 땐, 포르노에서 여자들이 절정을 느끼는 모습을 보면, 거짓 같았죠. 그 전에도 물론 스킨십은 좋아했어요.“

“제가 몸의 즐거움을 느낀 이후에도 오르가즘을 모르고 사는 친구들이 많았어요. 그렇다면 왜 여자들은 왜 오르가즘을 잘 느끼지 못할까요?”

“여자는 남자처럼 자기의 성적 만족에 특별한 의미를 두지 않아요. 사회가 정숙함을 요하니까 저는 그냥 수동적인 여성상으로 살고 있었을 뿐이에요. 더불어 남자들의 욕망이 더럽다고 생각을 했던 시절도 있었죠.”

“그런 사유들이 모이고 모여, 이번 시집을 발간하기까지 이르렀습니다.”
1.
몰입
고양이 연탄곡
수요와 공급에 관한 보고서
카피카피
섬세한 세공사
안전운행 수칙
마음의 체위
락쉬마나 사원의 모범 동화
바구스 바커스
달걀주의자
나비
요조숙녀의 잠꼬대
프리젠테이션 하는 날
속도
이혼 14년 차
해피 앤딩
손톱깎이
너에게 달린다
숲의 테라피
세탁기 명상
운동회 색전
엉덩이

2.
코카 콜라
백고동
보지
산책로에서
두부 단상
후회를 삼키는 달콤함

고백
시베리아 사랑
자위(自慰)-스스로를 위로하는 시간
필름을 열다
이불
손 위의 달
거절을 판매하지 않는 제과점
지짐이 창가
눈 속을 헤매는 자

3.
K의 직업관
슬픔의 주소
마조히스트의 정직한 파랑
사랑이 꽃 피는 나무
주관식 문제 풀이
첫 번째의 신화
공생충
쇄말주의자의 역설
그러니언 런(grunion run)
수족관 기행
섹시한 것은 강하다
언어의 탄생

시인과의대화 - 성(性), 미학으로 드러낸 시의 확장성

[뿔]

이태원 해밀톤 호텔 환락가 끝 네온이 내려앉는 저녁, 나는 길 위에서 케밥을 먹고 있었다 그때 뉴질랜드 남부에서 여행을 시작한 알파카 사슴 한 마리가 동물들과 함께 천천히 내게 다가왔다 눈이 마주치자 사슴은 내 발밑 비탈진 그늘과 습한 거웃 냄새를 천천히 맡기 시작했다 소란스런 차들의 냄새가 사라지는 골목에서 우리는 짧게 담배를 피우고 난쟁이 흑인의 재즈가 흐르는 작은 바의 문을 두드렸다 사슴은 오렌지 껍질이 들어간 네그로니 두 잔을 주문하고 자신의 스펙을 말하기 시작했다 작은방 창문에 스미는 햇살과 강아지 두 마리, 고양이 한 마리 그리고 작은 화분의 꽃과 살았던 이야기, 도시가스 끊긴 겨울에 1인용 장판에서 숲의 동물들과 잠들었던 얘기도 잊지 않았다 난 큰 뿔이 된 스펙에 눈물이 나 화장실로 달려갔다 양지식물에게 필요한 빛과 정치의 속성을 변기에 앉아 생각해 보았지만 그의 뿔은 자꾸 자라 웅장하고 큰 나무로 성장하고 있었다

사슴의 집이 어디인지 묻지 않았다 그를 덮은 노란 외투의 출처가 궁금했다 유니콘이 되고 싶냐고 묻자 자신은 사슴이라고 대답했다 바를 나와 봄을 연주하는 음표 위를 걸을 때 뿔 같은 성기를 가지고 있는지 궁금해 단단한 엉덩이 사이를 쳐다보았다 조신한 척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와 안부전화를 하자 치마를 올리라 사슴이 히륵히륵 이야기를 했고 그는 내가 사슴씨라고 다정하게 부를 때마다 발기가 되었다고 고백했다 그때 나의 아랫배 밑 검은 수풀이 부드럽게 울창해지고 그의 뿔이 수북한 수풀을 헤집는 환각에 사로잡혔다

며칠 뒤 사슴은 내게 걸어왔을 때처럼 연락 없이 동물들과 뉴질랜드로 떠났다 이태원에서 서성일 때면 골목 어딘가에서 사슴뿔이 나타나는 환영에 사로잡혔다

환락가 귀퉁이에서 그의 뿔 그림자에 시달린 날엔
밤마다 그 큰 뿔이
은밀한 침대 위에서 밤의 굵기처럼 웅장하게 자랐다.

“성인이 되면 섹스를 안 하는 사람이 거의 없는데,
왜 성에 대해 당당하게 말하길 꺼려 할까?"

SNS에 성담론과 자작 시를 게시하던 시랑 시인은, 오프라인 모임에서 만난 독자들의 반응에 놀랐다고 한다. 주변의 시선 때문에 드러내고 지지하진 못하고 있지만, 솔직 과감한 상상이 통쾌하다는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녀는 시집을 준비한지 만 3년인 2017년 겨울, [발칙한 섹스 - 슬픈 쾌락주의자의 정직한 엉덩이] 출간을 위해 펀딩을 시작했다.. 독자들의 반응이 냉랭하다면 발간을 유보할 생각이었지만, 출판 시장의 경직에도 불구하고 열흘이 되기도 전에 시집의 제작비 전액을 충당할 수 있었다. 시랑의 시에 관심을 갖던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그녀는 이번 시집으로 성 담론에 대해 보다 편하게 공론화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남겼다.

“한국 사회는 남녀가 편하게
에로티시즘에 관한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적다.“

그런 까닭에 여성 남성의 마음은 미궁 속이다.

노골적으로 이야기를 풀어보고 싶어 목이 간질간질할 때가 많지만, 우리는 쉽게 자신의 페티시나 취향, 터부에 대해 이야기에 입을 다문다. 상대의 반응에 대해 언제나 조심스럽다.

제대로 자신의 성적인 내밀함을 보인 기회가 드문 탓이겠다. 한남이나 꼴페미라는 양분화로 경직된 사회, 살얼음처럼 조심스러워진 분위기 탓에 에로티시즘의 문화 자체가 한국에선 안타깝게도 드물다.

오히려 그런 분위기가 성의 양극화와 아름다운 성의 왜곡의 심화를 조장하는 듯하지만, 여성의 관점으로 쓰인 도발적이고 솔직한 시어들은 그런 분위기에 약간의 위안을 남긴다.

여성의 여성스러워야 하는 성,
남성의 남성다워야 하는 성이 발랄한 시의 메타포로
처연하며 도발적으로 첫 장부터
에로티시즘 속으로 당혹스럽게 무너뜨린다.

가감 없는 표현, 도발적인 시어로 점철된 시인의 시를 읽어본다면 미래파와는 확연히 다른 레토릭의 직설적인 언어의 놀림에 당혹스러움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렇기에 시를 어렵다고 말했던 독자들이 더더욱 열광한다. 많은 이들이 공감하는 이유는, 분명히 우리는 그것을 가슴으로는 이해하지만 차마 말로 표현하지 못한 까닭일 것이다.

한 장 한 장 넘기며 아쉬운 마음으로 시를 읽다 보면,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듯 통쾌하다. 답답했던 취향을 위로받고 이전에 겪어보지 못한 해방감을 경험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이제까지 없던, 새로운 시의 장르가 개척되었다고 봐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작가정보

저자(글) 시랑

저자 시랑은 성(怯)을 미학적으로 써내려간 시를 SNS에 포스팅하며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2015년 시랑 외 5인이 참여한 동인지 ‘아스팔트 위에 핀 꽃’ 발표. 2016년부터 2017년에는 중앙일보 [7인의 작가전] 소설 연재(가제: 인 더 룸 2018년 출간 예정)

사회 구성인이 타인의 시선에 자유로웠으면 좋겠다는 개인주의를 지향하는 글쓰기를 하고 있다. 여성과 남성의 성적 매커니즘을 새로운 시선으로 해석한다. 새로운 시의 장르, 자신을 ‘야시 쓰는 시인, 시랑‘이라 소개한다.

현재 ‘아스팔트 위에 핀 꽃’ 시 동인으로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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