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모든 것을 합치면 사랑이 되었다
2018년 04월 23일 출간
국내도서 : 2017년 11월 23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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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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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지금 무엇을 옮겨 적고 있는가? 그때 그 시절 당신의 아팠던 마음을 치유해준 문장, 혼자 끙끙 앓던 마음을 알아줬던 문장을 기억하는가? 1994년 겨울, 『너는 눈부시지만 나는 눈물겹다』라는 시집으로 100만 독자에게 응답했던 이정하 시인이 시처럼 단단하고도 따뜻한 90편의 에세이를 한 권의 책에 담아 펴냈다.
1장 사랑이 시작되다
햇살처럼│내가 먼저 고개를 들어야│당신 생각에│허기│너에게 바란다│엇갈리는 사랑│가로등│형벌│융통성 제로│사랑하는 이유│사랑에는 용기가 필요하다│단 하나의 행복│사랑하게 되어 있다│보내기도 전에 사랑은 간다│어딘가에│그리움만으로도│허수아비│단 하나의 사랑│또 하루가 간다
2장 사랑한다는 것은
네가 없이도│사랑한다는 것은│사랑한다 했지만 정작은│함부로 사랑이라 말하지 마라│외면하는 너에게│사랑이 변하는 건가? 사람이 변하는 건가?│내 안에서 이는 바람│당신의 마음을 훔치고 싶다│눈치 백 단│당신이라는 말을 좋아합니다│돌격 앞으로!│사랑은, 그 어둠까지 감싸는 일이다│더 사랑하겠습니다│기도하는 손│그를 위해 기도할 각오 없이│장작│의자 같은 사랑│하염없이 그립습니다
3장 길 위에서
방향감각│바람이 내 등을 떠미네│철저히│여전히 외상인 사랑이여│삶│산다는 것│확신도 없는 길 위에 서 있다│실패와 자책│행복과 행운│들꽃은│내가 세상의 중심│호박꽃이 예쁜 이유?│난 지금 예쁜 꽃이야│부모님의 기도│저 작은 냉이 하나도│나는 소망한다│지금
4장 이별을 베고 그리움을 덮고
여전히│시시각각으로│그대는 사랑했다고 했고 나는 사랑한다고 했습니다│준비된 이별│단풍처럼│삶의 간이역, 청춘│그도 내가 그리웠을까│소유와 자유│새장│괜찮다는 가면│별을 사랑했다│총을 쏘는 심정으로│바람과 잎새│마음의 행방불명│소나기│비가 오는 것인지 우는 것인지│또 비│추억이라 이름 붙인 것들은
5장 마지막이라는 말은
회자정리라는데…│변명│잊는다는 건│안부를 묻다│줄 수 있어 행복합니다│사랑은 그 사람을 살게 한다│마음│당신께 간다│사랑과 현실 속에서│뒷모습│이별보다 먼저 날아가라│간격│눈 오는 날│흔적│자국을 어찌할까│만날 때부터 보내고 있었다│망각│다시 안부를 물으며
당신 생각에
당신도 어렴풋이 아시겠지만
이건 모두 당신 탓이에요.
오늘 난 아무 일도 못 했거든요.
당신 생각이 떠올라서요.
하긴…,
하루 중에서 당신을 떠올리지 않는 시간이
얼마나 될까요?
지는 해가 아름다운 건
이제 곧 볼 수 없기 때문일 거예요.
이렇듯 아름다운 건 내 손에 잡히지 않아요.
그러므로 아름다운 건 주로 슬퍼요.
그랬었군요.
여태껏 나는 잡히지 않는 그것들을 사랑하는군요.
잡히지 않아 아름다운 그것들을.
잡히지 않아 못내 슬픈 당신을.
[1장_사랑이 시작되다] 중에서, 16~17쪽
사랑이 변하는 건가?
사람이 변하는 건가?
동창회 참석을 해달라는 전화에 선뜻 예스라고
대답을 하지 못한 건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죠.
내가 기억하고 있는 친구들의 모습은 궁금했지만
그들이 기억하고 있는 나를 보여줄 자신이
없었다고나 할까.
그땐 나름 인기 최고였으나
10년도 훌쩍 지난 지금에는 걱정이 최고예요.
위로는 그대로고 옆으로만 퍼져 있는 탓에
친구들이 나를 알아보기나 할는지….
아무튼 두 눈 딱 감고 나가기로 한 건
정말 잘한 결정이었어요.
민준이를 만날 수 있었기 때문이죠.
꿈에도 못 잊던 나의 첫사랑.
남자답게 잘생긴 외모는 물론이고 공부면 공부,
운동이면 운동, 못하는 게 없어서 당시 나뿐만 아니라
우리 반 여학생들의 혼을 쏙 빼놓았지요.
6학년 2학기 때 전학 가는 바람에
참 어지간히도 속앓이를 했었는데.
글쎄, 걔가 나온다잖아요.
민준이도 은근 나를 좋아했기에 나는
온갖 멋을 다 부린 후 참석하게 되었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대실망!
그동안 내가 상상해왔던 민준이가 아니라
무슨 옆집 아저씨가 나왔나 싶을 정도였으니.
올챙이처럼 배가 볼록 튀어나온 건 둘째 치고
얘가 여자들에게 얼마나 껄떡대던지
차마 눈 뜨고는 못 볼 지경이었죠.
물론 그쪽도 실망한 건 마찬가지였을 겁니다.
나를 한 번 천천히 훑어보고는
말 한 번 안 붙였으니까.
그런데 말이죠, 아까부터 가만히 나를 지켜보고 있던
훤칠한 그가 내게 뚜벅뚜벅 걸어오는 게 아니겠어요.
두근두근.
“슬기야, 잘 지냈지?”
“누구…?”
“나야 나, 현민이.”
그러자 퍼뜩 떠오르는 한 인물. 그땐 참 지긋지긋했던,
어지간히도 나를 따라다녀 괴롭기 짝이 없던 녀석.
그랬던 그가 이렇게 멋지게 변하다니!
“널 만나면 꼭 전해주고 싶었어.
그땐 정말 미안했다고.”
나는 쓴웃음을 지었어요. 그때의 괴로움이
다시 생각나서가 결코 아닌.
나는 왜 사람 보는 눈이 이렇게도 없을까.
자존심이고 뭐고 나는 얼른 이렇게 말했죠.
“미안하긴. 근데 말이야…
지금도 좀 괴롭혀주면 안 되겠니?”
[2장_사랑한다는 것은] 중에서, 70~73쪽
부모님의 기도
새벽에 잠 깨어 오래전 새벽을 떠올렸습니다.
고등학생이었던 나는, 시를 쓴답시고 배를 깔고 누워
나름 세기의 역작을 쓰기 위해 끙끙거리고 있었는데,
슬그머니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시는
아버지의 기척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추운 겨울날이었습니다.
그렇게 나간 아버지는 한참동안이나 바깥에서
발작과도 같은 거친 기침을 쏟아내고 있었죠.
식구들 잠을 깨우지 않으려고 그러신다는 것을
내가 왜 모르겠습니까.
기침이 나올 때면 어김없이 밖으로 나가시던 아버지.
그때 나는 알았습니다, 내가 쓰는 한 줄의 시가
아버지의 기침소리에 비하면 턱도 없다는 것을.
한겨울 매서운 추위에 떨던 아버지의 기침소리야말로
진정한 한 편의 시라는 것을.
어머니는 자식들 앞에서 눈물을 보입니다.
어떨 땐 소리 내어 울기도 합니다.
그러나 아버지는 결코 그러지 않습니다.
대신 슬그머니 현관을 나서 하늘을 올려다봅니다.
나의 아버지는 돌아가실 때까지
‘정철 영어회화’ 카세트테이프를 달고 살았습니다.
아버지의 유일한 취미가 영어회화 공부였던 것입니다.
그래서 외국에 나가 그동안 공부했던 영어회화를 한 번
써보는 것이 평생의 소원이었습니다.
그러나 나는 보내드리지 못했습니다.
나중에 형편이 좀 더 펴이면… 이라고 생각했던 게
영원히 보내드리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여든을 훌쩍 넘기신 나의 어머니는
일주일에 세 번 투석을 받으십니다.
투석을 받고난 뒤
병원에서 형 집으로 모셔다 드리고 돌아서자면
쉬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그런 제게 어머니는 어서 가라고 손을 휘휘
내저으십니다. 어서 가, 이 에민 뒤돌아보지 말고.
어서 가서 너흰 창창한 세상 살아야지.
명심하세요, 오늘의 우리가 이만큼 사는 것은
결코 내가 잘나서 된 게 아니라는 것을.
그 뒤에는 부모님의 간절한 기도와 눈물이
있었다는 것을.
[3장_길 위에서] 중에서, 137~140쪽
밀리언셀러 『너는 눈부시지만 나는 눈물겹다』의 저자이자
우리 시대 최고의 서정시인 이정하가
사랑 때문에 설레고, 아프고, 외로운 이들에게 전하는 공감의 문장들.
“만나지 못해, 그리하여 볼 수 없고
만질 수 없다는 것은 얼마나 치명적인가.”
“울고 웃고 기대하고 실망하는 건 너로부터다.”
“누구나 사랑을 하면 채우려 들죠.
하지만 비워야 하는 게 사랑이에요.”
시처럼 단단한 한 줄의 단상부터
깨달음을 준 일상의 에피소드까지
아직 써내지 못한 ‘사랑’을 90편의 에세이에 담았다.
밤새워 읽고 옮겨 적던 내 청춘의 문장들
필사(筆寫)가 유행이다. 『성경』과 『논어』부터 명언과 현대시까지 다양하다. 중세시대 수도사나 조선시대 선비들이 직업으로 또는 배움의 방식으로 했다면, 요즘은 주로 ‘힐링’을 위해서다. 한 자 한 자 옮겨 적으며 스트레스를 풀고 위로를 받는단다. 그러고 보면 지금의 중년이 까까머리 시절에도 베껴 썼다. ‘어쩜 이리도 내 맘을 잘 알까?’ 하며 일기장에, 쪽지에, 편지에 정성스레 눌러쓰곤 했다.
당신은 지금 무엇을 옮겨 적고 있는가? 그때 그 시절 당신의 아팠던 마음을 치유해준 문장, 혼자 끙끙 앓던 마음을 알아줬던 문장을 기억하는가? 1994년 겨울, 『너는 눈부시지만 나는 눈물겹다』라는 시집으로 100만 독자에게 응답했던 이정하 시인이 시처럼 단단하고도 따뜻한 90편의 에세이를 한 권의 책에 담아 펴냈다.
달달하고 짠하게 그리고 솔직하게
『이 모든 것을 합치면 사랑이 되었다』에서 이정하는 작가 특유의 문장들에 따뜻한 일러스트를 더해 사랑 때문에 설레고, 아프고, 외로운 마음들을 어루만져준다. 그에게 삶은 곧 글이었으며, 그것의 중심에는 언제나 ‘사랑’이 있었다. 신춘문예로 등단했던 20대, 이른바 대박 났던 30대를 지나 50대 중반인 지금까지 저자는 이래저래 글을 쓰지 못했던 10여 년을 빼고라도 20여 년간 오직 사랑만을 써왔다. 그런 그가 아직 써내지 못한 사랑은 무엇일까?
“스쳐 지나왔으되 결코 스쳐 지나올 수 없는 게 하나 있다면 그것이 바로 사랑이었다. … 어떤 이에게는 한없는 기쁨이지만 또 어떤 이에게는 세상에 다시없는 슬픔인 사랑에 대해 대체 내가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_「작가의 말」에서
사랑이 아니라 사람이 바뀐 걸까. 이정하가 새로 쓴 사랑의 문장들은 지나온 세월만큼이나 여유롭다. 그래서 더욱 솔직하다. 설렘과 아픔, 그리움에 대한 예의 달달하고도 짠한 감성도 여전하지만 반성과 추억, 위트도 심심찮다. 학창시절의 짝사랑, 동창회에서 만난 옛 친구들, 사내연애 에피소드, 한강대교를 건넌 일, 사업에 실패한 친구와의 통화, 아버지의 사랑에 대한 그리움 등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삶과 사랑은 경계가 따로 없고 모두 일상으로 녹아든다.
사랑 앞에서 늘 쩔쩔매는 당신에게 위로와 용기를…
『이 모든 것을 합치면 사랑이 되었다』는 에세이집이라고는 해도 대부분의 글이 예의 이정하 시처럼 짧다. 한 문장 한 문장에 가슴이 먹먹해지기도 저리기도 하다. 저자가 서사와 설명 대신 은유와 압축에 능숙한 이유도 있지만, 무엇보다 근래에 그가 팬들과 소통해온 방식의 영향 때문이다.
‘한때 잘나갔던’ 이정하는 10여 년간 글을 쓰지 않다가 작년부터 다시 글을 쓰고 있다. 온라인상에서 블로그와 SNS를 통해 오래전 그가 쓴 책과 문장이 사진으로 찍히고, 포스팅되고, 공감받는 것을 보고부터다. 그것도 40, 50대의 오랜 팬뿐 아니라 10대인 청소년까지. 이번 신간은 그들로부터 받은 용기 덕분이다.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십대나 40, 50대나 내 맘을 알아주는 문장을 만나면 공감하고 공유하고 싶어지긴 마찬가지다. 오래전 이정하의 시 한 편에 밤을 뒤척였던 독자뿐 아니라 휘발적인 감정 소모에 지친 젊은 세대 모두 이 책을 통해 오래 기억할 ‘사랑의 문장’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작가정보
저자 이정하는 대구에서 태어나 원광대학교 국문학과에 문예특기생으로 입학해 졸업했다. 1987년 《경남신문》과 《대전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면서 문단에 나와, 시집 『너는 눈부시지만 나는 눈물겹다』『그대 굳이 사랑하지 않아도 좋다』『한 사람을 사랑했네』『혼자 사랑한다는 것은』, 산문집 『우리 사는 동안에』『사랑하지 않아야 할 사람을 사랑하고 있다면』『돌아가고 싶은 날들의 풍경』『아직 피어 있습니까, 그 기억』, 장편소설 『나비지뢰』 등 다수의 저서를 출간했다.
20대 중반에 등단하여 중년이 된 지금까지 30여 년간 오직 ‘사랑’만을 써오고 있다. 밀리언셀러 작가로서 오랜 기간 대중의 사랑을 받아오고 있지만 아직도 써내지 못한 ‘사랑의 문장들’이 그에게는 남아 있다. 근래에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오랜 팬들뿐 아니라 휘발적인 감성 소모에 지친 젊은 세대들과 사랑에 대한 진솔하고 성실한 마음을 나누고 있다.
인스타그램 leejungha1012
그림/만화 김진희
그린이 김진희는 어릴 적부터 낙서하기,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여 SI그림책학교를 나온 뒤 즐겁게 작업하며 강아지와 지내고 있다. 그린 책으로 『어떤 하루』 『참 좋은 당신을 만났습니다』 『너를 만나 고마워』 『함께 웃어요』 『세상을 바꾼 착한 사람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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