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의 밤은 빨리 찾아온다
2018년 06월 28일 출간
국내도서 : 2017년 11월 3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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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979118886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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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이 상품이 속한 분야
1.
2016년 1월 28일 목요일 … 12
도쿄에서 처음 산 것―1999년 9월 … 21
유자와…… 눈의 나라에서 사흘―2008년 1월 … 25
얼굴 그리고 목소리―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雪國』과 게이샤 마츠에 … 31
2.
2016년 1월 29일 금요일 … 43
국경의 긴 터널 … 49
저녁 풍경의 거울 … 58
밤의 밑바닥 … 68
3.
2016년 1월 30일 토요일 … 77
죽음의 유희―아쿠타가와와 박영근 … 88
아쿠타가와상 … 93
이중언어에 놓인 소설의 운명―2000년 9월, 작가 이회성과의 만남 … 98
4.
2016년 1월 31일 일요일 … 133
도쿄의 옆얼굴―2001년 9월 … 147
몇 가지 정치적인 문제―2001년 10월 … 154
기노쿠니야 서점―2012년 1월 … 162
5.
2016년 2월 1일 월요일 … 172
저 작은 데까지 규칙이―2001년 10월 … 193
나오미라는 근대―다니자키 준이치로의『 치인痴人의 사랑』… 198
미타부인회三田婦人會―2001년 5월 … 211
도쿄외국어대 조선어과―2001년 10월 … 217
사에구사 도시카쓰 선생 … 222
도이 기요타미 선생 … 230
6.
2016년 2월 2일 화요일 … 238
살아서 신사 죽어서 절―2001년 12월 … 247
마지막 사무라이 사이고 다카모리―2007년 4월 … 256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아는 어린이들―2007년 10월 … 262
맙소사―2008년 10월 … 264
청경우독晴耕雨讀―2010년 8월 … 269
7.
2016년 2월 3일 수요일 … 277
EPILOGUE 작가의 말 … 286
1999년 1월 31일, 게이샤 출신의 평범한 할머니 한 분이 세상을 떠났다. 고다카 기쿠小高キク, 향년 84세. 병석에 누워서도 책 읽기를 즐겨 했다. 간호원이 지나가다 무심코 묻는다.
─연애소설이라도 읽으시나요?
할머니는 읽던 책을 내려놓고 간호원을 빤히 올려다보며 대답한다.
─연애는 읽는 게 아니라 하는 거유.
말하는 재치가 남다르다. 온천으로 유명한 니가타의 유자와에서 20대 중반까지 게이샤 생활을 한 이 할머니는 1934년 이제 막 스무 살로 접어드는 겨울에 소설을 쓰러 온 가와바타 야스나리와 운명적으로 만났다.
그리고 거기서『설국』이 탄생하였다.
게이샤로서 이름은 마츠에松榮였다. 마츠에는『설국』의 주인공 고마코의 모델로 알려져 있다.
여자의 인상은 뜻밖에 청결했다. 발가락 밑의 옴쏙 들어간 곳까지도 깨끗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온천 여관에서 남자 주인공 시마무라가 고마코를 처음 만나는 장면이다. 그리고 좀더 뒤로 가면 보다 상세한 묘사가 나온다. 날씬하면서도 오똑하게 솟은 코, 아름다운 자줏빛 환형동물의 테처럼 매끄러운 입술, 약간 밑으로 처진 듯한 눈썹, 아래로 눈초리가 치켜 붙지도 처지지도 않아서, 일부러 똑바로 그려놓은 듯한 눈, 산 빛이 물들었다고도 할 수 있는 백합이나 양파의 구근을 벗겨놓은 듯한 싱싱한 살결. 그리고 이 모습을 한마디로 “밝고 깨끗했다”라고 맺는다.
시마무라는 특별히 하는 일 없이 여행과 무용 공부를 즐기는 사람이다. 기차가 다니게 되면서 번성해진 온천 마을에 와서 등산이나 하면서 빈둥거리는 중이었다. 소설 속에서 마을의 이름은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유자와가 그 무대임은 확실하다.
-「얼굴 그리고 목소리-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과 게이샤 마츠에」중에서
도쿄를 걸어온 그 걸음걸음을 ‘산보’라 칭하는 데 전혀 무리가 없을 만큼 보폭과 그에 따른 설명은 가벼우나 결코 만만찮은 발자취로 이 과정을 기억하게 되는 건 아마도 고전 중에서도 특히 문학에 대한 사랑과 존경을 감추지 않는 그의 겸손한 ‘태도’에 기인하기도 할 것이다. 묵묵히 뒤따른다는 것, 설명할 수 없는 세상사의 두려움 뒤를 졸졸 따르는 그 마음에 언제나 15도 정도 고개를 수그린 것 같은 그. 지금껏 당신은 어떤 코스로 도쿄를 다녀오셨는가. 고운기 교수가 안내하는 대로 눈에 묻힌 도쿄 곳곳에서 이야기로 넘쳐나는 문학을 들여다보고 올 수 있다면 배움 있는 추억으로 두고두고 벅차리라. 하물며 눈이 쏟아지는 이 겨울에 설국의 도쿄이거늘.
작가정보
저자(글) 고운기
저자 고운기는 1961년‘주먹 자랑하지 말라’는 전남 보성군 벌교에서 태어났으나 주먹과는 거리가 멀다. 한양대 국문학과와 연세대 대학원 국문학과에서 한국고전문학을 공부하고, 일본 게이오대 방문연구원과 메이지대 객원교수로 있으면서 한일고대문학을 비교 연구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삼국유사』 『스토리텔링 삼국유사』 1~5권 등을 냈다. 한편, 198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등단, 『밀물 드는 가을 저녁 무렵』 『나는 이 거리의 문법을 모른다』 『자전거 타고 노래 부르기』 『구름의 이동속도』 『어쩌다 침착하게 예쁜 한국어』 등의 시집을 냈다. 벌교에는 어릴 적 주먹 친구가 세운 자그마한 시비가 있다. 현재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작가의 말
2016년 1월 28일부터 2월 3일까지 도쿄를 걸었다. 중간에 니가타의 유자와를 다녀온 일까지 포함, 햇수로 앞뒤 4년간 보냈던 일본 생활의 자취를 돌이켜본 여행이었다.
일주일 남짓 즐거운 산보가 추억한 일은 다음 두 가지이다.
1999년부터 3년간 게이오 대학의 방문연구원으로, 2007년 1년간 메이지 대학의 객원교수로 도쿄에서 생활했다.『 삼국유사』에서 촉발되어 우리 고전문학과 비교될 일본의 문학을 찾아 나선 내 나름 인생의 역정歷程이었다. 이런저런 인연이 얽혀 있다.
2008년부터 10년간 교보문고와 대산문화재단이 주최한‘ 설국문학기행’을 안내하였다. 소설『 설국』의 무대인 니가타 유자와 산골의 가장 눈이 많이 내리는 1월 하순에서 2월 초 사이, 이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현장을 찾는 기행이었다. 이런저런 이야깃거리가 많이 남았다.
이렇게 써서 떨쳐버릴 기쁨과 상처는 내 몫이지만, 서생書生의 글이란 본디 가르치는 데 급급하여, 읽는 이는 혹여 이것이 정말 즐거운 도쿄의 산보라고 여기지 말기 바란다.
2017년 11월
고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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