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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가 K는 광주에서만 살았다

걸어본다 9: 광주
김형중 지음
난다

2016년 11월 28일 출간

종이책 : 2016년 10월 25일 출간

(개의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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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상품 정보
파일 정보 ePUB (23.43MB)
ISBN 9791195907717
쪽수 20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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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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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에서 나고 자라, 지금껏 살고 있는 문학평론가 김형중이 온몸으로 써내려간 『평론가 K는 광주에서만 살았다』. 저자가 느린 발걸음으로 걷고 젖은 눈동자로 바라본 광주는 지금껏 그 도시를 테마로 했던 어떤 책보다도 객관적으로 아프다는 느낌이 든다. 제 고향을 어떤 ‘엄살’이나 특유의 ‘과장’으로 몰아가지 않았다는 데서, 오히려 더 큰 공감의 연대가 가능하게 한다.
0 염세적인 K씨, 광주를 걷기까지 6
생각해보면 여기는 완벽한 공동체였다 7

1부┃태어난다는 것 17
1 당신은 지금 송정리를 떠나고 계십니다 18
태어난다는 것 19
식반자촌 25
기차 고동 소리 때문에 31
식반자촌에서 주변부다문화촌으로 37

2부┃구도심에서 41
2 금남로 : 텅 빈 절대공동체의 중심 42
전혀 사적이지 않은 거리 43
광주란 무엇인가 48
텅 빈 절대공동체 57

3 국립아시아문화전당 : 문화란 무엇인가 60
문화의 전당 61
문화란 무엇인가 63
거대한‘ f**k you’ 73

4 양림동 : 기억을 파는 골목 76
젊은이들이란 77
미션 82
사라진 골목 88
응팔 유감 92

5 광주극장 : 옛날 영화를 보러 갔다 94
오래되고 가망 없는 것들 95
80년이라니 103
광고 109

3부┃일요일에 113
6 챔피언스필드 : 야구란 무엇인가 114
야구의 기억 115
야구란 무엇인가 121
챔스필드에서 124

7 우치 동물원 : 변장한 유토피아 128
변장한 유토피아 129
동물들 136

8 대인시장 : 국밥과 위스키 144
취향의 사회학 145
토요일엔 장이 좋아 151

4부┃죽는다는 것 159
9 망월묘지 : 거대한 기념 160
구묘역에서 161
신묘역에서 168

10 영락공원 : 죽음으로 미리 달려가봄 174
5백 원짜리 꿈 175
장고에게 182
죽음으로 미리 달려가봄 187
완전한 절대공동체 192

서로를 동지라고 불렀던(K는 사용해본 지 아주 오래된 이 단어를 발음하면서 피식 웃었다) 이들과 매년 5월이면 묘지에 찾아가 <님을 위한 행진곡> 한 번쯤은 꼭 부르고 왔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말할 필요도 없다. 광주가 아닌 곳에서도 그렇게 찾아오는 대학생들은 아주 많았다. 묵념하고 노래를 부르러…… 이한열도 김남주도 거기 누워 있었으니까.
요컨대 K는 구묘역이 진짜 망월묘역이라고 여전히 생각하는 편이다. 그리고 그런 생각이 딱히 그만의 것은 아니라는 걸 구묘역에 걸려 있는 현수막이나 머리띠들, 최근 다녀간 듯한 사람의 흔적들, 여전히 몇 개 다발씩은 놓여 있는 시들지 않은 꽃들, 그리고 비교적 최근에 생긴 봉분들을 통해 확인하곤 한다(2010년대에 생긴 봉분들도 있었다. 분신하거나 투신하는 노동자와 시민들이 이제는 사라졌다고 말할 수 없다).

그렇다고 그가 광주를 찾아오는 외지인들에게 구묘역에만 가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구묘역에도 가보라고, 점점 낮아지는 봉분들과 휘날리는 현수막과 생뚱맞게 우뚝 솟아 있는 국기봉(거기 걸린 태극기는 지상에서 가장 잘 어울리지 않는 곳에 서 있는 것 같았다)과 이한열과 김남주도 둘러보라고 권할 뿐이다. 거대한 기념물은 항상 실태를 과장하기 마련이어서, 국립묘지의 웅장함 때문에 광주에 대한 영웅적 환상을 품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광주는 이제 충분히 보상받았다는 환상 또한 품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신화도 늙게 마련이고, 그 이면에는 추한 이야기들도 섞여드는 법이다. 그러나 기억하는 자들의 태도와 의지 여하에 따라서, 그 속도는 충분히 지연될 수 있는 것 아닐까. 비 오던 날, 묘비 이마에서 붉게 젖어가는 머리띠들을 보면서, K의 마음은 착잡했다.
-본문 p167~168에서

여행이 아닌, 관광이 아닌, 바야흐로 산책. 느긋한 마음으로 이곳저곳을 거닐 줄 아는 예술가들의 산책길을 뒤따르는 과정 속에 저마다의 ‘나’를 찾아보자는 의도로 시작된 난다의 걸어본다 아홉번째 산책지는 바로 ‘광주’입니다. 광주에서 나고 자라 지금껏 살고 있는 문학평론가 김형중이 그 걸음의 주인공인데요, 보다 비유적인 의미에서 눈을 뜨고 귀를 열고 발을 내딛은 그 과정을 오롯이 담아『평론가 K는 광주에서만 살았다』라는 책으로 이리 선을 보이기에 이르렀습니다.

2000년 『문학동네』를 통해 데뷔한 이후 평론가 김형중은 특유의 성실함과 더불어 예리하면서도 굳건한 글쓰기로 동료 선후배 문인들의 애정 어린 격려와 안팎으로 많은 독자들의 두터운 신뢰를 받아왔습니다. 등단 16년 동안 공저를 제외한 개인 평론집만 다섯 권을 냈으니 그가 얼마나 한국문학 속을 열심히 걸어왔는지는 짐작을 하고도 남음인데요, 그래서 이번엔 작정하고 그의 팔을 살짝 꼬집어봤던 겁니다. 그토록 열정적으로 한국문학이라는 텍스트를 오르내릴 수 있었던 당신, 김형중은 어떤 사람이냐고. 자문하는 가운데 김형중이라는 본연, 그 속을 한번 걸어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그러하니 파트너는 당연히도 그의 고향 그의 터전 ‘광주’였습니다.

그는 광주에 아주 오래 살았다. 아니 광주에서만 살았다. 정확히는 ‘송정리’에서 한 20년 살았고 나머지를 광주에서 살았지만, 그가 광주로 주거지를 옮긴 지 2년 후(1988년) 송정리가 속해 있던 광산군 전체가 광주의 한 구(광산구)로 편입되었으니, 그는 결국 광주에서 평생을 산 셈이다. 그렇다고 그가 광주를 많이 사랑하는지는 알 수 없다. 광주가 사랑할 만한 도시가 아니어서가 아니라 K가 뭔가를 마음을 다해 사랑하는 유의 사람은 아니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광주를 걸어보고 산문을 써보라는 제안을 받았을 때, K가 그다지 깊은 고민을 하지 않았던 첫째 이유가 그와 같았다. 그는 별다른 이변이 없는 한, 그대로 광주에서 살다가 광주에서 죽을 참이었다.(9~10쪽)

글을 쓰려고 작정하자 K는 뭐랄까, 프란츠 파농의 비유를 빌리자면 자신이 등단 후 15년간 ‘광주 피부’에 ‘서울 가면’을 눌러쓰고 살아온 것은 아닌가 싶은 자의식에 시달리곤 했다. 진지하게 고쳐 말하자면 그는 자신이 광주에 대해 쓸 자격이 있는지 자신이 없어졌던 것이다. 이 책에서 그가 일인칭 ‘나’가 아니라 삼인칭 ‘K’로 등장하게 된 것도 그런 이유다. 독자들에게 전하거니와 그는 이 책을 광주라는 도시에 대해 말할 온전한 자격을 갖춘 이가 쓴 것으로 읽지는 말아주기를 바라고 있다. 다만 한 발치 떨어진 곳에서 걸어본 광주의 모습이 주는 어떤 미덕 같은 것은 기대해도 좋으리라.(13쪽)

1968년 광주에서 태어나 전남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 국문학과를 졸업했다, 는 그의 이력이 그간 그가 펴낸 모든 책에서 한결 같았으므로 조금 과장을 보탠다면 광주하면 가장 우선으로 떠오르는 이가 그이기도 했습니다. 한 도시에서 태어나 한 도시에서 근 50년 가까이 살아간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도시를 넘나드는 잦은 이사가 당연해진 요즘이고 보니 그 한결같음이 안도일까 아니면 지루함일까 퍽 궁금해지기도 하는 바였습니다. 그 호기심을 짐작이라도 했다는 듯 그는 제 스스로가 먼저 좋음을 말하기에 앞서, 제 스스로가 먼저 나쁨을 말하기에 앞서 각자가 읽고 알아서 판단할 수 있게 눈높이를 맞춰주는 화질 좋은 카메라가 되어주었습니다.

고향이란 그런 것이다. 시쳇말로 고향은 항상 내 안에 있는 법이다. 송정리는 자신의 형질을 나누어 많은 ‘나’들을 길러냈다. 그리고 떠나보냈다(다들 떠나고 싶어 했으니까). 그리고 그들 중 하나가 K였다. 송정리는 아무리 부인해도 K의 일부였다. K도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지만, 그가 금남로보다도 먼저 송정리를 걸어보게 된 데는 실은 그런 이유가 컸다.(24쪽)

때론 멀리서 때론 가까이서 때론 빤한 것을 때론 여태껏 몰랐던 숨은 이면을 보여주며, 그가 처음부터 끝까지 유지해나가는 객관적 거리감이 우리로 하여금 그의 도시 광주를 보다 입체적으로 들여다보게 하는 데 일조를 했다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 같습니다. 그가 느린 발걸음으로 걷고 젖은 눈동자로 바라본 광주는 뭐랄까요, 지금껏 도시를 테마로 했던 그 어떤 책보다도 아프다는 느낌입니다. 그건 제 고향을 어떤 엄살이나 특유의 과장으로 몰아가지 않았다는 데서 일단은 큰 공감의 연대가 가능했던 것이 아닐까 하였습니다.

크게 총 4부로 구성이 된 이 책은 송정리, 금남로,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양림동, 광주극장, 챔피언스필드, 우치 동물원, 대인시장, 망월묘지, 영락공원 등을 그 안의 작은 키워드로 하여 광주 전역에서 그가 글로 내켜할 수 있는 곳들을 중심으로 꾸려졌습니다. 그가 직泰 찍은 사진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는 가운데 전개된 글들은 차분하지만 뜨겁습니다. 이를테면 검고도 붉은데요, 이는 광주의 어제와 오늘을 동시에 떠올릴 때 드는 당연한 마음이 아니겠나, 감히 짐작도 해보게 되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이 어둠과 이 붉음의 마음이 교차하지 않는 도시가 또 어디 있겠는가마는 평론가라는 그의 직업이 광주를 걷기에 최상의 직업이 아니었겠나, 문득 그런 생각도 해보게 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절대공동체는 그것이 ‘절대적’인 것이라는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또한 결코 오래가지 못한다. 유물론으로는 설명조차 할 수 없을 만큼의 강렬함, 그러나 다시 체험할 수 없는 우발성과 일회성, 그 사이에 이제 틈이 생긴다. 그리고 바로 그 틈, 짧은 충만과 그 후의 아주 긴 상실 사이에서 발생한 그 틈이 바로 1980년 이후 우리에게 전수된 기호로서의 ‘광주’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광주는 틈이다. 누군가 ‘광주란 무엇인가’라고 묻는다면, K로서는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다. 순간적이었던 절대공동체의 경험과 이후의 긴 상실감 사이에 벌어진 틈, 그것이 ‘광주’라는 기호의 의미라고……(52~53쪽)

K가 아는 더 많은 사람들이 앞으로도 여기 묻히게 될 것이다. K가 모르는 사이 그를 사랑했던 여인들, 별일도 아닌 걸로 K가 증오했던 사내들, K 탓에 큰 곤란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K를 한 번도 미워하지 않았던 사내들, 또 K의 노모와 아내와 아들과 딸과 또 그 아들과 딸들, 그리고 별 이변이 없다면 K 자신도…… 김용우씨 무덤 앞에 소주 한 잔을 따라놓고, 담배 한 대를 피우며 쪼그려 앉아 있을라치면 K에게 드는 생각들이다. (……) 그래서 그는 이 묘지가 편안하다. 광주 사람이라면 대체로 여기서들 만나게 되어 있고, 다들 여기서 온갖 은원으로부터 해방되기 마련이니까…… 죽음은 누구나에게 예외가 없어서, 이곳에서는 그저 물질로 돌아간 재들의 평등뿐, 위계도 계급도 차별도 쟁투도 사랑도 증오도, 심지어 무관심마저도 있을 수 없을 테니까…… (……) 광주를 다 걸은 후, 이제 김용우씨 무덤 앞에 앉은 K는 차분해 보였다. 그는 일시적이지도 충동적이지도 않은, 어떤 영원한 ‘절대공동체’의 일원이 되어버린 것 같은 표정을 지은 채로, 얼마간 거기 더 앉아 있었다. 생각해보면 여기는 완벽한 절대공동체였다.(199~200쪽)

“비평가의 내면에 이토록 매력적인 이야기꾼이 살고 있었다니!”라고 추천사를 쓴 나희덕 시인도 말했듯이 광주 전역을 구석구석 오감으로 기록해나간 이 책의 귀함은 광주라는 도시의 민낯을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다는 데 있지 않나 싶습니다. 추억을 반추하며 빚어내는 사적인 이야기와 현재를 직시하며 옮겨내는 공적인 이야기가 교집합을 이루면서 빛고을 광주는 당신만의 고향이 아니라 우리들 모두의 고향으로 그 탁월한 객관성을 가지기에 이릅니다. 아마도 그 균형의 지점에서 출렁거리는 이야기의 물살이 우리에게 저마다 내 안의 멀미로 울렁거리게 하는 게 아닐까요.

광주의 관광이라는 물음에 가장 멀리 놓일 게 바로 이 책일 것입니다. 광주만의 먹을거리와 볼거리와 쇼핑거리를 소개하는 책이 있다면 나도 좀 알려달라고 말할 게 바로 이 책일 겁니다. 광주의 진실이라는 물음에 가장 맨 앞에 놓일 게 바로 이 책일 것입니다. 그 진실을 직시하고 난 뒤에 품게 되는 진심의 민낯, 그 진정성을 깨닫게 함으로써 광주의 진심이라는 물음에 가장 맨 앞에 놓게 될 게 바로 이 책일 것입니다.

그가 걸을 때 그와 보폭을 함께했던 음악들이 더불어 소개되어 있으니 이 한 권의 책을 들고 광주에 뛰어들어도 그리 심심치는 않을 듯합니다. 걸어본다 시리즈만의 특별한 산책 지도가 겉표지를 감싸고 있으니 이를 지닌다면 낯선 곳일지언정 그리 빈번하게 두리번거릴 필요도 없다 싶고요. 고향을 소개하는 한 사람의 흐릿하면서도 정확한 기억도(圖), 『평론가 K는 광주에서 살았다』였습니다

작가정보

저자(글) 김형중

저자 김형중은 1968년 광주에서 태어나 전남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 국문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0년 문학동네신인상 평론 부문에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평론집으로『켄타우로스의 비평』『변장한 유토피아』『후르비네크의 혀』가 있으며, 소천비평문학상(2008)을 수상하였다. 현재 조선대학교 국문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작가의 말

첫째로, 한 도시에서 오래 살았다는 것이 저절로 그 도시를 잘 안다는 사실의 보증은 되지 않는다는 걸 K는 인정해야 했다. 종종 술자리의 화제가 되기도 하는 그의 길치는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제법 유명하다. 그가 내비게이션 없이 찾아갈 수 있는 장소는 집과 학교와 자주 들르는 서울의 모 출판사 정도가 다다. 광주에는 길에 관한 한 모험심이 전혀 없는 그가 가보지 못한 곳이 많았고, 여러 장소들의 역사와 그 안에 묻혀 있는 사연들에 대해서라면 그는 더욱더 아는 것이 없었다.
타고나지 못한 공간 인지능력은 그렇다 치고, 우선 그는 정말 자신이 광주를 사랑하는지 회의에 빠지기도 했다. 문단의 이러저러한 일로 서울행이 잦은 그는(그의 마음 또한 오래전부터 서울행이 잦았다. 한국 문학은 주로 서울에 계시기 때문이다) 평소 스스로의 정체성을 다소 냉소적으로 ‘탈식민주의적’이라고 생각할 때가 많았다. 말하자면 K는 스스로를 ‘하인숙씨 닮은 자’라 생각해오던 터다.「무진기행」의 그 유명한 여교사 하인숙 말이다. 상경하지 못해 조바심치면서도 속물들의 술자리에서는 <목포의 눈물>을 부르던 그녀의 노래는 참으로 이상한 양식의 노래였는데, K는 자신의 글이 어쩌면 그런 양식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목포의 눈물>은 목포를 사랑하는 사람이 불러야 제맛이 나는 법이다.
글을 쓰려고 작정하자 K는 뭐랄까, 프란츠 파농의 비유를 빌리자면 자신이 등단 후 15년간 ‘광주 피부’에 ‘서울 가면’을 눌러쓰고 살아온 것은 아닌가 싶은 자의식에 시달리곤 했다. 진지하게 고쳐 말하자면 그는 자신이 광주에 대해 쓸 자격이 있는지 자신이 없어졌던 것이다. 이 책에서 그가 일인칭 ‘나’가 아니라 삼인칭 ‘K’로 등장하게 된 것도 그런 이유다. 독자들에게 전하거니와 그는 이 책을 광주라는 도시에 대해 말할 온전한 자격을 갖춘 이가 쓴 것으로 읽지는 말아주기를 바라고 있다. 다만 한발치 떨어진 곳에서 걸어본 광주의 모습이 주는 어떤 미덕 같은 것은 기대해도 좋으리라.
둘째로, K는 자신이 광주 전체를 다 걸어볼 수 없다는 사실 또한 받아들여야 했다. 이 책의 성격이 광주 여행 안내서 따위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가령 여행 안내서라면 이 도시를 찾는 많은 외지인들의 먹을 곳, 마실 곳, 놀 곳, 잘 곳이 즐비한 상무지구 신도심에 대해 쓰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K는 그곳에 대해 별로 할말이 없다. 수많은 모텔과 유흥업소들이 불야성을 이루는 곳, 그러면서도 한편에 5·18기념공원과 자유공원, 김대중컨벤션센터와 거대한 아파트 단지들이 마치 무슨 3차원 콜라주 기법을 실험하듯 나란히 들어서 있는 그 지역을 그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그도 나이가 든 것이다. 비슷한 이유로 그는 무등산에 대해서도 별 관심이 없다. 전 국민의 유니폼이 되어버린 고급 등산복을 입은 중년들의 산행에 그는 아직 동참할 마음이 없다. 그는 들어가는 나이를 인정하고 싶지도 않은 거다. 게다가 K는 어딘가 오르는 것을 무척 싫어한다.
결국 이 책에 기록된 K의 걸음은 상당히 주관적이고 편파적인 셈이다. 그는 주로 그가 나고 자란 곳, 겪은 곳, 그래서 그의 삶에 흔적을 남긴 곳 위주로 걸었고, 그러면서도 요행이나마 그 걸음이 어떤 보편성 같은 걸 얻을 수 있기를, 그 걸음이 혼자 걷는 걸음만은 아니기를 바랐다. 말하자면 아주 사적이면서도 공적인 걸음이 되기를 그는 기대하고 있다.
셋째로, 그가 걸으면서 찍은 사진과 들은 음악들도 인쇄용으로는 별 쓸모가 없었다. 처음에 K가 그려보았던, 절묘한 음악과 아우라로 가득한 사진과 고독한 사내의 뒷모습 같은 것은 실로 유치한 상상이었음을 그는 금세 깨달았다. 공공의 독자들에게 인쇄된 상태로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하자, K는 자신이 찍은 사진들의 실체와 대면해야 했다. 사진에 관한 한 그는 나르시시스트였던 것이다. 자신의 이미지에 매혹당했다는 의미에서…… 게다가 그가 오랜만에 곰곰 걸은 광주의 거리들은 그에게 감상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는 역시 염세주의자였다. 그래서 그의 카메라에는 매번 낡고 바래가는 것들, 허황되고 못마땅한 것들만 주로 잡혔고, 그마저도 구도와 화질이 형편없었다. 음악도 마찬가지였는데, 무엇보다 들을 새가 없었고, 듣자니 소리가 마음과 겉돌았다. 더더군다나 음악은 인쇄할 수도 없었다. 독자들에게는 이 점 미리 감안하시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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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받는사람 휴대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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