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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맺어야 할 사회계약

이만주 시집
이만주 지음
다미르

2017년 01월 18일 출간

종이책 : 2015년 12월 01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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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0.79MB)
ISBN 9791195673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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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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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제를, 경제민주화를 시로서 천명했다.
배금과 물신의 사회로 질주하는 속에서 정신의 푯대가 되어야 할 시가 단순한 서정과 자폐에 빠져 있다. 사회의 모순을 비판하고 질정하며 미래를 예비해야 할 책무를 지는 시가 그 역할을 등한시하고 있다. 한국의 시는 지나치게 감상에 의존하거나, 아니면 오도된 전위를 앞세운 말장난이 큰 흐름으로 자리 잡으면서 일반 대중으로부터 멀어졌다.

『다시 맺어야 할 사회계약』은 일반 독자와 함께 생각하며 공감하는 시들로 이루어져 있다. 시들은 한국 현대시의 일반적인 경향과는 다르게 편편이 서사를 갖고 있다는 특징이 있어 짧은 시지만 소설이나 영화를 보는 재미를 느끼게 한다. 메타포도 있지만 시 전체가 알레고리를 형성해 독자들에게 흥미를 준다. 시집의 시들은 난해해진, 너무 어려워진, 한국 시를 쉽게 되돌리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이 시집의 1부는 우리 사회의 경제민주화를 주제로 한 시들이다. 역사상의 ‘정치적 인권선언(루소 사회계약론, 1762년)’이 있은 지 250여년 만에 시로서 천명하는 ‘경제적 인권선언’이라 할 수 있다. 한국 사회, 나아가 세계가 안고 있는 경제 구조와 사회의 모순을 파헤친 후, 문제의 제기에 그치지 않고 시로서 ‘조건 없는 기본소득제’, ‘동반성장’, ‘고루 가난한 사회’ 등의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2부는 그간 해외여행을 한 경험으로, 한반도를 벗어나 세계의 보편적인 지식인으로서 사고하며 쓴 현대문명비평적인 시들로 이루어져 있다. 3부에는 인생과 우주에 대한 성찰과 개인적인 사색을 담은 시들이 담겨 있다. ‘탐라와 추사체’나 ‘판전’은 예술이란 무엇이가에 대한 사색이다. 특히 저자는 제주도에 대한 남다른 사랑을 읊고 있다. 마지막 부분의 시들은 시인 자신의 고백과 자화상이기도 하다.
시인의 말

I

무연(無緣)사회
독거노인
세 모녀의 죽음
아홉 겹의 수의(壽衣)
월급 82만 원의 청소부
떡 잡솨 할매
치킨공화국
애들이 줄었어요
이상한 숫자들
버림받은 청춘들
다시 맺어야 할 사회계약
조건 없는 기본소득
동반성장
나, 지구는 지금 심히 앓고 있소
'부엔 비비르'와 '고루 가난한 사회'

II

새벽 2시
딱따구리야
섬의 한 모퉁이
세 살배기 아일란의 주검
인간의 짓거리
문화대혁명 전말
차우세스크 무덤 앞에서
모스타르의 공동묘지
생 텍쥐페리의 무덤
안달루시아, 코르도바
비 내리는 이스탄불
쿠스코 소녀의 눈망울
마추픽추
커피 한 잔
진 자들 (Loosers)
잔나비들
오염세계, 인터넷 세상
바벨탑들
다시 일어나야 할 종교개혁

III

미물들도 스킨십을 원한다
맥도날드 할머니
인생 별거 아니다
상중(喪中)
전철 안에서
민병산 선생
천상병 시인
서정춘 시인이 들려준 옛 이야기
옛날 옛적의 백석시집
말 무덤(言塚)
인사동의 소나무
종로3가 목로주점
탐라의 오름들
제주, 안덕계곡
탐라와 추사체
판전(板殿), 두 글자
다산(茶山), 초의(草衣), 추사(秋史)
다산(茶山)의 적소(謫所)를 떠나며
거미의 수학(數學)
실(實)로 큰 기적 (1)
실(實)로 큰 기적 (2)
곱고 깊은 우리말
어떤 사연
어떤 고백
밤길을 가는 개
어머니와 뻐꾸기 울음소리

- [해설] 동시대 삶의 균열상에 대한 시화(詩化)
- 이만주의 시 세계
김태원 / 문화비평·전 동아대 교수
- [보내온 편지] 시집 『다시 맺어야 할 사회계약』의 원고를 읽고
우천식 /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
- 저자 약력

무연(無緣)사회

밤이 되자 모두, 갯벌 굴 속 게였다

온종일 리어카를 끌던 라면박스 할머니도
반지하, 개미굴 한 칸에 갇혔다

지하철에서 무가지를 모으던 할아버지도
쪽방촌, 벌집 한 칸에 갇혔다

고시원이나 아파트도 갇힌 한 칸이기는 마찬가지

적막강산에서 모두들 서서히 죽어간다

경제 기적을 이룬 공화국에서
수명이 길어져
예전보다는 훨씬 오래 살 것이라고들 한다

독거노인

그가 홀로 구차하게 사는 늙은이가 된 것을
운명론자들은 사주팔자 때문이라고 했고
종교인들은 업보라고 했다
캐피털리스트들은 게을렀기 때문이라고 했고
은퇴설계 전문가들은 미리 치밀한 계획을
세우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지난 늦여름 밤에는 둑 옆 평상에 앉아
무는 모기며 각다귀를 힘없이 치는 모습이 보였다
가을까지도 공중화장실에 절룩이며 다녀가곤 했다

그런데 어인 일인지
연말부터, 겨우내 모습을 볼 수 없었다

……, …….
……, …….

달 반 지나, 신고된 시구(屍軀)는 사체처리대행업체가 곧바로 정리했다
하나의 대하소설이 마치 부패된 오물처럼 순식간에 치워졌다
모든 흔적은 사라졌다
애당초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 …….
……, …….

봄이 되자 골목길 밖, 한길 가에는
건강한 모습의 남성들이 바삐 길을 갔다
하의실종 패션의 여성들이 거리를 활보했다
젊은 쌍들은 신호를 기다리며 입맞춤을 해댔다

저들 중에
누가 사주팔자가 나쁜지
누가 업보의 주인공이 될지
미리 알 수는 없는 노릇이다

허나, 통계청 추계에 의하면
저들이 노인이 되었을 때는
350만 명이 독거노인으로 지낼 것이라 한다
그 중 얼마나 많은 숫자가 부패된 오물처럼 치워질 것인지는

새벽 2시

수억 광년을 쉼 없이 달려온 한 붙박이별, 별빛이
지구에 닿은 새벽 2시

수억 광년 동안 무슨 일들이 일어났는지 알 바 아닌
사람들은 곤한 잠에 빠졌다

밭의 순이 더 올라오고 있었고
고추도 조금 더 커지고 있었고

밤이슬이 맺히고 있었고
어느 늪지에선 새벽을 위한 물안개가 피어오르기 시작했고

서울의 강남에선 저녁 늦게 시작한 술을
아직도 앉아 마시는 사람들이 있을 테고

강북의 러브호텔에선
아직도 열심히 사랑만들기를 하고 있을 테고

울릉도 바닷가에선 밤새 불을 밝히며
오징어를 잡느라 주낙을 풀었다 감았다 하던 이들이
졸음에 겨워하고 있을 테고
남도 어느 토굴에선 한 소설가가 붓방아를 찧고 있을 테고

전세계의 수많은 소년들이 첫 몽정으로
수많은 소녀들이 초조(初潮)로
당황해 할지도 모를 새벽 2시

지구 이편에선 ‘하지 말아달라고’ 시위를 하고
지구 저편에선 ‘해달라고’ 시위를 한다

아프가니스탄의 어느 판잣집에서는
세상으로 처음 나온 아기가 울음을 터트린다

이 모두는 우리 모두가 살기 위해 운명 지워져 있는 까닭이다
이 모두는 지구가 돌고 있고, 앞으로도 돌아야 하기 때문이다

누구에겐 아직 끝나지 않은 어제이며
누구에겐 이르게 시작한 새 날의 처음인 새벽 2시

시가 써지지 않는 한 사내가 어제 자란 손톱도 깎고 발톱도 깎는다

커피 한 잔

에티오피아 반군 지역
겁에 질린 흑인 소녀의 눈물

과테말라 고산지역, 우에우에테낭고
어린아이들을 키워야 하는
인디오 젊은 아낙 얼굴에 송골송골 맺힌 땀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산골
시집가고픈 처녀의 숨은 꿈

부국(富國) 사람들은
커피로
돈을 벌고
사색을 하고
사연을 만들고
역사를 이루지만

정작, 커피 농사짓는 그들은
커피를 마실 형편이 못된다*

그들이 쥐는 것은 한낱 푼돈

그러니
커피는 쓰디쓰다

그들을 알 바 없는 사람이
야릿한 쓴맛이 제격이라며
예가체프**를 마시는 이 아침

* 우리에게도 벼농사를 짓는 농민이 쌀밥을 못 먹던 시절이, 좋은 생선과 김은 수출하고 우리는 먹지 못하던 시절이 있었음.
** 에티오피아 산(産), 커피.

어떤 사연

저녁 시간이 지난 쓸쓸한 식당

홀로 소주를 마시던 여인은
혼잣말하며 울먹였다

"아버지, 제가 남자로 태어났어야 하는 건데"

여인의 어깨가 울음에 사무쳤다

여인의 차림새는 정갈했다
정장을 한 여인은 알콜중독자는 아니었다

한쪽 구석에서 홀로 술 마시던 나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던 여인

술맛이 가셨다
내가 마시는 술은 건성이 되었다

나도 속으로 흐느끼고 있었다

11월 하순의 밤이었다

밤길을 가는 개

깊은 밤
개 한 녀석이 걸음을 재촉하며 홀로 길을 간다
느린 걸음도 아니고, 달리는 것도 아니고
빠른 걸음을 재촉해 홀로 길을 간다

마치 가야할 길이 있는 것처럼
마치 오늘 밤 안에 이르러야 할 목적지가 있는 것처럼
인도의 한 옆을 따라 부지런히 길을 간다

옆을 지나쳐 가

[시집 ‘다시 맺어야 할 사회계약’의 이만주 시인을 만나다 I]
- 시로서 천명한 경제적 인권선언 -

만난 사람 우천식 (경제학박사)

때: 2016. 1. 24 (일) 오후 6:00-7:30
곳: 대학로 카페

우천식: 90년대 중반, 선배 한분께서 당시 시대의 흐름을 가르켜 “잡초(雜草)의 시대는 가고 거목(巨木)의 시대가 오도다”라고 말씀하신 바가 있습니다. 거목에 대한 우리 모두의 기대는 성성하지만 거목의 자취는 아직 요연합니다. 어찌 보면 오늘날 더욱 필요한 것은 몇몇 거목이 아니라 거목과 잡목을 구분할 줄 알고 스스로에 선택에 대해 책임을 질줄 아는 깨어 있는 우리 모두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 국내 상황에선“잡목(雜木)의 시대는 가고 거초(巨草)의 시대가 오도다”가 더 적합한 말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 보게 됩니다. 본래는 춤비평가, 사진작가인 이만주 시인님의 색다른 시집 [다시 맺어야 할 사회계약]도 거초 시대의 한 예, 혹은 상서로운 전조가 아닐까 합니다. 시집의 시들은 근래 접하는 기존의 시들과는 매우 다르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요즘 전 세계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한계에 다다른 자본주의의 문제점과 그 개혁의 필요성’ 같은 시대정신을 담고 있는 것 같아 놀라웠습니다.

그러나 더욱 놀라운 것은 60대 중반을 넘어 생애 첫 시집을 내셨다는 사실입니다. 그것도 일반 시집이 아니라 식자 간에 상당히 화젯거리가 되는 특이한 시집을 내신 것입니다. 신선하게 느껴집니다.

이만주: 제가 앞에서 낭송한 시 [무연사회]의 결구에도 나옵니다만, 인간 수명이 길어져 우리는 과거의 세대보다 평균 20~30년을 더 삽니다. 앞으로는 인간수명이 120세까지 늘어날 것이라는 얘기도 심심치 않게 들립니다. 완전히 인생2모작 시대가 되었습니다. 1모작 이후의 생, 즉 2모작기의 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는 우리 모두가 깊이 생각할 문제가 되었습니다.

또한 이런 관점에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경제성장, 쉽게는 국민소득 늘어나는 것에 온통 신경을 씁니다. 2015년 10월 기준으로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2만7천5백불입니다. 유럽의 스페인보다 높고 이탈리아와 별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더 이상, 국민소득이 늘어나는 것이 행복지수를 높이고 삶의 질을 고양시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여러 연구로 밝혀지고 있습니다. 국민소득이 1만불에서 2만불로 늘었을 때는 우리 삶이 그만큼 윤택해지고 현저하게 편리해졌습니다. 그러나 국민소득 2만7천불을 넘어 그 이후 3만불이 되고 4만불이 된다는 것이 물질적, 즉 하드웨어적인 편리함에서 큰 변화를 가져오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이제는 경제가 계속 성장하고 국민소득이 증대하는 것에만 기대를 걸어서는 안 됩니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생각,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합니다. 생의 의미를 찾고 삶의 질을 높이는 문제를 경제적으로 풍요해지고 물질적으로 윤택해지는 데서 찾을 것이 아니라 다른 데서 찾아야 합니다.

저는 글 쓰는 사람들의 활동이 둔화되거나 붓을 꺾는 시기인 60 무렵에 전문분야로 일컫는 무용평론에 도전하여 춤비평가가 되어 지금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근래 일본에서는 90 넘은 할머니가 생애 첫 시집을 내어 베스트셀러가 된 적이 있습니다만 저처럼 늦은 나이에 시집을 내는 것도 스스로 평생학습의 한 예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누가 뭐라 하던 저로서는 보람을 느끼며 즐겁게 살고 있습니다.

우: 시집의 제목이 의외입니다. [다시 맺어야 할 사회계약]… 계몽주의 시대, 루소의 사회계약론을 떠올리게 되는 데요, 왜 이런 시집을 내게 되었습니까?

이: 저는 본래 시보다는 여행기, 비평문 같은 산문을 썼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시집에서도 밝혔습니다만, 3, 4년 전 어느 날, 지하철역 안, 안전장치인 미끄럼문 유리창 위에 씌어 진 시들을 우연히 읽다가 어떤 것은 아름답고 공감을 주기도 했으나 언어의 유희뿐인 시들이 있음을 발견하고 다른 시를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후 시를 쓰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막상 시를 쓰고 시집을 내게 되면서는 또 다른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요즘의 시들, 별로 읽히지 않습니다. 그러하니 시집은 거의 팔리지 않는다는 것이 상식입니다. 그래서 저는 시 독자들이 돈 주고 사서 읽는, 재미있는 시집을 써보자는 생각도 하게 되었습니다.

우: 시집은 거의 팔리지 않는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결국 시가 일반 대중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는 얘기 아니겠습니까? 왜 그리 되었다고 생각하십니까?

이: 현재 한국은 이상할 정도로 시문학이 유례없는 양적 팽창을 이루고 있습니다. 시인이 수만 명에 이르고 시집과 시 잡지 출간이 봇물을 이루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가 죽고 있다’는 말들을 합니다. 문예의 중심이자 핵심동력이었던 시의 위상과 역할이 주변으로 밀려나고 별 주목을 받지 못하게 된 사실은 문명의 패러다임이 바뀐 것이 큰 이유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리 된 데에는 시단에도 책임이 있습니다.

배금(拜金)과 물신(物神)의 사회로 질주하는 시대 속에서 정신의 푯대가 되어야 할 시가 단순한 서정과 자폐에 빠져 있습니다. 사회의 모순을 비판하고 질정(叱正)하며 미래를 예비해야 할 책무를 지는 시가 그 역할을 등한시했습니다. 한국의 시는 지나치게 감상(感傷)에 의존하거나, 아니면 오도된 전위(前衛)를 앞세운 말장난이 큰 흐름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따라서 시가 위태롭게 유지되어가면서 일반 대중으로부터는 멀어진 것입니다. 다시 말씀드리자면 시가 지나치게 단순한가 하면, 다른 한편으론 너무 난해해서 일반인들이 이해할 수가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니 시를 읽어도 아무런 감동이 와 닿지 않는다고 느낀 겁니다.

우: 그런 주장에 저도 어느 정도 동감입니다. 그런데 이해하기 쉽고 읽는 재미를 염두에 둔 시집 제목이 기존의 시집들과는 사뭇 다르고 파격적입니다. 다분히 이념적이고 난해합니다. 왜 제목이 [다시 맺어야 할 사회계약]입니까?

이: 동유럽이 무너지고 구소련이 무너질 때 자유시장경제로 대변되는 자본주의가 인류를 위한 최선의 대안처럼 여겨졌습니다. 그러나 21세기로 들어선 현재 자본주의는 그 문제점을 노정하고 있고 분명 잘못 질주하고 있습니다. 프란시스코 교황은 잘못 치닫고 있는 광포한 자본주의에 대해 설교로서 계속해서 엄중한 경고를 하고 있습니다. 프랑스의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Thomas Piketty) 역시 자본주의가 낳은 극심한 양극화의 경제적 불평등을 지적하며 그 한 해결책으로 부자증세를 주장합니다.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대선에 출사표를 던진 버니 샌더스(Burnie Sanders)는 1%, 아니 0.1%에 부가 집중되는 모순된 현실을 과감히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의외의 선풍적인 공감을 얻고 있습니다.
한국도 미국이 안고 있는 제반 모순, 전세계가 직면하고 있는 경제적, 사회적 문제들을 그대로 안고 있습니다. 심화되는 부의 양극화, 일그러진 고용문화, 청년들과 노인들의 비참한 현실, 그로부터 야기되는 저출산의 문제, 가족제도 붕괴에서 오는 고독의 문제, 환경 파괴의 문제 등. 따라서 시대와 상황에 맞는 혁신적이고 합리적인 경제개혁과 복지정책이 필요한 것입니다.

존 로크와 장 자크 루소가 사회계약론을 주창했을 때는 절대군주와의 관계를 염두에 두었습니다. 이제 절대군주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 시집 I부에 있는 시들은 국가와 정부, 우리 사회의 재벌과 많이 가진 자들을 염두에 두고 쓴 시들입니다. 사회계약론은 18세기 말, 프랑스대혁명의 이론적 바탕이 되었습니다. 대혁명의 와중에 나왔던 ‘프랑스 인권선언’은 정치적 의미의 인권선언, 성격이 짙었습니다. 그에 반해 시집 [다시 맺어야 할 사회계약]의 사회계약은 프랑스대혁명 이래 실로 220여 년이 지나 천명된 ‘경제적 인권선언’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역사적 사실을 들어 다소 거창하게 얘기했습니다만 시집 ‘다시 맺어야 할 사회계약’은 요즘 회자되고 있는 ‘경제민주화’를 시로서 천명한 것이다. 지금의 상황에서 경제적 약자의 입장에서 사회계약을 다시 맺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과연 ‘다시 맺어야 할 사회계약’, ‘조건 없는 기본소득’, ‘동반성장’ 같은 주제들이 시가 될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산문이나, 선언서의 형식보다 시로 썼을 때 그 파장이 더 크리라는 생각으로 시로 쓰는 특별한 실험을 했습니다. 그 전제로 시를 쓸 때, 마그나 카르타(Magna Carta), 권리장전(Bill of Rights), 프랑스인권선언 등을 읽어 보았습니다.

[ 시집 ‘다시 맺어야 할 사회계약’의 이만주 시인을 만나다 II ]
? 한반도를 벗어나는 시를 쓰고 싶었다 ?

우: II부와 III부의 시들은 I부와는 각기 또 다른 성격을 갖는 것 같습니다.

이: II부에는 문명비평적인 시들이 담겨 있습니다. 저는 70여 개 나라를 여행하며 역사의 현장을 목격했습니다. 저 나름대로 느낀 바를 쓴 것입니다.

시 ‘섬의 한 모퉁이’는 가까이는 과거 한국에서 벌어진 학살사건들을 은유한 것이지만 세계에는 그러한 비극의 현장이 많습니다. 요즘 극단적인 이슬람국가(IS)의 타 교파 주민 학살, 시리아, 이락 등지에서의 고대 유적 말살이 세계적인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인간의 짓거리’, ‘문화대혁명 전말’, ‘차우세스크 무덤 앞에서’ 등은 그와 같은 인간의 폭력성을 고발하고 질타하는 내용입니다.

‘모스타르의 공동묘지’, ‘생 텍쥐페리의 무덤’, ‘안달루시아, 코르도바’ 등과 같은 시들은 세계사를 통찰하는 입장에서 쓴 시들입니다. 특히 ‘비 내리는 이스탄불’은 로마제

작가정보

저자(글) 이만주

저자 이만주는 현재, 춤비평가와 사진작가로 활동 중. (한국춤비평가협회 회원, 서울문화재단 무용 전문평가위원)

서울에서 출생(1949년). 서울대학교 지학과를 졸업한 후, 한국외대 대학원 정외과에서 국제관계를 전공하며, 아랍·이스라엘 분쟁에 관심을 갖고 <중공·中共의 대중동?對中東 정책에 관한 연구: 팔레스타인과의 관계를 중심으로>(1985년)로 정치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국내 여러 곳을 여행했으며, 파리를 위시한 유럽, 보스턴, 뉴욕 등지 미국에서 젊음의 한때를 보냈다. 여러 차례에 걸쳐, 세계 70여개국을 여행했다. 길 위에 있었던 것만도 2-3년은 되리라. 1990년대 초, 우리나라 젊은이 해외배낭여행 붐을 일게 한 여행가 중의 한 사람이며, 기행작가 대신 ‘여행작가’라는 호칭을 처음으로 사용해 퍼뜨렸다.
요르단 후세인화력발전소 건설에 한국회사의 직원으로 참여했을 때는 2년 간, 사막현장에서 근로자들과 함께 기거하며, 매주말 그리스, 로마 및 이슬람 이전의 나바티언 문명 유적지 고고학 답사를 다녔다. 그 기간, 아랍 및 팔레스타인 사람들과 벗하며 분쟁으로 인한 그들의 고통을 알게 되어, 귀국하여 ‘아랍·이스라엘 갈등(Arab-Israeli Conflict)’을 전공하게 되었다.
무역회사, 건설회사 근무 후, ‘월간 카라이프’ 편집부장과 여행사 임원을 거쳐 터키국영항공사 한국 GSA의 CEO를 역임했다. 안양대학교 관광경영학과에서 잠시 강의를 했다. 검도 유단자로 종로구 대한검도회장을 지냈다.
한때 한국 국학과 민속학에 깊이 빠진 이래, 지금도 관심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활발한 자유기고가로 여행, 민속, 공연예술, 영화에 대한 글과 사진을 여러 매체에 수백 회 게재했다. 해외에서 직접 촬영한 비디오 필름으로 TV에서 수십 회 방송하기도 했다. 1994년, 저서 ‘이만주 세계여행 에세이’로 ‘올해의 여행인상’을 수상했다.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 이승이 저승과 다른 점은 예술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며 예술에 빠진 이래, 필경, 따뜻한 피가 흐르는 몸을 움직이는 춤예술에 심취하게 되어 60무렵에 춤비평을 시작했다. 이어 곧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미국춤비평가협회(DCA)의 정회원이 되었으며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조사연구위원을 지냈다.
보여지는 화려한 경력과는 달리 변화무쌍하고 굴곡진 삶을 살아, 화려함이 구차함으로 바뀔 때는 일일이 밝히기 싫을 정도로 여러 직업을 전전하며 힘들게 살기도 한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따라서 생(生)의 밑바닥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으며, 힘들고 어렵게 사는 이들의 삶을 이해하고 공감한다.
시를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3, 4년 전 어느 날, 지하철역 안, 미끄럼문 유리창 위에 씌어 진 시들을 우연히 읽다가, 언어의 유희뿐인 시들에 의문을 가졌다. 그 후, 시를 쓰기 시작해, 이 시집을 내게 되었다.

작가의 말

평생 한 장의 융단을 짜고 생을 마친다는 페르샤의 융단 짜는 여인이 생각납니다. "시대를 근심하며 함께 아파하지 않는 시(詩)는 참된 시가 될 수 없다"는 다산(茶山)의 시론(詩論)을 떠올리며 스스로를 위안합니다. 모든 혁명은 찬탈되었거나 거짓이었습니다. 혁명은 원치 않습니다. 하지만, 불평등한 우리 사회가 분명, 바뀌기를 바랍니다. 사람은 정치적으로 평등하게 태어났듯 경제적으로도 평등하게 태어났습니다. 한국의 시(詩)가 스스로 친 울타리를 벗어나, 넓은 세상으로 나왔으면 합니다. 이 시집이 더 나은 세상을 여는 마중물이 되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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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
    다시 맺어야 할 사회계약
    이만주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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