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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범 김구 암살 전 5일간의 이야기 | 우장균 장편소설
우장균 지음
트로이목마

2015년 09월 15일 출간

종이책 : 2015년 07월 31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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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상품 정보
파일 정보 ePUB (13.48MB)
ISBN 9791195582914
쪽수 27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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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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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존인물과 실제사건을 재구성한 바탕 위에 허구적 상상력을 보탠 역사소설이자 정치소설!
백범 김구 암살 전 5일간의 이야기를 담은 우장균의 장편소설 『회중시계』. 1949년 6월 26일 정오경에 일어난 백범 김구의 암살 사건을 소재로 한 소설로, 5일 간의 이야기를 통해 해방 이후 몇 년 동안 혼란스러웠던 우리의 역사를 담고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민주주의 세력이 자리 잡은 남한에서 친일 세력이 반공 세력으로 변신해 면죄부를 받고 친일파를 단죄하려던 반민특위가 경찰 세력에 의해 해체되고, 독립을 위해 싸웠던 많은 인사들이 빨갱이로 몰려 죽임을 당하게 되는 비극적 역사의 면면을 시대적 배경으로 하고 있다.
Intro

1949년 6월 22일
1. 여름 가뭄
2. 서북 청년
3. 호랑이 사냥
4. 88구락부
5. 정동길
6. 풍산개

1949년 6월 23일
7. 백의사
8. 빛과 그림자

1949년 6월 24일
9. 회중시계
10. 수도경찰청장
11. 해방촌

1949년 6월 25일
12. 만둣국
13. 친일 경찰
14. 개성집

1949년 6월 26일
15. 유 아 마이 선샤인

Outro
Epilogue

시경 국장실은 태평로 본관 2층에 있었다. 김태선 국장은 자신의 사무실에서 정현우 과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어서와, 정 과장! 여기 앉게.”
현우가 국장실에 들어가자 김태선은 책상자리에서 일어나 소파 상석으로 옮겨 앉았다. 현우는 목례를 하는 둥 마는 둥 하고 소파에 앉았다. 태선은 순간 부아가 치밀었지만 내색하지 않고 웃는 낯빛을 유지했다. 국장실에 들어오면서 거수경례를 하지 않는 경찰 간부는 현우가 유일무이했다. 그럴 때마다 태선은 전임인 장택상 수도경찰청장이 현우의 버릇을 잘못 들여놨다고 생각했다.
“경교장의 개가 죽었어.”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p24~25

만백성의 국부. 이승만은 자신을 대통령이라기보다 조선의 임금이라 생각했다. 그는 양녕대군의 16대 손이다. 양녕이 동생인 충녕에게 세자 자리를 넘겨주지 않았다면, 이승만은 대통령이 아니라 조선의 임금이 되었을지 모른다. 경복궁 뒤에 있는 경무대는 북악산으로 올라가는 기슭에 있어 경복궁보다 높은 곳에 있었다. 이승만은 경복궁의 지붕을 내려다보며 자신이 있을 곳은 이 경무대가 아니라 광화문 뒤 저 궁이라 생각했다. 그는 그래서 일본에 있는 조선의 왕족들이 해방 후에 귀국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민주주의를 하자는데 국부란 말은 어울리지 않습네다.”
“각하! 그렇지 않습니다. 창업보다 어려운 것이 수성이라 하지 않습니까? 이 나라의 아버지로서 이제부터 전체 국민을 하나로 만들어 수성에 힘써야 할 때입니다.”
“그렇습네다. 무~웅치면 살고, 흐~으터지면 죽습네다.”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p34~35

신성모는 정치란 참 묘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승만에게 30년 전 적敵이었던 자신은 지금 동지가 됐고, 그 때 편들어주던 김구는 지금 대통령의 가장 큰 적이 된 것이다.
신성모는 그러나 일흔 살을 훌쩍 넘은 노정객의 변덕을 잘 알고 있다. 지금은 어제의 적을 동지로 대하고 있지만 언제 다시 자신을 적으로 대할지 모를 일이다. 그는 대통령의 마음을 얻지 못한다면 국방부 장관이란 자리도 가을바람의 낙엽처럼 떨어질 것이라 생각했다.
‘장관님! 대통령이 지금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헤아려 보십시오.’
얼마 전부터 한여름 밤의 모기소리처럼 신성모의 귓가를 맴도는 소리. 정치브로커 김지웅이 그에게 한 말이었다. 신성모도 김지웅도 대통령이 지금 무엇을 원하는지 굳이 서로 말하지 않아도 잘 알고 있다. 절대권력이 뿜어내는 온기는 태양이 뿜어내는 봄 햇살처럼 따스하고 포근하다. 광야에 나서면 피부를 칼로 도려내는 삭풍이 불고 있는데, 따스하고 포근한 솜이불을 걷어 찰 어리석은 자가 어디에 있겠는가? 더구나 지금은 독립운동을 하던 때가 아니다. 이제 더 이상 바람 속에서 밥을 먹고 이슬을 맞으면서 잘 필요는 없다. 신성모는 대통령의 온화한 미소에 감읍하며 소파에 앉았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p41~42

해방 이듬해인 1946년 9월 남한에 총파업이 일어났다. 전국노동자평의회가 벌인 파업이었다. 그때 현우는 미군정 소속 경찰이었다. 전평의 총파업으로 모든 경찰은 비상대기 상태에 있었다. 9월 30일 새벽, 수도 경찰국이 있는 금천대회관 앞에 건장한 청년들이 모여들었다. 김두한이 동원한 우익 청년들이었다. 청년들이 모두 모이자 김두한은 금천대회관 1층에 있는 나무 상자들을 도끼로 깨기 시작했다. 나무 상자 안에는 정종 술병이 가득 차 있었다. 김두한은 3천 명 대원들에게 이른 아침부터 술을 먹였다. 그는 철도 파업 수뇌부를 습격하기에 앞에 청년들의 공포심을 없애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김두한도 청년들과 함께 술을 마시며 정신을 마취시켰다.
술에 취한 청년들은 경찰이 지원한 기관총과 수류탄으로 무장하고 용산역으로 향했다. 철도 파업 현장은 쉽게 진압됐다. 김두한은 파업간부들을 앞으로 나오라고 했다. 그리고 5분의 시간을 주며 파업노동자들 앞에 기관총 2대를 세웠다. 기관총은 노동자들을 향해 정조준됐다. 그러자 파업 간부 8명이 김두한 앞으로 나왔다. 김두한은 그들을 생매장시키라고 부하들에게 지시했다. 우익청년들은 철도노조 간부들을 죽창으로 찔러 죽인 뒤 용산역 구내 하수도에 쑤셔 넣고 시멘트로 덮었다.
그로부터 3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광기 어린 시대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 p50~51

출판사 리뷰

누가, 왜 김구를 죽이려 하는가!
역사적 사건보다 더 충격적인 정치적 음모가 드러난다
백범 김구 암살 전 5일간의 이야기를 그린 역사소설이자 정치소설

▣이야기의 줄거리

1949년 6월 22일 새벽, 백범 김구가 머무는 경교장을 지키는 풍산개가 복어독에 의해 독살된 채 발견된다. 김구의 비서 선우진은 누군가가 풍산개를 고의로 죽였다고 판단해 경찰에 신고한다. 선우진은 김태선 서울시경 국장에게 친일 경력이 없는 경찰 간부가 경교장 사건의 수사를 맡아줄 것을 부탁하고, 서울시경 국장은 해외 유학파 출신 정현우 특임과장에게 사건 수사를 맡긴다. 김태선 국장은 「White clothes party started black tiger hunt」라 타이핑된 출처가 모호한 괴쪽지를 현우에게 함께 건네준다.
현우는, 만주에서 무장독립운동을 하다 전사한 형의 유품인 회중시계를 자신에게 전해준 권종호와 서울시경에서 함께 일하며 친형제처럼 가까이 지낸다. 현우는 권종호와 함께 경교장 사건을 수사하게 되고, 백범 암살 사흘 전인 6월 23일, 해방 후 백의사의 브레인 역할을 했던 유진산을 만나 괴쪽지를 보여주며 극우 테러단체인 백의사가 백범을 시해하려는 것인지 물어본다. 유진산은 현우에게 백의사란 단체는 이미 괴멸된 상태이며, 백의사가 백범을 시해할 이유가 없다고 말한다. 같은 날 종호는 마포 일대에서 복어독을 구해 간, 경교장의 풍산개를 죽인 용의자 김지웅을 추적해 체포한다. 김지웅은 만주에서 일본군에게 정보를 주는 친일파였다가 해방 정국에서 정치브로커로 활동하던 자였다. 그러나 김지웅이 복어독을 구해 갔다는 것은 밝혀냈지만, 그 복어독으로 경교장의 개를 독살했다는 것은 밝혀내지 못한다.
암살 이틀 전, 서울시경 국장과 친일 경찰 노덕술은 현우에게 통보하지 않고 김지웅을 풀어준다. 신성모 국방장관은 88구락부에서 김지웅을 만나 ‘블랙 타이거 작전’을 빨리 끝낼 것을 종용한다. 신성모는 1948년 4월 평양에서 있었던 김구와 김일성, ‘양김 대화록’을 구할 것을 지시하고, 김지웅은 소련 KGB를 통해 ‘양김 대화록’을 구할 계획을 세우는데…….

▣광복 70주년에 만나는 백범 김구 암살을 소재로 한 팩션
실존인물과 실제사건을 재구성한 바탕 위에 허구적 상상력을 보태다

소설 《회중시계》는, 1949년 6월 26일 정오경에 일어난 백범 김구의 암살 사건을 소재로 한 팩션이다. 이승만, 김구, 신성모, 김태선, 장택상, 노덕술, 김지웅 등 당시 실존인물들이 소설을 이끌어가는 주요 인물로 묘사되며, 반민특위 해체, 김약수 부의장 국회 프락치 사건, 김구와 김일성의 평양 남북정상회담 등 역사적 실제사건을 이야기를 풀어가는 장치로 등장시키고 있다.
수많은 역사적 사료와 당시 신문에 실린 기사, 그리고 해외 기사와 자료까지 읽으며 그 시절 인물과 사건을 낱낱이 살핀 작가는, 허구의 인물이 등장하는 장면을 제외하고는 거의 객관적이고 역사적인 사실에 입각해 이야기를 꾸미고자 했다고 전한다.
반면 소설에 등장하는 허구적 인물은 현대적 캐릭터를 가지고 있다. 소설의 주인공이자 허구의 인물인 정현우는, 개성 거상의 둘째 아들로 태어나 경성제대를 졸업한 뒤 영국 에든버러에서 유학을 한 젊은 인텔리 경찰 간부로 등장한다. 현우의 아내이자 고등학교 선생님인 한태경과 현우의 부하직원이자 친형제 같은 믿음을 나누는 권종호 형제도 주인공 정현우와 마찬가지로 조국과 민족, 이념과 사상 같은 거대한 가치보다 개인의 자유와 행복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현대적인 캐릭터라 할 수 있다.

“잔인했던 6월, 5일간 역사를 허구의 이야기로 쓰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실존인물과 허구의 인물을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 집어넣는 것은 한편으론 매력적이나 다른 한편으론 위험한 작업이기 때문이다. 소설 속에 나오는 백범에 대한 수차례의 암살 시도는 역사적 사실에 기초한다. 그 역사적 사실은 대한민국 국회 등에서 이미 밝혀진 것들이다.
그러나 소설 속 실존인물들의 대화는 모두 글쓴이의 상상력에 기초한다. 다만 그 상상력도 실제로 일어난 대화보다 더 일어남직한 대화가 될 수 있도록 부족한 능력 안에서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소설 속 실존인물의 허구의 대화는 그의 이야기his story를 토대로 만들어졌다. 이처럼 함께 스토리를 다룬다는 점에서 소설과 역사history는 서로 소통하는 영역이라 생각한다.”
_ Epilogue 중에서

▣해방 후 어지러웠던 대한민국 상황에 대한 세밀한 묘사
친일 세력, 미군정, 민족의 분열, 빨갱이 등 혼란스럽던 대한민국 현대사를 그려내다

소설 《회중시계》는 단 5일간의 이야기를 통해, 해방 이후 몇 년 동안 혼란스러웠던 우리의 역사를 담고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민주주의 세력이 자리 잡은 남한에서 친일 세력이 반공 세력으로 변신해 면죄부를 받고, 친일파를 단죄하려던 반민특위가 경찰 세력에 의해 해체되고, 독립을 위해 싸웠던 많은 인사들이 빨갱이로 몰려 죽임을 당하게 되는 비극적 역사의 면면을 시대적 배경으로 하고 있다.
작가는, “팩션을 쓰기 위해 객관적인 역사적 기록이 꼭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이 시절에 대한 역사적 자료가 낮은 수준의 사실적 기록은 담고 있지만, 대부분 낱낱이 밝혀지지 않은 채 그냥 봉인되어서 과연 진실이 무엇인지, 어디에 진실이 담겨 있는지, 밝히지 않는 이유는 대체 무엇인지에 대한 의문점은 풀리지 않았습니다. 백범 김구에 대한 암살도, 육군 소위 안두희가 총을 쏴 백범을 죽인 명백한 사실 외에는 배후 지시자는 누구였는지, 미국이 알고 있었고 협조했는지, 무엇 때문에 암살했는지 등에 대해서는 온전히 밝혀진 것이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사건 정황에 관한 여러 기록물을 면밀하게 들여다본 후, 개인적 상상력을 동원해 이 소설을 쓴 것입니다.”고 말한다.

“1949년 6월은 잔인한 달이었다. 6월 6일 무장 경찰 80여 명은 반민특위 사무실을 습격했다. 경찰은 반민특위 요원 35명을 체포해 감옥에 가두고 국회의원과 특경대원들의 무기를 압수했다. 반민특위가 실질적으로 와해되는 순간이었다. 반민특위는 친일파 청산을 위해 헌법에 의해 만들어진 기관이었다.
6월 20일에는 국회 프락치 사건이 일어나 독립운동가 출신 김약수 국회부의장 등 11명의 현역의원이 구속된다. 노일환, 서용길 의원 등은 반민특위 위원이기도 했다. 국회의원이 간첩으로 몰려 구속된 이유는 국회 내에서 평화통일을 주창했기 때문이다.
해방된 민족의 염원이었던 친일파 청산은 친일 경찰들의 주도 하에 허망하게 좌절됐다. 반민특위를 와해시키고 현역의원들을 빨갱이로 몰아 잡아들이며 자신감이 붙은 절대권력에게 더 이상 거칠 것은 없었다.”
_ Epilogue 중에서

▣권력에 저항하다 해직기자가 된 정치부 기자의 정치소설
부당한 낙하산 인사에 저항하다 해직기자가 된 작가가 ‘권력과 정치’ 이야기를 쓰다

소설 《회중시계》의 작가는, 이명박 정부 시절 부당한 낙하산 인사에 반대해 농성을 벌이다 해직기자 신분이 된 6명 중 한 명이다. 평범한 소시민이자 기자라는 업을 가진 보통의 장삼이사였던 작가는 우연히 권력에 맞설 상황에 처했고, 자신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가치에 따라 행동하다 해직을 당하게 되었다.
해직 후, 도서관에서 수년의 시간을 보내며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으로 위안을 삼았으며, 그때부터 ‘백범 김구의 암살’과 관련된 이야기를 구상하기 시작했다. 한때 청와대 출입기자였고, 대학에서 정치학을 공부한 이력답게 그의 소설 데뷔작인 이 책에는 ‘권력과 정치’에 대한 다양한 인물들의 생각이 곳곳에 드러나 있다.
절대권력을 누렸던 이승만, 2인자가 목표였던 신성모 국무장관, 초대 수도경찰청장 장택상, 백의사 단원이었던 유진산, 친일 경찰에서 반공 경찰로 화려하게 부활한 노덕술, 그리고 임시정부 주석이었던 김구에 이르기까지, 정치와 권력의 속성을 잘 아는 인물들의 은밀한 대화가 이야기를 긴장감 있게 이끌어간다.

“자네 권력이 뭐라 생각하나?”
장택상은 검지산을 바라보고 있었다.
“오늘 선배가 저를 여러 번 시험에 들게 하네요. 다른 사람을 자기 뜻대로 강제하는 힘이 아닌가요?”
“정치학 교과서에 나오는 말 같군. 그래, 다들 그 맛에 권력을 잡으려고 하지. 근데 그건 깡패들의 완력을 설명하는 말도 될 수 있지. 정치권력이 무서운 것은 그 힘을 직접 쓰지 않으면서 원하는 바를 얻어낸다는 것이야. 살인 지시를 하지 않고, 자신이 제거하고 싶은 사람을 없앨 수 있다는 거지.”
“구체적인 지시를 하지 않고도 다른 사람을 자신의 뜻대로 부릴 수 있다는 말이군요.”
“그렇지.”
“선배 말은 그러니까 지금 절대권력의 움직임이 백범을 제거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뜻이군요.” _ 본문 중에서

책속으로 추가
“근데 백범은 내년 총선에 출마하지 않습네까?”
“글쎄요. 잘 모르겠습니다. 아직 통일정부에 대한 미련이 있지 않겠습니까?”
“백범은 좀 자숙하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네다.”
소앙은 대통령의 의중을 파악하느라 아무 말 하지 않았다. 이승만은 백범과 임시정부 세력이 내년 총선에 나서는 것을 원하지 않고 있었다. 소앙은 나이 든 대통령이 벌써부터 수성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권력의지가 그렇게 강한 분이 아니라 아직 출마 생각은 없는 거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습네다. 백범은 정치를 하기에는 좀 나이브한 사람입네다. 독립운동 할 때 테러를 한 것도 나이브한 발상 아닙네까?”
소앙은 대통령이 백범을 내심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을 감지할 수 있었다. 사실 대통령에게 정치적 라이벌이 될 만한 사람은 백범을 제외하고 아무도 없었다. 일흔네 살 김구가 만약 유고된다면 일흔다섯 살 이승만은 종신 대통령도 생각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내가 걱정하는 것은 그게 아닙네다. 경찰이나 군으로부터 백범에 대해 좋지 않은 정보가 들어오고 있습네다.”
이승만은 조소앙을 경무대로 불러들인 이유를 꺼내들었다.
“무슨 정보입니까?”
“백범이 아직도 공산당과 내통하고 있다는 정보가 들립네다. 참으로 믿을 수 없는 얘기지만…….”
“저와 같은 경우군요.”
“소앙이야 평양에서 돌아와 자기반성을 하지 않았습네까? 그런데 백범은…….”
“백범은 공산주의를 아주 싫어하는 사람입니다. 그분은 체질적으로 공산주의와 거리가 멀지요.”
“아닙네다. 백범이 남북협상이다 뭐다 하고 김일성을 만나고 온 후로부터 생각이 좀 달라졌다고 합네다. 주변에 빨갱이들이 득실거린다는 정보도 있습네다.”
“저에 대한 마타도어와 같은 것이네요. 아마 친일파들이 백범을 모략하는 소리겠지요.”
“내가 듣기로는 심상치 않습네다. 아무래도 젊은 사람들이 무슨 짓이라도 벌일 것 같으니 백범이 몸가짐을 신중히 해야 할 것 같습네다.”
소앙은 대통령의 말에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오랜만에 경교장을 가봐야겠군.’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p66~68

“그런데 자네가 지난번에 말했던 거 말이야, 그 대화록…….”
“양김 대화록 말씀입니까?”
“그래, 그거 어떻게 돼가고 있나?”
“잘 하면 이달 말까지 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 잘 됐군. 그게 꼭 있어야 되겠어.”
신성모는 자신의 엄지손가락을 편 뒤 말을 이었다.
“이분께서 그걸 원하고 있어.”
“그런데 그게 아직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지난번에 구할 수 있으면 녹음테이프를 구해보겠다고 말씀드렸는데, 그건 구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녹음테이프는 굳이 구할 필요 없어. 내가 원하는 것은 진실이 아니라 사실이야. 진실은 바뀔 수 없겠지만 사실은 얼마든지 바꿀 수 있는 거 아닌가?”
김지웅은 동물적 감각으로 국방장관의 뜻이 무엇인지 바로 알아챘다. 그는 신성모에게 야릇한 미소로 응답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p70~71

현우는 종호와 처음 만났을 때를 잊을 수 없다. 그는 그때 가슴 한 곳이 무너져 내리는 줄 알았다. 그날 처음 보는 종호 앞에서 현우는 하염없이 눈물을 쏟아냈다. 그냥 소리 내어 엉엉 울었다면 그토록 오래 울지 않았을지 모른다. 그는 어려서부터 다른 사람 앞에서 눈물을 보여서는 안 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다. 아버지는 어린 현우에게 사내대장부는 남 앞에서 함부로 눈물을 보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형의 죽음을 처음 인지하는 자리에서도 현우는 그 이해할 수 없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러나 남자의 울음은 참으려 하면 할수록 도리어 멈추어지지 않는다. 차라리 엉엉 소리를 내면서 시원하게 울었더라면 그의 콧물이 비 오는 날 낙숫물 떨어지는 듯 흘러내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현우는 그때 종호가 건네준 회중시계를 두 손에 쥐고 고개를 처박고 울었다. 종호는 그때 한동안 현우가 우는 것인지 기도를 하는 것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 한참이 지나서야 종호는 현우의 어깨가 계속해서 들썩거리고 있는 것을 알아챘다. 종호는 그런 현우를 그저 말없이 지켜보고 있었다. ___________________ p83~84

“백범은 통일정부의 밀알이 되겠다고 하는데, 단독정부 대통령에 쉽게 출마할 수 있겠습니까?”
“그것도 모르는 소리! 무릇 정치란 살아있는 생물체와 같은 것이오. 그 생물체가 내일 어떻게 움직일지 모를 일인데, 1년 뒤 정치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어찌 알겠소. 문제는 이 박사야. 정치 9단인 그 양반 속에 어떤 꿍꿍이가 있을지……. 이 박사는 아마 대통령 선거를 직선제로 바꾸려 할 것이오. 무소속이나 한민당 의원들이 다수인 국회에서 다시 대통령에 뽑히기는 쉽지 않다고 판단하겠지. 대중적 인기가 높은 이 박사에게 직선제는 에덴동산의 선악과善惡果와 같은 유혹이 될 것이오. 그런데 그 선악과에도 치명적인 독이 있지. 만약 대통령 직선제가 이뤄진다면 이 박사가 가장 두려워하는 강적은 누가 되겠소?”
“대중적 인기라면 아무래도 백범이…….”
“그렇소. 백범은 식자층보다 농민들이나 노동자들에게 인기가 더 많소. 더구나 백범은 이 박사와 나이가 비슷하지만 이 박사보다 한 10년은 젊어 보이지 않소? 오죽했으면 양키들이 백범을 검은 호랑이라고 하지 않았겠소. 백범이 정치테러의 희생양이 될 수 있는 이유가 거기에 있소.”
“그렇다면 이 박사 쪽에서…….”
“명색이 대통령이 된 양반이 정적을 테러하는 데 직접 나서겠소? 아무 생각 없이 권력을 쫓는 정상배들은 주먹을 휘두르는 깡패들과 큰 차이가 없소. 깡패집단의 여우 같은 꼬붕들은 사자 같은 오야붕이 아무 말 하지 않아도 그가 무엇을 원하는지 잘 알고 있지. 절대 권력을 잡고 있는 이 박사 주변엔 지금 그런 꼬붕들이 득실거리고 있지 않소. 또 그 꼬붕들 주변엔 어떻게든 오야붕의 얼굴이라도 한번 보고 손이라도 잡을 수 있을까 하는 정치브로커들이 파리 떼처럼 모이게 마련이오.”
현우는 진산의 말을 들으며 왜 장택상 선배가 지난 총선 때 그를 가까이 두려 했는지 알 것 같았다. _ p117~118

마쓰우라 히로. 노덕술이 창씨개명한 일본 이름이다. 독립운동가들에게 그는 악명 높은 마쓰우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일제 강점기에 말단 순사로 시작해 경찰서장에 해당하는 경시까지 승진한 인물이다. 일본 경찰 간부가 되기 위해 그는 수많은 동족을 고문해 죽였다. 그는 일본이 패망할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는 일왕이 항복 선언을 할 때까지 독립투사를 잡아 고문하는 것을 천직으로 여겼다.
친일 경찰의 대명사였던 그는 일제가 패망하는 날 ‘죽었구나!’ 생각했다. 실제로 그는 해방될 때 평안도 지방 경찰 간부로 있다가 소련군에 잡혀 죽을 뻔했다. 그는 미군이 주둔한 이남으로 가면 살 수 있는 길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미국은 친일 경찰 노덕술에게 새로운 희망이 됐다. 미국은 친일 경찰들을 대거 미군정 경찰로 등용했다. 두뇌회전이 빠른 노덕술은 친일 경찰에서 반공 경찰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그의 친일 행위에 대한 면죄부를 준 것은 미군정이었고, 거기에 한술 더 떠 반공 경찰이란 완장을 달아준 사람은 이승만 대통령이었다.
“노 과장, 빨갱이 잡는 일이 독립운동가 잡는 일보다 훨씬 보람찬 일 아니겠소? 노 과장에 대한 기대가 크오.”
김태선은 친일 경력이 있는 경찰들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_____________________ p141~142

“정 과장은 그 시계를 어디서 샀소?”
“형의 유품입니다.”
현우는 손바닥으로 회중시계를 만지작거리며 바라보았다.
“이 시계도 원래 내 것이 아니고 유품이오. 이건 윤봉길 의사의 시계였소.”
김구는 손안에 있는 시계를 내려다본 뒤 다시 고개를 들어 벽에 결려있는 윤봉길 의사의 사진을 바라보았다. 윤봉길의 사진은 이봉창의 사진보다 선명했다. 이봉창 사진은 초점이 잘 맞지 않아 흐릿했다. 사진 속에 이봉창이 들고 있는 폭탄도 형체가 분명하게 보이지 않았다. 그에 비해 윤봉길의 사진은 또렷했다. 사진 속 윤봉길이 들고 있는 폭탄의 형체도 선명했다.
“윤 의사가 거사에 앞서 그 시계를 남겼군요.”
“그렇소. 이 시계를 볼 때마다 나는 윤 의사를 생각하오. 정 과장도 그 시계를 보면 형님이 생각나겠소?”
“이 시곗줄에 달린 나침반처럼 형은 저에게 나침반 같은 존재였죠.”
김구는 현우의 말을 듣고 회중시계에 달려 있는 나침반 덮개를 열어보았다. 김구는 그 덮개를 거의 열어본 적이 없었다.
“참으로 기이한 인연이오. 정 과장! 우리 이 회중시계를 서로 바꾸면 어떻겠소?”
“아니, 무슨 말씀이신지……. 어떻게 바꿀 수 있겠습니까?”
현우는 김구의 갑작스런 제안에 당혹했다.
“영구히 바꾸자는 것은 아니고 이번 수사가 끝날 때까지 서로 바꿔 가지고 다니면 어떻겠소? 수사가 끝나면 정 과장 형의 시계를 돌려주겠소. 우리 두 사람이 두 독립투사의 정신을 기린다는 의미에서…….”
김구는 처음 봤을 때부터 현우가 마음에 들었다.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데 특별한 이유는 없다. 그는 똑같은 회중시계가 자신과 현우를 이어주는 운명의 끈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p162~163

“자네 권력이 뭐라 생각하나?”
장택상은 검지산을 바라보고 있었다.
“오늘 선배가 저를 여러 번 시험에 들게 하네요. 다른 사람을 자기 뜻대로 강제하는 힘이 아닌가요?”
“정치학 교과서에 나오는 말 같군. 그래, 다들 그 맛에 권력을 잡으려고 하지. 근데 그건 깡패들의 완력을 설명하는 말도 될 수 있지. 정치권력이 무서운 것은 그 힘을 직접 쓰지 않으면서 원하는 바를 얻어낸다는 것이야. 살인 지시를 하지 않고, 자신이 제거하고 싶은 사람을 없앨 수 있다는 거지.”
“구체적인 지시를 하지 않고도 다른 사람을 자신의 뜻대로 부릴 수 있다는 말이군요.”
“그렇지.”
“선배 말은 그러니까 지금 절대권력의 움직임이 백범을 제거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뜻이군요.”
현우의 단도직입적인 말에 장택상은 고개를 돌렸다. 그는 아무 말 없이 현우를 바라보며 웃었다. _____ p176~177

홍종만은 병점고개에서 내심 김구를 태운 캐딜락이 오지 않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 역시 오병순과 마찬가지로 김구가 김일성과 내통하고 있다는 김지웅의 말을 믿지 않았다. 하지만 목구멍이 포도청이 아닌가? 어디서 난 돈인지 모르겠지만 서북청년단에 큰돈을 대주고 있는 김지웅의 지시를 무시할 수는 없었다. 캐딜락이 병점고개를 무사통과해 공주로 간다면 자신이 죽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캐딜락이 다가오면 이 앞이 커브길이기 때문에 속도를 줄일 것이다. 그때 내가 쓰리쿼터차 앞에 있다가 캐딜락을 멈춰 세운 뒤 안에 있는 사람을 확인하고 수신호를 내릴 것이다. 그러면 너희 둘은 인정사정 볼 것 없이 기관총으로 캐딜락을 갈기면 된다. 알겠나?”
“네, 알겠습니다.”
헌병 군복을 입은 두 사람이 기관총을 손으로 툭툭 만지며 대답했다.
“그 다음은 오 소위와 안 소위가 마무리한다. 두 사람은 캐딜락 뒷좌석에 타고 있는 요인을 확인 사살해야 한다. 안 소위 권총 갖고 있지?”
“네.”
안 소위는 권총을 꺼내 보였다. 콜트45구경이었다. 안 소위는 권총의 노리쇠를 뒤로 당긴 뒤 약실 안을 살펴보았다. 총알은 연속해서 발사될 수 있도록 잘 장착돼 있었다.
정오쯤 수원 방향으로 갔던 지프차가 돌아왔다.
“기자를 가장해서 경교장에 전화했는데, 오늘 공주 행사가 취소됐다고 합니다.”
연락병의 말을 듣고 홍종만은 속으로 다행이라며 한 숨을 내쉬었다. 홍종만은 행동대원들에게 명령했다.
“오늘 작전은 취소됐다. 모두 철수한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p211~212

“그런데 말이야. 자네 조상, 정몽주는 이방원에게 암살당할 것을 알았던 것 같나, 몰랐던 것 같나?”
“글쎄요?”
“정몽주는 이방원의 하여가(何如歌)에 답해 단심가(丹心歌)를 읊을 때, 이미 죽음을 각오했다고 생각하네.”
“듣고 보니 그렇겠네요. 살려고 했다면 굳이 그 자리에서 그런 시조를 읊지 않았겠네요.”
“정몽주가 단심가를 읊고 선죽교로 걸어간 것은 마치 이순신이 갑옷을 입지 않고 마지막 노량해전에 나선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네.”
“두 사람도 죽음을 불사하고 지키려고 한 것이 있었군요.”
“나는 그렇게 생각하네. 두 사람은 자신들이 믿는 신념과 원칙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죽음의 길을 걸어갔을 것이네. 두 사람은 그러면서 자신이 해야 할 일은 다했다고 여겼던 것이지. 살아서 신념을 지키다간 어차피 절대권력을 가진 자에 의해 역모로 몰려 죽을 텐데……. 이런 경우에 쓸 말은 아니지만, 한식에 죽으나 청명에 죽으나 그게 그거 아닌가?”
현우는 마음 한 구석에 뭔가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김구는 현우 앞에서 죽음과 관련된 얘기를 하고 있었다.
“지조를 지키는 것도 뜻이 있겠지만, 개똥밭에서 굴러도 저승보다 이승이 낫다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현우가 얘기를 이어가려 할 때 김구가 먼저 말을 꺼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p221~222

“잘하면 이번 달은 넘기지 않을 수 있겠군.”
신성모의 목소리에 다시 윤기가 돌기 시작했다.
“6월은 넘기지 말라고 얘기해뒀습니다.”
“그래 오래 끌면 좋지 않아. 이달 말까지 미군이 철수하니까 그걸 잘 활용해야 돼.”
“미군 철수가 보수 진영 심리에 영향을 미친다는 말씀이군요.”
“보수 진영뿐 아니라 국민 모두 불안해할 수 있지.”
“국민들의 불안과 공포를 잘 활용하라는 말씀이군요.”
“허허, 자네가 비록 가방 끈은 짧지만 정치적 감각은 정치학 박사보다 뛰어난 것 같아.”
“인간이 느끼는 공포가 고문을 할 때나 필요한 것인 줄 알았는데, 큰 정치를 할 때도 필요한 것이군요.”
“이 사람 한번 칭찬해줬더니 점입가경이군. 그렇지! 히틀러가 총칼과 탱크를 앞세워 집권을 한 줄 아나?”
“히틀러가 쿠데타로 권력을 잡은 것이 아닌가요?”
“아닐세. 선거를 통해 권력을 잡았다네. 히틀러가 쿠데타가 아닌 합법적인 선택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그가 독일 국민들의 공포감을 잘 활용한 덕분이었지.”
“그렇군요.”
“그런데 지난번 말한 대로 양김 대화록은 구할 수 있는 건가?”
“네, 내일 개성 야다리에서 만나기로 했습니다.”
“그래, 잘 됐어. 아주 잘 됐어. 백범이 김일성에게 머리를 조아렸다는 것이 세상에 알려지면 국민들의 분노와 공포감이 어떻겠나?”
“그리 되면,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게 되겠죠.” _______________________ p234~235

현우는 뒤를 돌아봤다. 스티브 김이었다.
“네가 여기 어쩐 일이냐?”
“아무래도 여기서 무슨 일이 벌어질 것 같아 왔다.”
스티브는 러시아인에게서 현우의 총을 넘겨받았다. 스티브는 그러나 러시아인의 총은 빼앗지 않았다.
“여기 이 자는 KGB 요원이야. 이 대화록을 빼돌린 것이 들통 나면 바로 모스크바로 소환될 거야.”
“그럼 이 대화록을 이 로스케에게 다시 돌려주라고?”
“그래. 너는 권총을 다시 찾아가고, 이 소련 친구는 대화록을 다시 찾아가면 돼! 여기서는 그러니까 아무 일도 없었던 거야. 그리고 김지웅도 풀어줘.”
현우는 잠시 망설였다. 그러나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 않았다. 38선 부근에서 미국과 소련의 정보기관이 개입된 일이 벌어진 것이다. 현우가 통제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일이었다.
“좋아, 지금 이 상황을 장악하고 있는 건 스티브 너니까, 네 말을 따르지. 근데 한 가지만 묻자.”
“뭔데?”
“CIC나 CIA도 김구의 암살 음모를 알고 있냐?”
스티브는 잠시 머뭇거린 뒤 현우의 질문에 답했다.
“NCND. 말해줄 수 없다.”
“그래, 알려줘서 고맙다. 영국에 있을 때 스티브 네가 그랬지. neither confirm nor deny,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다는 것은 긍정에 가까운 말이라고…….”
“내가 그런 말을 했었나?”
“그래, 미국이 김구의 암살 음모를 알고 있다고 어찌 네 입으로 말할 수 있겠냐? 이해한다. 그럼 나 먼저 간다. 나중에 서울에서 보자.”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p257~258

올즈모빌은 사면초가 속에 있었다. 앞에는 지프차가, 뒤에는 쓰리쿼터차가 있었다. 그리고 오른쪽에는 트럭이 있었다. 현우는 지프차와 트럭 사이의 좁은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기 위해 핸들을 오른쪽으로 급하게 돌렸다. 그 순간 지프차에서 검은 옷을 입고 검은 모자를 쓴 괴한이 나왔다. 괴한은 비호처럼 날렵하게 올즈모빌의 보닛 위에 올라탔다. 괴한은 뒤춤에서 콜트45 권총을 꺼냈다. 그는 올즈모빌의 운전석 쪽 유리창을 향해 포티파이브의 방아쇠를 당겼다.
탕! 탕! 탕!
올즈모빌의 앞 유리창에 세 발의 총탄 자국이 났다. 투명했던 앞 유리창은 뿌옇게 변했다. 헤아릴 수 없는 실금이 유리창을 가득 메웠다.
콜트45에서 발사된 세 발의 탄환 가운데 두 발이 현우의 몸을 파고들었다. 현우는 순간 마치 펄펄 끓는 물을 뒤집어쓰는 느낌이었다. 현우는 뜨거운 물이 떨어진 곳에 손을 가져다댔다. 이마에서 나오는 것보다 더 끈적끈적하고 더 붉은 액체가 샘물처럼 솟아나오고 있었다. 붉은 샘물이 나오는 곳엔 회중시계가 있었다. 현우는 붉은 물감을 뒤집어 쓴 회중시계를 품에서 꺼냈다. 회중시계도 상처를 입었다. 포티파이브 탄환은 회중시계를 스치고 지나갔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p263~264

북 트레일러

작가정보

저자(글) 우장균

저자 우장균은 “세 발의 총탄 자국과 금이 간 유리 창문 너머로 백범의 죽음을 애도하며 엎드려 통곡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 한 장, 그리고 백범의 회중시계와 윤봉길 의사의 회중시계가 나란히 전시돼 있는 또 다른 사진 한 장.
소설의 시작은 바로 이 두 장의 사진이었다. 《백범일지》를 읽으며 백범 김구로부터 큰 울림을 받았던 나는, ‘왜 백범 김구는 암살당했는가?’를 알기 위해 수년 동안 도서관의 모든 관련 책과 신문, 그리고 해외의 각종 기록 등을 찾아 읽었다. 하지만 우리의 근현대사에 대한 사료가 아직 많이 부족하고, 이마저 정돈되지 않고 미궁에 남은 것들이 많았다. 특히 ‘백범 김구 주석 암살’ 관련 사료는 더더욱 봉인된 상태로 남아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과연 백범이 암살당하기 전 무슨 일이 있었을까?’ 꼬리를 문 궁금증은 실제적 사실과 허구적 상상력이 결합된 스토리로 엮어졌다. 신문과 책을 통해 드러난 실제 사건 속에 허구적 인물을 등장시켜 ‘백범 김구 암살 전 5일간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다. 사실을 가감 없이 그대로 기록하는 것보다 허구의 이야기를 쓰는 것이 나에겐 훨씬 더 어려운 작업이었기 때문이다.”
대학에서 정치학을 공부하고 기자 생활 19년째에 청와대 출입기자로 활동하던 중, 갑자기 해직기자 신분이 된 작가에게 책읽기와 글쓰기는 스스로 찾은 위안이었다. 사실을 기록하는 업을 빼앗긴 작가는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허구적 이야기를 쓰면서 힐링했다. 그 결과 탄생하게 된 이 소설, 《회중시계》는 해방 전후 역사와 인물에 대한 세밀한 관찰을 바탕으로 작가적 상상력을 버무린 전형적인 팩션이며, 단 5일간의 이야기만으로 당시의 여러 비극적 현대사를 충실하게 담고 있다. 앞으로 팽팽한 긴장감과 캐릭터 강렬한 인물들이 펼치는 고도의 심리전이 돋보이는 정통 정치소설을 써보고 싶다는 작가는 훗날의 포부와 함께 자신의 처녀작에 조심스레 마침표를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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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범 김구 암살 전 5일간의 이야기 | 우장균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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