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에 미래는 있는가
2015년 02월 24일 출간
국내도서 : 2015년 02월 16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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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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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말해, 이 책은 책의 암울한 미래와 종말에 관한 논의를 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책과 도서문화의 종말에 관한 예언서는 아니다. 그보다 문자코드에서 디지털코드로의 변화의 과정을 추적하며 인간의 사유능력과 글쓰기 행위의 의미를 밝힌다. 아이러니하게도 글쓰기기의 ‘과거’와 ‘도태’를 이야기하면서 동시에 글쓰기의 ‘미래’를 논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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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스크립트
18. 디지털
19. 코드변환
20. 서명
21. 추신
옮긴이 해설: 빌렘 플루서와 텔레마틱 사회의 유토피아
많은 사람들은 그와 같은 미래상을 인정하려고 하지 않는다. 특히 타성 때문에 그런 것 같다. 그들은 이미 한번 글쓰기를 배웠고 새로운 코드들을 배우기에는 너무 나이가 많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우리 자신의 타성을 우리는 위대함과 고상함이라는 어떤 신비한 분위기로 감싸려 하고 있다. 말하자면, 호메로스와 같은 시인, 아리스토텔레스와 같은 철학자, 괴테와 같은 작가들이 이룩해 놓았던 위대한 업적들이 글쓰기의 운명과 함께 사라져 버릴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성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기로 하겠다. 다만, (성서의 저자를 포함한) 이러한 위대한 작가들이 그들의 업적들이 카세트테이프로 녹음되고 필름으로 영상화되는 것에 대해 싫어할 것이라고 하는데, 도대체 무슨 근거로 그렇게 말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16쪽)
사고가 연출되는 차원은 우리에게는 두 가지 측면에서 불유쾌하다. 먼저 그 차원은 사고과정에서?관찰이 관찰대상을 변화시키지 않고서는?관찰되어질 수 없다. 따라서 주체 없는 객체라는 의미에서의 “대상성”(Objektivit?t)은 여기에서는 언급될수 없다. 둘째로는 그 차원에서는 순수한 우연이 지배하고 있고, 그것을 비록 통계적으로 지수화할 수는 있지만, 어떤 개별 소립자의 미래적 행태를 예견하고자 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모든 가능한 것, 또한 가장 비개연적인 것도 역시 거기에서는 시간과 더불어 필연적으로 일어나야만 한다. 따라서 이러한 불확실성(대상이 포착될 수 없다는 것)과 이러한 예견불가능성(모든 가능한 것이 언젠가는 필연적이 될 것이라는 것)이 사고를 특징짓고 있다. 물론 우리는 이것을 조정할 수 있다. 확정불가능성과 확률계산뿐만 아니라 사이버네틱도 역시 사유에 적합한 부분이고?이 경우 고려되어야 할 것은 사이버네틱적인 조정 그 자체는 다시 불확정성과 통계적 개연성(확률)의 차원으로부터 유래되고 있다는 점이다. (229~230쪽)
우리가 새로움에 직면해서 다시 배워야만 하는 것 중에서 아마도 첫번째 것은 순차적·진보적·선형적 사고방식이다. 다시 말해서 선형적 문자 속에서 스스로를 명료하게 드러내는 그런 사고방식이다. 우리는 기억에 새로운 코드를 저장할 수 있게 하기 위해 알파벳을 기억으로부터 지워 버려야만 할 것이다. (237쪽)
디지털코드에 의해서 생산된 영상들은 도처에서(또한 지표의저편에서도) 동시적으로 현재적이다. 그것들은 항상(또한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멀리 떨어진 미래에서도) 호출될 수 있고 현재화될 수 있다. 이 영상들에서는 “현재” “미래” “과거” 그리고 특히 “거리두기” 그리고 “가까움”(즉 “간격”) 등과 같은 개념들이 새로운 의미를 얻고 있다. 비록 상대성이론이 이러한 새로운 의미의 학습에 있어서 도움이 되기는 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실존화해야만 한다. (239쪽)
글쓰기의 오래된 미래를 묻다
-우리는 계속 쓸 수 있을까?
미디어 연구의 선구자 빌렘 플루서의 대표작 『글쓰기에 미래는 있는가』가 수정, 복간되어 2015년 엑스북스(xbooks)에서 다시 출간되었다(이 책은 국내에서 1998년 『디지털 시대의 글쓰기』로 번역·소개된 바 있다). 디지털이 공기처럼 익숙해진 시대, 고대벽화로부터 거슬러 올라가 ‘문자’를 탐구하는 커뮤니케이션/디지털 사상가 빌렘 플루서의 고전, 『글쓰기에 미래는 있는가』는 차라리 예언서에 가깝다. 이 책은 문자코드에서 디지털코드로의 변환의 과정을 추적하며 인간의 사유능력과 글쓰기 행위의 의미를 밝히는 책으로, 아이러니하게도 글쓰기의 ‘과거’와 ‘도태’를 이야기하면서 동시에 글쓰기의 ‘미래’를 논하고 있다.
도전받는 글쓰기, 읽기와 쓰기의 코드변환
하나의 유령이 출판계를 떠돌고 있었다. ‘책의 종말’이라는 유령이. 책이 과연 사라질 것인지 어쩔 것인지 정체 모를 불안과 공포가 책과 관련된 사람들을 잠식했고, 사람들은 호들갑을 떨었다. 이제 종이책은 사라질 것이라고, 소위 말하는 ‘고귀한 정신의 문화유산’이 사라질 지경이라고, 사람들은 마치 그것이 밥줄 걱정이 아닌 듯 말했다. 여러분 그러나 종이책은 높은 곳에서 떨어져도 물에 빠져도 여전히 읽을 수 있습니다! 움베르토 에코며, 스티븐 킹이며 시대의 지성들은 그것이 마치 기술의 문제이기만 한 것처럼 이야기하기도 했고, 혹은 꼭 지켜야 할 성(城)이 함락되기라도 한 양 이야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미디어의 어떤 세계를 예견한 천재적인 디지털 사상가 빌렘 플루서는 80년대에 이미 종이책과 인쇄매체, 디지털의 도래, 코드변환 등을 이야기하며 그것에 대한 전혀 다른 관점을 제시한 바 있다.
일찍이, 알파벳 문자(와 그에 기초한 사고)가 있기 전에는 그림이 있었다. 무덤이며 동굴이며, 여기에 남아 있는 그림들은 전(前)역사시대의 마술적 사고를 보여 준다. 인간이 문자를 발명하고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이 마술적 사고는 도전받고, 알파벳 코드의 구조적이고 체계분석적 사고방식으로 머지않아 대체되기에 이른다. 그리고 21세기, 이제 디지털 코드(와 그에 기초한 사고)는 알파벳적 선형구조를 위협한다. 글쓰기라는 우주를 탐사하는 빌렘 플루서의 논의는 선형(linear)이 파괴되는 이야기에서 시작할 수 있을 텐데, 이는 의미들을 꿰기 위해서 선형적인 역사의식과 사고방식이 필요했던 과거와 달리 이제 분절되고, 0과 1로 양자화된 코드가 지배하는 전혀 달라진 디지털 시대로의 전환에 우리가 처해 있다는 정황의 이해가 우선될 필요가 있겠다. 이제 사람들이 무언가를 읽는 행위는 선형적이고 순차적이기보다는 비선형적이고 분절적이다. 필요에 의해 조합되고 편집되는 정보수집과 지식의 습득을 가능케 한 네트(망)적 전환은 언어의 규칙, 논리를 따를 필요를 불식시키며 어떤 평면을 향해가고 있다. 유일한 진리, 그것이 아니면 안 되는 단 하나가 아니라, 망에 걸려드는 가능성들을 이용해 불개연성(정보)을 만들어 낸다. -우리가 연구자가 아니고 발명자이며, 더 이상 과학자가 아니라 예술가가 되는 이유이다.
달라지는 글쓰기, 그래서 무엇에 집중할 것인가?
흙에 글자를 새기고, 이 기록이 사라지지 않게 하기 위해 인간은 ‘굽기’를 발명했다. 이어 거위깃털이, 펜촉이, 타자기가 발명되었다. 이는 인간정신이 이룩해 낸 고도의 성취물이다. 서양의 역사라는 것은 결국 이러한 인간정신의 역사에 다름 아니다. 정보를 생산하고, 후대에 전승시키고 또한 그것을 항구적으로 저장시키는 것. 정신의 불멸을 소원하고, 어떻게든 살아남는 것. 글쓰기는 자유의지의 표현이며, 인간 행위 중 몹시 특유한 것이 아닐 수 없다.
책 속에서 빌렘 플루서는 ‘각명문자-표면문자-자모음-텍스트’의 순으로 문자를 이야기한다. 각명문자는 이를테면 돌이나 청동에 글자를 새기는 것을, 표면문자는 종이 위에 잉크로 흘려 쓰는 것을 생각하면 되겠다. 한 획 한 획 신중히 그어져야 하는 각명문자 시기에 잠복해 있던 어떤 기질이 글쓰기가 훨씬 수월해진 표면문자의 시기로 오면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한다. 수정이 수월하지 않은 ‘원고지에 펜으로 쓸 때’와, 수정은 물론이거나와 복제와 편집이 자유로운 ‘컴퓨터에 글 쓸 때’의 우리의 사고와 글쓰기 과정을 돌이켜보면 이는 좀 더 쉽게 이해 가능하다.
“인간은 힘을 덜 들이면서도 더 빨리 쓰기 위하여 정으로 새기지 않고 붓질을 한다. 글쓰기에 있어서의 신속성은 각명문자와 표면문자 사이의 근본적인 차이다.”(본문 38쪽)
속도. 빨리 읽히기 위해 빨리 쓰여진 문자기록물들. 사유의 속도를 따라가고자 우리의 손도, 우리의 필기도, 필기를 돕는 기구도 점점 가속이 붙었다. 끊기지 않(으려)는 표면문자적 글쓰기 행위에의 시
작가정보
저자(글) 빌렘 플루서
저자 빌렘 플루서(Vil?m Flusser)는 1920년 체코 프라하에서 태어난 플루서는 나치의 박해를 피해 브라질로 건너가 독학하고, 상파울로 대학교 커뮤니케이션철학 담당교수가 된다. 1972년 브라질 군사정권 탄압으로 유럽으로 망명한 이후 마르세유와 악셀 프로방스 등 프랑스와 독일 주요 대학에서 강의를 했으며 미디어와 테크놀로지에 의한 인간문화의 패러다임 교체를 필생의 연구과제로 삼았다. 1991년 교통사고로 사망하고 프라하 유태인 묘지에 카프카와 나란히 묻혀 있는 그는, 사후 뉴미디어 연구자들 사이에서 맥루한과 더불어 대표적인 디지털 사상가로 추앙받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사진의 철학을 위하여』, 『기술적 영상들의 우주 속으로』, 『영상들의 혁명』, 『미디어 문화』, 『탈역사』 등이 있다.
번역 윤종석
역자 윤종석은 서울대학교와 동 대학원에서 독문학과 미학을 전공, 부전공했고 베를린 자유대학에서 미디어학을 수학했다. 논문으로는 「후기자본주의사회와 대중문화비판」, 「미디어 시대의 해외홍보」 등이 있고, 독일 비합리주의 철학과 포스트모더니즘에 관한 책들을 기획, 번역했다. 현재 문화부 소속 해외문화홍보원에서 근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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