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스님이 두고 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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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이 상품이 속한 분야
1. 불일암 시절
스님의 능청
얼음선사 일갈
회상기回想記
비에 젖은 해후
삼촌과 조카
괴팍한 사람들
재앙 덩어리
발바닥과 빨래판
모기 자부子婦 가르침
화상?想을 얻다
버리고 떠나기
2. 맑고 향기롭게
작은 등불 하나
천주의 호감
독대의 시절
마음과 마음
임금님 수라상
스님의 직무유기
따라서 해봐
호안호상
스님과 여인
대원각과 길상사
자야의 순애보
3. 사자후로 이끌다
국어 공부 다시 하다
이면의 모습
못 해 먹겠다
식사와 급유
무언의 압력
서문을 쓰시다
넉살과 배짱
관음심 관음행
노보살의 사자후
타산지석
10주년 행사
4. 노을이 지다
앞서간 언론
한 방에 날리다
사벌등안
천주의 초파일
내가 아는 스님
구참과 신참
거인의 행보
마지막 조크
촛불은 꺼지고
엉뚱한 효도
향을 사르며
5. 무소의 뿔처럼
집안의 내력
혹독한 시련
새로운 다짐
치멸 수행
스님의 메시지
마귀 집단
복 많이 지으세요
함께 사는 세상
절약과 궁상
임은 떠났지만
사람의 가치
에필로그_되돌아보다
아침인데도 이마에 땀이 배고 등줄이 후줄근한 것이 올여름도 야무지게 시작될 모양이다. 몇 걸음 되지 않는 죽림을 지나 돌계단 위에 올라서니 마당 한 켠에 아뿔사, 스님께서 이상한 자세를 하고 계셨다. 가랑이 사이로 머리를 넣은 채 나를 거꾸로 보고 계시다가 순간 자세를 풀고 반가워하셨다.
“어서 와요. 아직 이른 시간에 어쩐 일입니까?”
“주암댐 근처에 동아리 제자들과 MT 왔다가 혹시나 싶어 왔는데, 오늘은 운이 좋은 날인가 봅니다. 그런데 스님, 조금 전 자세는……?”
“아, 세상을 거꾸로 보고 있는 중이었소. 마침 다로에 물을 올려놨는데 잘 오셨소.”
“스님, 어린 시절에나 하던 그런 놀이를 지금도 즐기시나요?”
“왜 그러면 안 됩니까? 모양새는 좀 꼴사납지만 어린 시절 느낌과는 전혀 달라요. 지나치게 자기중심적으로 편중되어 있는 고정관념 치유하는 데 이보다 더 좋은 스승은 없어요.”
“네에? 거꾸로 보기를 통해 고정관념을 치유한다고요?”
“보는 각도를 달리함으로써 대상에 대한 새로운 면을 인식할 수 있어요. 우리들 인식 속에 들어와 이미 굳어져 버린 선입견을 벗어나야 하는데, 내 눈이 열리면 열린 눈으로 보는 세상도 달라 보이지요. 고정관념 지우는 데 이보다 더 좋은 의사는 없어요.”
_70쪽, <화상畵想을 얻다> 중에서
“내가 예전에 모임 하나 만들고 싶다는 말 기억하시지요?”
“‘나누는 기쁨’ 말씀이신가요?”
“그래요. 내용과 성격은 그대로인데 명칭은 ‘맑고 향기롭게’로 바꿨습니다. ‘나누는 기쁨’도 오래도록 생각해왔는데 의미전달을 보다 확실하게 하고 싶다 보니 바꾸게 되었는데, 왜 느낌이 별로인가요?”
“아닙니다, 스님. 다만 표어나 슬로건에 주어가 빠지면 호소력이 떨어지지 않을까 해서…….”
“바로 그거예요. 생략된 주어 대신 어떤 주어를 앞에 붙여도 뜻이 통하도록 하는 거예요. 예를 들어 우리들의 ‘정신을’ 맑고 향기롭게, 이 ‘세상을’ 맑고 향기롭게, 우리들의 ‘환경을’ 맑고 향기롭게. 어떤 주어를 앞에 붙여도 뜻이 통하는, 그래서 오히려 구체적으로 담아낼 수 있지 않겠어요? 거기다 진흙탕 속에서도 맑고 향기로운 꽃을 피워내는 연꽃의 생리와 아름다움을 접목시켜, ‘맑고’는 내 자신의 마음을 먼저 맑히고 ‘향기롭게’는 바깥세상을 향한 자비행의 실천으로.”
_80쪽, <작은 등불 하나> 중에서
당신 스스로 수십 년간 글을 써온 터라 무심코 사용한 단어 하나하나에 새로운 해석을 내리셨다. 예를 들어 ‘자연보호’ 운운하면 무안할 정도로 친절하게 설명을 하셨다.
“자연이 언제 우리에게 보호해달라고 부탁한 일 있습니까? 그것은 인간이 자연에 대한 오만한 태도에서 나오는 소립니다. 자연은 보호의 대상이 아니라 보존하는 것입니다. 앞으로 우리 모임에서만이라도 자연보호가 아니라 ‘자연보존’으로 생각을 바꿔야 합니다.”
한번은 모 지방에서 행사명에 ‘불우이웃돕기 바자회’라는 현수막을 내걸었다가 하마터면 행사를 취소당할 뻔했다. 불우不遇라는 단어의 ‘당사자 입장’에서 생각해보았느냐는 면박이 날아왔다. 그 현수막과 각종 인쇄물, 어깨띠 등 모든 것을 폐기 처분하고 ‘우리 이웃 서로 돕기 바자회’라고 고쳐 써야 했다.
심지어 자연생태환경 운운하는 단어도 ‘자연생명존중’으로 고쳐 부르게 하셨다. 우리가 하는 일에 행여 겸손·하심·검소·침묵·평등 대신에 교만·아상·풍족·자랑·군림의 언행이 끼어들까 철저히 감시하셨다.
_137쪽, <국어 공부 다시 하다> 중에서
스님께서도 여느 때와 달리 회의 분위기가 내내 무거웠음을 아시고 애써 밝은 표정을 지으시며 하나하나 안부를 물으셨다. 그러나 대부분 가족들은 스님께서 말한 ‘내 건강에 문제가 있다’는 화두에 빠져 예전처럼 밝지 못했다. 꾸역꾸역 먹고만 있을 뿐 누구도 말이 없었다.
공양이 끝나고 밖으로 나와 각자의 차에 시동을 걸면서 한마디씩 외쳤다. 차가 없거나 가지고 오지 않은 법우들을 동승시키겠다는 오래된 우리들만의 우정이었다.
“서대문! 신촌!”
“마포! 충무로! 마포!”
“압구정! 강남 터미널!”
“우이동!”
그때였다. 스님도 시동을 걸어놓고 큰 소리로 외치셨다.
“영동고속, 강원도!”
주차장에서 갑자기 빠앙 웃음이 터져버렸다. 무거운 분위기를 한 방에 날려버린 스님의 조크였다.
“강원도 무료야! 없어?”
_187쪽, <한 방에 날리다> 중에서
“무엇이 진짜 사람을 위한 길인가”를 묻던 법정 스님의 실천적 가르침을
그리움과 존경의 마음으로 그려낸 단 한 권의 책!
30여 년 전 봄, 법정 스님과 불일암에서 맺은 인연으로 ‘맑고 향기롭게’ 연꽃 캐릭터를 만들고 현재 맑고 향기롭게 광주 모임 회장직을 맡고 있는 고현 교수의 ‘추억마저 맑고 향기로운 이야기’! 법정 스님이 몸소 실천해온 무소유와 나눔의 철학, 그리고 감추어진 인간적 모습에 대한 이야기를 따뜻하고 생생한 일화로 담아냈다. “턱밑 배움 경험자로서 기억나는 데까지 사실과 진실을 전해주고 싶었다”는 고현 교수는 일기처럼 메모해놓은 스님과의 이야기를 풀며 한 권의 책으로 완성했고, 법정 스님의 나무의자, 산새들의 목을 축여주는 돌물확, 대나무 숲길, 스님의 뒷모습 등 수년에 걸쳐 불일암을 찾을 때마다 화폭에 옮긴 그림 작품들까지 이 책에 집대성했다.
[출판사 서평]
“무엇이 진짜 사람을 위한 길인가”를 묻던 법정 스님의 실천적 가르침을
그리움과 존경의 마음으로 그려낸 책!
현대 불교미술 디자인의 개척자로 평가받는 고현 교수는 1981년 봄, 법정 스님과 맺은 인연을 시작으로 ‘맑고 향기롭게’ 연꽃 캐릭터를 도안했으며, 현재 ‘맑고 향기롭게’ 광주 모임 회장을 맡아 이끌고 있다. 30여 년간 법정 스님을 지근거리에서 뵈며 ‘맑고 향기롭게’를 함께 만들고 꾸려온 고현 교수는 갈수록 희미해져 가는 스승의 존재감과 가르침을 전달하고자 일기장 속에 숨겨놓았던 추억들을 되살려 《법정 스님이 두고 간 이야기》를 펴냈다.
이 책을 통해 고현 교수는 법정 스님의 본래 성품, 개인적 습관, 인간적 모습 등 가려져 알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 진솔하게 이야기하며 법정 스님의 정신과 철학을 생생하게 전하고 있다. “턱밑 배움 경험자로서 기억나는 데까지 사실과 진실을 전해주고 싶었다”는 고현 교수는 법정 스님과의 다양한 에피소드뿐만 아니라 법정 스님이 머물렀던 불일암 등 법정 스님과 관련해 수년에 걸쳐 완성해온 그림 작품들을 한 권의 책에 집대성했다. 법정스님의 단정한 나무의자, 산새들의 목을 축여주는 돌물확, 바람이 스치는 대나무, 스님의 뒷모습 등 고현 교수가 불일암을 찾을 때마다 화폭에 옮긴 작품들은 단정하고 소박한 법정스님과 닮아 있어 보는 것만으로도 스님에 대한 그리움을 불러일으킨다.
“불일암을 오가며 가까이서 뵈었던 법정 스님은 누구보다 따뜻한 분이셨습니다. 유쾌한 농담도 무척 잘 하셨지요. 많은 사람들이 스님을 서릿발 같은 수행자의 표상으로만 생각합니다. 물론 그 점도 맞습니다. 하지만 불일암의 자연, 그곳의 작은 생명들에게 전해주셨던 스님의 자비는 그 무엇보다 따뜻하고 푸근했습니다. 그런 스님의 모습을 화폭에, 그리고 이 책에 담고 싶었습니다.”
_고현
30여 년간 법정 스님 곁에서 보고 배운 것들
마음을 한 장씩 넘기며 기록한 그분의 영혼과 정신
스님을 모시고 맑고 향기롭게 일을 하면서 가장 어려운 일은 바깥일이 아니라 내부의 일이었다. 우선 언어 사용에서 제동이 걸렸다. 당신 스스로 수십 년간 글을 써온 터라 무심코 사용한 단어 하나하나에 새로운 해석을 내리셨다. 예를 들어 ‘자연보호’ 운운하면 무안할 정도로 친절하게 설명을 하셨다.
“자연이 언제 우리에게 보호해달라고 부탁한 일 있습니까? 그것은 인간이 자연에 대한 오만한 태도에서 나오는 소립니다. 자연은 보호의 대상이 아니라 보존하는 것입니다. 앞으로 우리 모임에서만이라도 자연보호가 아니라 ‘자연보존’으로 생각을 바꿔야 합니다.”
한번은 모 지방에서 행사명에 ‘불우이웃돕기 바자회’라는 현수막을 내걸었다가 하마터면 행사를 취소당할 뻔했다. ‘불우(不遇)’라는 단어의 ‘당사자 입장’에서 생각해보았느냐는 면박이 날아왔다. 그 현수막과 각종 인쇄물, 어깨띠 등 모든 것을 폐기 처분하고 ‘우리 이웃 서로 돕기 바자회’라고 고쳐 써야 했다.
심지어 자연생태환경 운운하는 단어도 ‘자연생명존중’으로 고쳐 부르게 하셨다. 우리가 하는 일에 행여 겸손·하심·검소·침묵·평등 대신에 교만·아상·풍족·자랑·군림의 언행이 끼어들까 철저히 감시하셨다.
_본문 중에서, 138쪽
‘언행일치, 필행일치, 덕행일치’ 말과 행동이, 글과 행동이, 덕을 행함이 일치하라는 스님의 말씀, 욕망을 좇지 말고 소망을 따르라는 말씀, 아무리 가난해도 마음이 있는 한 나눌 것이 있다는 말씀, 자신의 빛깔로 자신의 인생을 살라는 말씀…. 스님은 떠나셨지만 스님의 가르침은 아직 많은 이들의 가슴속에 남아 있다.
일기처럼 메모해놓은 스님과의 이야기를 풀다 보니 책 한 권이 됐다는 고현 교수는 《법정 스님이 두고 간 이야기》 속에서 스님과의 만남에서부터 입적하실 때까지 아주 작은 에피소드조차 놓치지 않고 기록했다. 번잡한 장소에서 막무가내로 사인과 ‘한 말씀 부탁한다’는 한 여인에게 정말로 ‘한 말씀’이라는 글자만 적어준 스님의 모습이라든가, ‘맑고 향기롭게’ 회의가 끝나고 각자의 차에 타며 차가 없는 이들을 동승시키기 위해 “서대문! 신촌! 충무로!” 등을 외칠 때 “영동고속, 강원도!” “강원도 무료야! 없어?” 하는 농담을 날리는 스님의 여유로운 모습은 일반인들은 알기 어려운 내용이다.
고현 교수 역시 이 책을 출간하며 “어쭙잖은 고백이 무소유와 나눔의 삶을 사셨단 스님의 함자를 헐까 걱정”이라며 원고를 퇴고하고도 출간까지 1년을 망설였다. 하지만 스님의 저서가 절판되고 스승의 존재감과 가르침이 희미해질까 하는 걱정스러움이, 스님의 인간적이고 따뜻한 모습을 다른 이들과 나누고 싶은 마음이, 마지막으로 스님의 격려를 받으며 ‘불교미술 현대화, 불교디자인 개척화’를 화두 삼아 한 평생 살아온 저자 자신의 인생을 자기점검해보고 싶은 마음이 이 책을 출간하도록 독려했다.
어둠이 짙으면 짙을수록 별들이 더욱 밝아 보이듯이 숨어 계셔도 시대를 움직이고, 침묵하고 계셔도 시대의 어른이었던 스승, 법정 스님의 ‘무소유’에서 ‘아름다운 마무리’까지 가르침은 지금도 마음에 새겨야 할 유효한 메시지가 될 것이다
작가정보
저자(글) 고현
저자 고현은 1949년 전남 장흥에서 출생한 저자는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불교와 인연이 되어 우천(又泉)이란 수계명으로 지난 50여 년 동안 불자의 삶을 살아왔다. ‘불교미술 현대화, 불교디자인 개척화’라는 화두를 안고 대한민국 산업디자인전 초대작가와 심사위원 등으로 활동하면서 일러스트, 단청, 탱화, 디자인 등 국내외에 발표한 200여 회의 작품이 모두 불교를 소재로 한 작품들이었다. 조선대학교 미술대학 학장과 디자인 대학원 원장을 역임한 고현 교수는 지난 30여 년간 스승 법정에게 보고 배운 모든 것을 쓰고 그리며 이 책에 집대성했다.
그림/만화 고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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